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무명작가의 첫 책

토머스 울프 지음 | 임선근 옮김
걷는책

2022년 05월 11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10월 01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8.82MB)
ISBN 9791189716233
쪽수 224쪽
지원기기 교보eBook App, PC e서재, 리더기, 웹뷰어
교보eBook App 듣기(TTS) 가능
TTS 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전자책 화면에 표기된 주석 등을 모두 읽어 줍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 '교보 ebook' 앱을 최신 버전으로 설치해야 이용 가능합니다. (Android v3. 0.26, iOS v3.0.09,PC v1.2 버전 이상)

  • sam 무제한 이용가능
  • sam 프리미엄 이용가능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영화 〈지니어스〉의 실제 인물 토머스 울프가 말하는
‘소설 쓰기’ 그리고 ‘소설가라는 직업’
대공황을 몇 해 앞두고 투기 광풍에 휩쓸린 1926년 미국, 소설가로서 청운의 꿈을 품고 처음으로 쓰고 또 쓰기를 거듭해 장장 5000매가 넘는 장편소설을 2년 반 만에 집필한 괴상한 젊은이가 있었다. 세상에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 이른바 무명작가였던 그는 운 좋게 자기 원고의 가치를 알아본 베테랑 편집자를 만났고 그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계약금 500달러짜리 수표와 계약서를 건네받았다. 이 만남 이후 1년 반이 지난 1929년에 무명작가 토머스 울프는 첫 소설 《천사여, 고향을 보라》로 일약 미국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다. 연작소설인 두 번째 장편소설 《시간과 강에 대하여》를 출간한 해인 1935년에 그가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라는 주제로 한 강연, 1938년 ‘글쓰기 선언’과도 같았던 그의 마지막 대중 강연은 모두 밀도 높은 글로 재탄생했다.
이 책은 울프의 이 두 글이 중심 뼈대를 이룬다. 그리고 여기에 《천사여, 고향을 돌아보라》의 서문에 딸린 중요한 지은이 주, 울프의 소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에서 울프와 10년간 동고동락한 찰스 스크리브너스 출판사의 전설적인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1884-1947)를 모델 삼아 창조한 인물이 주인공인 한 챕터, 울프가 사망한 이후 퍼킨스가 그를 회상하며 쓴 ‘울프 약전略傳’, 마지막으로 옮긴이의 성실한 해설까지, 어느 글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롭게 구성된 부록이 덧붙여져 있다.
첫 번째 글 〈어떤 장편소설 이야기〉에는 울프가 어떻게 하여 글쓰기를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첫 책을 쓰고 출판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후 두 번째 책을 출간하기까지 이어진 몇 년 동안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어떠한 고난을 겪었고 또 어떠한 깨달음을 얻었는지가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두 번째 글 〈글쓰기, 살아내기〉는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울프의 성찰이 담긴 글로, ‘소설가는 곧 노동자’라는 주장, 인간 삶과 사회에 천착하는 것이 곧 소설 쓰기의 본질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울프의 소설은 방대한 분량 때문인지 국내에 온전히 전편이 소개되지 못했고 그나마 출간되었던 책들도 오래전 절판된 상태다. 따라서 이 책은 현재 국내에서 울프의 글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책이다. 토머스 울프와 맥스웰 퍼킨스의 이야기는 영화 〈지니어스〉(마이클 그랜디지 감독, 2016)로도 만들어졌다. 주드 로가 울프 역을, 콜린 퍼스가 퍼킨스 역을 맡았다.
어떤 장편소설 이야기
글쓰기, 살아내기
_
부록
독자들께
한없이 현명하고 교활한 한 편집자에 대하여
동시대인들과 미래 세대를 위한 작가, 토머스 울프 _ 맥스웰 퍼킨스
옮긴이의 말

내 가까운 친구이기도 한 아주 훌륭한 편집자가 여섯 달쯤 전에 내게 말하기를, 우리 둘이 해낸 작업에 대해 매일의 기록, 말하자면 업무 일지를 남기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고 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치러야 했던 상호 거래, 치고받기, 흐름과 정체, 삭제, 매만지기, 만 번의 맞대면과 삐걱거림과 수정과 항복과 쾌재와 동의에 대해서 말이다. 이 편집자는 일을 다 마친 다음, 지난 책 작업을 하는 동안 아주 멋지고 놀라운 순간들이 있었다면서, 너그럽고 친절하게도, 자신이 출판계에 몸담은 서른 해 가까운 세월 동안 겪은 그 어떤 일보다도 이번 일의 전체 과정이 흥미로웠다고도 했다. / 이제 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를 할 때 비로소 내 이야기가 가치 또는 흥미를 지닐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9-10쪽)

