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2026년 01월 09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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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395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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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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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문학 비평 에세이이기도 한 이 아름다운 책에서, 우드는 자기 삶의 경험(세부 사항)들을 가능한 한 모두 사용해 문학 작품들을 주의 깊게 읽어나가고, 독자도 마찬가지로 그와 같은 관점으로 작품을 읽으면서 ‘본질’에 다가가도록 이끈다. 그러면서 이 책은 계속 되묻는다. 문학은 삶의 진실, 즉 ‘삶다움(lifeness)’이란 것에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가. 이 질문을 마주한 우리에게 우드는 삶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다른 세계(타자)와 연결시켜주는 문학의 환대를, 죽음이라는 필연에도 불구하고 삶을 자유자재로 확장하거나 축소하며 궁극적으로 우리 삶을 관통해 구원에 이르게 하는 문학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이 성사되는 데 관여하고 해제를 쓴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우드를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들에 관해 말할 때 거의 틀리는 법이 없는 분석적 찬미의 장인”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냥 잘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바로 이 사람처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비평가, “나의 이상적 자아(되고 싶은 나)”에 가까운 비평가라고 말했다.
1. ‘왜’라는 질문
2. 진지한 관찰
3. 모든 것을 사용하기
4. 세속적 실향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문학, 특히 소설은 은폐와 거짓의 습관에서 잠시 벗어나 숨 쉴 틈을 허락해주었는데, 부분적으로 소설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은유적 버전이라 할 수 있었고 책이라는 세계는 의미 있는 진실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혹은 픽션)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청소년기에 장편소설이나 단편소설이 완벽히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숭고한 발견을 했을 때 온몸으로 느꼈던 전율이 아직도 기억난다. 소설이라는 무한한 자유 공간 안에서는 어떤 생각도 할 수 있고, 어떤 말도 내뱉을 수 있었다. 소설 속에는 무신론자, 속물, 자유주의자, 간통자, 살인자, 강도, 카스티야 평원을 달리는 광인, 오슬로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방황하는 사람이 있었다. 파리에서 한몫 잡으려는 젊은 남자, 영국에서 출세하려는 젊은 여자, 존재하지 않는 도시들, 지구상에 없는 나라들, 우화와 초현실만 있는 신비한 땅, 벌레로 변신한 인간, 고양이가 화자인 일본 소설, 수많은 나라의 시민들, 동성애자, 신비주의자, 지주와 집사, 보수주의자와 급진주의자, 보수주의자이기도 한 급진주의자, 지식인과 얼간이, 지식인이자 얼간이, 술꾼과 사제, 술꾼 사제, 산 자와 죽은 자가 있었다. 39-40
소설은 우리에게 사례와 형식 간의 관계를 가르쳐준다. 이는 분명 달성하기 어려운 과업인데, 우리는 대부분 우리 삶의 형식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매 순간 아침을 먹고 출근하고 돈을 벌고 아이들을 학교에 꼬박꼬박 보내는 것처럼 어떤 순간들을 뚫고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우리의 순간들이 즐거울 때, 즉 환희에 가까운 순간을 맞을 때(이를테면 사랑에 빠질 때도), 아니 특히 그 순간이 행복할 때 시간은 엉성하게 흐르며, 우리는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그 시간의 모양을, 그 환희의 시작과 끝을, 각 단계와 기간을 지켜보지 못한다. 우리는 오직 회고로서만 우리의 ‘출입’을 이해할 수 있는 저주를 받았고, 마치 뱃머리에 앉아 노를 젓고 있는 것처럼 이미 지나온 자리만 맑은 눈으로 볼 수 있다. 몇 년 만에 어떤 도시로 돌아온 후에야 “나는 여기서 살 때 행복했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십 대 내내 불행했어.” “나는 진짜 사랑에 딱 한 번 빠졌었지.” “이제 와서 보니 그 직업을 택한 건 실수였어.” 그리고 나는 내 친구 동생의 추도식에 참여하고 나서야 그의 아버지가 이 가슴 저미는 시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완벽했던 여름… 가족 중 누구 하나도 죽어가지 않았던 그 여름을 기억한다.” 53-54
