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들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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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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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으로부터 이 년이 흐른 시점 메인주에서 변호사 밥 버지스는 남편 윌리엄과 살고 있는 작가 루시 바턴과 주기적으로 만나 공원을 산책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한편 루시는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올리브 키터리지와 마침내 만나게 되고, 역시 이따금 대화하는 사이가 된다.
“사람들은 살고, 희망을 품고, 심지어 사랑을 보듬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어요.
모두 마찬가지예요.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492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인간을 향하는 연민어린 시선이 담겨 있다. 필연적인, 그러나 결코 사소하거나 가볍지 않은 삶의 고통이나 일상에 성스러운 빛을 드리우는 연결의 순간은 스트라우트의 이야기 속 가장 핵심적인 제재다. 『이야기를 들려줘요』는 이런 특징이 더욱 극대화되었을 뿐 아니라 기존보다 더 광범위하고 다채로운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서사의 외연을 넓히는 데 성공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올리브, 루시, 밥과 이저벨은 끊임없이 삶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정과 결혼생활, 예술과 죽음, 죄와 사랑에 관한 가없는 이야기들. 이 아름답게 휘몰아치는 이야기들 속에는 어딘가 “부서진 사람들”의, 그러므로 평범하고 개별적으로 빛나는 사람들의 삶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제2권 … 159
제3권 … 263
제4권 … 327
감사의 말 … 511
옮긴이의 말: 걷고 말하고-그저 행복했다 … 513
우리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그는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자신의 삶에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 있다고 믿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것이 있고, 그런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 13쪽
해가 나온 날에는 해가 질 때 진청색 지평선에 날카로운 노란색이 나타난다.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은 이런 아름다움을 내면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해야 더 맞을 것이다. 전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기 존재한다. 그들의 삶을 구성하는 풍경의 일부로서. 56쪽~57쪽
루시에게는-지평선에서 어둠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햇살처럼 이 생각이 떠올랐다-루시에게는 대체로 잘 가려져 있지만 외로움이 존재했고, 그것은 지금 깨닫기로 마거릿 자신에게 존재하는 외로움이었다-지평선의 틈이 더욱 커졌다. 마거릿은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다고-지금까지 거의 인식하지 못한 채, 깊이-갈망했기 때문에 자기 삶을 타인을 돌보는 데 헌신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루시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 그게 그녀가 루시를 좋아한 한 가지 이유였다.
81쪽
내가 여덟 살쯤 됐을 때였는데, 어느 날 엄마한테 〈Row, row, row your boat〉라는 노래는 왜 ‘인생은 그저 꿈’이라는 가사로 끝나는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물었어요. 엄마가 조용히, 그건 삶은 진짜가 아니라는 뜻이야, 라고 말해서 좀 이상했어요. 그래서 내가 말했죠. 삶이 어떻게 진짜가 아닐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건, 엄마가 설거지를 멈추고 싱크대 위쪽 작은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면서-다시 조용히-그건 삶은 진짜가 아니라는 뜻이야, 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늘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요. 엄마가 그걸 믿는 것 같았거든요. 95쪽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녀 주변의 모든 기록되지 않은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루시 바턴이 올리브를 처음으로 만나 올리브가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 표현을 썼다. 기록되지 않은 삶,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올리브는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 사실이 지금 그녀를 강타했다. 126쪽
그리고 그것이 올리브를 찾아왔다. 깨달음의 순간이. 그녀가 말했다. “루시, 당신은 외롭고 여린 사람이로군요.”
루시가 그녀를 빠르게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누가 외롭지 않아요, 올리브? 한 사람이라도 예를 들어봐요.”
올리브가 말했다. “아주 많죠. 이곳에 살면서 매일 거실에 모여 와인을 마시는 속물들. 그들은 외롭지 않아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루시가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이어 말했다. “그 사람들이 한밤중에 깨어나 어둠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올리브는 그 말에 답할 수 없었다. 207쪽
그가 걸음을 멈추었고, 그녀도 멈추었다. “루시, 이 민들레가 그렇게 좋은 이유가 정확히 뭐예요?”
그녀가 말했다. “음, 색깔이 노랗고, 민들레는 녹색 풀밭에서 자라는데, 녹색과 노란색의 조화가-오, 그냥 그걸 사랑해요!”
그는 민들레가 자라는 곳을 바라보았고, 그녀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깨달았다. 녹색 바탕에 노란색 반점. “이해했어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걸어갔다. 297쪽~298쪽
“내 요점은,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아주 복잡하다는 거예요. 밥, 우리는 모두 아주 복잡하고, 우리가 누군가와 한순간이라도-어쩌면 평생-같이한다는 건 우리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연결되어 있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죠. 왜냐하면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 깊은 틈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심지어 그 사람 자신도 자기 마음의 깊은 틈으로는 들어가지 못해요. 하지만 우리는-우리 모두는-그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요. 그리고 난 그걸 존중해요, 밥. 정말로 존중해요.” 306쪽
결과가 불확실할 때 사랑에 빠지는 건 강렬한 고통이다. 밥의 경우가 그랬다. 이따금 그는 자신이 아주 확장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영혼이 그의 앞에서 아주 크고 펄럭이는 돛처럼 부푼 것 같았다. 317쪽
“아니. 그건 악이 아니야, 래리. 부서진 사람들이지. 부서진 사람이 되는 것과 악이 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 혹시 네가 그걸 모른다면 말이다. 그리고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부서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내가 네게 이걸 말해주는 이유는, 너는 그런 부서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살면서 운이 아주 좋았기 때문이야.”
