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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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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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점거와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첨예한 정치 이슈를 분석하며
국가와 법, 자유와 평등에 대해 사유하는
젊은 정치학자의 사회 비평
트럼프는 왜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계속할까? 윤석열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라고 말할 때 그 말의 의미는 뭘까? 20~30대 남자들은 왜 서부지법 담장을 넘었을까? 2025년 4월 탄핵 판결로 한국 사회는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한 듯 보이지만, 이후 격화된 정치적 갈등이 지금 한국 정치를 사유하는 새로운 틀을 요구하고 있다.
『거짓말 게임』은 ‘진실이냐 거짓이냐’라는 질문을 내려놓자고 제안한다. 트럼프의 말, 비상계엄 선포와 서부지법 폭동,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모든 보이는 말과 행동을 지위 과시를 위한 일종의 연기로 보면 어떨까? 전작 『우리를 바꾸는 우리』에서 공동체를 만드는 ‘약속’의 의미를 탐구했던 젊은 정치학자 조무원은 두 번째 책에서 현실을 이해할 틀로서 모든 진리를 잠정적으로 만드는 ‘거짓말 게임’을 제시한다.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날 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동등하게 만나기 위한 좁은 길이 열린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계에서
우리는 진실 게임이 아니라
거짓말 게임을 하고 있다!
누구든 거짓말을 한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짜 ‘나’를 찾기를 요구하는 진정성의 시대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나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는 이미지는 가짜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진실도 아닌 꾸며낸 것, 일종의 거짓말이다.
친구들과의 대화, 취업 면접,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도 거짓말이 오간다. “새로 산 옷 예쁘다.”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수평적 분위기를 지향합니다.” 사람들은 투명하게 진실만을 말하는 진실 게임이 아니라 타인에게 무엇을 보여 줄지를 매 순간 선택하는 거짓말 게임을 수행한다. 모두가 무대에 선 배우다.
문제는 서로를 보고 비교하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삶의 조건이 필연적으로 질투와 멸시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서로를 얕잡아보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를 과시하는 지위경쟁이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남보다 나은 나를 뽐내는 그저 그런 과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외모도, 경제력도, 사회적 지위도 다른 사람들이 과연 동등하게 만날 수 있을까? 바로 이 책의 핵심 질문이다.
1장 트럼프의 극장 27
2장 과시하는 인간들의 사회 49
3장 과시의 실패, 음모론의 시작 73
4장 국가, 새로운 아이돌 103
5장 국가라는 거짓말의 한계 135
6장 극장국가 한국 165
7장 소셜 미디어와 고독한 실패자들 193
더 읽을거리 221
오늘날 더 많은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동시에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그 어느 때보다 중시한다는 점에서 거짓말 게임은 이중의 위기에 놓여 있다. 정치의 위선적 행태에 지친 사람들은 한편으로 더욱 더 진실에 기반한 정치를 요구하는 듯 보인다.
어떤 점에서 좌파와 우파 모두 진리의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인간은 동등하므로 동등해야 한다거나, 반대로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므로 불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발상은 서로 다른 진실에 대한 의존일 뿐이다. 하지만 각자가 믿는 진실이 진리가 될 때, 모든 갈등은 해결 불가능한 국면으로 치닫는다. 이때 ‘거짓말’은 모든 진리를 잠정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우리 사이에 완충 지대를 설정하고 관계의 해결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준다.
─ ‘들어가며’ 19쪽
트럼프가 이러한 믿음을 실제로 지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의 말과 행동이 외양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선을 사로잡고 조회수를 높이며 확산을 주도한다. 진지한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말들만을 쫓아 그 진위 여부를 판별하려고 할 때마다 그들이 기획한 무대에 초대된다.