나는 내게 주어진 이 특별한 기회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내 기억이 닿는 한 정직하게, 내가 책을 쓴 과정에 대해 털어놓으려 한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내 삶과 직결된 이야기다. 지난 몇 년은 내 생애 최고로 멋지고도 격렬한 시간이었다. 최고로 격렬한 노력과 땀, 회의, 고통을 바친 시간이었다. 내 이야기는 그다지 문학적이지도 않다. 땀과 고통과 절망과 부분적 성취의 이야기다. (11쪽)

세상이 내 글을 읽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을 품고 줄기차게 썼지만, 그러면서도 독자가 누구일지 나는 결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내 글이 누구에게 가닿을지, 내 고투의 끝, 목표점,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거센 창작열의 불꽃은 두 해가 넘는 세월 내내 타올랐고, 그들이 내 글을 선택하고 읽고 좋아해 주고 나를 작가로 인정해 주리라 믿었다. 비록 ‘그들’이 누구일지는 쓰는 내내 몰랐지만 말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로지 거세고 뜨거운, 꺼트릴 수 없는 희망의 불꽃에 의지해 첫 책을 써 내려간 경험이 있는 지난날의 작가들은 모두 다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쳤을 게 틀림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비록 자신의 첫 작품을 쓰고 출판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한 사람의 작가가 탄생하기까지 거쳐야만 하는 처음이자 가장 중요하고 독보적인 그 과정에 대해 꼭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17-18쪽)

마침내 나는 나의 발견자이자 협력자인 편집자에게 이 작업이 언제 끝날지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바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는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을 택하겠다며, 이 일이 얼마나 잘될지 자기는 예언할 수도 알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말했다. “다만, 이 점만은 확실합니다. 세상이 이 작품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 책은 자기 자리를 찾아갈 겁니다.” (21쪽)

내 책은 무명작가의 첫 책이었다. … 1929년 가을에 이 책이 출판되면서 나는 비로소 작가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리하여 작가로서 치러내야 할 엄청난 수업의 첫 장이 열렸다. (22쪽)

무엇보다도, 나는 사람이 책을 한 권 쓰고 나면 절대적으로 명백하고 분명해지는, 그러나 다 쓰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책을 쓰는 것은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서라는 사실이었고, 책을 쓰고 나니 그 점이 자명하게 와닿았다. … 말하자면 나는 성공한 유명인이 되고 싶었으나 그때까지 누려온 무명인의 사생활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고, 나를 두고 명성이며 성공을 말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 이 당황스럽고 이율배반적인 문제가 또 다른 고통스럽고 까다로운 상황을 빚어냈다. 작품을 써서 출간하고 나자 나는 이미 작품을 아득히 멀리 떠나보낸 것처럼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와 동시에 세상에 내놓은 그 책의 생생하고 실체적인 존재와 날마다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중은 내 책에 대해 편지를 쓰거나 말을 걸어왔고 그에 응답하려 애쓰다 보니 내가 사기꾼 같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6-27쪽)

내 첫 소설은 흔히 자전적 소설이라고 불리는 종류다. 나는 첫 책의 서두에서 모든 진지한 창작물은 어차피 자전적일 수밖에 없으며, 《걸리버

영화 〈지니어스〉의 실제 인물 토머스 울프가 말하는
‘소설 쓰기’ 그리고 ‘소설가라는 직업’

