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니티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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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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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누군가는 기꺼이 길에 나서는 연대의 행위자가 되며, 왜 누군가는 침묵하거나 방관자가 되는가? 모두의 존엄이라면, 왜 우리는 종종 인권침해에 무감각해지는가? 이 책은 우리의 눈을 가리는 혐오와 배제, 낙인, 차별 등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반인권 기제를 밝히는 것은 물론, 인권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확장과 증진을 위한 다양하고 실용적인 전략을 제공한다. 결국, 우리 또한 약자와 소수자의 자리에서 멀지 않다. 더 존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는 이들은 물론이며, 인권의 주인인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1장. 무모하고 눈부신 싸움
인권무브먼트_나쁜 세상에 역동하다
인권의 본질_우리가 손에 쥔 것
인권감수성_자꾸 번지는 마음
2장. 우리란 누구인가
약자와 소수자_작고 낮고 귀한 이름
교차성과 가변성_부딪치고 움직이는 존재들
모두의 약자성과 소수자성_나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3장. 다채롭게 나쁜 세상
혐오_증오하는 마음의 사회학
범죄화, 낙인과 배제_억압의 시대
게토와 스테이터스큐_흐리지만 넘을 수 없는 선
비가시성_있지만 없는 투명인간
4장. 나쁜 세상을 균형 내는 몸짓들
장애인 탈시설운동_갇히지 않겠다
성소수자 프라이드운동_자긍의 무지개
자력화_스스로 조건 없는 존엄
5장. 대체 무슨 힘으로 모이는가
집단적 동기_내가 바꾸려는 무엇
보상적 동기_내게 더 가치 있는 시간
규범적 동기_나와 함께하는 누구
인디지니어스 네트워크_커뮤니티라는 연대의 심연
6장. 이토록 강렬한 ‘나’들
집단적 정체성_오롯이 나와 우리
집단적 정체서의 요소들_나의 규정부터 우리의 운명까지
7장. 더 좋은 싸움을 위하여
집단적 정체성과 커뮤니티의 강화_뿌리를 내려 잇다
인권마인즈_힘의 연동과 윤활
에필로그_저 울음의 넓고 깊은 파문으로
미주
참고문헌
어느 방송을 통해 인권 시위 현장을 보고 있었는데 바로 거기에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던 그 청년의 모친이 마이크를 잡고 서 있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하는 것을 지켜보며 예전에 어느 활동가가 해줬던 말이 떠올라 한참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권운동을 하며 가장 울컥할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활동가가 물었다.
경찰에 연행됐을 때라던가 숙원 법안이 마침내 통과됐을 때, 혹은 피해자의 눈물을 볼 때가 아닐까 나는 짐작했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전까지 한 번도 거리에 나설 일 없던 사람들이 치열한 시위 현장 한복판에 서는 걸 볼 때예요.”
그것은 슬픈가, 감동적인가, 아니면 무참한가 생각했다.
_8쪽, 〈프롤로그: 저 울음 안팎의 사람들〉
길 위에 우는 이. 그 울음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은 가장 먼 일이다. 저 울음을 닦아주는 것도 아마 먼 일이다. 그 전에 함께 우는 것마저도 우리에겐 요원할지 모른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것은 저 이가 운다고 아는 일이 아닐까? 거기에서 시작하고 싶다. (…)
우는 사람과 그 울음을 이해하는 사람, 같이 우는 사람과 그 울음을 닦아주는 사람, 마침내 기어이 다신 울지 않아도 되는 길을 찾아 함께 나서는 사람까지, 우리는 무엇으로 이어져 있는가.
_10쪽, 〈프롤로그: 저 울음 안팎의 사람들〉
일상생활에서 혹은 언론을 통해 어떤 사건이나 사고를 접할 때, 정치적 논쟁이나 국가 정책을 마주할 때 몇 개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권적 사유에 가까이 갈 수 있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사유의 부재는 곧 질문의 부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질문의 시작이 곧 인권감수성의 발아이다. 묻지 않는다면, 혹은 물음이 바르지 않다면 우리는 결코 개인적, 사회적 문제 속에 숨은 반인권을 경계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런 질문이 유효할 수 있다.
이 사건, 논쟁, 정책, 의제, 현상, 행위 속에서:
⚫ 약자와 소수자는 누구인가?
