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라 마구라 1
2026년 02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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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505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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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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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탐정 소설의 4대 기서 중 하나로 꼽히는 유메노 규사쿠의 걸작 ‘도구라 마구라’이다. 1935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들에게 충격과 혼란, 그리고 깊은 감명을 주고 있는 문제작이다. 단순한 추리 소설의 범주를 넘어 심리학, 정신 의학, 일본 고대 신화 등 다양한 학문과 사상을 뒤섞어 놓은 독특한 구조가 특징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정신병원에서 기억을 잃은 한 남성이 깨어나는 장면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의사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 수수께끼 같은 문서와 사건 기록들을 통해 점차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에 다가서게 된다. 그러나 밝혀지는 사실은 오히려 미궁을 더 깊게 만들며, 독자는 진실과 허구, 광기와 이성의 경계가 무너지는 혼돈 속으로 이끌린다.
‘도구라 마구라’는 사건의 범인을 찾는 일반적인 탐정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간다. 유메노 규사쿠는 추리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을 정신의 미로 속으로 끌어들인다. 기억, 꿈, 전생, 유전 등 인간 정신을 지배하는 복잡한 요소들을 얽히고설키게 배치하여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신의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다. ‘정신병자들의 성서’라 불리며 난해성과 실험성으로 악명 높은 이 작품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언어와 인식의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해체적 문학 실험이었다.
『도구라 마구라』는 일본 문학의 지평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그 충격적 독창성으로 평가받으며, 독자에게 전례 없는 사유와 체험을 강요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광인의 지옥 기도문 116
지구 표면은 광인의 해방 치료장 148
절대 탐정 소설_뇌수는 사유의 기관이 아니다 154
태아의 꿈 192
전례 없는 유언장 213
여전히 계속해서 들려오는 집요한 소리와 끊어질 듯한 절규에 마비될 정도로 위협을 받으면서, 창살을 양손으로 잡고 힘껏 흔들어 보았다. 겨우 아래쪽 한구석만 비틀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사람의 힘으로 뽑아낼 수 없을 것 같았
다. 나는 실망하여 방 한가운데로 돌아왔다. 덜덜 떨면서 다시 한번 방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인간 세상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는 혹시 저승 세계에 와서 무슨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방에서 제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덮쳐 온 자기 망각의 무간지옥.
p.18_권두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가 거기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그 소녀는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검고 커다란 꽃잎 같은 기묘한 모양으로 묶어 하얀 수건으로 감싼 베개 위에 덥수룩하게 헝클어뜨리고 있었다. 몸에는 방금 전까지 내가 입고 있던 것과 똑같은 흰 무명 환자복을 입고, 가슴에
덮은 흰 담요 위에 새 붕대로 감싼 양손을 얌전히 포개고 있는 것을 보니, 오늘 아침 일찍부터 벽을 두드리거나 소리치며 나를 괴롭힌 것은 분명 이 소녀였을 것이다. 물론 주위 벽에는 내가 오늘 아침 상상했던 것과 같은 처참한 피 묻은흔적을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 해도 그토록 끔찍하고 숨 막히는 소리를 내며 울부짖던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그 잠든 모습의 평화로움, 순진함, 그 가늘고 긴 초승달 눈썹, 길고 짙은 속눈썹, 품위 있는 높은 코, 희미하게 붉은 기가 도는 뺨, 클로버 모양으로 작게 다물린 입술, 귀여운 모양으로 투명하게 비치는 이중 턱까지, 마치 이렇게 만들어진 인형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맑고 깨끗한 잠든 모습이었다.
p.55_권두가
저의 ‘정신병 연구’의 첫걸음은 바로 이 ‘지구 표면이 광인을 위한 거대한 해방 치료장’이라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본래 이 땅에 태어난 인간은 신분이나 연령, 성별을 막론하고, 손가락 하나조차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무엇이 부족하거나 넘치는 사람을 발견하면, 곧바로 ‘불구’라는 이름을 붙여 경멸하거나 연민하며 특별 취급을 하도록 정해져 있는 듯합니다. 마찬가지로, 머리의 작용이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거나, 그 작용의 일부가 부족하거나 과잉인 사람을 보면, 즉시 정신병 환자, 곧 ‘미치광이’라는 낙인을 찍고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이 당연한 듯합니다. 금수나 벌레 이하로 경멸하고 학대해도 좋다고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런 정신병자를 모욕하고 냉소하는 ‘보통 사람’의 정신은 과연 완전히 갖추어져 있는 것일까요? 모든 사람의 뇌수는 구석구석까지 본인의 의지대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을까요?
p.149 _지구 표면은 광인의 해방 치료장
인간의 태아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열 달 동안 하나의 꿈을 꾼다.