대공황을 몇 해 앞두고 투기 광풍에 휩쓸린 1926년 미국, 소설가로서 청운의 꿈을 품고 처음으로 쓰고 또 쓰기를 거듭해 장장 5000매가 넘는 장편소설을 2년 반 만에 집필한 괴상한 젊은이가 있었다. 세상에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 이른바 무명작가였던 그는 운 좋게 자기 원고의 가치를 알아본 베테랑 편집자를 만났고 그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계약금 500달러짜리 수표와 계약서를 건네받았다. 이 만남 이후 1년 반이 지난 1929년에 무명작가 토머스 울프는 첫 소설 《천사여, 고향을 보라》로 일약 미국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다. 연작소설인 두 번째 장편소설 《시간과 강에 대하여》를 출간한 해인 1935년에 그가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라는 주제로 한 강연, 1938년 ‘글쓰기 선언’과도 같았던 그의 마지막 대중 강연은 모두 밀도 높은 글로 재탄생했다.
이 책은 울프의 이 두 글이 중심 뼈대를 이룬다. 그리고 여기에 《천사여, 고향을 돌아보라》의 서문에 딸린 중요한 지은이 주, 울프의 소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에서 울프와 10년간 동고동락한 찰스 스크리브너스 출판사의 전설적인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1884-1947)를 모델 삼아 창조한 인물이 주인공인 한 챕터, 울프가 사망한 이후 퍼킨스가 그를 회상하며 쓴 ‘울프 약전略傳’, 마지막으로 옮긴이의 성실한 해설까지, 어느 글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롭게 구성된 부록이 덧붙여져 있다.
첫 번째 글 〈어떤 장편소설 이야기〉에는 울프가 어떻게 하여 글쓰기를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첫 책을 쓰고 출판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후 두 번째 책을 출간하기까지 이어진 몇 년 동안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어떠한 고난을 겪었고 또 어떠한 깨달음을 얻었는지가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두 번째 글 〈글쓰기, 살아내기〉는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울프의 성찰이 담긴 글로, ‘소설가는 곧 노동자’라는 주장, 인간 삶과 사회에 천착하는 것이 곧 소설 쓰기의 본질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울프의 소설은 방대한 분량 때문인지 국내에 온전히 전편이 소개되지 못했고 그나마 출간되었던 책들도 오래전 절판된 상태다. 따라서 이 책은 현재 국내에서 울프의 글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책이다. 토머스 울프와 맥스웰 퍼킨스의 이야기는 영화 〈지니어스〉(마이클 그랜디지 감독, 2016)로도 만들어졌다. 주드 로가 울프 역을, 콜린 퍼스가 퍼킨스 역을 맡았다.

뉴욕의 한 출판사. 한 편집자가 거대한 원고 뭉치를 들고 다른 편집자의 방으로 들어와 책상 위에 부려놓으며 검토를 요청한다. 퇴근길, 코네티컷행 통근 열차 안에서 편집자는 첫 페이지에 ‘오, 사라진 것들이여O Lost’라는 제목(《천사여, 고향을 돌아보라》의 원제)이 적힌 원고를 읽기 시작한다. 귀가한 뒤에도 그는 식구들과의 저녁 식사 시간 말고는 내내 그 원고에 붙들려 있다. 이튿날 출근하는 열차 안에서 그 원고를 마침내 다 읽어낸 편집자의 얼굴에 ‘괴물이 하나 나왔구나’ 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 그 얼마 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손질하던 그 편집자 앞에 원고 뭉치의 주인공이 나타난다. “뉴욕의 편집자 놈들은 하나같이 내 글을 싫어해요.” 이번에도 퇴짜 맞을 것을 각오한 그에게 편집자는 이 원고를 출판하고 싶다고 말하며 계약금으로 500달러 짜리 수표를 내민다. (215쪽, 부록, 옮긴이의 말)
소설가 울프, 명편집자 퍼킨스

토머스 울프의 글쓰기 방식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글쓰기 노하우가 있겠지만 울프의 경우는 독창적인 방식임이 틀림없다. 전체적인 윤곽이나 플롯을 구성하기 전에 다양한 ‘자료’를 치밀하게 ‘발굴’하고 탐색하고 조사하여 빠짐없이 기록하려는, 거의 강박적인 욕망과 끝없는 노력. 이것이 바로 울프만의 방식이다. 그런 토막글들을 울프는 자신이 ‘장부책’이라 부르는 공책에 수백, 수천 편 기록한다. 그러기를 두 해 가까이, 그것들이 마침내 어떤 흐름을 이루고 점차 소설의 꼴이 되어가도록 계속해서 써 나간다. 말하자면 뼈대에 살을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거대한 혼돈 덩어리를 차츰 그 형태가 또렷이 드러나도록 깎아내고 덜어내는 방식이다. 이 같은 사전 조사 작업이 언뜻 보기엔 정력의 지나친 낭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울프는 자신만의 생각과 표현법을 찾아가는 이런 탐구가 옳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웅변한다.
그런데 글과 너무나 밀착된 나머지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자연히 그 역할은 노련한 편집자의 몫이 된다. 이때 편집자는 타오르는 창작욕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데 따른 고통, 자신에 대한 실망, 자포자기 같은 감정으로 작가가 허우적거릴 때 그의 곁을 지키며 침착하고 단호하게 나아갈 길을 가리키는 안내자이기도 하다. 이 책 전편을 통해 글쓰기에 온 힘을 기울였던 울프의 뜨겁고 진실한 목소리, 자신과 어려운 길을 함께 걸어준 동료에 대한 깊은 감사가 선연하게 드러난다.