⚫ 약자와 소수자는 무엇을 주장하는가?
⚫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가 들려질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인가?
_46쪽, 〈인권감수성: 자꾸 번지는 마음〉
오래전 종영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다. 일반인 참가자들이 생존 게임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방송이었다. 최종 1인은 엄청난 상금을 받게 된다. 출연자 한 명이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이를 악물고 매 게임 안간힘을 썼다. 크고 작은 속임수도 부렸다. 결국 프로그램에서 승리를 거머쥔 그는 인터뷰하며 울먹였다. 기뻐서 그러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제 현실이 너무 슬퍼서 그래요.”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토록 치열하게 상금이 필요한 자기가 슬프다고. 최선을 다해 자신을 몰아붙여야 뭔가 이룰 수 있는 삶이 아프다고. 그 말은 한동안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여기에 기대 우리는 또 이렇게 물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하는 사람. 쉼 없이 발을 구르고 손을 뻗어야 하는 사람.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존엄한 삶을 지켜주지 않는 사람. 그는 약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_67쪽, 〈모두의 약자성과 소수자성: 나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세월호 참사 이후 한 조사에서 대한민국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청소년은 8퍼센트가 채 되지 않았다. 사회가 나를 보호하지 않는 세상은 자신과 친구,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다른 이를 물리쳐 딛고 서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반드시 약자가 돼야 한다. 사회 구조에 “내재된 폭력성”은 약자와 소수자를 쉼 없이 만들어 더 큰 사회적 고통을 전가한다. 눈치 채든 아니든 당신과 나는 날마다 이들이거나 이들 속에 살아간다.
_68쪽, 〈모두의 약자성과 소수자성: 나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나 혹은 당신이 약자, 소수자임을 자각한다는 말, 그 곁에 함께 선다는 말은 우리가 언제든 약자나 소수자가 될 수도 있다는 미래의 위험성을 인식한다는 뜻을 넘어선다. 훼손될 수 없는 존엄성을 가진 동시에 불완전하고, 보편의 인권을 빠짐없이 가진 동시에 반인권 앞에 울음 짓는 우리 존재 자체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권은 인간 개인을 “연약한 생물체로 여길 것”을 우리에게 요청한다. 연약한 우리가 다른 약자, 소수자와 연대하는 일은 책임 의식이나 연민을 넘어 보다 본질적인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에 대한 이해, 보다 뿌리 깊은 집단의식과 맞닿아 있다.
_70쪽, 〈모두의 약자성과 소수자성: 나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배제는 사소하거나 모호한 모습일 때가 훨씬 많다. 미국의 한 도시. 결혼을 앞둔 동성 커플이 웨딩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상점 주인이 이를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의 신앙에 따르면 동성 결혼을 위한 케이크를 만들거나 판매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특정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살 수 없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제과점에 가면 된다. 여성이 특정 헬스장에 입장할 수 없고, 노인이 특정
수영장을 이용할 수 없으며, 아동이 특정 카페에 출입할 수 없다면 다른 곳을 찾으면 되지 않겠는가. 문제는 환영받지 않는 존재, 부정당한 존재, 배제된 존재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공유, 확산되며 낙인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낙인과 배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배제는 낙인을 낳고, 낙인이 찍힌 집단은 구분, 분리되어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누릴 수 있는 무언가를 누려서는 안 되는 존재로 다시 배제된다.
정치인에게 케이크를 팔지 않는 것과 미등록 이주민에게 케이크를 팔지 않는 것은 다르다. 재벌에게 케이크를 팔지 않는 것과 장애인 혹은 성소수자에게 케이크를 팔지 않는 것도 다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같은 버스를 탈 수 없고, 유대인은 법률 회사에 취업할 수 없으며, 여성은 대학에 갈 수 없던 시대에서 상황과 대상이 바뀌었을 뿐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여전하다. 누군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원천이 사회적으로 억압받아 온 속성이라면 이 속성을 근거로 특정 공간, 서비스, 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명백히 우리가 경계하는 반인권이다.
