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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사람과나무사이

2019년 08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19년 08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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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42.33MB)
ISBN 9791188635221
쪽수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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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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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위대한 식물들!
표면상 움직이지 않는 식물이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추동하며 만들어낸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뛰어난 통찰을 담은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모든 것은 후추에서 비롯되었다. 같은 무게의 순금과 맞먹는 가격에 거래될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녔던 검은색 향신료 후추를 손에 넣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싶었던 개인과 국가의 들끓는 욕망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항해시대를 활짝 열게 했고,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건설하게 했고, 그 후 미국이 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승승장구하게 했다.

모두 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후추와 함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인 감자,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인 차,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의 사탕수수 등 모두 13가지 식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식물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버리게 하고, 식물과 인간에 대한, 그리고 식물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뚜렷하고도 의미 있는 발자국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서문_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위대한 식물 이야기

1.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감자

마리 앙투아네트가 가장 사랑한 꽃은 장미가 아니라 감자꽃이었다고?
땅속 덩이뿌리 감자를 처음 보고 충격에 휩싸인 유럽인
종교재판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화형에 처해진 불운한 감자 이야기
감자를 대중에 보급하려다 솔라닌 중독으로 죽을 뻔한 엘리자베스 1세
프리드리히 2세가 “앞으로 이 나라에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공표한 이유
인간뿐 아니라 돼지의 식량 문제도 해결해준 감자
교묘한 대국민 심리전으로 감자 보급에 성공한 루이 16세
감자가 유럽인의 음식문화를 채식에서 육식으로 바꾸어놓았다고?
감자가 괴혈병 예방으로 많은 뱃사람의 목숨을 살렸다는데?
아일랜드인 100만 명을 대기근의 지옥으로 몰아넣은 감자 역병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고 세계 역사를 바꾼 감자
카레라이스를 처음 만든 주인공은 인도인이 아니라고?

2.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

200년간 유럽인에게 배척당한 불운한 식물
유럽인은 왜 그토록 철저하게 토마토를 외면하고 배격했을까
토마토가 독이 든 식물로 오해받은 것은 열매의 ‘빨간 색깔’ 때문이라고?
토마토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 재료로 자리 잡은 숨은 이유
전 세계인의 식탁을 뒤바꿔놓은 토마토케첩은 어떻게 탄생했나
식량이 아닌 작물 중 전 세계 생산량 1위에 빛나는 토마토
미국에서 토마토가 재판에 회부된 적 있다는데?

3.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 후추

금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 식물, 후추
향신료를 차지하는 나라가 세계를 제패하던 시대
대항해시대를 열고 세계를 둘로 나눈 두 나라
네덜란드는 왜 살벌한 향신료 무역 판에 도전장을 내밀었나
후추가 금처럼 비싼 가격에 팔린 진짜 이유
후추를 향한 ‘검은 욕망’이 세계지도를 바꿨다

4.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 고추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한 고추가 콜럼버스에게 ‘후추’여야만 했던 까닭
후추를 향한 욕망에서 시작된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탐험
고추는 어떻게 아시아에서 후추를 비롯한 모든 향신료를 압도할 수 있었나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간을 매혹하는 식물들
인간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
후추보다 100배 강한 매운맛을 내는 고추가 사람을 매혹하는 이유
새에게 먹혀 널리 번식하고자 하는 고추의 독특한 진화 전략
고추가 일본보다 한국에서 훨씬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비결
피망과 파프리카에 스며 있는 ‘후추’에 대한 향수와 동경

5.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양파

양파가 없었다면 피라미드도 없었다?
양파가 그토록 탁월한 약효를 지니게 된 이유
우리가 먹는 양파는 뿌리나 열매가 아닌 ‘줄기’와 ‘잎’이라는데?

