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리포트
2026년 02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26년 02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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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274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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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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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엮은 심리학 입문서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은 산산조각 난 '노먼'이 융 심리분석가를 찾아오며 시작되는 '심리상담 소설'의 형식을 띤다. 아내와의 관계 파탄, 번아웃, 우울증을 겪는 노먼의 여정은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과 지극히 닮았다. 스위스의 C.G.융 연구소 출신 융학파 분석가 대릴 샤프가 쓴 원문에 정여울 작가의 따뜻한 문체가 더해져, 어려운 심리학 개념(아니마/아니무스, 그림자, 페르소나 등)을 상담 장면을 통해, 친절한 설명을 통해, 삶의 언어로 생생하게 풀어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고통 속에서 방황하더라도 ‘아름답고 쓸모 있는’ 시간의 깊은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
프롤로그
1 ‘나’와의 만남, 그 시작의 어려움
2 무의식의 욕망, 뱀이 깨어나다
3 뜻밖의 타자, 미지의 타인과 조우하다
4 영웅의 여정, 살지 못한 삶을 찾아 떠나다
5 현실, 그 자체와 용감하게 대면하기
6 고통, 날마다 찾아오는 통과의례
7 홀로서기, 아무도 없는 곳의 한가운데서
8 초월적 기능, 무의식의 그림자를 극복하다
9 진정한 출발점,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에필로그
대릴 샤프가 들려주는 융 심리학 이야기
볼링겐 시리즈 융 전집 목록
미주
내가 《데미안 프로젝트》나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를 강의할 때마다 융 심리학의 핵심 개념을 설명하면, 독자들은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질문했다. “융 심리학에 대한 쉽고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을 수백 번 받은 것이다. 나는 그때마다 다양한 융 심리학 관련 저서들을 소개해 주었지만, 대릴 샤프만큼 깊이 있고, 흥미진진하며, 독자 친화적으로 융 심리학의 핵심으로 들어간 책은 매우 드물다. 깊이를 추구하다 보면 책이 어려워지고, 재미만을 강조하다 보면 융 심리학의 핵심을 놓쳐버리곤 하는데, 이 책은 재미와 깊이를 모두 추구하여 마침내 독자를 융 심리학의 거대한 숲으로 초대하는 데 성공한다. 마치 이 책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절묘하고도 심오한 융 심리학 특강을 듣고 있는 듯한 행복한 착각이 든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노먼이라는 가상의 인물과 지은이가 실제 상담을 하는 듯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소설로 읽는 융 심리학 상담’이자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융 심리학 개론서’이기도 하다. / 9~10쪽
더 중요한 것은 상담사 앞에서 정직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이다. 내면의 자기와 투명하게 마주 서는 것, 남들에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든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남김없이 마주하는 것. 그것이 트라우마와 대면하는 용기의 시작이며, 인생 제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융 심리학의 제안이다. 특히 온갖 불안과 우울로 가득한 중년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은 그저 이 힘든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지만, 융 심리학에서는 중년의 위기야말로 자기 안의 눈부신 잠재력을 발견하는 기회로 바라본다. / 11쪽
중년의 위기는 마치 급성 신경증처럼 갈등, 우울증, 불안의 형태로 닥쳐온다.
