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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다산북스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6년 01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6년 01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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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5.62MB)   |  약 17.9만 자
ISBN 979113067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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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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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1인가구가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장 흔한 삶의 방식이 된 1인가구는 여전히 “왜?”에 대한 답을 설명해야 하는 소수자이고, 이들이 애써 내놓는 설명도 잘 통하는 일이 없다. 묻는 사람들이 이미 1인가구를 두고 ‘자기 몸 편한 것만 좋아해서’, ‘결혼할 만한 조건이 안 돼서’ 같은 프레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한국 1인가구의 삶을 연구하며 100인의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한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가 본 현실은 다르다. 이들 대부분은 자유를 추구하며 전통을 거부한 사람도, 그렇다고 결혼을 ‘못’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가 보는 1인가구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인 지금의 한국 사회를 충실하게 살았을 때 이르는 필연적 결론이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혼자 살아갈 때 뒤따르는 그림자는 풍족한 자산이나 충분한 노후 대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으며, 독립이 고립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한다.
들어가며

1. 가보지 않은 길
매뉴얼이 없는 시대의 도래
보통 사람 1인가구
결혼이 더 불안한 세대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
거대한 판의 이동
진실에 가닿는 응시
작은 가능성〉 비난이 가리는 것

2. 나를 갈아 만든 일
무책임한 가장은 해고했던 이유
이제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나
지금 내 코가 석 자입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업무용으로 최적화한 삶
관계는 운명이고 커리어는 계획이다
교육자와 회계사의 갈림길
독창성의 이름으로
이기는 자아와 사랑하는 자아
너는 좀 더 일을 해야 마땅해
내 전체의 인생
신자유주의의 북소리를 따라서
작은 가능성〉 1인분의 복지

3. 나를 수리하는 여가
게임을 하면 레벨이라도 올려야죠
카트에 든 자기계발
다 울었니? 그럼 출근하자
누구를 위한 자기성찰인가
타인이라는 백색소음
엄마 아니면 플랫폼
뒤늦게 도착한 청구서
노동시장이 원하는 홀몸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자가발전기
각자도생의 사회
작은 가능성〉 국가는 당신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가

4. 돈 많은 1인가구, 과연 행복할까?
당신이 가진 것은 무엇입니까
과제를 잘해낸 모범생들
와인 한 병의 경계선
가진 게 돈밖에 없어요
유튜브가 낳은 살림꾼들
청년 1인가구의 가성비 생존전략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삶
돈 없는 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마이너스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그곳
돈으로 퉁칠 수 없는 영역
작은 가능성〉 제3의 장소는 어떻게 당신을 살리는가

5. 왜 셰프도 혼자 살면 라면만 먹을까?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면
왜 혼자서는 돌봄이 안 될까
생활이라기보다는 생존
봐주는 존재
해줄 게 있어서 다행이구나
나랑 같이 밥 먹을 사람
혼자 북 치고 장구를 쳐서라도
윌슨을 애정하는 마음
자기돌봄이 놓치고 있는 것
작은 가능성〉 나에게 돌아온 안부

6. 혼자 하는 살림의 경제학
돈은 혼자의 삶을 얼마나 바꿀까
좁은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있어요
인생은 투룸부터 시작된다
패밀리팩과 음식물 쓰레기
1인가구 식사의 스펙트럼
배달 음식의 진정한 애용자
김치볶음밥과 수제 샐러드
저속노화 편의점 도시락
빨래방과 세탁서비스의 차이
문턱에서 끝나는 서비스
편리함이 삶의 질이 되지 못할 때
작은 가능성〉 우정에 주소를 주다

7.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생애
동사로서의 가족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
보호막, 울타리, 정체성
조카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가족의 상비군
친밀감이라는 보상, 소속감이라는 위안
그러면 이모가 섭섭해
그렇게 1인가족이 되다
잊혀진 친족
롤러코스터를 타는 1인가구의 생애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밑동
작은 가능성〉 상호호혜의 숲

8. 마무리가 있는 인생
죽음이라는 사회적 사건
어떤 풍경으로 끝나는가
아무리 아파도 출근하는 이유
안 아프고 깔끔하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비참하다는 프레임
누가 나를 위해 울어줄까
요람에서 무덤까지
좋은 죽음, 그래서 좋은 삶
작은 가능성〉 무덤 곁의 친구들

