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2025년 12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2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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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작품 해설
나쓰메 소세키 연보
■ 드넓은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은 나와 선생님 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보니 강렬한 태양빛이 수면과 산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자유와 환희로 충만한 근육을 움직여 바닷속에서 춤을 췄다. 선생님은 손과 발의 움직임을 멈추고 하늘을 향해 물결 위에 드러누우셨다. 나도 흉내를 내어 똑같은 자세를 취해보았다. 파란 하늘은 두 눈을 향해 금빛을 내리쏘듯이 강렬한 빛을 얼굴로 쏟아부었다. “기분 좋네요” 하고 나는 크게 소리쳤다. (16쪽)
■ 나는 이런 식으로 자주 선생님으로부터 반갑지 않은 거리감을 느꼈다. 선생님은 그 점을 눈치채고 있던 것도 같고,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도 같다. 나는 그 후로도 자주 섭섭함을 느꼈지만 그런 이유로 선생님과 소원해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섭섭한 마음이 들려고 할 때마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더 가가면 갈수록 내가 예상하는 어떤 것이 언젠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렸다. (19~20쪽)
■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하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래서 당신이 나를 찾아와 주는 게 기쁩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자주 오느냐고 물은 겁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이렇게 반문했을 때 선생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다만 내 얼굴을 보시더니 “몇 살이오?” 하고 물으셨다. (31쪽)
■ “과거에 그 사람 앞에 무릎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만드는 법이네. 나는 훗날 그런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고 싶네. 나는 지금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을 참기보다 차라리 외로운 지금의 상태로 버텨가고 싶네. 자유, 독립 그리고 나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겠지.” (55쪽)
■ 사모님의 말씀에는 가시가 있었다. 그러나 어감은 여전히 상냥해 쏘는 듯한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자신에게도 생각이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거기서 달콤한 희열을 느낄 정도로 사모님은 현대적인 분이 아니셨다. 내 눈에 사모님은 깊은 곳에 묻혀 있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분으로 보였다. (61쪽)
■ 조금 전 말씀하신 사건에 대해서는 사모님도 많은 걸 알지 못했다. 그리고 알고 있는 내용을 전부 내게 밝힐 수도 없었다. 따라서 위로하는 나도, 위로받는 사모님도 똑같이 등대 없는 검은 바다 위를 부유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떠다니면서 사모님은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미덥잖은 내 판단에 의지하려고 했다. (72쪽)
■ “요즘은 왜 예전만큼 책을 많이 읽지 않으세요?”
“딱히 왜라고 할 것까지는 없는데…… 어차피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리고 또 이유가 있나요?”
“또 있다고 할 정도의 이유는 아니지만 예전에는 말이야, 사람들과 만나 얘길 하다가 다른 사람의 질문에 내가 잘 몰라 대답을 못 하면 속으로 굉장히 수치스럽게 생각했는데, 요즘엔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수치스럽게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책을 읽어서 답을 알아내려는 의욕이 생기지 않아. 뭐 간단히 말해서 늙었단 얘기지.”(91~92쪽)
■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인간은 거스를 수 없이 타고난 가변적인 존재임을 절감했다. (134쪽)
■ 나는 어두운 인간 세상이 낳은 그림자를 숨김없이 자네의 머리 위로 쏟아내겠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어둠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자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붙잡게. 내가 어둠이라 한 것은 윤리적인 면에서의 어둠을 말하는 것이네. (207쪽)
■ 내 대답은 사상 문제를 깊숙이 탐구해나가려는 자네가 듣기엔 시시했을지도 모르지. 너무 진부한 대답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냉철한 두뇌로 새로운 발견을 입에 담기보다 뜨거운 혀로 평범한 원리를 이야기하는 편이 살아 있는 것이라고 믿네. 피가 돌아야 몸이 살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진실을 담은 말은 의미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더욱 강한 힘을 갖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지. (227쪽)
■ 작은아버지에게 배신당했을 때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점을 절실히 느낀 건 사실이지만, 그건 타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지, 내 자신에게만큼은 그때까지만 해도 확실한 믿음이 있었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나 자신은 멋진 인간이라는 신념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었단 말이지. 그 믿음이 K에게 무참히 깨져버리고 나 자신도 작은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 마음은 심하게 흔들리게 됐네. 인간들에게 등을 돌린 나는 결국 나 자신도 저버리고 닫힌 공간에 날 가두게 된 것이지. (369쪽)