내 여러 해의 삶을 바쳤으며, 그것을 글로 바꾸고자 몸부림쳤던 조사와 탐구에 관하여 내가 정말로 말하고 싶은 바는 다음과 같다. 그런 일이 남들 눈에는 아무리 바보스럽고 헛되어 보이더라도, 내가 언급했던 방대한 도표와 목록이 남들 눈에 아무리 지나치고 기괴하고 무절제하고 심지어 쓸모없어 보일지라도, 그 경험 전체의 질과 목적과 효과는 쓸모없지도 기괴하지도 지나치지도 않다는 것이다. … 내가 빠져서 허우적대야 했던 그 모든 낭비와 오류와 혼동, 헤아릴 수 없이 자주 맞닥뜨린 막다른 골목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덕분에 내 손에 쥔 자료의 구체적인 의미를 더 명확히 할 수 있었고, 그 무렵의 내가 가진 능력과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가늠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찾고 있는 표현법, 작가로서 내 삶이 진보하고 자라나고 있다면 내가 갖춰야만 할 나만의 언어에 대한 어렴풋하고 초보적일망정 살아 있는 이해에 이를 수 있었다. 이는 그때까지 내가 했던 어떤 경험에서도 얻지 못한 것들이었다. … 내가 쏟아부은 노력이 아무리 쓸모없고 소모적이기만 했다 해도, 나는 믿는다. 그 길을 선택하여 경험하고, 한 인간이자 작가로서 자신의 자원과 한계와 역량을 탐색하는 쪽이 유명인의 글쓰기 교실에서 희곡이나 소설 쓰기를 배우거나, 글쓰기 관련 책 혹은 다른 작가들의 책을 뒤적이며 스스로 깨우쳐야 할 문장, 형식, 양식, 구성 따위에 대해 한 수 배우려 드는 것보다 작가에게 훨씬 이롭다고. (64-66쪽)

그러나 그때 나는 더없이 귀중한 한 조각 행운에 기대고 있었다. 나는 엄청나고 끈질긴 지혜와 온화하지만 고집스러운 꿋꿋함을 간직한 한 남자를 벗 삼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산고로 절망감에 빠져들면서도 내가 망가지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이 남자의 용기와 인내심 덕분이었다. 그가 내가 포기하도록 방관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그 특별한 상황에서 전쟁터의 노련한 참관인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잘 활용하기도 했다. 나는 그 전쟁에 직접 뛰어들어 흙먼지와 진땀을 뒤집어썼고, 격전으로 진이 빠졌으며, 정작 내가 치르고 있는 격전의 본질과 진척에 대해서는 나의 벗만큼 분명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지켜보는 것, 내가 일을 손에서 놓지 않도록 이런저런 방법으로 구슬리는 것밖에 없었는데, 그는 그 역할을 수많은 조용하고 놀라운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75쪽)

“내가 겪어보니 작가는 단연코 노동자다”

울프 자신이 그랬다고 고백했거니와 우리는 여전히 글쓰기 혹은 작가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노력하지 않고도 엄청나게 재미난 이야기를 술술 쓸 수 있다는 환상. 이에 대해 울프는 단언한다. 단연코 소설가는 노동자라고. 따라서 글이 잘 써지는 ‘명당’ 같은 곳은 이 세상에 없으며,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 그곳 장삼이사의 삶에 깊이 천착해야 한다고. 몇 년에 걸친 탐색을 통해 울프는, 글쓰기란 개인적인 고뇌와 열망을 풀어놓는 틀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눈, 세상을 읽는 눈을 밝히는 과정임을 역설한다.
울프가 소설