6.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차

진시황제가 불로불사의 약으로 믿었던 식물, 차
송나라가 멸망하며 중국에서 사라진 말차 전통이 일본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이유
남성을 위한 ‘커피하우스’가 여성을 위한 ‘티가든’에 의해 밀려나다
홍차는 왜 산업혁명 시기 공장 노동자들에게 사랑받았을까
‘미국 독립전쟁’이라는 화약고에 불을 댕긴 도화선, 홍차
영국인의 기형적인 홍차 사랑이 낳은 엄청난 비극, 아편전쟁
인도를 단숨에 세계 제일의 홍차 산지로 탈바꿈시킨 아삼종 차
진시황제가 흠모했던 차, 세계 역사를 바꾸다

7.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사탕수수

달콤한 맛과 냄새를 찾는 일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던 이유
왕족과 귀족의 입에만 들어가던 호사스러운 사치품, 설탕
인간의 중노동을 먹고 자라는 잔혹한 식물, 사탕수수
풍요로운 서인도 제도까지 침투한 사탕수수 재배 농업
천혜의 자연환경을 거대한 사탕수수밭으로 바꾼 유럽 강대국의 달콤하고 위험한 욕망
414년간 940만 명의 아프리카 흑인이 사탕수수 농사에 노예로 동원되다
잔혹한 사탕수수 노예무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하와이를 ‘다민족 공생 사회’로 만든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8.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 목화

인류의 의복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꾼 새하얗고 부드럽고 독특한 식물, 목화
동물의 털과 새의 깃털에서 옷감을 구하던 시대
‘양이 주렁주렁 열리는 식물’을 상상한 유럽인
목화가 없었다면 산업혁명도 없었다?
흑인 노예를 착취하는 목화 재배와 삼각무역을 통해 부를 일군 신생국가 미국
노예해방에 숨어 있는 링컨 대통령의 교활한 책략
아랄해를 사라져버리게 만든 중앙아시아의 목화 재배

9.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볏과식물?밀

나무와 풀 중 더 진화한 쪽은?
외떡잎식물이 쌍떡잎식물보다 더욱더 진화하고 발달한 형태인 이유
초식동물과 ‘두뇌 싸움’을 벌이는 영리한 볏과 식물
볏과 식물은 왜 자기 잎의 영양분을 스스로 없앴나
볏과 식물의 은밀한 공격에 대한 초식동물의 역습
초기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한 ‘돌연변이 밀’ 씨앗 한 톨
농업은 왜 풍요로운 자연환경이 아닌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되었을까
인류가 볏과 식물을 이용해 살아남는 영리한 전략, 목축
볏과 식물이 탄수화물을 주 영양원으로 삼은 까닭
탄수화물의 포로가 되어 중노동의 험한 길로 들어서다
농사의 시작과 함께 무한경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경주로에 들어선 인류

10.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 벼

벼농사 이전, 토란에서 전분을 섭취했던 고대 일본인
황허 문명과 창장 문명 사람들, 한정된 토지를 놓고 격돌하다
고대 세계에서 농경민족은 왜 강대국이 될 수밖에 없었나
인류 초기 농민들은 왜 밀이나 보리가 아닌 벼를 재배했을까
아시아가 벼농사에 가장 적합한 대륙이 된 이유
‘논의 발명’으로 벼농사를 완성하다
초기 농경사회에서 쌀이 화폐로 사용될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조건
영국의 ‘밀농사’보다 6배 많은 인구를 부양하는 일본의 ‘벼농사’

11.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 콩

중국이 원산지인 콩,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하다
중국 4,000년 문명을 뒷받침해준 위대한 두 가지 작물, 벼와 콩
콩의 조상이 잡초 중 하나인 ‘돌콩’이라고?
콩을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르는 이유
쌀은 왜 콩과 환상의 콤비를 이룰까
일본에서 된장은 왜 전쟁 시기인 전국시대에 크게 발전했나
세계 대공황 여파로 북미에서 옥수수의 위상을 위협한 콩
아시아 이민자들이 뒤뜰에 키우던 콩, 남미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주요 작물이 되다

12.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옥수수

가축처럼 인간의 도움 없이는 자랄 수 없는 식물, 옥수수
신이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은 마야인
‘자연 법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유럽인에게 배척당한 이상한 식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은?
인간의 몸 절반이 옥수수 성분으로 이루어졌다고?
옥수수가 없다면 21세기 최첨단 과학 문명도 없다

13.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튤립

십자군의 짐에 섞여 유럽에 잠입한 터키의 야생 튤립 씨앗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수놓은 외래종 꽃
튤립 한 뿌리가 집 한 채 가격에 거래됐다고?
욕망의 알뿌리 튤립으로 인한 거품경제가 종말을 맞이하다

