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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의 충돌: 21세기 국제질서 사상으로 이해하기

정하늘 지음
국제법질서연구소

2025년 11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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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8.88MB)   |  약 19.7만 자
ISBN 979119841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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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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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의 해체, 중국·러시아의 도전, 빈번해지는 전쟁, 자유무역의 후퇴, 공급망의 분절, 민주주의의 쇠락과 분열… 지금 세계는 단순한 힘의 재편 과정이 아닌, 세계관과 사상의 충돌 속에 있다.

『세계관의 충돌: 21세기 국제질서 사상으로 이해하기』는 오늘날의 혼란을 단순한 국력 경쟁이 아닌 국가와 문명, 그리고 개인이 믿는 ‘정당한 세계의 모습’이 충돌하는 사상의 전쟁으로 해석한다. 전작 『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사건과 맥락을 중심으로 패권 전환기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미래를 설명한 저자는 2년 만에 돌아온 신간에서 전환기의 흐름을 추동하는 숨은 동력, 이른바 ‘세계관’이라는 사상적 힘을 탐구한다.

제국이 세계를 약육강식의 무대로 인식하던 고대로부터 계몽주의와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적 질서, 19세기식 현실주의와 세력균형 사상, 미국 예외주의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냉전기의 이념 대립, 탈냉전기의 신자유주의적 이상, 중국·러시아 등 현상변경 세력이 내세우는 다극적 세계관, 그리고 오늘날 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체제적 위기에 이르기까지-이 책은 인류 역사상 결정적 전환기마다 충돌해온 세계관의 흐름을 정치·역사·사상·철학을 넘나드는 통찰로 설명한다. 그리고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사상 위에 서야 하는지를 묻는다.

지금, 세계는 다시 사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 질문에 응답하는 책.
영어판 서문
한국어판 서문
제1장 변화하는 세계
제2장 국제정치의 본질과 원리
제3장 권력과 정당성: 역사 속 현실정치의 도전
제4장 유럽의 계몽주의, 근대의 문을 열다
제5장 칸트의 평화 비전과 자유주의 세계관
제6장 세력균형의 역설: 19세기 유럽의 지정학
제7장 신세계의 사명: 미국 예외주의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1. 자유주의적 패권의 기원
2. 글로벌 행위자로서의 부상
제8장 제2차 세계대전: 이념의 충돌과 냉전의 탄생
제9장 냉전기의 역학
1. 전략, 이념, 그리고 초강대국 경쟁
2. 다자주의의 새벽
제10장 팍스 아메리카나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제11장 다극화를 향한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
제12장 일극 패권의 쇠퇴와 다극체제의 부상
제13장 패권국이 없는 세계
1. 미국: 패권국에서 최강대국으로
2. 길 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지도력의 부재 속에서
3. 중국과 러시아: 경쟁자이자 동반자
4. 기회의 땅 글로벌 사우스: 다극 세계의 교차점
제14장 다극화 시대, 다자주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제15장 자유민주주의의 실존적 위기
1. 자유주의 이념의 확장과 분열
2. 양극화의 위험: 극단주의가 자유민주주의에 미치는 위협
3. 잠재적 해결책: 정치적 중도의 부상
4. 자유민주주의의 미래와 다극화 세계의 운명
제16장 변화의 격랑 속에서: 미래를 향한 성찰
참고문헌

결국 정치적 직관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개인의 가치관이다. 사람은 같은 사실을 보고도 가치관에 따라 전혀 다른 ‘진실’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가치관은 세계관 위에 세워진다. 다시 말해, 세계관이야말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가장 깊은 곳에서 규정하는 근본 기준인 것이다.
(pp. 7~8)

이 거대한 변화를 추동하는 동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세력구조의 재편이다. 지난 30여 년간 국제사회는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는 일극체제(unipolarity) 아래 놓여 있었다. 이제 그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압도적 우위로 국제질서를 관리하던 미국의 힘이 약화되면서, 국제사회는 전통적 강대국 경쟁(great power rivalry)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다음 시대의 지형도는 아직까지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둘째는 세계 경제질서의 구조적 전환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자유무역과 경제적 상호의존을 통한 번영과 평화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그러나 그 정당성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빠르면 2016년, 또는 늦어도 2022년부터 미국은 자유무역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보호주의와 산업정책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급망은 분절되고, 시장은 파편화되고 있다. 전면적 자유무역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셋째, 자유주의 이념의 쇠퇴다. 지난 수십 년간 인권·민주주의·환경 보호 등과 같은 진보적 가치는 국제사회의 공통 언어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이젠 이를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어떤 국가는 이러한 가치들이 자국의 문화·전통과 양립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국가는 자유주의 자체의 결함을 지적한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일관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국제사회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마저 상실하고 있다. 가치의 공통분모를 잃은 세계는 필연적으로 불안정해진다. 다자주의는 흔들리고, 국제적 긴장은 고조되기 마련이다.
(p. 16)

