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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

피오나 매덕스 지음 | 장호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5년 12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2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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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0.94MB)   |  약 24.2만 자
ISBN 9791175919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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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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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라피협’이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줄임말로 소통이 될 만큼 유명하고,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라흐마니노프라는 작곡가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왜냐하면 실제로 라흐마니노프만을 조명한 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는 ‘클래식 음악 부문 최고의 작가’라고 불리는 피오나 매덕스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방대한 라흐마니노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라흐마니노프 후손과의 연락을 통해 사실을 검증하는 등 면밀한 조사를 통해 쓴 책이다. 특히 베일에 가려졌다고 할 만큼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라흐마니노프가 러시아를 떠난 이후의 시간이 세심한 필치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라흐마니노프는 평생 비판과 오해에 시달렸고, 그가 죽은 후에도 그의 음악에 달린 꼬리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저자는 그것을 바로잡겠다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인간 라흐마니노프’를 만나, 그와 그의 음악마저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인물 및 자료 소개
프롤로그
1. 러시아를 떠나다
2. 망명 이전의 삶
3. 미국에서의 영광의 시절
4. 두 번째 망명
5. 성취의 시간들
6. 라흐마니노프의 죽음
7. 이바노프카의 추억
에필로그

그는 자조 섞인 과장을 해가며 병적으로 싫어하는 것을 열거했다. 쥐, 바퀴벌레, 황소, 도둑, 세찬 바람, 창문에 퍼붓는 비, 혼자 있는 것. “다락방을 좋아하지 않아요. 유령이 사방에 있다고 믿게 돼요.” _ p.39
그는 많은 가족, 재산, 모스크바의 아파트, 이바노프카의 저택, 토지, 말, 그가 심은 나무, 그가 사랑한 라일락, 피아노, 개인 물품, 그가 알았고 사랑했던 세계를 모두 두고 왔다. 가치로 따지자면 그가 의도치 않게 새로운 소비에트 체제에 넘겨준 최고 유산은 출판되거나 출판되지 않은 그의 모든 악보들이었다. _ p.61
“곡을 쓸 때면 나는 노예가 됩니다. 아침 9시에 시작해 밤 11시가 될 때까지 나 자신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아요.” 그러는 동안 그는 피아노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오로지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다. 공연을 다닐 때는 정반대가 된다. “나는 하루의 전부를 내가 맡은 음악회에 쏟습니다. 보통 당일 아침에 도착해 호텔에 가서 연주에 집중합니다. 다른 예술가들은 오후에 차를 즐기거나 잔디밭에서 파티를 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음악회 동안에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청중에게 주려면 쉬어야 해요.” _ pp.164~165
예술가는 전통을 존중하되 거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습 타파는 예술적 진전의 법칙입니다. 위대한 모든 작곡가들과 연주자들은 자신들이 파괴한 전통의 폐허 위에 서 있습니다.” _ p.179
이제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자 오로지 일밖에는 생각하지 않네. 내가 정말로 재능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네.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로 재능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재능이 있음을 알아차린 첫날부터 열심히 일하려는 의지와 능력도 가져야 하거든. _ p.236
알려졌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 고집스럽지만 무례하지 않은 사람, 과묵하지만 내면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사람, 라흐마니노프는 어쩌면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_ p.253
라흐마니노프의 손은 표정이 아주 풍부해서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도 음악을 들었다고 우길 수 있을 정도다. 손가락이 곡선을 그리고 공중을 맴돌다가 날렵하게 움직이며 춤을 춘다. 유연한 손가락은 저마다 따로 논다. 그래서 화성의 모든 음이 생생하고 개성이 있다. 그는 오로지 손가락과 발로만 연주한다. 나머지 몸은 놀라울 정도로 움직임이 없다. _ p.274
작곡은 아무도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느낄 때만 가능했다. 다른 때는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특히 저녁에는 사람들이 근처에, 귀에 들리는 거리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_ p.291
작곡가는 스스로를 “낯선 세상에서 배회하는 유령”이라고 표현했고 , 자신이 새로운 작곡 방식을 터득하지 못했다고 했다. “신속하게 새로운 종교로 개종한 나비 부인과 달리 나는 내가 믿는 음악적 신을 곧바로 내쫓고 새로운 신 앞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소.” _ p.308
라흐마니노프는 꾸벅꾸벅 졸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피아노를 누가 치고 있는지 물었다. 나탈리아는 아무도 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제야 연주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_ p.345

“연주를 하면 할수록 나의 부족함이 더 명확하게 보여.”
드디어 마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온전한 초상