세부 사항으로 인해 이야기 속의 특정 순간이 형식 안에서 살아남기도 하고, 취소되기도 하고, 회피되기도 한다. 나는 세부 사항이란 형식이라는 액자 안에서 튀어나와 우리에게 만져달라고 애원하는 삶의 조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부 사항은 단순한 삶의 조각이 아니다. 세부 사항이란 최대치의 문학적 기교(작가의 천재적인 선택과 창조적 상상력)로 최대치의 비문학적 또는 실제 삶의 시뮬라크르를 생산하는 마법적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문학적 기교는 (허구적인, 다시 말해서 새로운) 삶으로까지 전환되는 것이다. 세부 사항은 삶과 유사한 것(lifelike)이 아니라 그런 기능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존재하는 사물들(things-in-themselves), 즉 내가 삶다움(lifeness) 그 자체라고 부르는 것이다. 81-82
우리는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세부 사항의 총합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세부 사항은 우리가 가진 세부 사항의 총합을 초과할지도 모른다. 그걸 계산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세부 사항들이 곧 이야기, 미니어처 이야기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그 세부 사항 중 일부는 희미해지고, 역설적이게도 또 어떤 세부 사항은 날이 갈수록 선명해진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모두 자신의 기억을 계속해서 다시 쓰고 있는 내면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87
소설 안에서 우리는 자아의 모든 연기와 가식적인 행동, 두려움과 비밀스러운 욕망, 자부심과 슬픔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는 사람들을 진지하게 관찰함으로써 그들을 더 잘 이해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동기가 무엇인지 더 예리하게 살펴보면서 그들의 주변과 그 이면까지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인간이 얼마나 모순적인 존재인지를 극적인 방법으로 묘사하는 가장 뛰어난 장르다. 우리는 어떻게 완전히 반대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원할 수 있을까? 도스토옙스키가 이런 모순을 얼마나 탁월하게 포착하는지 생각해보자. 우리가 어떻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미워하는지, 바람 부는 날의 구름처럼 우리의 기분이 얼마나 순식간에 이런 모양에서 저런 모양으로 변하는지. 106-107
작가들이 세상을 진지하게 관찰할 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들은 관찰 대상의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죽음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문학적 형식이 항상 삶에 강요하려고 위협하는 작은 ‘죽음’이고 다른 하나의 큰 죽음은 실제 죽음이다. 다시 말해서 작가들은 우리를 우리의 죽음에서 구출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말하는 죽음이란 세부 사항들이 우리에게서 점차 멀어짐에 따라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현실이다. 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 이제는 거의 잊어버린 맛과 향기와 촉감의 강렬함, 그리고 우리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세상이 맞게 되는 느린 죽음이다. 110
내가 감탄해 마지않는 비평은 대부분 특출나게 분석적인 글이 아니라 진정한 열정으로 이루어진 재서술(re-description)이다. 때로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낭독하는 시나 문장을 듣는 것이 비평적인 행위가 되기도 한다. 작가들이 항상 배우와 연기에 관심을 가져온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배우가 가장 순수한 최초의 비평가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나 희곡을 소리 내어 읽는 것과 자신이 들려주고자 하는 문학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retelling)은 동일 선상에 있다. 좋은 비평가는 비평이란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 ... 나는 이런 방식의 비평적 다시 이야기하기를 책에 대한 글쓰기가 아니라 책을 통과하는 글쓰기라고 부르고 싶다. 이 통과하는 글쓰기는 종종 문학 작품이 사용하는 은유와 비유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는 문학 비평이 지닌 차별성을 인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학 비평은 자신이 설명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매체인 언어를 사용해 자신의 작업을 수행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49-150