맺음말_ 동물, 심지어 인간과도 치열하게 두뇌 싸움하며 생존하고 번식하는 영리한 식물들
참고문헌

감자는 잎에도 독이 들어 있다. 16세기 유럽에 감자가 전파된 후 이 작물을 먹고 중독되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감자는 독성식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여기에 더해 울퉁불퉁한 겉모양 탓에 감자를 먹으면 한센병에 걸린다는 황당한 미신이 퍼지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자는 ‘성서의 기록에 나오지 않는 식물’이었다. 성서에서 하느님은 씨앗으로 번성하는 식물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감자는 씨앗이 아닌 덩이줄기로 번식한다. 그렇다 보니 뿌리줄기로 번식하는 감자가 유럽인에게 기이한 식물로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은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한때 중세유럽에서는 마녀재판 등 종교재판이 성행했다. 한데, 이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정에 악마의 식물로 낙인찍힌 감자가 서는 날이 찾아왔다. 재판정은 감자에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놀랍게도 마녀로 몰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화형이 형벌로 내려졌다. 세상의 모든 생물이 암수의 조화로 자손을 남기는데, 감자는 덩이줄기만으로 번식한다는 점이 유죄의 근거였다. 이런 번식 방법이 성적으로 매우 불순하다고 본 것이었다. 아무튼 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에서 침샘을 자극할 만큼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솔솔 풍겼을 텐데,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군침 도는 냄새로 느껴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 본문 「종교재판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화형에 처해진 불운한 감자 이야기」중에서 (31~33p.)

이슬람권에서는 온갖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후추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십자군 원정 이후였다. 이슬람 지역으로 십자군 원정을 떠난 기사와 병사들이 그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본 뒤 후추를 비롯한 여러 향신료를 자신의 모국에 전한 것이었다. 중세 유럽인들은 그 독특하고도 이국적인 향취에 흠뻑 취해 후추 등 향신료를 열렬히 갈망하기 시작했다.
‘후추를 비롯한 다양한 향신료를 육로가 아닌 해로로 유럽에 들여올 수 있다면……?’ 당대의 유럽 상인들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유럽에서 향신료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기에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바닷길로 후추를 들여와 대박을 터뜨릴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처럼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유럽인의 후추 사랑은 여전히 이루어지기 힘든 짝사랑에 신기루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로 남아 있었다.
중세 유럽 선원들에게 바다란 주로 ‘지중해’를 의미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지중해 끄트머리에 있는 나라다. 그런 터라 이 두 나라는 지중해 무역에 활발히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흥미롭게도 두 나라가 지닌 이런 지정학적 약점과 한계가 장점으로 작용했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두 나라는 지중해 무역에 억지로 끼려고 애쓰는 대신 지중해 바깥의 넓은 바다로 진출한 것이었다.

- 본문 「향신료를 차지하는 나라가 세계를 제패하던 시대」 중에서 (77~78p.)

콜럼버스의 착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항해 목적은 인도에서 후추를 확보해 스페인으로 직접 들여오는 직항로를 개척하는 데 있었다. 그 무렵 육류를 보존하는 데 필수품이던 후추는 아시아 각지에서 생산되어 인도로 모였고, 다시 아랍 상인의 손을 거쳐 유럽으로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아시아의 후추 무역이 아랍 상인들의 손아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후추 가격 또한 아랍 상인에 의해 좌우되다시피 했다. 유럽 내부적으로 후추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에 더해 아랍 상인의 농간이 겹쳐지다 보니 순식간에 후추는 같은 무게의 금과 맞먹을 만큼 엄청난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어이없게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알게 된 고추를 후추를 의미하는 ‘페퍼’라고 부르게 된 데는 이런 시대적?정치적?경제적?역사적 맥락이 존재한다. 후추는 아열대 기후의 인도 남부 지역이 원산지인 식물이라 유럽에서 나고 자란 콜럼버스가 후추라는 식물을 잘 몰랐다고 변명한다면 할 말은 없다. 실제로 후추를 향신료 중 하나로 날마다 사용하는 오늘날에도 후추가 덩굴손을 뻗는 덩굴식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러니 후추라는 식물의 생김새를 몰랐다는 말은 얼마든지 수긍해줄 만하다. 그러나 후추를 찾아 거칠고 험한 항해에 나선 콜럼버스가 그 맛마저 몰랐을까? 내 생각에 콜럼버스는 의도적으로 착각한 듯싶다. 다시 말해, 콜럼버스에게 아메리카 대륙의 고추는 후추여야만 했던 게 아닐까.

- 본문 「후추를 향한 욕망에서 시작된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탐험」 중에서 (100~101p.)