나가며

1인가구들은 겉보기에는 배경과 조건이 매우 달랐다. 하지만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불 꺼진 집으로 향하는 귀갓길이 이들을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로 묶어주었다. 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관계적 결핍이 이들이 겪는 공통의 위험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간 해왔던 어떤 연구보다 내 마음에서 크게 부딪히며 요동쳤다. 수많은 인터뷰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곱씹으며,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 자신과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들어가며〉, 7쪽

인간은 외부세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사회적 존재다. 근래 자유를 추구하며 비혼을 선택한 개인들이 많아졌다면, 이 또한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인 그 누구도 순수하게 혼자서 자기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없다. 개인주의나 비혼주의와 같은 문화적 트렌드는 1인가구 증가를 가속시킨 촉매일 순 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사회구조의 본질적인 변화를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담론은 본래 관계 지향적인 인간 존재가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이 실제 어떤 현실인지를 가려버린다.
〈가보지 않은 길〉, 28~9쪽

1인가구의 증가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거대한 구조적 전환이다. 지구 위의 개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동서남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 밖에서 보면, 우리 모두는 태양 주위를 서에서 동으로 함께 공전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무관하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라는 판 자체가 구조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길〉, 32쪽

이들 1인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은 놀라울 정도로 닮은 면이 있다. 나이, 성별, 직업은 달라도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의 패턴은 엇비슷하다. 일 중심으로 살아가기 위해 결혼을 포기한 것인지, 결혼하지 않았기에 일 중심으로 살 수밖에 없었는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인과관계를 따지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가 이러한 삶의 방식을 반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를 수리하는 여가〉, 121쪽

“사실 전 아무것도 없어요. 가진 게 돈밖에 없다, 돈 외에 소유한 게 거의 없다고 봐야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건강이 안 좋아지고, 치아가 망가지고, 고지혈증이 와서 매일 약을 먹고 있어요. 지금까지 진짜 일밖에 모르면서 살았는데, 좀 벗어나 보려고 노력해도 잘 안 돼요. 사람들을 만나면 되지 않냐 물어보는데, 이제 그거는 또 너무 지친다는 거예요.” (강진모, 중소기업 대표, 53세)
〈돈 많은 1인가구, 과연 행복할까?〉, 150쪽

청년 세대는 개인화된 삶을 기본값으로 받아들이는 세대다. 이들에게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非婚은 하나의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언젠가 결혼하리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일상을 살기보다, 평생 혼자 살 수 있다는 현실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현재의 일상을 꾸려나간다. 따라서 이들은 한 명의 개인으로 생존하기 위해 훨씬 적극적으로 생활역량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SNS와 유튜브, 각종 어플을 통해 셀프 인테리어, 수리, 세차, 세탁, 요리, 옷 수선하는 방법 등을 배우는 것은 일상 문화가 되었다.
젊은 시절 공부만 하느라 살림을 배울 기회가 없었고, 결국 살림을 외주화하거나 원가족에게 의존하는 고소득 중년 1인가구들과 달리 오늘의 청년 1인가구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돌봐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돈 많은 1인가구, 과연 행복할까?〉, 155쪽

생애 후반으로 갈수록 비물질적 자본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고소득층 1인가구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려고 더 많은 경제자본을 축적하고자 한다. 정작 그들의 위험은 돈의 결핍이 아니라 생활역량과 관계의 결핍에서 온다. 결국 스스로를 돌보는 생활의 지혜와 신뢰할 만한 타인과의 교류가 부족하다면 삶을 지탱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알아서 잘 살겠거니” 하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이들은 더욱 자신의 결핍을 숨기며 보이지 않게 고립되어 간다. 2022년 서울연구원은 1인가구의 외로움·사회적 고립 실태조사에서 1인가구를 외로움군, 고립군, 외로움우울군, 고립우울군으로 분류했다. 이때 고학력 관리전문직들은 가장 심각한 유형인 고립우울군에 포진해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 많은 1인가구, 과연 행복할까?〉, 174쪽

