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라는 돌
2025년 11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1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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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577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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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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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라는 돌》은 ‘오점 제로’를 요구하는 시대에,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계는 완벽하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잔인하게 드러나는 순간들. 누구나 언젠가는 한 번쯤 맞닥뜨리는 그 ‘무너짐의 순간’을 날카롭고도 인간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작가의 말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
야구의 규칙과 용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야구 보면 재미가 없어요. 뭔가 밋밋해.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야구는 수싸움이 백미잖아요. 저 투수는 어떤 타입이다, 저 타자는 어떤 타입이다, 선수랑 상황에 맞춰서 볼 배합하고, 주심 성향을 파악해서 존 컨트롤하면서 카운트 싸움하는 게 야구의 진짜 재민데, ABS 때문에 그런 재미가 확 준 것 같아요. 약간 배팅볼 연습장 같은 느낌?” - 25쪽
심판 없이는 야구가 성립되지 않는다. 홍식은 한때는 선배였던 선수들이 어린 심판을 얕잡아볼 때마다 속으로 제1조, 1항을 되뇌었다. 한때는 선배였던 감독들이 윽박지를 때도 이 조항을 되뇌었다. 그러면 가슴이 움츠러들지 않았다. 어떤 항의에도 당당할 수 있었다. 관중의 응원 소리에 익숙해지고 한때는 선배였던 사람들이 모두 은퇴한 지금도 홍식은 아침마다 야구규칙서를 읽었다. 이제는 두려움을 잊으려고 읽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 59쪽
그때 피칭머신이 발사한 공이 홍식을 향해 날아왔다. 그 말도 함께 날아왔다. 홍식이 멱살을 잡게 한 말, 듣자마자 귀를 씻고 싶었던 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모멸감이 씹혀 잊으려 노력했지만 언제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뜬금없이 가슴에 뿌려지는 말.
네가 야구를 알아? 기록도 없는 심판 새끼가. 2군으로 꺼져. - 133쪽
“아빠는 얻을 게 없는 대결이잖아요. ABS가 자리 잡은 마당에 왜 이런 대결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솔직히 지금도 잘 이해가 안 돼요.”
“왜 얻을 게 없어? 장인어른이 이기시면 상금이 있잖아. 심판 명예를 높일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잖아. 지면 어떡해? 시대가 변했는데 그걸 못 받아들이고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는 것만큼 추한 것도 없어.” - 145쪽
내가 나약해 보였기 때문에 미희가 지금까지 말도 못 한 거야.
한국시리즈에서 오심했을 때보다 더한 자책이 홍식을 무너뜨렸다. 오심은 돌이킬 수 없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겨우 홍식을 일으켜 세웠다.
강인해지자. 대결에서 이기자. 아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 163쪽
“지금 말씀하신 내용들은 심판이라면 갖추어야 할 기본입니다. 좋은 심판의 조건이 아니에요. 스트라이크존이 들쑥날쑥하고 공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일을 찾는 게 좋습니다. 공정하지 않은 심판이나 뒷거래하는 심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윤리 교육 시간에 들으셨겠지만, 심판은 생각보다 유혹이 많은 직업이에요. 법을 지키는 게 힘들다고 느낀 적 있는 분들은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심판은….”
홍식이 잠깐 뜸 들이자 교육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집중했다.
“경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심판입니다.” - 174쪽
홍식은 그 웃음에 약간의 경멸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 훈련 때 신경전을 벌인 게 조금 후회되었지만, 아직 대결이 끝난 건 아니었다. 홍식은 다시 몸을 낮추고 은섭의 투구에 집중했다. 연속으로 보더라인을 맞힌 것에 흥분했는지 은섭은 스트라이크존을 확연하게 벗어난 공을 연달아 세 개 던졌다. 홍식은 그 공들을 모두 볼로 판정했다. 남은 공은 네 개였다. 홍식은 기준점이 흐트러질까 봐 고개도 갸웃하지 않고 앞만 봤다.
예측하지 말자. 눈으로만 보자. 공 줄기를 보자. - 191쪽
“추해? 이 대결이 추해? 내가 추해 보여?”
‘진짜 야구’를 지키려는 베테랑 심판의 눈물겨운 분투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신작
★소설가 이기호 강력 추천
프로야구 관중 천만 명 시대, 다섯 명 중 한 명이 경기장을 찾는 지금 김유원 작가는 다시 야구를 바라보되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자리로 시선을 돌린다. 2021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전작 《불펜의 시간》이 선수, 노동, 언론이라는 야구 주변부를 교차시키며 경쟁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잘하면 존재감조차 없고 못하면 10년이 지나도 욕을 먹는, 그라운드 위의 또 다른 직업인인 심판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세웠다.