영국인이 홍차를 사랑하고 즐겨 마실수록 많은 양의 차를 청나라에서 사와야 했다. 그렇게 영국은 차를 사기 위해 엄청난 양의 은을 중국에 쏟아부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청나라 쪽에서는 영국에서 사 올 만한 상품이 별로 없었다. 그 탓에 영국의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돈줄이던 미국마저 독립하자 영국 정부의 주머니 사정은 한층 더 빠듯해졌다. 영국이 ‘삼각무역’이라는 묘수를 내놓은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산업혁명으로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값싼 면직물을 영국인들은 국내에서 다 소비하지 못하고 인도로 수출했다. 그 영향으로 인도의 전통 면직물 산업이 줄줄이 무너졌다. 영국은 주요 산업이 무너진 인도에서 마약 원료인 양귀비를 재배했고 그것으로 만든 아편을 청나라 상인들에게 팔았다.
이처럼 영국은 인도에서 생산한 아편을 청에 팔고 자국에서 생산한 면제품을 인도에 팔아 차를 수입하느라 유출한 은을 회수하는 개념의 삼각무역을 창안했다. 청나라가 즉각적으로 이 무역에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아편을 취급하는 영국 상인의 짐을 압수하려는 청과 자국 무역 보호를 주장하는 영국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면서 1840년 청나라와 영국 사이에 아편전쟁이 일어났다.

- 본문 「영국인의 기형적인 홍차 사랑이 낳은 엄청난 비극, 아편전쟁」 중에서 (146~147p.)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했으나 그녀가 간절히 찾던 후추는 발견하지 못했다. 본래 스페인은 후추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포르투갈 등의 다른 유럽국들을 압도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콜럼버스의 항해를 지원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콜럼버스가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 스페인은 서인도제도에서 부를 창출하고자 새로운 경제적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갖 진귀한 식물을 유럽으로 전파한 인물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구대륙인 유럽의 식물을 신대륙인 아메리카로 옮겨와 재배하고자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포르투갈 연안의 마데이라제도(Arquip?lago da Madeira)에서 재배하던 사탕수수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카리브해 섬들의 온난한 기후에 주목한 콜럼버스는 사탕수수를 아메리카 대륙에 들여왔다. 그의 계획대로 그렇게 도입해 재배된 사탕수수는 후추를 대신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라났고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그렇게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해 대량으로 얻은 설탕은 유럽으로 흘러 들어갔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설탕은 어디까지나 기호품일 뿐 식량이 아니다. 사탕수수가 없다고 굶어 죽을 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돈벌이에 혈안이 된 스페인의 지배를 받게 된 풍요로운 섬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당하며 드넓은 사탕수수밭으로 바뀌고 말았다.

- 본문 「천혜의 자연환경을 거대한 사탕수수밭으로 바꾼 유럽 강대국의 달콤하고 위험한 욕망」중에서 (162~164p.)

인류가 볏과 식물을 주요 식량원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가 우연히 찾아왔다. 놀랍게도 그 해결책을 ‘돌연변이 밀’이 제공했다.
일립계 밀(Einkorn Wheat)은 석기시대 때부터 인류가 재배해온 작물로 밀의 선조 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랜 옛날 어느 날 우리의 선조 중 누군가가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바로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밑동을 발견한 일대 사건이다. 아주 낮은 확률로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성’을 지닌 돌연변이가 생겨날 때가 있는데 가물에 콩 날 확률보다 더 낮은 확률로 나타나는 그 돌연변이 밑동을 인류가 운 좋게 발견한 것이다.
씨앗이 여물어도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그 식물은 자연계에 자손을 남길 수 없다. 그러므로 탈립성이 없는 특성, 즉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성질은 식물의 치명적 결함이며 번식을 방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물이 가진 이런 결함과 악재가 오히려 인류에게는 호재이자 축복으로 작용했다.
여문 뒤에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씨앗은 인간에게 식량이 되어준다. 그리고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작물의 밑동에서 씨앗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심으면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지닌 밀을 얻는 길이 열린다. 이는 운이 따라준다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농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본문 「초기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한 ‘돌연변이 밀’ 씨앗 한 톨」 중에서 (207~208p.)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후추를 향한 ‘검은 욕망’이 오늘의 세계지도를 만들었다!