■ 나는 적막했어. 이 세상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고 홀로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자주 있었네. 그러면서 나는 K의 사인에 대해 자꾸만 떠올리게 됐지. 그가 죽기 전에 내 머릿속에는 사랑이라는 한 단어만 꽉 차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그때의 내 판단은 너무 단순했고 또한 일방적이었네. K는 실연에 대한 상처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판단했지.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침착해진 상태에서 그 사건을 바라보니 그렇게 간단히 결론을 낼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네. (372쪽)
■ 굴곡 없이 단조로운 생활을 해온 나의 내면에선 늘 그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걸 알아주게. 내 처의 눈에 답답하게만 보였던 그 부분이 속에서 몇천 배, 몇만 배의 힘으로 날 짓눌렀는지 모르네. 내가 이 감옥 안에 더 이상 틀어박혀 있을 수 없게 됐을 때, 그리고 어찌해도 그 감옥을 깨부술 수 없을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지. 자네는 어째서 그것만이 길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내 마음을 옥죄어오던 그 불가사의한 힘은 모든 면에서 나의 활동을 차단하면서도 죽음으로 가는 길만큼은 갈 수 있도록 날 놓아주었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겠나? (376~377쪽)
★ 서울대학교 권장 도서
★ 피터 박스올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백미
누구나 품고 있는, 인간의 마음속 고백을 들여다본다!
“과거에 그 사람 앞에 무릎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만드는 법이네.”
인간 내면의 고독과 죄의식을 탐구한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백미이자 일본 근대 문학의 정점!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백미라 평가받는 《마음》은 1914년 4월부터 8월까지 도쿄와 오사카의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이후, 이와나미문고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마음》은 신문에 연재했던 〈선생님의 유서〉 부분만을 실었으나, 이후에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총 3부로 구성해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된 것이 우리가 현재 읽는 《마음》이다. 이 작품은 메이지 시대 말기의 사회적 전환기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독, 죄의식, 인간관계의 단절을 섬세한 문체와 깊이 있는 사유로 그려내며, 발표 이후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 특히 ‘선생님’과 ‘나’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인간 내면의 윤리적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유신부터 1차 세계대전까지, 근대 문명의 발흥과 더불어 문명으로 야기된 거대한 재해를 경험하며 살아왔고 《마음》에서 문명에 대한 비판과 인간을 향한 신뢰를 주장한다. 자신의 지난 과거를 생각하며 순수하고 젊은 ‘나’에게 어렵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선생님의 고백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감동과 깨달음을 시사한다.
세계의 한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이들과
위태롭게 흔들리는 연약한 마음들
《마음》은 가마쿠라의 한 해변에서 주인공 ‘나’와 선생님이 만나며 시작된다. 혼잡했던 바닷가에서 유독 선생님에게 시선을 빼앗긴 나는, 며칠간의 일정 속에서 선생님과 친해져 도쿄로 돌아온 후에도 교류를 이어간다. 선생님을 동경하면서도 선생님에게서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 나는, 그와 가까워지려 노력하며 선생님의 사상을 알기 위해 과거를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적당한 시기에 과거를 말하겠다는 선생님은 주인공이 아버지의 병환으로 고향에 내려가 있는 동안, 돌연 ‘유서’로 보이는 장문의 편지를 보낸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지 않던 선생님이 자살을 결심하고 ‘나’에게 유서로 보이는 편지를 남긴 것이다. 선생님은 왜 ‘나’에게 자신의 마음속 고백을 전하려 한 걸까. 유서에는 선생님의 젊은 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선생님과 친구 K, 두 사람이 사랑한 여인, 그리고 친구 K의 자살. 순수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독한 ‘나’를 보며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린 선생님은 ‘나’에게 과거의 일을 털어놓기로 결심한다. 새로운 시대 앞에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고독한 젊은 세대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윤리를 잃지 않기를, 그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선생님은 ‘나’에게 편지를 남긴다.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하며 죽음을 향해 나아간 사람들
그리고 고독과 죄의식을 통해 드러난 인간의 본질