식생활 안정성이란 개념이 있다. 단순히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위해 다양한 음식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태를 말한다. 보통은 경제력이 높을수록 식생활 안정성도 높다. 그런데 2022년 서울연구원 김성아 박사 연구팀이 진행한 1인가구 건강실태 분석에서는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리직, 전문직과 화이트칼라 1인가구가 식생활 안정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를 거르는 결식률도 제일 높았다. 더불어 2019년 영양학자 정복미 교수가 책임을 맡은 연구에서는 2014~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 2만 3080명을 1인가구와 다인가구로 따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소득수준이 높은 1인가구가 콜레스테롤과 열량 섭취량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포착되지 않던 역전 현상이었다. 한마디로 예전에는 저소득층의 특징으로 여겨졌던 나쁜 영양섭취와 질 낮은 식단이 1인가구에서는 고소득층에게 더 많이 관찰되고 있었다.
〈혼자 하는 살림의 경제학〉, 225~6쪽

인터뷰에 참여한 1인가구들이 거듭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살림을 위한 최소 공간이 있다는 말이었다. 1인가구들은 본격적인 살림이 가능하려면 투룸 이상의 주거에 살아야 한다고 했다.
원룸을 떠났을 때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1인가구들의 경험담은 생활공간이 얼마나 자기돌봄과 살림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었다. 요리 솜씨가 있어도 고시원에서는 펼칠 수 없고, 친구가 있어도 원룸으로는 초대하기가 쉽지 않다. 르페브르의 말처럼 좁은 공간이 좁은 선택과 좁은 관계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부유한 1인가구라도 방 단위 주거에 머무른다면 마찬가지다. 1인가구에게도 먹고 자고 씻고 쉬는 공간이 분리된 투룸 이상의 주거가 인간다운 삶의 시작이다. 좁은 집에서는 살림이 자라지 않는다.
〈혼자 하는 살림의 경제학〉, 233~4쪽

왜 1인가구에게는 돈이 삶의 질로 쉽게 전환되지 않을까? 1인가구의 살림을 여러 차원에서 검토하면서 내가 도달한 결론은 이것이다. 이들이 돈으로 주로 구매하는 것이 삶의 질이 아닌 편리함이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 간편식, 세탁서비스, 각종 플랫폼들은 살림의 번거로움을 대신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이 편의들은 삶을 돌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가사에 투입될 시간은 아껴주지만, 정작 확보된 시간은 자기를 돌보는 데 사용되기보다 노동시간으로 다시 흡수된다. 그 결과 일상의 돌봄은 점점 더 외면당한다. 돈을 더 벌고 더 쓰는데도 여유로움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혼자 하는 살림의 경제학〉, 259쪽


이들이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단위 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으며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기존의 가족 생애주기에서처럼 구체적인 단계로 이름을 붙여줄 필요가 있다. 이런 명명의 과정을 통해 핵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1인가구가 겪는 결핍과 위기가 개개인의 어려움으로 휘발되지 않고 사회적 의제로 떠오를 수 있다. 가시화되지 않은 것은 지원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생애〉, 275~6쪽

형제와 친척이 많은 고령층 1인가구들에게도 부모의 죽음은 가족관계를 크게 약화시켰다. 그런데 애초에 형제자매가 없거나 친척과의 교류가 뜸한 젊은 1인가구들이 부모의 죽음 이후 마주하게 될 고립은 더 골이 깊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 외에 다른 공동체가 활발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부모는 싱글들의 유일한 지지대이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생애〉, 299쪽


1인가구의 살림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50대 강현욱 씨는 보기 드문 살림꾼이었다. 그에게는 아무리 아파도 꼭 지키는 하루 루틴이 있다. 설거지를 하고, 방바닥 물걸레질을 한 다음, 쓰레기를 꼭 묶어 현관 앞에 두는 것이다. 기운이 있으면 돌돌이로 이불도 정리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야 자리에 눕는다. 몸이 힘들 때도 이 의식을 거르지 않는 이유는 원래 깔끔한 성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이러한 살림을 ‘죽음을 준비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내가 죽고 나서 누군가 집에 딱 들어왔는데 ‘이러니 죽어, 이러니 죽는 거지’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요. 죽어서 듣기 싫잖아요. 그래서 좀 깔끔하게 해놓고 사는 편이에요.” (강현욱, 무직, 52세)
〈마무리가 있는 인생〉, 334~5쪽