문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문학은 어떻게 삶을 구원하는가
‘현존 최고의 비평가’, 제임스 우드의 자전적 비평 에세이
삶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다른 세계(타자)와 연결시켜주는 ‘문학의 환대’,
소멸로부터 삶을 구원해내는 ‘문학의 힘’에 관한 지적이고 아름다운 통찰
★★★
“우드의 깊이 있고 논쟁적인 그의 에세이들은 그 사유의 폭과 도덕적 진지함으로 전율을 느끼게 한다.” _수전 손택
“제임스 우드가 읽고 쓰는 방식은 ‘오래 잊고 지낸 귀한 것을 다시 발견하는 듯한’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그냥 잘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바로 이 사람처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_신형철
“작가들이 세상을 진지하게 관찰할 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들은 관찰 대상의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_책 속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비평가”, “수전 손택이나 크리스토퍼 히친스 같은 거장들과 나란히 거론될 수 있는 21세기의 거의 유일한 문학 비평가”로 평가받는 제임스 우드의 에세이가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다. 《가디언》 수석 문학 비평가를 거쳐 하버드대학에서 문학 비평을 가르치고 있는 우드는 비평을 추상적 이론이나 분석적 기술로서가 아니라 문학을 전파하고 예술과 삶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으로서 사용해왔다.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뻔한 서평 글쓰기에서 문학사에 길이 남을 지적 모험의 경지로 건너가는” 우드의 글은 문학 애호가들을 매혹시키고 ‘지적 에로티시즘’으로 이끈다.
자전적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문학 비평 에세이이기도 한 이 아름다운 책에서, 우드는 자기 삶의 경험(세부 사항)들을 가능한 한 모두 사용해 문학 작품들을 주의 깊게 읽어나가고, 독자도 마찬가지로 그와 같은 관점으로 작품을 읽으면서 ‘본질’에 다가가도록 이끈다. 그러면서 이 책은 계속 되묻는다. 문학은 삶의 진실, 즉 ‘삶다움(lifeness)’이란 것에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가. 이 질문을 마주한 우리에게 우드는 삶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다른 세계(타자)와 연결시켜주는 문학의 환대를, 죽음이라는 필연에도 불구하고 삶을 자유자재로 확장하거나 축소하며 궁극적으로 우리 삶을 관통해 구원에 이르게 하는 문학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이 성사되는 데 관여하고 해제를 쓴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우드를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들에 관해 말할 때 거의 틀리는 법이 없는 분석적 찬미의 장인”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냥 잘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바로 이 사람처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비평가, “나의 이상적 자아(되고 싶은 나)”에 가까운 비평가라고 말했다.
온 삶으로 문학을 살아낸 사람의 자전적 비평 에세이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각기 다른 강연을 위해 쓰인 원고였지만, 다시 정리되어 한 권의 책으로 묶이면서 새로운 맥락과 복합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를 살펴보려면 이 책의 제목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이 “예술은 삶에 가장 가까운 것. 그것은 우리의 경험을 증폭시키고, 개인의 운명의 한계를 넘어 동료 인간의 삶과 맞닿게 한다.”라는 조지 엘리엇의 문장에서 가져왔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우드는 체호프의 〈입맞춤〉이라는 짧은 소설을 예로 들면서 세부 사항(디테일)을 진지하게 관찰하는 작가의 시선(바라보기)을 설명한다. 세부 사항은 “단순한 삶의 조각이 아니”며, 최대치의 문학적 기교로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삶을 생산하는 “마법적 조합”이다. 소설에서 세부 사항은 삶과 유사한 것이 아니라 ‘삶다움’ 그 자체가 됨으로써 소멸(죽음이라는 한계)로부터 우리의 삶을 구출/구원해낸다. 이것이 문학(예술)을 ‘인생(삶)에 가장 가까운 것’이 되게 한다.