그 꿈은 태아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연출하는 ‘만물 진화의 실황’이라 부를만한, 수억 년 혹은 수십억 년에 걸친 것처럼 느껴지는 두려운 장편 연속 영화와 같다. 그 영화는 태아 자신의 가장 오래된 조상인 원시 단세포 미생물의 생
활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단세포가 태아 자신, 즉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해 오는 과정에서 겪었던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의 격변, 자연 도태, 생존 경쟁 속에서의 참혹한 고통과 박해, 끝없는 고난을, 태아 자신의 직접적이고 현재적인 체험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 안에는 이미 화석이 되어 버린 태고의 기괴한 식물들, 혹은 그것들을 몰락시킨 형언할 수 없는 대재앙의 장면들이 실제처럼 상영된다. 이어서, 그런 격변 속에서도 살아남아 진화한 원시 인류로부터 현재 태아의 부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조상들이 겪어 온 치열한 생존 경쟁과 끝없는 욕망 속에서 저질러 온 수많은 죄악까지, 마치 태아 자신의 행위처럼 그려진다. 이는 분명 경악과 전율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악몽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비전은 곧 ‘태생학’과 ‘꿈’이라는 두 가지 불가사의한 현상을 통해 직접적, 간접적으로 입증된다고 할 수 있다.
p. 192~193 _태아의 꿈
야야, 멀리 있는 자는 망원경으로, 가까이 있는 자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라. 나는 규슈 제국대학 정신병과 교실에서 ‘미치광이 박사’라는 이름을 얻은 마사키 케이시다. 오늘, 천하의 상식쟁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위해,
갑작스러운 자살을 결심하면서 고금무쌍의 유언장을 발표한다. 이를 읽는 자와 쓴 자 중 어느 쪽이 바보인지, 미치광이인지, 진검 승부를 가리기 위해 한 필로 등장하는 바이다. 상식쟁이 중 나라고 생각하는 자는 눈썹에 침을 바르
고 나오라, 나오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전혀 보람이 없다. 없을 수밖에. 나는 지금 규슈 대학 정신병학 교실, 본관 위층 교수실 책상 앞, 내 회전의자에 앉아 위스키 각병을 가까이 두고, 만년필을 비스듬히 든 채 서양식 큰 종이 몇 첩과 씨름하고 있다. 머리 위 전기 시계는 방금 오후 10시를 넘겼고, 옆으로 문 시가에서는 보라색 연기가 유유히 퍼진다. 아무것도 아니다. 똥 공부하는 멍청이 교수가 남아서 연구하고 있는 모습일 뿐. 도저히 내일 이맘때에는 죽어 있을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하하하……. 나는 항상 이런 식으로 상식을 초월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 성미다. 어쨌든 나를 일종의 광인으로 여기는 천하의 상식쟁이 여러분께 동정한다. 그래서 말이야.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지만, 유언장 같은 것을 쓰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일단 보통 사람 흉내를 내어 상식적인 순서대로 정리해보겠다. 우선, 내 자살의 동기를 밝히는 것이 첫째일 것이다. 애초에 내 자살의 동기
는 한 명의 가련한 소녀와 관련되어 있다. 단언컨대 그렇다.
p. 213~214 _전례 없는 유언장
★ 일본 근대 문학사상 가장 위험한 문제작
★ “읽으면 미친다”라는 금서의 전설
★ 정통 추리·심리 미스터리의 뿌리를 잇는 기념비적 작품
“모든 것을 의심하라.”
이성이 붕괴하는 미스터리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유메노 규사쿠의 '도구라 마구라'는 단순한 탐정 소설을 넘어선, 일본 문학의 중요한 이정표이다. 이 책은 ‘독자를 미치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악명 높은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그만큼 읽는 이에게 강렬한 경험과 지적 자극을 선사하는 유일무이한 작품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들을 끊임없이 혼란에 빠뜨리는 서술 방식에 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처럼, 독자들 역시 누가 거짓을 말하고 진실을 숨기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조성하여, 독자들 스스로가 진실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이성과 판단력을 의심하게 되고, 결국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구라 마구라’는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근원을 탐색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유전, 전생, 정신 이상 등 과학과 신비주의가 뒤섞인 독특한 세계관은 독자들에게 깊은 사고를 요구한다. 유메노 규사쿠는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정신의 미궁 속을 탐험하는 위험하고도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새로운 독서 경험을 갈망하는 독자, 평범한 추리 소설에 식상함을 느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도구라 마구라’는 독자들에게 깊은 충격과 함께, 잊을 수 없는 문학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유메노 규사쿠라는 천재 작가가 펼쳐놓은 광기의 세계를 마음껏 즐겨보길 바란다.
인물정보
저자(글) 유메노 규사쿠
유메노 규사쿠(夢野久作, 1889~1936)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아동 문학가, 그리고 일본 탐정 소설의 기틀을 다진 중요한 인물이다. 본명은 스기야마 나오키(杉山直樹)이며, '유메노 규사쿠'라는 필명은 후쿠오카 방언으로 “꿈꾸는 바보”를 뜻한다. 이는 그의 독특하고 기괴한 작품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부유한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를 중퇴한 후, 승려 생활, 농업 경영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이러한 이색적인 이력은 그의 작품에 독특한 사상과 철학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특히 정신 의학, 불교,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러한 지식들은 그의 대표작 ‘도구라 마구라’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유메노 규사쿠는 1926년 ‘괴기’라는 작품으로 등단했으며, 이후 여러 단편 소설과 아동 문학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들은 당시의 탐정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하고 난해한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그는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인간의 심리, 무의식,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를 파고드는 데 주력했다. 그의 작품들은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을 결합하여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도구라 마구라’는 그의 문학적 정수가 응축된 작품으로, 집필에 10년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고, 독자들을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의 작품은 평단에서 “가장 위험한 소설”, “미치광이의 작품”이라는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재평가를 받으며 일본 탐정 소설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메노 규사쿠는 4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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