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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일레븐 :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장편소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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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7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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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587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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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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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디스토피아 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문명의 종말을 다룬 소설이 넘쳐나는 지금, 그 어떤 종말소설과도 다른 주제, 바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 『스테이션 일레븐』. ‘지금 여기’에 대한 사랑 고백인 동시에 일종의 우화인 이 소설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을 생각하게 하고, 종말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마치 기적 같은 매일의 삶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할리우드 배우 아서 리앤더가 《리어 왕》 공연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질 무렵, '조지아 독감' 보균자를 실은 비행기 한 대가 미국에 착륙한다. 빠르고 치명적인 이 전염병은 원자폭탄처럼 터져 인류의 99.9퍼센트를 휩쓸어가고, 눈 깜빡할 사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끝이 난다.

그로부터 20년 후,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는 문장을 마차에 새긴 악단이 광활한 북미 대륙을 떠돌며 셰익스피어 희곡을 공연하고 있다. 그중에는 《리어 왕》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커스틴도 있다. 아서가 죽던 모습 말고는 종말 전의 기억이 없는 그녀는 아서가 준 스테이션 일레븐이라는,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만화책을 애지중지 가지고 다닌다.

그러던 중 ‘예언자’라고 불리는 청년이 지배하는 마을에 들어서게 된 악단은 배우 하나를 예언자의 네 번째 부인으로 달라는 요구를 거절해 쫓기는 신세가 되고, 항상 가던 길을 벗어나 예전에 공항이었고 지금은 ‘문명 박물관’이라 불리는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유랑악단과 문명 박물관, 어느 파파라치와 할리우드 배우와 그의 전처와 그녀가 그리는 《스테이션 일레븐》이라는 제목의 그래픽노블 등 세상의 끝 전과 후 수십 년에 걸친 이야기들을 교차해 쌓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미스터리와 감동을 자아낸다.
각각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자그마한 정착지들은 외부인이 지나가면 무조건 총을 갈기기도 하고, 조지아 독감이 신의 심판이었다고 주장하는 미친 예언자가 입맛대로 사형 선고를 내리기도 하는 등 황폐한 세상이지만, 이 작품 속에서 사람들은 인간은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소설 속에서 유랑악단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하기도 하고, 공항에는 학교와 문명 박물관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미란다, 아서가 어젯밤에 심장마비로 죽었어요.” 바다 위에 떠 있는 불빛이 흐릿해지더니 빛의 동그라미가 서로 겹쳐지며 한 줄로 늘어섰다. “정말 유감입니다. 이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게 하고 싶지 않아서 전화했어요.”
“얼마 전에 만났는데요.” 그녀가 말했다. “2주 전 토론토에서요.”
“받아들이기 힘들 겁니다.” 그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충격이죠, 정말……. 우린 열여덟 살 때부터 친구였어요. 나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요.”
“어쩌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실은, 음…… 불쾌하게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실은 이런 게 아서가 원하던 죽음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무대에서 죽었거든요. 〈리어 왕〉 4막 중간에, 급성 심장마비로요.”
“연기하다가 쓰러졌다고요?”
“네. 관객 중에 의사가 두 명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고 급히 무대로 뛰어 올라가서 아서를 구하려고 애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네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이 선언되었답니다.”
이렇게 끝이 날 수도 있구나. 통화가 끝나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렇게 시시한 결말이라니. 그러자 마음이 진정되었다. 한때 함께 늙어갈 거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머나먼 타국에서 전화 한 통으로 알게 될 수도 있는 거였다.
근처의 어둠 속에서는 스페인어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배들은 여전히 수평선 위에서 빛을 발했고, 여전히 바람 한 점 없었다. 뉴욕은 아침이겠지. 그녀는 클라크가 맨해튼에 있는 자기 사무실에서 수화기를 내려놓는 모습을 상상했다. 전화기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지구 반대쪽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시대의 마지막 달에 일어난 일이었다.
-본문 5장 중

