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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김민정 지음
난다

2026년 0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2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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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1.26MB)   |  약 9.5만 자
ISBN 9791124065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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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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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산문의 춤”(신형철)으로 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하기를 화두로 권하는 시인 김민정의 산문집 『역지사지』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2009년부터 2025년까지의 근 16년간의 한국 사회를 여성의 눈을 통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미시사를 담았다. 2009년부터 2025년까지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문화일보, 『씨네21』 등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산문을 연도별로 정리해 묶고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쓴 산문 17편을 첫 산문집 『각설하고,』에서 추렸다.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쓴 산문 50편에, 부록으로 리뷰 ‘시인의 서재’ 14편을 더했다. 가볍고 무거운 나무, 가볍고도 질긴 백지를 땅으로 삼아 밥벌이를 한 것이 햇수로 27년이다. 안다고 확신했던 데로부터 왜라는 물음표를 갈고리처럼 걸고 과감히 미끄러지는 그의 질문들은 사사로운 기록이 덤덤한 나의 기록처럼 읽히게 하는 보편성을 갖는다. 남과 자신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사자성어 역지사지. 시인에게는 한문 배울 때 가장 쉽다고 맨 처음 배운 사자성어임에도 여태 실천이 안 되어 아직껏 붙들고 사는 말이다. 얼버무리기엔 속수무책으로 당혹스럽고 부끄러움을 가장한 어떤 두려움(254쪽) 앞에 “핑곗거리나 대고 있는 나에게 눈을 흘기면서도 그래 그 마음 알지, 일견 이해를 얹는 건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집중하여 똑바로 진실을 바로 보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 건지 다행히도 아는 나이는 된 듯해서다”(234쪽). 시인은 이런 기질로 태어나 결국엔 이런 태도로 죽을 사람임도 알겠다면서 나이를 먹는다 한들 애초에 타고남이 종지이니 잘하면 사발이 될 거란 기대 자체를 아예 버리겠다 하지만 이 작은 종지에 담긴 간장의 풍미는 검고도 깊다. “잘 태어나는 건 우리 탓이 아니지만 잘 죽어가는 건 우리 몫임을 알게 하는”(298쪽) 이 무서운 말. 그 앎과 실천의 거리는 얼마나 가깝고도 먼지, 둘 사이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종이처럼 얇은 틈을 시인은 책장 넘기듯 보고 있다.
작가의 말 봄과 보임 ㆍ 4

2009년
네가 누구인지는 네가 잘 아실 문제 ㆍ 14
시인으로 살다 죽다 시가 되는 일 ㆍ 18

2010년
착한 척하려면 눈이 조금, 필요합니다 ㆍ 24
브라보, 내 젊은 아빠들이여! ㆍ 28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러너다 ㆍ 32
실은 저도 입을 고민합니다 ㆍ 36
솔직해집시다 ㆍ 40
가만 좀 내비두는 것의 미학 ㆍ 44
화성에서 온 딸, 금성에서 온 아빠 ㆍ 48
그 많던 한아름 슈퍼, 다 어디로 갔나 ㆍ 52
댁의 여름은 안녕하십니까? ㆍ 56
걱정과 낭만 사이 ㆍ 60
다정한 약속일수록 왜 연약할까 ㆍ 64
실은 우리 매일같이 시를 산다 ㆍ 68
책책책, 이제 책 좀 읽읍시다 ㆍ 72

2011년
이토록 사소한 다짐 하나 ㆍ 78
내가 가장 나종 지니인 집 ㆍ 82
있을 때 잘해, 나는 돼지야 ㆍ 86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그 흥! ㆍ 90

2014년
20140416 ㆍ 96
천국에 있는 엄마들 ㆍ 99
우리의 영혼을 위로하는 교황 ㆍ 102
이 세상에 단골 없으면 무슨 재미로 ㆍ 106
날마다 하나씩 줘보기 ㆍ 109
아무래도 덜 아픈 거다 ㆍ 112

2015년
스스로 자, 말미암을 유 ㆍ 116
죄책감, 다음에는 뭐라 쓸까 ㆍ 119
5월은 ‘책’합시다! ㆍ 123
‘잊음’을 ‘있음’으로 ㆍ 126
말만 쓰면 아프다 ㆍ 130
아프니까 엄마다 뭐! ㆍ 133