“당신이 바라보는 세계는 어떤 곳인가요?”
사회복지학자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나는, 도대체 어떤 사회를 꿈꾸며 공부에 임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이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중 한 친구가 했던 대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는 세계를 “하나의 아픔이 다른 아픔을 응시하면서, 함께 치유되어 가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가 지금까지 사회복지학에 몸담아 오며 마음 깊이 새긴 사 회관이 되었다.
이는 개인의 낭만 어린 응답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길 원하느냐는 실제 사회를 구상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인류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특정한 신념 위에서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도 결국 인간에 대한 어떤 믿음을 바탕으로 세워진 인공의 구성물이다.
〈나가며〉, 363~4쪽

그렇다면 이 혼자의 시대에 드리운 그림자는 앞으로도 계속 짙어지기만 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같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개인화된 사회의 공백을 메워주거나, 결혼 제도 바깥의 다양한 관계가 점차 사회적으로 인정되면서 언젠가는 새로운 균형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율 조정에 대한 믿음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다. 사회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그 ‘사이의 시간’ 동안, 누군가는 어마어마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전 세계가 그러했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의 우리나라가 그랬다. 결국 시스템은 또 다른 균형을 찾았다지만, 그 사이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었다.
나는 지금의 1인가구 역시 비슷한 과도기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후기 산업사회가 삶의 형태를 이미 바꾸어놓았지만, 이를 받쳐주어야 할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 지체된 불균형의 시간 사이에서 많은 사람이 조용히, 이유도 명확히 모른 채 다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 ‘사이의 시간’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가며〉, 365~6쪽

혼자 살면 너무 좋아 자다가도 웃음이 난다는데
“다 혼자 산다.”2025년 행전안전부에서 1인가구가 천만을 넘어섰으며, 전체 가구 중 42퍼센트를 차지한다는 통계를 발표했을 때 일부 언론이 이 소식을 전하며 쓴 헤드라인이다. 그런데 이런 뉴스는 정책관계자들의 경종을 울리게 만들지언정 당사자들, 혹은 대중들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한때 독거노인이나 빈곤청년으로 소외 계층의 대명사였던 1인가구는 이제 자유로운 골드족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1인가구로 널리 알려진 연예인 최화정은 얼마 전 자신의 유튜브에서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좋아 자다가도 웃음이 난다 말해 화제가 되었다. 뒷수습을 해야 할 가족도 없고, 스스로 번 것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지금이 너무나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서울시의 1인가구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중 89퍼센트가 노동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이제 혼자 사는 것은 위기라기보다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조금 더 자유로운 선택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지속과 존폐를 떠나, 1인가구로 살아간다는 것이 당사자 개개인에게 정말 자유롭고 편리하기만 한 일일까? 그리고 이들은 그런 자유를 추구해 이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일까? 은폐된 사회적 위협을 연구해 온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1인가구의 급증은 그 무엇보다 구조적인 원인에서 출발한 것이며,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혼자 살아갈 때 뒤따르는 그림자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김수영 교수는 미디어의 단편적 이미지와 통계 속 숫자의 표면적 이해를 넘어서 실제 1인가구의 삶을 발견하기 위해 2019년부터 100인의 1인가구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했다. 하는 일도 경험도 너무나 다른 이들에게서 불 꺼진 집에 돌아간다는 사실 하나로 공통의 서사를 발견할 수 있을까?『필연적 혼자의 시대』는 그 수백 시간의 만남들과 수천 시간의 사유를 통해 혼자 사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사회란 어떤 사회인지, 그 사회에서 1인가구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펼친다. 생생한 증언과 통찰이 어우러진 이 책은 1인가구 보편의 시대에 대한 가장 냉정하고도 따뜻한 보고서다.

1인가구의 자유
= 저녁에는 야근하고 주말에는 자기계발할 자유

야근 신청을 따로 하지 않아도 저는 평소에도 스스로 그냥 일을 좀 하는 편이에요. 한 두세 시간 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일하고 있었고. 할 거 없으면 일하는 경우도 좀 생기고. 그래서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진짜 쉬고 있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 일을 하고 있어요. (서경수, IT 기업 디자이너, 41세)