_99쪽, 〈범죄화, 낙인과 배제: 억압의 시대〉
잠자코 얌전하게 있으면, 또 가끔 눈물도 흘려주면 사회의 선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온정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다. 건방을 떨면 괘씸죄를 짓게 된다. 내 집 앞에 감히 이슬람 사원을 짓겠다고 나서지만 않았다면 돼지머리 제사상을 차렸던 지역민은 멀리 유학을 와 있는 무슬림 학생을 안쓰러워했을지 모른다. 세월호와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이 떼로 모여 부산떠는 대신 조용히 울음을 삼키며 기다렸다면 먹방과 가짜뉴스로 조롱하던 이들은 성금 몇만 원을 보탰을지 모른다. 지하철역에서 떨어져 다치기 싫다고 바쁜 출퇴근 시간에 장애인들이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그들과 시민을 이분하던 정치인은 토론회에서 우아하게 장애인 인권을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소위 함부로 나대지 말라고 정해 놓은 범위 안에 있을 때 약자와 소수자는 보호, 연민의 대상이 되지만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억압이 작동한다. 게토는 한정된 정서적, 물리적 공간에 약자와 소수자가 스스로 선택하여 머물기를 종용한다. 게토화된 약자와 소수자의 내적, 외적 통제는 인권적 역동이 정체되는 현상, 스테이터스큐로 굳어질 수 있다.
_103쪽, 〈게토와 스테이터스큐: 흐리지만 넘을 수 없는 선〉
소중한 사람. 그의 눈빛과 목소리가 가장 큰 동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다음으로 검토할 규범적 동기다. 규범적 동기는 내가 집단행동에 참여함으로써 가족, 연인, 절친, 동지 등 나의 중요한 타자로부터 얻는, 혹은 얻을 것이라 기대되는 반응 때문에 촉발되는 동인이다.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중요한 타자에게서 실망이나 비판이 돌아오리라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는 경우 역시 규범적 동기에 해당한다.
_156쪽, 〈규범적 동기: 나와 함께하는 누구〉
나는 이 싸움의 효능이나 성공, 혹은 실패가 아니라 수많은 나를 불러 우리로 묶어내는 아름다운 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결국 이런 답에 도착하지 않았는가 싶다. 나의 존엄과 당신의 존엄을 감각하는 힘, 존엄의 실현으로 이어지는 인권을 이해하는 힘, 인권의 눈으로 약자와 소수자에 다가서는 힘,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으로 반인권을 해석하는 힘, 반인권에 마주 서 존재하는 나와 우리와 수많은 다른 약자와 소수자를 잇는 네트워크와 정체성의 힘. 이런 낱낱의 힘과 작용이 우리 싸움의 근간이 되지 않는가. 이것이 디그니티 플랜, 존엄을 향한 정직하고도 효능적인 전략이었다.
_218쪽, 〈인권마인즈: 힘의 연동과 윤활〉
나쁜 세상에 맞서는 역동은 존엄을 훼손하는 싸움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싸움이다. 혐오에 기대지 않는 싸움이다. 권력의 옹위를 위해 충성심과 결속을 이용하지 않는 싸움이다. 약자와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싸움이다. 약자와 소수자, 시민과 시민, 당신과 내가 서로를 지키며 어깨를 기댄 싸움이다. 그렇게 이 싸움이 우리의 인간됨을 담보한다고 믿는다.
_219쪽, 〈인권마인즈: 힘의 연동과 윤활〉
“인권에 관한 지식과 정동과 행동의 황금비!” -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읽는 내내 생동감이 넘치는 아주 특별한 인권서” -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한 편의 성실하고 치밀한 인권교양서가 탄생했다!” - 이송희일, 영화감독
“슬픔의 감각에서 광장의 외침까지”
인간의 존엄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가능한가
너와 나, 우리의 존엄을 위한 인권기본서. 당신은 인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약자에 대한 배려?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는 것? 착하게 사는 것? 이 책은 인권의 고정관념과 오해를 낱낱이 파헤치며, 한국 사회가 좀처럼 조명하지 않았던, 현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인권담론을 펼쳐낸다. 핵심을 파고드는 명료한 비판과 단계적으로 흐르는 논리, 생생한 사례와 방대하고 치밀한 연구, 저자의 감각적이고 진심이 담긴 문장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몰입과 함께 이해와 설득에 다다르게 하며, 마치 안개처럼 흐릿하고 모호했던 인권 개념이 명징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더 존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는 이들은 물론이며, 인권의 주인인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왜 누군가는 기꺼이 길에 나서는 연대의 행위자가 되며,
왜 누군가는 침묵하거나 방관자가 되는가?