래리는 그저 그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것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겠니?” 429쪽
마음은 마음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 그것은 사실이고, 밥의 마음은 여전히 루시를 원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고려할 것이 있는데, 마음은 유기체의 한 부분일 뿐이고, 유기체의 일은 살아남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살아남고자 하는 그 욕망이 이미 밥에게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그 욕망은 자라났다. 마음의 욕망-그것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계속 자라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일이 으레 그렇듯 당연하게도 그것에는 불편함이 존재했다. 495쪽
이저벨은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올리브는 앉아서 기다렸다. 그녀는 이저벨의 얇은 가슴팍이 작게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관절염 때문에 뒤틀린 늙은 손에는 자주색 혈관이 비쳐 보였다. 사랑은 사랑이다. 올리브는 기다리면서 계속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509쪽
“나는 이 작가를 영원히 조르게 될 것이다. 다음 이야기를 주세요.
제발 쓰기를 멈추지 말아줘요, 스트라우트 작가님.” 안희연(시인)
2025 여성소설상 최종후보 |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타임〉 〈보그〉 〈퍼레이드〉, NPR 선정 올해의 책
사람들, 그리고 저마다 살아가는 삶
그것이 이 이야기의 요점이다
루시 바턴은 친구인 밥 버지스에게 올리브 키터리지를 소개받는다.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루시를 집으로 초대한 올리브는 자신의 어머니인 사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라는 농부의 딸로 태어나 한때 해안가의 리조트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고, 리조트 주인의 아들인 스티븐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스티븐 어머니의 반대로 끝내 이뤄지지 못했고 각자의 가정을 꾸렸다. 올리브는 어머니가 죽은 뒤에야 그녀의 가방에서 아주 오래된 신문조각을 발견했는데, 거기엔 스티븐과 그의 두 딸, 올리브와 아이사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올리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죽고 나서야 어머니가 어쩌면 평생 젊은 시절의 연인인 스티븐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두 사람이 은밀히 자식들의 이름을 옛날에 약속했던 대로 지으며 서로를 떠올렸으리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올리브는 이토록 깊은 어머니의 슬픔만큼이나 평생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아버지의 결핍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길가에서 따온 한 다발의 메이플라워도 결코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지는 못했으며, 아버지는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단 사실을. 루시와 올리브는 이처럼 긴 결혼생활에서 유령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이야기하며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사라지는” 사람들의 이토록 “진짜인” 삶의 무게에 대해 생각한다.
한편 셜리폴스에서는 마을에서 평판이 그리 좋지 않던 글로리아 비치라는 노인 여성이 실종되었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의심의 화살은 글로리아와 함께 사는 사회성 없는 아들 매슈에게 향하고, 매슈의 누나 다이애나는 밥에게 동생의 변호를 의뢰한다. 밥은 어쩐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처지의 매슈에게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고, 대화를 나누며 그가 무고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밥은 점차 단순한 변호인을 넘어 매슈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돕는 조력자이자 친구가 되고, 글로리아와 그 자식들의 삶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며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아나간다.
우리를 연결하는
이야기의 힘에 대한 고백
각별한 친구가 된 루시와 밥은 때때로 강가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루시는 아이를 낳은 딸이 더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다. ‘리틀 애니’라는 작은 식물을 온 정성으로 키우고, 종종 올리브와 만나 대화하며 즐겁기도 하지만 평생 계속된 깊은 외로움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밥은 형수인 헬렌의 죽음으로 인한 가족들의 슬픔에 완전히 짓눌려 있다. 설상가상으로 조카 래리마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형인 짐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밥의 첫 아내인 팸은 알코올중독에 빠졌으며 남편이 절친과 외도하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삶에는 지난한 일들이 계속되지만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거라 믿었던 내밀한 감정을 서로에게 고백하고 잠시나마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 모든 슬픔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결국 깊은 우정과 애틋함의 실마리가 된다.
『이야기를 들려줘요』는 말하자면 이야기의 힘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은 근본적으로 인물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때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상대에게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는 가장 결정적인 행위다. 끝끝내 실패할지언정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 또 온전히 이해받고자 하는 인간적인 갈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치열한 애정행각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가장 사소한 것까지 모든 이야기를 들려줘요”라는 말은 때론 “당신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에 다름없다는 사실.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로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스트라우트는 어쩌면 그 시간 동안 몸소 알게 된 하나의 중요한 진실을 전하고자 이처럼 아름답고 압도적인 ‘이야기’와 ‘이야기들’을 세상에 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물정보
저자(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Elizabeth Strout
1956년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메인주와 뉴햄프셔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베이츠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일 년 동안 바에서 일하면서 글을 쓰고, 그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끊임없이 소설을 썼지만 원고는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작가가 되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에 그녀는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잠시 법률회사에서 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돌아와 글쓰기에 매진한다.
문학잡지 등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던 스트라우트는 1998년 첫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는다. 2008년 발표한 세번째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로 언론과 독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은 HBO에서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되었다. 이후 『버지스 형제』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리고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작인 『다시, 올리브』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1년 발표한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후속작 『오, 윌리엄!』으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같은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바이러스가 퍼진 세계를 다룬 『바닷가의 루시』를 출간했다. 2024년 출간한 『이야기를 들려줘요』는 20년간 써온 소설 속 인물들이 총출동한 작품으로, 필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평과 함께 여성소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바닷가의 루시』 『오, 윌리엄!』 『다시, 올리브』 『무엇이든 가능하다』 『버지스 형제』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에이미와 이저벨』 『디어 라이프』 『착한 여자의 사랑』 『소녀와 여자들의 삶』 『매트릭스』 『운명과 분노』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그 겨울의 일주일』 『헬프』 『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 『한낮의 열기』 『씨앗에서 먼지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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