작가정보

Thomas Wolfe, 1900-1938
혜성처럼 등장해 20세기 초반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선 소설가. 1900년에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전직 교사 어머니와 석수石手 아버지의 여덟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16년에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법학과에 입학, 교내 신문과 잡지의 편집자로도 활동했고, 희곡 과정을 수강하면서 단막극을 쓰고 연기를 하기도 했다. 1920년, 극작가가 되고 싶어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3년간 수학하면서 ‘47워크숍’에 참여했고, 이 극단에서 그의 희곡을 학내에서 상연했다.
1923년에 뉴욕으로 이주하여 뉴욕 대학교 워싱턴 스퀘어 칼리지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이 시기에 단편소설을 몇 편 쓰긴 했으나 여전히 극작가가 되려는 꿈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24년 떠난 첫 유럽 여행에서 런던 체류 중이던 1926년에 처음으로 ‘커다란 장부책’에다 ‘어떤 작정도 계획도 없이’ 몇 달 동안 밤낮으로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귀국한 뒤에도 주경야독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갔고, 2년 반 만에 어마어마한 양의 원고를 탈고했다(35만 단어, 200자 원고지로는 대략 5250매 분량). 이때 나이 스물여덟. 원고를 들고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이때 스크리브너스 출판사의 명편집자 맥스웰 퍼킨스가 이 원고를 읽고 계약을 제안한다. 그의 이 첫 소설은 퍼킨스와의 밀착된 협업 과정을 거쳐 《천사여, 고향을 보라》라는 제목으로 1929년에 출판된다. 책 출간 이후 문단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동시에, 소설의 자전적 내용이 고향 사람들에게 격한 반감과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1930년부터는 뉴욕 대학교를 사직하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오로지 글쓰기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그 후 같은 편집자와 함께 다시 5년이라는 길고 격정적인 시간을 쏟아부어, 연작 장편소설인 《시간과 강에 대하여》와 단편소설집 《죽음에서 아침으로》를 1935년에 출간한다. 두 번째 장편은 상업적으로 더 성공했으며, 1937년에 마침내 고향 애슈빌에서도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1938년 9월 15일, 결핵성 뇌수막염을 이기지 못하고 3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 그가 남긴 엄청난 양의 유고는 하퍼앤드브라더스 출판사의 편집자인 에드워드 애스웰의 손을 거쳐 장편소설 《거미줄과 바위》(1939),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1940), 단편 및 미완성 소설의 일부를 모은 《언덕 저 너머》(1941) 등으로 출판되었다. 그와 울프와 퍼킨스의 사연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마이클 그랜디지 감독, 〈지니어스〉, 2016).

이화여자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월간지 〈샘이 깊은 물〉 기자를 거쳐 출판 기획과 편집, 번역 일을 해왔다. 옮긴 책으로 《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 《말러, 그 삶과 음악》 《프로코피예프, 그 삶과 음악》 《말러 앨범》 《클래식, 고음악과의 만남》 《피아노의 역사》 《장편소설가 되기》가 있다.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Klover리뷰 안내
Klover(Kyobo-lover)는 교보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남겨주신 평점과 감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보문고의 리뷰 서비스입니다.
1.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평점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운영 원칙 안내
Klover리뷰를 통한 리뷰를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 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 입니다. 교보eBook 앱에서 도서 열람 후 문장 하이라이트 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교보eBook 첫 방문을 환영 합니다!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교보e캐시 1,000원
    TOP
    신간 알림 안내
    무명작가의 첫 책 웹툰 신간 알림이 신청되었습니다.
    신간 알림 안내
    무명작가의 첫 책 웹툰 신간 알림이 취소되었습니다.
    리뷰작성
    •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최초1회)
    • 리워드 제외 상품 : 마이 > 라이브러리 > Klover리뷰 > 리워드 안내 참고
    • 콘텐츠 다운로드 또는 바로보기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
    감성 태그

    가장 와 닿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사진 첨부(선택) 0 / 5

    총 5MB 이하로 jpg,jpeg,png 파일만 업로드 가능합니다.

    신고/차단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모든 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문장수집 작성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eBook 문장수집은 웹에서 직접 타이핑 가능하나, 모바일 앱에서 도서를 열람하여 문장을 드래그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P.
    무명작가의 첫 책
    저자 모두보기
    낭독자 모두보기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프리미엄 이용권입니다.
    선물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결제완료
    e캐시 원 결제 계속 하시겠습니까?
    교보 e캐시 간편 결제
    sam 열람권 선물하기
    • 보유 권수 / 선물할 권수
      0권 / 1
    • 받는사람 이름
      받는사람 휴대전화
    •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이 상품의 총서 전체보기
    네이버 책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네이버 책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
    구글북액션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구글북액션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