하지만 이 제목이 소설과 삶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데 동원될 뿐 아니라 더욱 다채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이유는 우드 ‘그 자신이 살아온 삶’의 세부 사항을 아름다운 언어로 겹겹이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이라는 자장 안에서 맹렬하게 읽고 정확하게 쓰는 일은 우드의 인생에도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이 책에서 우드는 마치 ‘문학을 살아낸’ 사람처럼 보이며, 우리 모두가 각자 살아내고는 있지만 때로는 구체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삶’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와 만나면서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한다. 이것이 이 책을 ‘회고록과 비평의 놀라운 결합’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삶을 통과하는 문학, 문학의 언어로 문학에 말 걸기
이 책은 소설과 관계 맺어온 우드 자신의 경험 위에 여러 작가와 작품의 사례를 쌓아 올리면서 삶과 문학, 읽기와 쓰기에 관한 탁월한 논의를 펼친다. 이를 장별로 간략하게 살펴보면, 1장은 엄숙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우드가 ‘신이 있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나 많은 고통과 죽음을 맞닥뜨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나서 인생을 확장하고 연장하는 소설의 세속적 충동(“소설이라는 무한한 자유 공간 안에서는 어떤 생각도 할 수 있고, 어떤 말도 내뱉을 수 있었다.”)과 종교적 태도 사이를 오가며 책이라는 세계에 빠져들게 된 경위를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소설은 한 인생을 통찰할 수 있게 한다),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투쟁(과거/현재, 사례/형식, 자유 의지/결정론 등), 나아가 소설의 근본 구조와 작동 방식을 성찰한다.
2장은 우드가 유년 시절을 보낸 영국 북동부 도시 더럼에서의 혹독한 풍경(집집마다 석탄을 나르던 배달부들, 얼음장 같던 기숙사, 교칙 위반 시에 주어진 체벌, 우드의 집 부엌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부랑자 톰 등등)을 체호프, 헨리 그린, 솔 벨로의 뛰어난 작품들과 중첩시키면서 작가가 세상을 진지하게 관찰하는 방식, 즉 (1장의 연장선상에서) “세부 사항에 대한 헌신이야말로 ‘삶을 전체화하는 모든 힘’으로부터 삶 그 자체를 구원하는 문학의 위대한 역량”임을 주장한다. “우리가 주변 세상에 기울이는 것과 같은 세심한 주의를 죽은 자들의 그림자에도 기울인다면, 그들을 더 깊이 바라보고 변모시킴으로써 되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3장은 어린 시절의 우드에게 심오한 영향을 미친 책, “칙칙한 황토색 표지에 권위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지만 전 세계의 소설가와 작품 목록이 나열되어 있고, 그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평가가 실려 있던 어설픈 책 《소설과 소설가들》을 떠올리면서, 토머스 드 퀸시나 버지니아 울프의 비평, 알프레드 브렌델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를 사례로 들어 ‘문학의 언어로 문학에 말을 거는 비평’(작가적 비평),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자리 잡는 글쓰기’(책에 ‘대한’ 글쓰기가 아니라 책을 ‘통과하는’ 글쓰기) 등에 관한 논의로 발전시켜 나간다. 비평의 자리와 글쓰기의 원리에 대한 통찰로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장이다.
4장은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우드 자신을 포함하여 불가피하게 ‘세속적 실향’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허구적이고 비현실적인 감각이 W. G. 제발트, 알렉산다르 헤몬의 작품들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살펴본다. 이 글은 탈식민주의 문학의 한 흐름을 살펴보는 작업이지만, 그 자체로 거장의 에세이스트적 면모를 보여준다. 십 대 때 우드가 머물던 기숙학교로 아들을 보기 위해 매주 먼 거리를 걸어 방문했던 어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 ‘떠남’과 ‘멀어짐’, 일상에 끊임없이 찾아드는 상실이라는 현재의 절망감과 대조되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이 책은 출간 전해에 사망한 우드의 어머니에게 바쳐졌다).