모든 것은 ‘후추’에서 비롯되었다. 아니, 같은 무게의 순금과 맞먹는 가격에 거래될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녔던 검은색 향신료 후추를 손에 넣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싶었던 개인과 국가의 들끓는 욕망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도, 바스쿠 다가마의 위대한 항해도,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최초 세계 일주 탐험도 ‘후추’가 발단이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항해시대를 활짝 열고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건설한 것도, 그 후 미국이 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승승장구한 것도 모두 후추가 원인이었다.

식물이 세계사를 바꿨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사실이다. 인류가 수렵?채집에 의존해 살아가던 시절 우연히 발견한 돌연변이 밀 씨앗. 그 작은 한 톨이 농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류를 생존하고 번성하게 했다. 부와 권력, 빈부 격차와 계급을 만들어냈다. 문명을 태동시켰고 국가 생성과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표면상 움직이지 않는 식물이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추동하며 만들어낸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뛰어난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위대한 식물 이야기

ㆍ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 후추 ㆍ 콜럼버스, 바스쿠 다가마, 마젤란으로 이어지는 대항해시대를 열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과 세계 유일 패권국 미국을 낳은 위대한 식물.

ㆍ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감자 ? 무시무시한 역병으로 아일랜드에 대기근을 일으켜 100만 명을 죽였으나 결국 J. F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을 배출하여 미국과 세계 역사를 바꾼 아이러니한 식물.

ㆍ 씨앗 한 톨에서 농업과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밀 ? 여물어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돌연변이 씨앗을 발견하여 농사를 지음으로써 인류가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한 기적의 식물.

ㆍ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사탕수수 ㆍ 콜럼버스가 카리브해 섬들에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조성하고 노예노동을 시작함으로써 ‘인종차별의 역사’를 촉발한 문제의 식물.

ㆍ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차 ㆍ 17~18세기 유럽인들이 설탕을 타서 마시기 시작함으로써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하고 ‘미국 독립전쟁’과 ‘아편전쟁’을 일으킨 위험한 식물.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위대한 식물 이야기

교보문고?Yes24 등 주요 온?오프라인서점에서 1년 넘게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여 많은 역사학도와 자연과학도, 그리고 지적 욕구가 강한 일반 독자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유쾌한 지식을 전해준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시리즈 두 번째 책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 사람과나무사이에서 출간되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이 모두 1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 감자」,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 토마토」,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 ? 후추」,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 ? 고추」,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 양파」,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 차」,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 사탕수수」,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 ? 목화」,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 볏과 식물?밀」,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 ? 벼」,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 ? 콩」,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 옥수수」,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 튤립」이 구체적인 얼개다.

식물이 인류 1만 년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인류가 수렵?채집에 의존해 살아가던 시절 우연히 발견한 돌연변이 밀 씨앗. 그 작은 한 톨이 농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류를 생존하게 번성하게 했다. 부와 권력, 빈부 격차와 계급을 만들어냈다. 문명을 태동시켰고 국가 생성과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표면상 움직이지 않는 식물이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추동하며 만들어낸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뛰어난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 후추를 향한 ‘검은 욕망’이 오늘의 세계지도를 만들었다는데……?!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것은 후추에 대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도, 바스쿠 다가마의 위대한 항해도,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최초 세계 일주 탐험도 모두 ‘후추’에서 비롯되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대항해시대를 활짝 열고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건설한 것도, 그 후 미국이 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승승장구한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후추가 원인이었다.
15세기 유럽에서는 후추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후추 가격이 황금 가격과 맞먹는다’고 할 정도였는데 이는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실제로 1그램의 후추가 같은 무게의 순금 가격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될 정도였으니까. 그런 터라 당대의 유럽에서 후추를 손에 넣은 개인은 부를 거머쥐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후추 무역을 독점하는 국가는 쟁쟁한 경쟁국들을 제치고 독보적인 위치에 설 수 있었다. 포르투갈이 바스쿠 다가마를, 스페인이 콜럼버스와 마젤란을 후원하여 탐험을 떠나게 한 것도 인도에서만 생산된다는 후추를 독차지하고 싶은 시커먼 욕망의 발로였다.

▣ 감자 역병으로 인한 아일랜드 대기근과 미국으로의 대이주 사건이 없었다면 미국과 세계 역사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이라는데……?!