“하루하루 일상을 그저 성실히 살아가던 이들이 거대하고 구조적인 혐오, 차별, 폭력을 고발하며 길 위에 서기까지의 힘. 나쁜 세상을 감각하고, 울고, 마침내 문을 나서기까지의 서사. 그 사이를 벌려 더 나은 삶과 더 좋은 세상을 향한 연대의 본질을 탐색하고 싶다.”_본문 중에서
모두의 존엄이라면, 왜 우리는 종종 인권침해에 무감각해지는가. 이 책은 사회운동 이론과 사회정체성 이론을 바탕으로 인권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탐색하며, 우리의 눈을 가리는 혐오와 배제, 낙인, 차별 등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반인권 기제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물론, 인권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확장과 증진을 위한 실용적인 전략을 제공한다. 또한 결국, 우리도 약자와 소수자의 자리에서 멀지 않음을, 함께 있음을 깨달아 연대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우리는 어떻게 나쁜 세상과 싸우는가’라는 부제목에 맞춰 각 장이 진행된다. 먼저, 1장은 무엇이 ‘나쁜’ 세상인지, 그 정체를 규정하며, 가장 주요하게 인권의 국가책무성을 짚는다. 2장에서는 약자와 소수자 담론을 통해 ‘우리’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교차되고 연결되는지를 다룬다. 3장은 혐오, 범죄화, 낙인, 배제, 비가시화 문제 등 ‘나쁜 세상’이 발현되는 기저를 사회학적으로 탐구한다. 4장은 반인권에 맞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살핀다. 특히 장애인 탈시설운동과 성소수자 프라이드운동을 주요 사례로 제시하며 인권의 가장 강력한 동력, 자력화 개념을 다룬다. 마지막 5장부터 7장까지 한 개인이 자력화하여 최종적으로 ‘어떻게’ 나쁜 세상과의 싸움에 동참하게 되는지를 탐구한다. 사회심리학의 집단행동 연구를 기초로 인간의 심리적인 면모를 주시하며, 인권운동 참여의 주요 세 가지 동인을 분석한다. 또한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집단적 정체성을 주목하며, 유기체적으로 연결되고 작용하는 힘의 총합을 ‘인권마인즈’로 규정하며, 책을 마친다.
혐오와 범죄화, 낙인, 배제, 비가시화…
다채롭게 나쁜 세상의 정체를 밝히다
반인권 테제를 부수는 실용적이고 효능적인 전략
저자는 묻는다. 약자와 소수자에 투사된 혐오는 감각적이고 원초적인 혐오인가? 아니면 투사적이고 권력적인 혐오인가? 저자는 “세상에 자신을 혐오주의자라고 인정하는 혐오주의자는 없다”라고 말하며, 혐오에는 사회적 맥락이 있음을 정확히 한다. 반인권이 가진 기본적인 정서는 혐오이며, 그 발현은 다채롭게 세상에 등장한다. 바로 범죄화, 낙인과 배제, 게토와 스테이터스큐, 비가시화다.
뿌리와 뿌리를 이어 광범위하고 끈질기게 작동하는 범죄화, 낙인, 배제, 그리고 보다 교묘하고 은밀하게 작동하여 인권에 맞서는 힘을 정체되게 만드는 게토와 스테이터스큐, 약자와 소수자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비가시화된 존재를 더욱 비가시화시키는 사회적 기제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살핀다. 반인권이 작동하는 원리들을 이해할 때 비로소 왜 장애인 탈시설운동의 가시성이 중요한지, 성소수자 프라이드운동의 퍼레이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던가. 우리의 힘을 빼앗고, 우리를 기만하며 분열시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명확해지면 이제, 이에 어떻게 맞설지 전략을 세울 차례다.
장애인 탈시설 운동, 성소수자 프라이드 운동…
숱한 존엄을 지키는 싸움들!