1인가구를 대표하는 가치가 있다면 바로 자유일 것이다. 나 하나만 책임지면 되니, 삶을 어떻게 써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정작 그런 자유가 주어진 1인가구들이 압도적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일이었다. 그들에게 일은 단순히 소득원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재미의 원천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자유는 일에 포섭되었다. 회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의 성과를 위해 그들은 초과근무하기 망설이지 않았고 주말에도 자기계발에 힘썼다. 더 큰 기회를 향해 이직하거나 새로운 학위를 취득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일을 말할 때 가장 신이 나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1인가구의 삶이 구조적인 필연이라는 김수영 교수의 분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성취를 위해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갈아내고, 여가시간에는 지친 자신을 힐링과 자기관리로 재생해 다시 일하게끔 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 최적화된 인력이었다.
저자는 1인가구들 대다수는 어떤 적극적인 의지로 1인가구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커리어를 생존의 수단이자 자아의 핵심으로 받아들여 그 무엇보다 우선시했고 그 결과 혼자 살아가게 된 이들이 많았다. 커리어 앞에서 이토록 진취적이었던 이들이 관계만은 운명에 맡겨 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이 혼자만의 방에 사는 시간은 자꾸만 길어진다.

돈 많은 1인가구, 과연 행복할까?
우리가 혼자 살아도 괜찮을 거라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성공해서 경제적으로도 넉넉해진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채워지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에는 근거가 있다. 여러 연구가 밝혔듯,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을 때 식생활의 질 또한 높을 확률이 크다. 소득은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가난은 가족관계가 악화되거나 해체되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물질적 토대가 없다면 행복은커녕 생존조차 위태롭다.
김수영 교수는 적어도 1인가구의 경우에는 답이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연구를 통해 드러낸다. 먼저 고소득 1인가구는 직장 밖에서 탄탄한 사회자본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들에게는 꾸준히 교류하며 친밀감을 나누는 이들이 얼마 되지 않았다. 저자는 그 이유를 고소득·고학력 1인가구 특유의 구별짓기에서 찾는다. 성장을 지향하는 이들은 관계에서도 목적과 이해, 자격을 따졌고, 그 결과 그들의 사회자본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2022년 1인가구 실태조사에서 전문직·관리직 1인가구들의 우울과 고립 정도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득 1인가구는 식생활의 질도 낮았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찬을 사고 밥을 해 먹는 저소득·중소득 가구들에 비해 고소득 1인가구들은 바쁜 일과 사이 외식을 하거나 늦은 시간 퇴근해 배달 음식을 시켰다. 이런 음식은 편리했으나 장기적으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들의 생활 패턴은 고소득 1인가구들이 콜레스테롤과 열량 섭취량, 결식률이 높고 여러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만성질환의 유병률 또한 높다는 연구 결과들과 맞아떨어졌다.
다인가구에서 돈은 가족이라는 매개를 통해 삶의 질로 흘러간다. 누군가 장을 보고, 밥을 짓고, 함께 식탁에 앉는 과정에서 경제적 자본은 건강한 식생활로 전환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사회적 관계이기도 하다. 가족 구조가 돈을 생활의 질로 바꿔주는 전환 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매개가 없는 1인가구들에게 돈은 삶의 질로 전환되지 못한 채 고여 있었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누구에게나 노화가 찾아온다. 찾아올 죽음의 과정에 대한 두려움 또한 성큼 강해진다. 김수영 교수는 1인가구와 다인가구가 두려워하는 죽음의 지점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데 주목한다. 다인가구가 자신을 돌봐야 할 가족을 걱정하며 죽어가는 과정을 두려워한다면, 1인가구들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이들은 사후를 고민했다. 죽은 뒤 자신을 누가, 어떻게 거둘 것인가. 인터뷰에 참여한 1인가구들이 죽음이라는 키워드에 거의 공통적으로 떠올린 질문이었다.
이들의 두려움은 혼자 죽는 순간이 아니라 혼자 ‘발견될’ 모습에서 비롯되었다. 미디어가 전하는 고독사의 이미지가 그들의 마음속을 맴돌았다. 한 참여자는 “헤벌레 입을 벌리고 실오라기 하나 없이 죽은 모습을 남에게 보이면 너무 수치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여자는 “한 달이 지나 부패될 때까지 사람들이 몰랐다는 것, 이게 최악일 것 같다”고 했다. 외로워서,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죽은 불행한 인생으로 기억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사실 죽음 이후는 죽은 자가 인식할 수 없다. 그런데도 왜 이들은 사후를 이토록 걱정하는 걸까. 가족은 단순한 동거인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 의미가 되어준다. 누군가의 부모로서, 자녀로서, 배우자로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삶의 이유가 된다. 그런데 1인가구에게는 이 토대가 없다. 일터에서는 직함과 역할이 나를 정의해주지만, 퇴근 후에, 은퇴 후에, 나는 누구인가. 내 존재의 의미는 어디서 오는가. 사후에 대한 걱정은 바로 이 공백의 투영이다. 존엄하게 거둬지지 못한 죽음은 살아온 날들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결국 1인가구가 두려워하는 것은 물리적 고통만이 아니다. 방치당하고 전시당하며 사회적 죽음을 맞이하고, 그리고 그것이 소급적으로 삶 전체의 의미를 지워버리는 일이다. 저자는 이처럼 죽음의 모습은 결국 산 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기에. 결국 좋은 죽음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좋은 일상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말한다. 김수영 교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어처럼, 죽음의 의례도 보편적인 사회서비스로 제공하는 길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혼자 살아왔다고 해서 홀로 버려지는 것이 마땅한 것은 아니기에.