─ 1장 ‘트럼프의 극장’ 44쪽
‘퍼포머티브 메일(performative male)’ 현상에서도 책은 감성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중요한 오브제다. ‘보여 주기식 남자들’의 주요 아이템은 종이책에 더해 말차라떼, 유선 이어폰, 카메라, 에코백 등으로 알려져 있다. 페미니스트 슬로건이 담긴 에코백이나 티셔츠라면 더 좋을 것이다. 백악관을 점령한 자신의 남성성을 드러내는 버넷의 모습과 비교해 볼 때, 전통적인 남성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취향을 시도하고 게다가 종종 책도 읽는다니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혀 다른 남성성을 보여 주는 버넷과 ‘퍼포머티브 메일’ 사이에는 눈에 띄는 유사점이 있다. 그들 모두 과시적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 2장 ‘과시하는 인간들의 사회’ 52쪽
정부에 대한 물리적 폭력을 서슴지 않는 운동들에는 단순히 정체성 정치의 차원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내가 속한 집단이 무시당했으며 이 소외의 감정을 외부에서 완전히 이해받을 수 없다고 여기는 정체성 정치는, 언제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를 주장하는 데 이르는 것일까? 인간은 언제 객관적 질서를 거부하고 각자의 마음 상태에 의존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조금 더 웅장한 형태로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겠다. 사람들은 언제 신에게 호소하게 되는 걸까?
─ 3장 ‘과시의 실패, 음모론의 시작’ 76~77쪽
인간은 희소한 자원을 두고 경쟁하지만, 그와 같은 경쟁의 본질에는 명예욕이 자리한다. 인간은 우선 자기 신체를 지키려는 본능, 즉 감각 운동을 유지하려는 자기보존을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 하지만 분쟁의 궁극적인 핵심은 인간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평가에 있다. “한마디 말, 혹은 단 한 번의 웃음, 혹은 의견의 차이 등, 자신의 신상이나 자신의 친척, 친구, 민족, 직업, 가문에 대해 얕잡아보는 사소한 표현들 때문에 폭력을” 사용하게 된다. 이것이 흔히 홉스적 갈등 상태를 일컫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상태’다. 중요한 것은 이 전쟁이 실제 살육의 지속이 아니라, 서로를 얕잡아보는 마음이 지속되는 상태라는 점이다. 이 내전상태에서 모든 사람은 외양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과시적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 4장 ‘국가, 새로운 아이돌’ 115~116쪽
사회적 우열을 드러내는 표식을 완전히 지운 채 우리가 진정으로 동등한 존재로 만날 수 있을까? 동일한 형태의 모자를 썼다 하더라도, 그 미묘한 재질이나 유행의 차이가 계급을 드러내고 만다면 어떨까? 그러나 외양과 내면의 경계에서 거짓말을 통해 스스로를 창조하려는 행위자로서 국가의 분투를 떠올려 보면, 시민 개인 역시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오히려 거짓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데에 정치적 능력으로서 거짓말 수행의 어려움이 있다. 리바이어던 앞에서 모자를 벗지 않는 능동적 행위가 갖는 중요성 역시 이 맥락에서 새롭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형태의 공적 예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 5장 ‘국가라는 거짓말의 한계’ 162쪽
탄핵 심판에 임한 헌법재판소의 행위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와 국가의 두 원리를 가시성의 세계에 출현시킨 연극적 수행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다. 다른 헌법재판과 달리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 있어서 헌법재판소는 결정 요지를 발표할 때 경어를 사용함으로써, 심판의 당사자가 대등한 동료시민 전체라는 사실을 환기하는 듯 보였다.
실제로 이때의 심판정은 헌정의 위기와 봉합을 가시화하는 무대처럼 보인다. 리바이어던의 도상에서처럼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드문 순간이다. 더불어 대통령 박근혜 탄핵 심판과 달리, 대통령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는 별도의 보충 의견을 낭독하지 않았다. 비록 공식적인 결정문에는 탄핵 심판 절차에 대한 보충 의견이 활자화되어 있었지만, 주심을 맡은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선고 요지를 다음과 같이 마무리함으로써 헌법재판조차 가시성의 세계에 출현해야 하는 연극적 수행의 일부임을 분명히 보여 줬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
─ 6장 ‘극장국가 한국’ 188~189쪽
보다 정교해진 소셜 미디어의 무대는 오늘날 다시금 사교 클럽과 파티의 무대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과시의 관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패배자들은 승리자들이 과시하는 파티의 광경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새로운 과시의 무대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따로 있다. 바로 알고리즘이다.