자력화와 연대, 우리 싸움의 근간이자
수많은 나를 불러 우리로 묶어내는 아름다운 힘에 대하여
“나 혹은 당신이 약자, 소수자임을 자각한다는 말, 그 곁에 함께 선다는 말은 우리가 언제든 약자나 소수자가 될 수도 있다는 미래의 위험성을 인식한다는 뜻을 넘어선다. 훼손될 수 없는 존엄성을 가진 동시에 불완전하고, 보편의 인권을 빠짐없이 가진 동시에 반인권 앞에 울음 짓는 우리 존재 자체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권은 인간 개인을 ‘연약한 생물체로 여길 것’을 우리에게 요청한다. 연약한 우리가 다른 약자, 소수자와 연대하는 일은 책임 의식이나 연민을 넘어 보다 본질적인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에 대한 이해, 보다 뿌리 깊은 집단의식과 맞닿아 있다.”_본문 중에서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이 나쁜 세상과 싸움에 행동으로 함께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사회운동의 마지막 퍼즐, ‘연대하기’를 완성한다. “정의에 대한 열망이나 인권을 향한 의지가 있다 해도” 오직 소수만이 연대의 행위자가 된다. 대부분은 침묵하거나 방관자가 된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우리의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들었던 실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행위까지 가닿지 못했던 부족한 부분들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어떻게’를 다룬다. 사회심리학의 집단행동 연구와 사회운동 이론을 기초로 인권운동에 참여하는 주요한 세 가지 동기, 집단적 동기·보상적 동기·규범적 동기를 살펴볼 뿐만 아니라 집단행동의 바탕이 되는 집단적 정체성과 다양하고 일상적인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결국 다채로운 것은 나쁜 세상만이 아니며, 그보다 더 다채롭고 아름다운 몸짓과 힘이 있음을 말한다. 즉, 인권운동의 확장과 역동성을 이끌어가는 용기와 행동의 근원, 자력화와 연대에 대해 말한다.
인권운동과 사회운동, 시민교육 분야의 활동가들에게는 연대를 조직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어떤 지점을 간과하고 있었는지, 또 상황에 따라 무엇을 강화해야 할지 매우 유용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며, 전직 대통령의 계엄과 함께 대두된 새로운 운동 세대,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었던 ‘남태령 투쟁’의 농민들과 청년들, 그리고 기후위기를 관통하고 있는 지금의 세대에게는 ‘하나됨’을 이루어내기 위한 가장 정직하고 효능적인 전략서로 우리 존엄의 명료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나의 존엄과 당신의 존엄을 감각하는 힘, 존엄의 실현으로 이어지는 인권을 이해하는 힘, 인권의 눈으로 약자와 소수자에 다가서는 힘, 약자와 소수자의 눈으로 반인권을 해석하는 힘, 반인권에 마주서 존재하는 나와 우리와 수많은 다른 약자와 소수자를 잇는 네트워크와 정체성의 힘. 이런 낱낱의 힘과 작용이 우리 싸움의 근간이 되지 않는가. 이것이 디그니티 플랜, 존엄을 향한 정직하고도 효능적인 전략이다.”_본문 중에서
인물정보
에세이스트, 인권교육가. 한때 CF 감독이나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했다. 기획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어쩌다 금융팀 업무를 맡게 되며 좌충우돌하다가 새 길을 모색하는 마음 반 도망치는 마음 반으로 아예 판이 다른 NGO로 이직했다. 세계시민, 평화, 인권에 맞닿은 새로운 노동은 비로소 안정적인 일자리로 느껴졌다. 삶의 존엄, 행복의 정체에 관한 질문도 이때 함께 시작됐다. 이후 EU집행위원회의 에라스무스문두스Erasmus Mundus 석사과정을 통해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대학원, 노르웨이 트롬쇠 사회인류대학원, 영국 로햄튼 사회대학원에서 인권정책과 인권이행을 전공했다. 돌아와 대통령정책기구, 청년 지원기관, 지자체 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하고 활동하며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시민사회 기관을 비롯해 여러 조직에서 인권을 교육했다. 사이사이 인권 연극제의 배우로, 인권 콘서트의 진행자로, 예술인 거버넌스 운영자로, 월간지 편집인으로, 수필가로 인권 안팎에서 잘할 수 있는 일, 잘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시키는 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갔다. 현재는 한국존엄과사회연구소dignitykorea.org에서 소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애초에 가졌던 존엄과 행복에 관한 질문은 실마리를 찾았을까. 경험을 더할수록 되레 뒷걸음치는 기분이다. 답을 찾을 수 없다면 대신 물음을 자꾸 길어 내는 사람은 어떤가. 이 책이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은 책으로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가끔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서》,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 《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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