사람들은 보통 이러한 증상들이 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질병의 징후라고 믿는다. 하지만 카를 융은 이 모든 증상을 자기 치유의 시도라고 보았다. 중년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정신이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는 내적 갈망의 발현이라고 본 것이다. / 17쪽
융은 인간의 심리적 갈등에 대처하는 독자적인 방법을 발견했다. 만약 한 사람이 내면에서 서로 반대되는 두 양극단의 의견 사이에서 긴장을 견딜 수 있다면, 결국 그의 정신Psyche(의식적·무의식적인 정신생활의 전체-옮긴이) 안에서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외적인 상황은 실제로 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개인의 내면에서는 분명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본질적으로 비이성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에 대한 태도의 변화로 새롭게 나타난다. 이전까지 우유부단함 속에 갇혀 있던 에너지가 해방되고, 새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융은 이를 초월적 기능transcendent function이라 부른다. 초월적 기능을 통해 우리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양극단을 넘어설 수 있는 제3의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 33~34쪽
노먼 안에서 점점 격렬하게 끓어오르고 있는 갈등은 바로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의 갈등이다. 헌신적인 가장 이자 남편이라는 자신의 페르소나(그와 아내가 함께 만들어 온 공동 페르소나와 불가분의 관계인) vs. 내면의 또 다른 존재, 즉 자유롭고 거리낌 없는 돈 주앙Don Juan의 갈등. 즉 모범적인 가장 vs. 주어진 틀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 난 난봉꾼 사이의 갈등이다. 돈 주앙 같은 난봉꾼 이미지야말로 지금 노먼의 그림자shadow가 지닌 실질적인 내용이다. 그의 자아, 그의 페르소나는 아내에게 종속되어 있으나, 그의 그림자는 분기탱천하여 닭이라도 덮칠 태세다. 그것이 그의 심리적 상황이다. 너무나 많은 억압된 에너지가 무의식 속에서 발산되지 못한 채 쌓여 있어서, 그는 폭발 직전의 상태다. / 47쪽
노먼의 꿈속에서 그는 불타는 집 속에 있다. 그 집은 노먼의 개인적 심리 공간이다. 타오르는 불길은 그의 갈등으로 인해 형성된 감정의 응어리다. 그가 이 타오르는 감정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면, 불길은 그를 삼켜버릴 것이다. 꿈속에서 그의 어머니는 있지만, 아내는 없다. 그의 어머니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에게 ‘어머니’가 의미하는 것들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는 꿈속에서 양동이를 들고 있는데, 이는 감정을 상징하는 여성적 이미지다. 이는 노먼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즉 내면의 불길을 끄기 위해 시도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양동이로는 불을 끄지 못했다. 양동이에는 뚜껑이 없는데, 이것은 그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꿈속의 양동이에는 구멍이 나 있어서, 감정을 자기 안에 담아두기 어려운 그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그릇은 전형적으로 여성성과 관련된 원형이다. 노먼의 이러한 측면, 즉 노먼의 아니마anima는 어머니와 아직 한 편이었다. / 78쪽
여성이 자신의 실제 모습과 무의식의 아니무스를 구별할 수 있을 때, 아니무스는 비로소 여성의 인격적 성장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남성은 자신의 진짜 감정이 어떤 모습인지를 발견함으로써 무의식의 아니마를 의식으로 통합할 수 있게 된다. 여성이 자신의 의식 속에 무의식의 아니무스를 통합시키려면, 자신의 신념이나 주장이 과연 진짜 자신의 생각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여성이 자신의 아니무스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아니무스는 훌륭한 내면의 파트너가 된다. 성숙하게 아니무스를 통합하는 여성은 도전 정신, 용기, 객관성, 영적인 깨달음 같은 긍정적인 남성성을 자신의 동반자로 만들게 된다. / 106쪽
그림자는 의식적 성격의 어두운 이면만은 아니다. 까만색 주전자도 차를 끓이는 데는 지장이 없는 것처럼. 그림자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것은 “살지 못한 삶unlived life”이라 불릴 수 있는 자아의 일면이다. 그림자의 긍정적 측면에는 오랫동안 묻혀 있거나 한 번도 의식되지 않은 재능, 능력, 긍정적인 윤리적 신념들까지 포함한다. 그림자의 바람직한 측면은 인격 안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며, 의식적으로 실현될 경우 놀라운 에너지가 방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울증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림자를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그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땅속에 묻힌 보물을 찾기 위해선 땅 밑을 파내야 하듯이. / 133쪽
개개인의 온전한 심리적 지향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네 가지 기능이 모두 균형 있게 작용해야 한다. 사고는 인식과 판단을 돕고, 감정은 어떤 사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또는 중요하지 않은지를 알려주며, 감각은 보고 듣고 맛보는 등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현실을 전달한다. 직관은 배경 속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간파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 또한 주어진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 154쪽
우리는 잠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여자에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노먼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아니요”라고 말함으로써, 어머니 콤플렉스에 당당히 맞서는 것과 같았다. 우리 둘 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노먼은 꿈에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여러 번 목숨을 걸었다. 나는 그의 첫 번째 꿈을 기억했다. 그 꿈에서 그는 어머니와 함께 불타는 건물 안에 있었다. 이후의 꿈에서 그는 불타는 집 안으로 뛰어들어 어머니를 등에 업고 나왔고, 또 다른 꿈에서는 실제로 자신의 성기를 잘라내어 어머니에게 건넸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에서 질투 많은 어머니 여신 키벨레Cybele를 위해 스스로 거세한 아들이자 연인 아티스Attis처럼. 우리는 이제 굳이 이 꿈들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 꿈들은 우리 사이에 늘 공기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181쪽
융이 ‘적극적 명상active imagination’이라 부른 이런 예술적 활동의 목적은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인격의 한 측면에 목소리를 주는 것이다. 즉 적극적 명상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런 그림을 해석하거나 “무슨 뜻인지” 굳이 알아내려 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림을 그려보고, 그 그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당신과 당신이 그려낸 것 사이에는 무언가가 일어난다. 반드시 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그것은 효과를 발휘한다. 오히려 말로 해석하려 들면 분석의 과정 자체를 방해할 수도 있다. /227쪽
왜 지금 우리는 ‘융’인가?