독립이 고립이 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갈 디딤판을 찾아
사회역학자 리처드 윌킨슨은 알코올의존자가 많은 사회는 애초에 알코올 소비량이 높은 사회라고 말했다. 한 집단이 경험하는 문제는 그 집단이 살아가는 사회에 만연한 징후를 드러낸다. 1인가구들의 삶을 살피며 접한 생존에 대한 극도의 긴장감과 그에 따른 자기착취는 또한 비단 1인가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혼자 사는 이들이 개인화된 사회가 초래하는 위험을 가장 먼저, 가장 선명하게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이 혼자의 시대에 드리운 그림자는 앞으로도 계속 짙어지기만 할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기술 발전이나 새로운 관계 형태가 언젠가 개인화된 사회의 공백을 메워줄 수도 있다. 그러나 김수영 교수는 이런 자율 조정에 대한 믿음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시간이다. 사회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그 ‘사이의 시간’ 동안, 누군가는 어마어마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가 그랬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때가 그랬다. 결국 시스템은 또 다른 균형을 찾았지만, 그 사이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었다.
지금의 1인가구도 비슷한 과도기 위에 서 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가 삶의 형태를 이미 바꾸어놓았지만, 이를 받쳐주어야 할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 지체된 불균형의 시간 속에서 많은 사람이 조용히, 이유도 명확히 모른 채 다치고 있다.
1인가구 당사자이기도 한 저자는 이런 아픔이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우리가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었고, 그래서 개선할 수 있는 인공의 사회 구성물이다. 그래서 그는 적응이 아닌 수정을 말한다. 혼자의 시대가 고립의 시대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결혼이라는 전통적 틀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새로운 연결이 필요하다. 시장의 논리와 가족의 논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 저자는 그 길을 향한 걸음들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는 혼자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말한다.

인물정보

저자(글) 김수영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를 부전공했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사회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회적 배제와 위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특정 개인의 결함이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조건의 산물임을 드러내는 연구에 집중해 왔다. 노숙인, 빈곤층, 장애인, 플랫폼 노동자 그리고 급격히 증가하는 1인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이 서로 다른 형태로 사회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는 과정을 추적했다. 통계가 보여주는 비율과 분포만으로는 사회현상의 이면을 충분히 조명할 수 없다고 믿기에 지금까지 일관되게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질적 연구를 고집해왔다.
최근 10년간은 시대사적 전환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위험과 배제 양상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래 사회를 ‘디지털 시대’와 ‘개인화 시대’로 압축하고, 이로 인해 ‘연결된 채 단절된 우리’가 맞닥뜨릴 고립의 징후들을 드러내 왔다. 2019년부터 Alon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인화 시대의 1인가구 생활양식을 연구해왔다. 이 책에는 지난 6년의 연구 기록이 담겼다.
디지털 복지국가의 데이터 감시, 플랫폼 노동, 배달앱 노동자의 인간관계와 산업재해 등 디지털 시대를 다룬 연구로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저서 『디지털 시대의 사회복지 패러다임』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현재는 미래 사회의 위험과 정책적 대응을 모색하는 ToSoPo(Tomorrow’s Social Policy) Network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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