《심판이라는 돌》은 AI가 빠르게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거론되는 야구 심판의 위치를 정교하게 포착한다.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흔들리는 한 중년의 내면으로 시선을 넓힌다. 작가는 존경받는 베테랑이지만 동시에 시대에 뒤처진 ‘꼰대’로 취급되는 이중적 존재의 딜레마를 균형감 있게 그려내며, 자신이 지켜온 가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중년 특유의 불안을 날카롭고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도입된 시대에 인간 심판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권위와 존엄을 지키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한 중년의 내면을 풀어낸 현대적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경기 중 타구에 맞아 ‘굴러다니는 돌’(기물)로 취급되는 굴욕적 사건 이후 직업적 자존감이 무너진 홍식은, 결국 전무후무한 ‘로봇 심판 vs 인간 심판’ 대결을 받아들이고 그 영상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이 된다.
20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겨레문학상을 거머쥔 김유원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통찰과 재치를 증명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권위주의가 강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려 했지만, 결국 내 안의 꽁한 마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결국 작가는 권위를 지키고 싶어 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인 주인공 홍식을 만들어냈고, 불완전한 인간의 욕망과 흔들림이 뒤엉키는 순간을 유머와 쓸쓸함을 담아 보여준다.
결정적 순간에 저지른 치명적인 오심
추락한 명예를 지키기 위한 도전의 결과는?
홍식은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 검지를 앞으로 내밀며 경기 시작을 알릴 때처럼 크게 외쳤다.
“플레이 볼.” - 책 속에서
정확한 판정으로 후배들에게 존경받고, 집에서는 다정한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버지로 사랑받는 28년 차 심판 홍식. 선수 시절 고점 타율 2할 2푼에 머물렀던 그는 가족을 위해 심판으로 전향해 처음 1군 경기장을 밟던 날의 압박과 책임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감독을 퇴장시킬 수도 있고, 베테랑 선수도 쉽게 대들지 못하는 자리. 홍식은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매일 아침 ‘야구규칙서’를 경전처럼 읽으며 자신을 단련해 왔다.
하지만 어느 무더운 날의 낮 경기, 빠른 타구를 피하지 못하고 맞아 쓰러진 순간, 그의 세계는 균열을 일으킨다. 규칙에 따라 그는 ‘돌’로 취급된 채 경기는 계속되었고, 실점한 팀의 팬은 목소리를 높여 심판을 비난한다. 그날 영상을 다시 보던 홍식은 은퇴 선수인 김준호가 제안했던 ‘ABS vs 인간 심판’ 콘텐츠를 떠올린다. 기계가 판정하게 된 야구, 인간미를 잃어버려 진짜 재미를 놓치고 있다는 준호의 말이 좁아진 심판의 입지를 느낀 순간 다시 생각난 것이다.
비디오판독과 ABS 도입 이후 심판의 권위가 추락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홍식은 점점 예민해지고, 딸에게조차 체면 때문에 소리를 치는 자신을 보고 찝찝함을 느낀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치명적 오심을 범한 순간, 그는 결국 준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심판의 명예를 회복하고 ‘진짜 야구’를 지키겠다는 마지막 자존심으로.
오점 없는 세계에 유일한 변수가 되어버린
인간 심판의 마지막 판정!
어디까지 밀려나게 될까? 그라운드 밖까지? -책 속에서
《심판이라는 돌》은 성실히 살아온 직업인, 한 가정의 가장, 한 시대의 중년이 변화의 속도와 자신의 속도 사이에서 길을 잃는 순간을 정밀하게 포착한다. 홍식의 분투는 우리가 주위에서 보아온 익숙한 중장년의 모습, 일터에서는 베테랑이지만 시대 변화 앞에서는 흔들리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어떤 장면은 질색하게 만들고, 어떤 장면은 설명할 수 없이 안타까운 건 그 모든 순간이 결국 우리의 얼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홍식은 ABS가 틀릴 일은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므로 이 ‘대결’은 사실 대결이 아니라 홍식의 ‘도전’이다. 아내 미희는 고작 상금 500만 원에 가장의 명예를 걸 순 없다며 장난스레 반대하고, 딸 아솔은 “이미 ABS 시대인데 왜 지나간 걸 붙들고 있느냐”며 그의 ‘추한’ 집착을 경계한다. 기계가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고, 인간은 끊임없이 흔들리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시대. 그 속에서 홍식이 겪는 권위에 대한 집착과 미련, 인간적인 실수 이후 이어지는 성찰은 단순한 ‘야구 심판의 이야기’를 넘어서 기술과 인간, 변화와 권위가 교차하는 이 시대의 질문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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