인생에서 중년은 ‘위기’로 불리기도 한다. 정여울 작가에 따르면 융 심리학에서는 중년의 수백 번의 위기야말로 자기 안의 눈부신 잠재력을 발견하는 새로운 기회다. ‘개성화 과정’에서 통과해야 할 ‘제2의 사춘기’이자 ‘진짜 나를 찾아가는 제2의 탄생’이다. 정여울 작가는 “개성화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성장통”으로 부른다.
주인공 노먼은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고 성공한 중산층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공허함과 관계의 파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저자 대릴 샤프는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구축한 노먼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인이 겪는 신경증이 단순한 ‘질환’이 아니라, 내면의 영혼이 보내는 구조신호임을 보여준다. 책은 노먼이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순간부터 자신의 무의식과 조우하는 전 과정을 한 편의 긴박한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기록한다.
내 마음의 SOS,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주인공 '노먼'과 융 심리상담가의 상담 장면이 전면에 등장한다. 노먼은 지극히 진솔하게 자기 안의 문제를 고백하고, 상담가는 그 이야기를 다만 들어주고, 가끔 질문할 뿐이다. 이를 통해 ‘다만 들어주는’ 행위가 상처 입은 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발견한다. 노먼 스스로 무의식 속 자신의 상황을 자각하고 솔직하게 대면하는 용기를 낼 때까지, 상담가는 기다려 준다.
책 속에는 꿈 분석, 적극적 명상(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과 같이 융 심리학에서 실제로 쓰이는 기법들이 상담 장면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몰입감을 높인다. 이 기법들은 실제 치유의 도구로 쓰이며, 소설 속 주인공 노먼이 변화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초등학교 이후 그림을 그려본 적 없던 노먼이 작은 시도부터 출발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무의식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해 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가 직접 체험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노먼이 상담 초반에서 꾼 ‘불타는 집’이 등장하는 꿈, 상담 중반쯤에 꾸는 ‘야생마’가 등장하는 꿈은 지나쳐 버릴 것이 아니라, 무의식이 우리에게 보내는 절박하면서도 간절한 신호다. 이 꿈들은 노먼이 처한 상황은 물론 노먼의 무의식이 겪는 위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대릴 샤프는 이러한 신호를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지 정교하게 분석하며 독자에게 친절히 안내해 준다. 또한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오던 어두운 내면, 즉 ‘그림자’를 따스하게 껴안고 통합할 때 비로소 샘솟는 놀라운 심리적 에너지를 노먼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융을 통해 만나는 인생 제2막
이 책은 ‘어떻게 버틸 것인가(생존, Survival)’를 넘어 ‘어떻게 본연의 나로 존재할 것인가’를 묻는다. 사회적 역할인 ‘페르소나’에 갇혀 질식해 가던 한 인간이 비로소 투명하게 나 자신으로 살아갈 용기를 되찾고, 자신의 ‘아니마’와 ‘그림자’를 통합하며 온전한 인간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정여울 작가의 섬세한 문체와 따뜻한 시선으로 다듬어진 융학파 분석가 대릴 샤프의 《서바이벌 리포트》를 통해 잃어버린 ‘진짜 나’와 대면하는 기회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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