2016년
손이 하는 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일 ㆍ 138
새해에는 보다 느려져보자는 이야기 ㆍ 142

2017년
굳세어라 책들아 ㆍ 148
우리 제훈이 생일 축하해! ㆍ 152
“고향이 어디냐고요? 인천 짠년인데요” ㆍ 156
오늘도 5월 18일입니다 ㆍ 160
청바지가 다 어울리는 나라 ㆍ 164

2018년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ㆍ 170
택시는 울기 좋은 방이다 ㆍ 174
택시는 영단어 외우기 좋은 의자다 ㆍ 178
택시는 공감의 대화창이기도 하다 ㆍ 182
택시에선 기적을 만나기도 한다 ㆍ 186
세밑 택시 기사와의 대화 ㆍ 190

2023년
침묵은 등이다 ㆍ 196
나무는 참 가볍고도 무겁고도 질기구나 ㆍ 198
국어사전에게 제법 들켜왔지요 ㆍ 201
비는 선생이다 ㆍ 204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물음표 닮을 일이네 ㆍ 206
깊은 밤 어디 돌 끓는 소리 들렸으랴 ㆍ 208
묻기가 효도다 ㆍ 210
다음 산은 휴대전화 놓고 가기 ㆍ 212
말이 아프고 또 무섭다는 말이지 ㆍ 214
구 년 만에 택배가 왔습니다 ㆍ 216

2024년
사실은, 이라고 말하지는 말기 ㆍ 220
발품은 몸에 새기는 공부 아닐까요 ㆍ 222
에지는 괘지다 ㆍ 224
넘어야 살고 즐겨야 난다 ㆍ 226
봄이, 산이, 그게 다 그런 것이겠지 ㆍ 229
통장이 없으면 콩장이라도! ㆍ 231
청소는, 투표 마치고 할게요 ㆍ 233

2025년
모르니까 안다 ㆍ 236
친구의 편지가 든 항아리를 닦다가 ㆍ 239
2025년 우리들의 봄은 이렇게 ‘있었다’ ㆍ 242
뽑고 나면 그만이다 ㆍ 245
말이라 하면 정확하여 아름답기를 ㆍ 248
나는 간장 종지를 사랑해 ㆍ 251
거시기가 공부다 ㆍ 254
이런 소풍, 김밥은 못 들고 가지만요 ㆍ 257

애초에 나는 이런 기질로 태어난 사람이 맞겠고 결국엔 이런 태도로 죽을 사람임도 알겠다. 사람 참 안 변하니 이렇게 건강히 살아 있는 거겠지. 나이를 먹는다 한들 애초에 타고남이 종지이니 잘하면 사발이 될 거란 기대 자체를 아예 버리란 얘기겠지.
_ 작가의 말 「봄과 보임」 부분

비록 이 착각이 내 발등을 찍는다 한들 책이니까, 책은 도끼보다 덜 아프니까. 번화한 술집 거리를 통과한 다음날 유독 주머니 속에는 반으로 접힌 전단지가 가득이다. 이 종이 한 장 쓰레기통에 내버리기에도 죄책감이 드는 걸 보니 아직은 나 ‘책 할’ 때인가보다.
_ 「굳세어라 책들아」 부분

두 해 후 지금껏 그때 버린 책의 간절함으로 안달이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한 번씩 책이 있다 사라진 창고에 서게 되면 책의 쓸모에 대해 근원적인 자문을 하게 된다. 말없이 가르치는 선생이 누구냐 할 때 늘 자연을 가리키는 것이 나일진대 이번 여름은 특히 두 손 자주 하늘로 모으게 된다. 비는 그렇게 절로 선생이 된다.
_ 「비는 선생이다」 부분

일단은 저 둘을 동무라 불러보았다. 마음이 서로 통하여 가깝게 사귀는 사람. 어떤 일을 하는 데 서로 짝이 되거나 함께하는 사람. 친구보다 동무에 기대고 싶은 건 ‘친’이라는 단어에서 ‘구’라는 단어까지 그 거리가 얼마나 먼지 먼저 알아버린 탓이겠다.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온 사람, 삼십육 년 전 너와 나는 어떻게 친구가 되었던가. 나는 그 관계에 있어 얼마나 충실히 내 본분을 다해왔던가. 청소하기 좋은 계절, 지금은 편지 쓰기 좋은 봄이다.
_ 「친구의 편지가 든 항아리를 닦다가」 부분