감자가 오늘날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면 믿어지나? 사실이다. 19세기 아일랜드가 이 일의 발단이었다. 당시 아일랜드에는 감자역병으로 인한 대기근이 휩쓸고 지나갔다. 대기근은 아일랜드에 참혹한 결과를 남겼다. 100만 명에 달하는 많은 사람이 굶주림으로 고통받으며 죽어갔다.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고향을 등지고 당시 신천지로 여겨지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수가 자그마치 400만 명에 달했다.
19세기 미국은 본격적인 공업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 무렵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인은 대규모 노동자 집단으로 변신해 미국 공업화와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축적한 부와 에너지를 바탕으로 당대 최강대국 영국을 앞지르며 세계 최고 공업국가로 발돋움했다.
아일랜드 대기근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 중에는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한 주인공이자 제35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J. F. 케네디의 할아버지 패트릭 케네디도 있었다. 미국과 세계 현대사를 만든 주역들 중 한 명인 대통령 레이건과 클린턴, 오바마의 선조들도 그 행렬에 끼어 있었다. 그 밖에 월트 디즈니를 만든 월트 디즈니와 맥도날드의 창업자 맥도날드 형제 역시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19세기 감자 역병으로 인한 아일랜드 대기근이 없었고, 그로 인한 미국으로의 아일랜드인 대이동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케네디와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와 같은 걸출한 미국 대통령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과 세계는, 그리고 세계지도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후추를 찾지 못한 콜럼버스가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대체 수단으로 카리브해 섬들에 조성한
대규모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노예무역과 인종차별의 역사를 만들었다는데……?!

달콤한 맛을 지닌 작물 사탕수수가 세계 역사를 바꾸었다. 세계사의 이 드라마틱한 페이지에도 문제의 인물 콜럼버스가 등장한다.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아메리카대륙을 탐험했으나 그녀가 간절히 손에 넣고 싶어 있던 후추는 발견하지 못했다. 원산지가 인도 남부인 후추는 그 일대에서만 생산되었는데, 콜럼버스가 오랜 항해 끝에 다다른 땅은 아시아의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 대륙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그곳엔 후추가 없었다. 콜럼버스는 부하들을 이끌고 몇 날 며칠이고 후추를 찾아 헤맸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후추 대신 그가 발견한 작물은 ‘고추’였다.
콜럼버스는 후추와 전혀 다른 작물인 고추를 후추로 속여 스페인에 보냈다. 그에게 아메리카대륙이 인도여야만 했듯 그곳에서 발견한 고추 역시 후추여야만 했다(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들이 ‘서인도제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후추와 전혀 관계가 없는 고추(Hot Pepper/Red Pepper)와 피망(Green Pepper), 파프리카(Sweet Pepper)의 영어명에 후추를 의미하는 단어 ‘Pepper’가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한다._옮긴이). 후추에 모든 걸 걸고 대모험을 떠난 콜럼버스가 고추 앞에서 난감해하고 고민스러워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
결국 콜럼버스와 스페인은 서인도제도에서 부와 권력을 창출하고자 새로운 경제적 활동에 나섰다. 그들이 주목한 작물은 당시 일부 왕족과 귀족의 입에만 들어가던 호사스러운 사치품인 설탕의 원료 사탕수수였다. 사탕수수는 아열대기후인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데, 온난한 기후의 카리브해 섬들이 사탕수수 재배에 적합해 보였고 콜럼버스는 이 작물을 아메리카 대륙에 들여왔다. 그의 계획대로 그렇게 도입된 사탕수수는 후추를 대신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라났고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사탕수수 재배는 엄청난 노동력을 요구하는 농업이었다. 벼농사와 달리 모종을 심는 일에서부터 수확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가축이 아닌 사람의 힘과 노력으로 해내야 했다. 콜럼버스에 의해 시작되고 발전한 서인도제도의 사탕수수 재배 농업은 대규모 플랜테이션으로 발전했는데, 여기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노동력을 충당하려는 방편으로 노예무역이 시도되고 끔찍한 인종차별과 학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7세기에 아시아(중국)에서 유럽으로 차가 전해지면서 설탕의 가치를 크게 높여주었다. 차 본래의 쓴맛을 즐기는 동양인들과 달리 유럽에서는 설탕을 첨가하여 쓴맛을 없애고 단맛을 강화하게 되면서 홍차 문화가 대중화하고 설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는 유럽에서 ‘홍차의 대중화’ 흐름과 맞물리면서 세계사를 다시 한 번 크게 바꿔놓았다.

우리가 기르고 먹는 식물 하나하나에
이토록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이야!