동시대 최고의 비평가가 선보이는 사유의 퍼포먼스
유년 시절의 우드에게 심오한 영향을 미쳤던(그러나 조악하고 어설펐던) 책 《소설과 소설가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나는 분명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책이 얼마나 다정하고 순수했는지 깨닫고 새삼 놀란다. 작가들 옆에 붙은 이 짧은 설명들은 문학이라는 세계 안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보낸 열정적인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그 메시지들은 거의 절박할 정도로 열렬히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옹호하고, 창작의 원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하며,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확신을 지니고 있다. 위대한 책은 삶과 죽음을 걸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렇기에 나쁘거나 지루한 책들은 식별되고 걸러져야 한다는 확신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라고 느꼈다!”
‘걸작’이라는 표현이 책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상업적 영역으로 옮겨간 오늘날, 이런 문장을 쓰는 비평가의 책을 읽는 것은 행운이다. 해제에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제임스 우드가 보여주는 ‘비평-퍼포먼스’를 나름의 구별법으로 소개한다. “리뷰는 어떤 작품이 향유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효율적으로 판단해주는 일이지만, 비평은 뛰어난 안목과 기예를 가진 이가 특정한 작품을 ‘일단 향유하기 시작하면’ 작품이 어떻게 거듭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논문이 검증된 방법론과 논리적 절차들로 대상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산출하는 작업이라면, 비평은 어떤 강력한 주관성이 제 정신의 움직임과 사유의 퍼포먼스를, 그게 그 순간의 최선이기 때문에 미완성인 채로 밀고 나가는 작업이다.”
이제 우리는 우드의 ‘사유의 퍼포먼스’가 어떻게 작품을 거듭나게 하는지, 나아가 문학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 삶이 어떻게 거듭나는지 목격하면서 이 아름다운 책을 만끽하면 된다.
인물정보
영국의 문학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 소설가. 1965년 영국 더럼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가디언》에서 서평 기자로 일하며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1990년에 영국 언론상 ‘올해의 젊은 기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1994년에 부커상 소설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가디언》 수석 문학 비평가, 《뉴 리퍼블릭》 선임 편집자를 거쳐 2007년부터 《뉴요커》 문학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 밖에도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등에 다수의 비평과 에세이를 기고했으며, 2009년에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서평 및 비평 부문)를 수상했다. 2003년부터는 하버드대학교 문학 비평 실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가디언》은 “그는 추상적 이론가나 분석적 기술자가 아니다. 그에게 비평은 문학을 전도하고 예술과 삶의 간극을 좁히는 한 가지 방식이다.”라고 소개했으며, 이러한 독특한 위치로 인해 “미국에서 발행되는 여러 잡지의 품격을 끌어 올리는, 현존하는 최고의 비평가”(《뉴욕 매거진》)로 평가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평론집 《파괴된 영지: 문학과 신앙에 관한 에세이》, 《무책임한 자아: 웃음과 소설에 관하여》, 《짜릿한 것들, 그리고 그 밖의 에세이》, 대표 에세이 선집 《진지한 관찰: 1997-2019》, 소설 기법을 다룬 이론서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소설 《업스테이트》, 《신에 맞서는 책》 등이 있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KBS와 EBS에서 라디오 방송 작가로 일하다 번역가가 되었다. 《괴물들》, 《사나운 애착》, 《헝거》,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등 다양한 장르의 영미권 도서 100여 권을 옮겼다. 에세이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오늘의 리듬》,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공저) 등을 썼다.
1976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했다. 2005년 봄에 계간 《문학동네》로 등단해 평론을 쓰기 시작했으며, 아름다운 문장과 정확한 비평이 함께하는 고유의 스타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는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2008), 산문집 『느낌의 공동체』(2011), 『정확한 사랑의 실험』(2014), 『인생의 역사』(2022) 등이 있다.
[학력]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경력]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2014~2022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2022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비교문학 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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