사라진 것들의 목록:
바닥에서 초록색 불빛이 올라오는 수영장의 염소 처리된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일. 야간 조명등 아래에서 하는 야구 경기. 여름밤 나방이 몰려들던 현관 등.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며 도시 아래를 달리던 지하철. 도시. 영화. 다만 아주 드물게, 발전기를 돌리느라 대사가 절반 이상 안 들리는 영화를 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연료가 완전히 소진되기 전까지였다. 자동차 연료는 이삼 년 지나면 오래되어 못 쓰게 되었고, 비행기 연료는 좀 더 오래가지만 구하기가 어려웠다.
콘서트 무대를 찍기 위해 사람들이 머리 위로 휴대전화를 들어올릴 때 어스름 속에 빛을 내뿜던 액정화면. 다채로운 할로겐 조명이 밝혀주던 화려한 무대, 전자음악, 펑크록, 전기 기타.
의약품. 손을 살짝 긁히거나 저녁을 차리려고 야채를 썰다가 손가락을 살짝 베이거나 개한테 물렸을 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
비행. 하늘에서 여객기 창문을 통해 반짝이는 불빛이 수놓인 도시들을 내려다보는 일. 10킬로미터 상공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그 시각 불을 밝히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는 일. 비행기. 좌석 테이블을 접어서 잠가달라는 요청. 아니, 사실 비행기는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활주로와 격납고에, 잠든 채로. 날개에는 눈이 쌓여갔다. 겨울에 비행기는 식품저장고로 안성맞춤이었다. 여름이면 과수원 근처에 있는 비행기는 더위에 말라버린 과일을 담은 쟁반들로 가득 찼다. 10대들은 그 안에 숨어들어가 섹스를 했다. 녹이 꽃처럼 활짝 피고 줄줄 흘러내렸다.
국가. 국경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방서와 경찰. 도로 보수 작업과 쓰레기 수거 작업. 케네디 우주센터와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와 반덴버그 공군기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어 솟아오르던 우주선. 그 우주선이 대기층을 통과하며 만들어내던 불꽃.
인터넷. 소셜 미디어. 화면을 스크롤하며 지루하고 장황한 꿈 이야기와 불안한 희망과 음식 사진과 자살 예고와 자기 자랑과 하트 아이콘으로 된 연애 상태 업데이트와 곧 보자는 말과 각종 청원과 불평과 욕망과 할로윈에 곰이나 피망 모양의 옷을 입힌 아기들 사진을 보는 일. 다른 사람의 삶을 읽고 댓글을 다는 일. 그럼으로써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던 일. 아바타.
-본문 6장 중

문명의 종말은 거의 모든 것과 거의 모든 사람을 앗아갔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은 아직 남아 있다. 바뀐 세상의 황혼녘 풍경, 물가의 세인트데버러라는 수수께끼 같은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상연되고 있는 〈한여름 밤의 꿈〉, 8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반짝이는 미시간 호. 요정 여왕 티타니아로 분한 커스틴은 짧게 친 머리에 꽃으로 만든 왕관을 썼다. 광대뼈에 난 들쭉날쭉한 모양의 흉터는 촛불 때문에 흐릿하게 보인다. 관객들은 말이 없고, 사이드는 커스틴이 이스트조던이라는 마을 근처의 어느 집 벽장에서 찾아낸 죽은 남자의 턱시도를 입고 그녀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 “멈춰라, 이 뻔뻔하고 난잡한 여자야. 내가 남편이거늘.”
“그렇다면 난 부인이거늘.” 셰익스피어가 1594년, 두 계절에 걸친 전염병이 지나가고 난 뒤 런던 극장들이 다시 문을 열었던 해에 쓴 대사다. 어쩌면 그다음 해인 1595년에, 셰익스피어의 외동아들이 죽기 1년 전에 쓴 것인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몇 세기 뒤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서 커스틴은 분노와 사랑에 갈팡질팡하며 구름을 그린 천이 배경으로 걸려 있는 무대 위를 돌아다닌다. 뉴페토스키 근처의 어느 집을 뒤져서 찾아낸 시폰과 실크로 된 웨딩드레스에는 파란색 수채화 물감 자국이 있다.
“당신은 어디서건 우리가 모여 바람에 맞춰 춤을 추려고 하면 방해를 했죠.” 커스틴은 이렇게 무대 위에 있을 때 가장 생기가 넘친다. 무대에서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헛된 반주에 성난 바람은 독기 가득한 바다 안개를 대지 위에 뿜어대고…….”
대본에는 ‘독기 가득한’ 옆에 ‘역병 같은’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유랑악단이 갖고 있는 세 가지 판본의 대본 중 커스틴이 제일 좋아하는 판본이다. 셰익스피어는 셋째로 태어났지만 유아기가 지난 뒤 첫째가 되었다. 형제자매 네 명이 어렸을 때 죽었기 때문이다. 그의 아들 햄넷은 열한 살 때 죽었고 쌍둥이 딸만 남았다. 극장들은 전염병 때문에 문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했다. 전역에서 죽음이 두 눈을 번득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전기의 시대가 왔다 가고 다시 한 번 촛불로 불을 밝힌 황혼녘에, 티타니아가 돌아서서 요정의 왕을 마주본다. “홍수 관리자, 노기 띤 달의 파리한 얼굴, 습해진 공기, 도처에 깔린 신경통 환자.”
오베론은 수행원인 요정들과 함께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이제 티타니아는 오베론을 잊고 독백하듯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말없는 관객들과, 무대 왼쪽에서 조용히 큐 사인을 기다리고 있는 현악 파트 덕분에 높고 선명하게 들린다. “이 같은 날씨 이변에 계절도 뒤죽박죽이 되었죠.”
악단의 마차 세 대 모두 양면에 흰색 페인트로 ‘유랑악단’이라고 적혀 있는데, 선두 마차에는 한 줄이 더 적혀 있다.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본문 11장 중