여기는 참 조용하고 나는 참 시끄러웠다
맞지, 죽음은 말이 없는 것이었지
그치, 삶은 입이 있는 것이었지

“절망과 희망이 한 박자에 실린 삶이라는 인생사”(116쪽) 그 망망대해에 떠다니며 “심장을 가진 사람의 손이 아니라 엔진을 가진 바퀴의 손잡이에 매일같이 매달리던 시절”(292쪽). “자는 동안에도 굴리지 않으면 안 될 생의 쳇바퀴가 너 나 할 것 없이 같은 모양새로 발밑에 있음을 재확인”(232쪽)하는 우리. “결국 바퀴나 나나 멈춘다는 사실을 알고도 달리고 있음, 그 현재로 가르쳐주는”(171쪽) ”오늘은 어제와 다름없는 내일“(220쪽)이다. “늘 그렇듯이 대책은 없고 우려만 있는 뉴스”(82쪽) “우리는 왜 이러고 사는가”(165쪽). “어른이 되었다 싶지만 배울 것투성이인 세상사”(171쪽). “되도록 비를 맞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인생이지만 어쩌다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어찌할 수 없음도 인생”(62-63쪽)이다. 낭패를 겪어야만 시선을 앞이 아닌 아래로 떨구니 고개를 숙여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얼마나 만만찮은가(127쪽). “언어가 통한다는 것과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역시나 다른 일”(181쪽). “왜 나는 앞보다 뒤일까 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내 뒤통수를 못 보는 이가 나뿐인가 하는 두려움은 또 알아 말이지.”(215쪽) 우린 무슨 ‘소용’을 위해 이다지도 힘들게 눈앞에 있는 ‘당신’을 두고 평생토록 멀리 있는 ‘당신들’을 찾아 헤맬까.(116쪽) 앞만 보며 달려간다는 일이 실은 누군가의 뒤만 보며 살아가는 일 아닐까. “그 단순하지만 소소한 ‘봄’과 ‘보임’으로 삶의 비애와 같은 쓸쓸함을 한번 더 껴입어”(172쪽)보는 그다. 산다는 일은 어차피 죽어가는 일. “이 빤한 사실을 제대로 맞닥뜨리면 사는 데 여러모로 불편하다는 걸 너나 할 것 없이 아주 잘 아는 까닭에 오늘도 우리는 그 침묵의 순간을 견디지 못한 채 말에게 애걸복걸이다.”(131-132쪽) “네가 총을 쏘았으니 나도 총을 쏠 게 아니라 네가 총을 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는 배포”가 역지사지라면 “욕심일까”(81쪽). “요 며칠 왜 흉몽의 나날이었을까 하니 누군들 길몽의 하루하루였을까 반문하게 되는” 마음. 시인은 주말에 들른 제주에서 부는 바람에 절로 몸을 맡길 줄 아는 월동무와 당근을 본다. “그들의 연둣빛 머리통으로 가득한 밭에서 나는 아주 잠시 흔들리다 왔다.”(227-228쪽)

그런 아빠랑 자주 술을 마시고 북성포구에 걸으러 다녔다. 초입에 조개 까는 할머니들 보러 간다는 게 핑계기도 하였지만 실은 아빠랑 걷고 싶어 가곤 했는지 모른다. 북성포구라 쓰인 간판을 따라 들어가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쇠락한 횟집 몇이 있고 그 옆으로 난 바다가 보인다. 물이 차면 유한락스 통이나 사이다 병이나 검은 튜브가 둥둥 떠 있는 바다지만 물이 빠지면 살이 어지간히도 쪄서 뒤뚱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갈매기들 천지가 되는 검은 땅.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북성포구라 하면 그게 다다. 실은 그 별것 없음을 확인하는 일이 북성포구를 다녀가는 일의 전부다.
_“고향이 어디냐고요? 인천 짠년인데요” 부분

인물정보

저자(글) 김민정

1999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산문집으로 『읽을, 거리』 『말이나 말지』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이상화시인상, 올해의 젊은출판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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