나를 어떻게 과시할 것인가? 애초에 가시성의 사회는 인간의 내면과 외양 사이의 단절을, 더 노골적으로는 거짓말을 전제하지만, 이제 진정으로 심대한 단절이 인간들 사이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과시가 나의 작은 네트워크를 넘어서려면, 이제 친구들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타야 한다. 이런 수사적 표현이 보여 주듯, 인간들 사이에는 이제 미지의 경계가 존재한다. 이는 가시성의 세계에 새로운 문법을 제공해 준다.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것을 보는 것 같지만, 무엇을 볼지 결정할 권한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 쏟아지는 피드는 나의 욕망을 보여 주는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모자를 쓰고 국가를 함께 보기로 작정하기도 쉽지 않다. 알고리즘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7장 ‘소셜 미디어와 고독한 실패자들’ 208~209쪽
"소셜 미디어는
실패한 과시자들의 무대다"
18세기 파리의 살롱에서 소외되었던 루소가
21세기 소셜 미디어의 창립자에 겹쳐질 때
인간은 과시하는 존재다. '텍스트힙' 열풍은 독서를 과시 대상으로 삼고, '퍼포남' 현상은 여성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젊은 남자들의 존재를 보여 준다. 한편 '영포티'란 과시의 실패자들을 놀리는 유행어다. 과시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이것이 오늘날 우리를 사로잡은 결정적 문제다.
'과시'라는 틀로 세상을 볼 때, 현대인의 내면에서 근대사회의 위기까지 관통하는 시야가 열린다. 마크 주커버그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을 창립하기까지의 과정을 허구적으로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자. '마크'는 잘나가는 사교클럽에 끼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근사한 파티에 가지 못하는 '패배자'는 모욕감과 복수심으로 소셜 미디어를 만들어 내고, 페이스북은 곧 사교클럽에 끼지 못한 ‘소심한 관종’들이 자기를 과시하는 무대가 된다. 놀랍게도 이는 사회적 불평등의 기원을 탐구하며 새로운 국가상을 제시했던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가 말년에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홀로 틀어박혀 자서전을 썼던 것과 겹쳐진다.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데에 실패한 이들은 끝나지 않는 과시 경쟁에 몰두하거나, 대안적인 믿음에 빠져든다. 이러한 날카로운 통찰이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와 한국의 서부지법 점거 폭동을 나란히 이해할 단서가 된다. "루소가 고독 속에서 세계적 음모를 상상했듯, 오늘날의 소셜 미디어 역시 패배자들에게 음모론의 유통 경로이자 집결지가 된다."
은밀한 ‘매력 경쟁’을 예견한 루소에서
내전으로 이어질 ‘혐오 표현’을 경계한 홉스까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정치철학 읽기
『거짓말 게임』은 고전을 재해석하며 오늘날 민주주의 위기를 진단할 독창적인 관점을 끌어낸다. 루소의 철학에서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매력 경쟁의 기원을 읽어 낸다. 그 유명한 홉스의 ‘자연상태’가 단순히 만인의 투쟁 상태가 아니라 사소한 혐오 표현을 주고받는 상태로 재해석된다. 이는 지금 만연한 정치적 내전의 기원을 찾는 연구다.
조무원은 근대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자 홉스와 루소의 사상을 주로 다루며, 몽테스키외, 마키아벨리, 존 로크, 애덤 스미스 등 17~18세기의 정치철학과 정치경제학을 폭넓게 아우른다. 나아가 소스타인 베블런, 막스 베버, 한나 아렌트, 클리퍼드 기어츠, 어빙 고프먼 등 정치와 권위,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탐구했던 사상가들의 이론을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읽는다. 정체성 정치, 인정투쟁, 극장국가 등 지금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개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프랜시스 후쿠야마, 악셀 호네트, 대런 애스모글로우 같은 현대의 걸출한 사상가들과 정면 대결한다. 음모론과 탈진실 정치, 주목 경제, 정치적 양극화 같은 현실 문제를 탄탄한 이론적 맥락 위에서 날카롭게 분석한다.
‘나’를 과시하는 이미지와 서로 다른 정치적 구호가 적힌 광장의 피켓들이 동시에 시선을 사로잡는 현실에서, 『거짓말 게임』은 우리가 매일같이 느끼는 질투심과 무력감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서로 다른 너와 내가 동등하게 만날 방법을 찾기 위해 읽어야 할 새로운 세대를 위한 정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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