“그러니까 제 말은요, 선생님이 댄을 지도하면 분명히 많이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구체적인 여러 분야에서 개선되겠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쁨을 모르는 개자식일 거예요.”
“기쁨을 모르는…….”
“아뇨, 잠깐만요. 그건 쓰지 마세요. 다르게 표현할게요. 네, 그러니까 선생님이 그를 지도하면 분명히 조금 바뀔 거예요. 그래도 성공했지만 불행한 사람인 건 바뀌지 않아요.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고 집에 가고 싶지 않아서 매일 밤 9시까지 일하는 불행한 사람 말이에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묻지 마세요. 불행한 결혼생활은 티가 나기 마련이거든요. 그건 구취가 있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알 수 있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전 지금 인생을 좀 달리 살았으면 어땠을까, 뭐라도 좀 다른 것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하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제 말이 너무 심한가요?”
“아뇨, 계속하세요.”
“좋아요. 전 제 일을 사랑해요. 제 상관이 제 인터뷰 내용을 알아볼까 봐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익명으로 해도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차릴 순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어찌 됐든 가끔 주위를 둘러보면, 기업에는 유령들이 가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로요. 아니, 수정할게요. 학계도 다르지 않아요. 부모님이 학계에 계셔서 그 호러쇼를 앞자리에서 똑똑히 지켜봤거든요. 그러니까 어른들의 세계는 유령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네요."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인지 잘…….”
“전 지금 자기가 선택한 삶에 깊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 얘기를 하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그들은 남들이 기대하는 대로 살았어요.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한들 불가능하죠. 은행 대출도 있고, 자식도 있고, 등등. 덫에 걸린 거죠. 댄이 바로 그런 경우예요.”
“당신은 댄이 자기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군요.”
“맞아요.” 그녀가 말했다. “게다가 자기가 그렇다는 걸 깨닫지도 못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요. 본질적으로 고기능 몽유병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 말의 어느 부분이 클라크로 하여금 울고 싶게 만들었을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을 최대한 곧이곧대로 받아 적었다.
-본문 26장 중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Emily St. John Mandel
지금까지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썼다. 대표작 《스테이션 일레븐》이 전미도서상, 펜/포크너 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2015년에 아서 C. 클라크 상을 수상하면서, 영미 문학의 기대주를 넘어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스테이션 일레븐》은 36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최근 HBO Max에서 시리즈물로 영상화되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품은 《고요의 바다(Sea of Tranquility)》다.
그녀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야심작 《글래스 호텔》은 2008년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상 최대 폰지사기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무수한 독자들로부터 거짓의 세계에서 기만의 세월을 보내는 현대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훌륭한 문학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특유의 감정을 뒤흔드는 섬세한 문장과 서정적인 묘사가 빛나는 이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SF 등 장르적 요소의 차용과 함께 서사는 물론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모자이크 기법을 활용하여 작가 자신만의 리얼리즘을 정의한다. 그리하여 거대한 비극 앞에서 송두리째 바뀐 생의 조각들, 즉 사건과 관계된 이들이 겪는 삶의 비극을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역자 한정아는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번역서로는 『소피의 선택』 『무죄추정』 『속죄』 『클로저』 『미시시피 미시시피』 『줄리언 웰즈의 죄』 『철로 된 강물처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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