ㆍ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밀 ? 수렵?채집에 의존하던 초기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우연히 발견한 ‘돌연변이 밀’ 씨앗 한 톨이었다. 본래 볏과 식물의 일종인 밀 씨앗은 ‘탈립성’(식물이 자기 몸에서 씨앗을 떨어뜨려 번식 가능성을 높이는 성질) 때문에 저장해두었다가 땅에 심어 경작하는 방식으로 농사지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주 드문 확률로 여물어도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성’을 지닌 밀이 나타났다. 그걸 눈여겨본 초기 인류 중 누군가가 돌연변이 씨앗을 따서 저장해두었다가 땅에 심기 시작했다. 농업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부를 창출했으며, 세계사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ㆍ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양파 ? 기원전 수십 세기에 건설된 피라미드 부조를 조사하던 고고학자들은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피라미드를 건축하는 노동자들이 허리에 양파를 매달고 일하는 장면이 그것. 이는 고대 이집트 왕실에서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에게 강장제 역할을 하는 양파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양파의 탁월한 효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인류 최고 문화유산 피라미드는 성공적으로 완공되지 못했을 거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만큼 피라미드 건설은 엄청난 노동력과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ㆍ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 ? 남미의 안데스산맥이 원산지인 토마토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탐험 이후인 16세기에 유럽에 전해졌다. 그러나 토마토는 독성식물로 낙인찍히고 ‘악마의 식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200여 년간이나 철저히 외면당하다가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사람들이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요리에 음식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토마토는 ‘식량이 아닌 작물 중 전 세계 생산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작물이 되어 지구인의 식탁을 바꿔놓았다.

ㆍ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옥수수 ? ‘자연법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유럽인에게 배척당한 이상한(?) 식물이 있다. 바로 옥수수다. 보리나 밀 등의 볏과 식물에 익숙했던 유럽인에게 옥수수는 기묘한 식물이었다. 옥수수는 멀리 퍼뜨려야 할 씨앗을 껍질로 꽁꽁 싸매고 있어 씨를 퍼뜨릴 수가 없다. 더구나 껍질로 둘둘 말려 있던 노란 알맹이가 겉으로 드러나도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씨앗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으면 자손을 남길 수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날 옥수수는 모든 작물을 통틀어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작물이다. 인간과 가축 식량으로는 물론이고 공업용 알코올과 종이상자 같은 자재, 석유를 대체할 바이오 에너지 등으로도 쓰인다. 현대 문명은 옥수수 없이 성립할 수 없을 정도다.

ㆍ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차 ? 17~18세기 동양의 신비한 음료인 차에 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설탕을 넣어 마시기 시작한 유럽인의 작은 습관 변화 하나가 세계사를 송두리째 뒤바꿔놓았다. 설탕 덕분에 유럽인에게 열렬히 사랑받게 된 홍차는 그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려 애쓰는 과정에 ‘두 전쟁’을 촉발함으로써 세계사를 뒤바꿔놓았다. 하나는 ‘미국 독립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졌던 ‘아편전쟁’이 그것이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농학 박사이자 식물학자. 농업생태학?잡초 과학?농업 연구에 종사하면서 저술과 강연으로 대중에게 식물의 위대함과 매력을 전해주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다. 1968년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났다. 오카야마대학 대학원 농학 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하고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농림수산성, 시즈오카현 농림 기술연구소 등을 거쳐 시즈오카대학교 농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다.
주요 저서로 『싸우는 식물』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풀들의 전략』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도시에서, 잡초』 『잡초의 성공전략』 『유쾌한 잡초 캐릭터 도감』 등이 있다. 그동안 저자는 권위를 인정받는 식물학자로서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식물의 세계를 대중에게 알리고자 노력해왔다. 이 책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저자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식물학에 해박한 세계사 지식을 효과적으로 접목하여 빚어낸 흥미롭고 유익한 지식, 뛰어난 통찰로 빼곡한 대중 인문서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회사생활에서 접한 일본어에 빠져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출판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가 삶의 모토로 더 많은 책을 읽고 알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책을 읽고 옮긴다. 옮긴 책으로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 뇌과학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 ? 인간관계편』 『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소수는 어떻게 사람을 매혹하는가?』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 『유럽 사상사 산책』 『백곰 심리학』(2010년 문화관광부 추천 우수교양도서) 『처음 시작하는 그리스 신화』 『도쿄의 작은 공간』 『세상 끝의 아이들』 『어쩌다 너랑 가족』 『천국 마일리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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