‘죽음’은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다. 주인공과 선생님이 처음 만난 곳은 결핵 환자 요양소가 있는 걸로 알려진 유이가하마 해변이고, 선생님과 재회한 곳은 선생님의 친구 K의 묘지였다.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선생님은 사모님과의 대화에서도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주인공의 아버지도 병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독자들은 소설 끝에서 결국 아버지와 선생님이 죽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때 주목할 것은 선생님과 아버지의 죽음이 메이지 천황과 노기 대장의 죽음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죽은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한 시대의 종말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나아갔고, 이제 각 개인은 자신의 고독과 죽음을 온전히 감당해내야 하는 또 다른 시대를 맞이한다. 또한 나쓰메 소세키는 선생님의 내면을 통해 인간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불신과 이기심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특히 친구를 배신하고 사랑을 선택한 선생님의 선택은 단순한 개인적 비극을 넘어, 근대 사회에서 개인이 짊어지게 된 윤리적 책임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심리 묘사는 일본 문학에서 내면 탐구 소설의 정점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마음》은 일본 문학이 전통적 공동체 중심의 서사에서 개인의 내면과 심리로 이동하는 전환점에 놓인 작품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서구 근대사상의 유입과 함께 변화하던 메이지 사회를 배경으로, 근대적 자아의 탄생과 그로 인한 불안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특히 고백체 서술 방식과 섬세한 심리 분석은 이후 일본 근대소설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후대 작가들에게도 중요한 문학적 자산이 되었다.
시대와 세대가 변해도 여전히 흔들리는 우리의 마음들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마음》
소설 속 ‘나’는 윤리와 신뢰를 저버리고 견딜 수 없는 삶을 살아내야 했던 선생님의 마음, 친구의 연약한 마음을 조용히 품은 채 눈 감았던 K의 마음, 위독한 아버지를 뒤로한 채 선생님을 향해서 갈 수밖에 없던 자신의 마음을 담아 ‘문명과 시대의 변화로 더 외로워졌을 어떤 마음들’에게 글을 쓴다. 시대가 변화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일렁인다. 도리어 더 위태롭거나 연약해졌다. 어쩌면 나쓰메 소세키는 더욱 고독해질 현대인의 내면을 미리 꿰뚫어 보고, 시대가 지나도 여전히 유효할 메시지를 남긴 것 아닐까. 《마음》이 오늘날까지도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고독과 소외, 죄의식이라는 소설의 주제는 현대 사회와도 깊이 맞닿아 있으며, 경쟁과 개인주의가 강화된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단절과 내면적 불안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선생님의 고백은 현대인에게도 자기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다시금 묻는다. 이런 점에서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지닌 작품으로, 단순한 이야기의 전달을 넘어서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한 깊은 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개인의 선택과 선택에 따른 책임, 그리고 고독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 작품은 일본 근대 문학의 정수이자, 오늘날 독자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고전이다.
인물정보
夏目漱石
1867년 2월 9일, 명문 권력가의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학문에 흥미를 보인 소세키는 한자 전문학교인 니쇼 학사에서 공부하다가 장래에는 영문학이 유망하다는 형의 권유로 세이리쓰 학사로 전학했다. 1890년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도쿄고등사범학교에서 근무했다. 2년 후 건강을 이유로 시코쿠에 있는 마쓰야마중학교로 옮겼는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도련님》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1900년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 런던에 머물며 영문학을 연구했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도쿄제국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1905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잡지 《호토토기스》에 연재하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1906년 발표한 《도련님》으로 인기 작가가 되었다. 1907년 교수직을 사임하고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해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개양귀비》, 《산시로》, 《문》, 《그 후》, 《마음》, 《행인》 등의 명작을 발표했다. 12년이라는 짧은 창작 기간이었지만 나쓰메 소세키가 일궈낸 문학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고, 여러 작품에서 다룬 자아의 문제는 당시의 사회 갈등을 잘 드러내면서 오늘날까지 널리 공감을 얻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일문과를 졸업하고 롯데 캐논, 삼성경제연구소에 재직하는 동안 번역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소노 아야코의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 시게마쓰 기요시의 《오디세이 왜건, 인생을 달리다》, 《소년, 세상을 만나다》, 《안녕 기요시코》, 요시다 슈이치의 《워터》, 《일요일들》, 《파크 라이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사양》,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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