‘라흐마니노프’라는 이름은 이젠 마치 하나의 브랜드처럼 마음을 흔드는 음을 그릴 줄 아는, 서정적인 선율로 마음을 위로하고 감동을 주는 작곡가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그의 유명한 작품들은 대부분 마흔 살 이전에 작곡한 것들이다. 어째서 그는 그 이후에는 작곡을 하지 않았을까? 라흐마니노프의 창작 의욕은 모두 사라졌던 것일까? 혹시 심한 우울증으로 음악과 멀어진 것일까?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은 ‘대중적’이고 ‘감상적’이라는 곡에 대한 평가절하만큼이나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억측, 잘못된 소문 등도 적지 않다. 그는 평생 음악을 놓지 않은 사람이었다. 저자는 거장의 생애를 관통하여 라흐마니노프가 어떻게 한 시대의 음악을 만들었는지, 또 밀려오는 음악의 새로운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자신을 고수하고, 적응하며, 변화해갔는지를 섬세하게 추적한다.
1918년 45세의 라흐마니노프는 혼란스러운 러시아를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곳에서 이미 유명한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피아니스트로서 1100회나 넘게 무대에 오르며 가족을 부양했다. 그 사이에도 작품번호 1번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비롯해 자신의 곡들을 끈질기게 손보며 애정을 쏟았다. 동시에 새 작품을 쓰는 것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았다. 색소폰을 악기 구성에 넣거나, 흑인 음악, 재즈 등 새로운 음악에 귀를 열었다.
그는 암으로 사망하기 약 한 달 전까지 무대에 올랐다. “아직도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이 남았는데 못한다고 생각하면 남은 평생 행복은 없을 거네”라고 환갑이 넘어서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보듯, 그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참으로 많았고, 그것들을 자신의 속도로 해나가며 삶을 충실히 채워나간 사람이었다. 서정성과 선율이라는 라흐마니노프 음악의 특징은 번뜩이는 천재성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성실함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채찍으로 맞는 기분이야.”
다양한 각도에서 다시 조립한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는 타지에 있던 레닌이 〈인터내셔널가〉를 배경으로 기차를 타고 러시아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제정 러시아가 무너져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던 혼돈의 시기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 그려지고, 11월의 비 오는 어느 날 총소리를 들으며 모스크바 거리를 걷는 라흐마니노프가 등장한다. 독자는 순식간에 1917년 러시아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일의 ‘전기’가 아니다. 저자 피오나 매덕스는 새로운 자료와 가족의 진술, 동시대 음악가들의 증언, 그가 지냈던 도시와 공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곡가, 피아니스트, 남편, 아버지로서의 라흐마니노프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스스로 “마지막 명멸하는 불꽃”이라고 부른 〈교향적 춤곡〉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을 읽으면 그의 희망과 고단함이 동시에 느껴지고, 스트라빈스키에게 ‘꿀 항아리’를 보낸 유명한 에피소드의 전말에 왠지 모를 따스함이 스민다. 프로코피예프의 일기에서 보이는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나 체호프, 고리키, 샬랴핀, 톨스토이, 거슈윈 등 당시 예술가들과의 에피소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소련의 핀란드 침공에 항의하는 서한에 서명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하고, 러시아를 떠난 예술가들을 보게 되면 적응할 수 있도록 금전적으로 돕는 것도 잊지 않았던 사람. 정원 꾸미기와 푸시킨을 좋아한 ‘자동차 덕후’. 부인과 자신의 이름을 넣어 집 이름을 짓고 딸들의 이름을 따서 출판사를 만든 낭만을 잃지 않은 가장. 책에는 다양한 자아의 라흐마니노프가 등장한다.
저자는 라흐마니노프를 중심에 두고 공연장과 무대 뒤, 친구들과의 일상,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진 창작의 시간까지 복원한다. 그 과정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고뇌와 기쁨, 불안함과 즐거움 등 심리적 궤적을 보여주어 독자가 자연스럽게 그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이끈다.


“나는 낯선 세상에서 배회하는 유령”
혼란의 시대에 자신을 끝까지 지켜낸 망명자

라흐마니노프가 활동하는 동안 사람들은 종종 그를 ‘유령’이라고 불렀다. 미국의 한 비평가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정감 있는 유령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 인물”이라고 했고, 영국의 모 일간지는 “과거의 시대에서 건너온 냉소적인 유령”이라고 칭했다. 그의 음악이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낡은 음악’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를 보면 그에 대한 이런 평가가 얼마나 야박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는 자신의 보장된 안정과 명성을 악보와 함께 모두 버리고 오직 피아노와 창작의 자유를 위해 이국 땅으로 건너왔다. 망명자로서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지켜내려는 모습이 타지의 사람들에게는 ‘유령’처럼 보인 것은 아닐까. 상실과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했던 그의 인생 여정은 지금 불안한 이 시대를 살아가며 자신의 방향을 잃기 쉬운 우리에게 세월을 견딘 그의 음악만큼이나 큰 위로와 울림으로 다가온다.
라흐마니노프는 스스로를 “낯선 세상에서 배회하는 유령”이라고 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직 피아노를 위해, 음악과 창작을 위해 낯선 세상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음악을 통해 자신의 외로움을 위로받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분명 라흐마니노프가 낯선 세상의 외로움을 버텨낸 작곡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

인물정보

저자(글) 피오나 매덕스

Fiona Maddocks
클래식 음악 평론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영국 왕립 음악대학을 졸업한 그는 세계 최대 클래식 음악 잡지인 《BBC 뮤직 매거진》의 창간 편집자이며,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의 수석 기자로 활동했다. 2010년부터는 《옵서버》의 수석 음악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디펜던트》 《가디언》 《더 타임스》등 라디오, 텔레비전, 잡지, 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클래식 음악 부문 영국 최고 작가이자 음악 평론가’로 인정받고 있다. 때로는 친구들과 실내악 앙상블 연주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매덕스는 현재도 프리랜서 작가로 클래식 음악에 관한 글을 쓰고 책을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위한 음악(Music for Life)》 《힐데가르트 폰 빙엔(Hildegard of Bingen)》 《해리슨 버트위슬(Harrison Birtwistle)》 등이 있다.

번역 장호연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음악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음악과 과학, 문학 분야를 넘나드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클래식의 발견》 《고전적 양식》 《소리의 마음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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