자유주의적 패권과 전통적 패권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유주의적 패권은 힘뿐이 아닌 제도와 규범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다. 따라서 탈냉전기의 미국은 스스로를 패권국(hegemon)이 아닌 “동등한 국가들 중의 첫째(primus inter pares, first among equals)”로 정의해왔다. 자유주의적 패권국의 리더십은 자발적 동의와 보편적 원칙 위에 설 때만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지탱해온 다자체제(multilateral regime)는,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모든 회원국이 미국의 리더십에 동등한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미국조차 자유주의적 정체성에 기반한 리더십을 저버리고, 스스로를 다극체제(multipolarity) 속에서 ‘가장 강력한 행위자’로 재정의하려는 유혹에 직면해 있다.
(p. 17)

‘정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선거, 의회, 정부 제도 등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은 제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 내 파벌 다툼, 회사나 지역 공동체의 운영, 심지어 가정 내 의사결정까지도 권력과 영향력을 둘러싼 역학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요컨대 정치란 인간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있다.
권력의 진가는 자원 배분, 이해관계의 충돌, 가치의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다. 특히 사회적 합의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다.
권력은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 모두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동하지만, 두 영역은 구조적 조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pp. 23-24)

정치의 본질은 권력, 즉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또 유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모든 정치적 야망의 논리적 종착역은 ‘패권’ 확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에서 국가 행동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기 가운데 하나, 아니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동기는 패권의 추구다.
(p. 25)

자유주의 이론가들은 탈냉전기의 국제질서를 인류 문명의 도덕적·제도적 진보를 이룬 중요한 시기로 평가한다. 태초 이래 국제사회를 지배해 온 ‘정글의 법칙’에서 마침내 벗어나, 보다 평화로운 세계 질서로 나아가는 데 잠시나마 성공한 역사적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관점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범세계적인 혼란은 단순한 지정학적 위기를 넘어, 심각한 이념적 위기를 내포한다. 현재의 위기는 자유주의적 규범을 약화시키려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기회주의적 부상 때문일뿐 아니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수호자였던 미국이 자신의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결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반면 현실주의 이론가들은 탈냉전기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평가절하한다. 지난 시대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압도적 패권국에 맞설 도전자가 부재했던, 단기간의 예외적 산물일 뿐이다. 미국은 역사 속 다른 지배적 강대국들과 마찬가지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였으며, 자신의 세력권 내에서 패권적 질서를 유지하려 든 것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날의 범세계적 혼란은 미국의 세계 패권 약화와 이에 따른 권력 재분배 과정에서 발생한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한 결과로 간주된다.
자유주의와 현실주의는 국제질서의 성격과 유지 방식에 대해 상이한 관점을 제시하지만, ‘정당성(legitimacy)’이라는 개념을 통해 일정한 접점을 형성한다. 자유주의는 정당성을 규범과 제도를 통한 합의의 결과로 이해하며, 현실주의는 그것을 패권 유지의 전략적 수단으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질서의 안정적 유지에는 정당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두 이론은 공통된 인식을 공유한다.
(pp. 35-36)

강대국이 특정 지역에서 패권을 확립하면, 그 지역에 질서를 세우고 이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역내 질서와 평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패권국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권에 기반한 평화에는 여러 구조적 한계가 따른다.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패권이 성립한 사례는 극히 드물고, 그마저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고대의 팍스 로마나(Pax Romana)와 팍스 시니카(Pax Sinica), 근대의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는 물론이고 현대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마저도 결국은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다. 팍스 로마나의 몰락은 유럽을 수세기에 걸친 혼란에 빠뜨렸고, 중국의 통일왕조가 무너질 때마다 동아시아는 격변에 휩쓸렸으며, 팍스 브리타니카의 쇠퇴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팍스 아메리카나의 약화 또한 세계를 새로운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고 있다.
또한 패권은 제국주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모든 패권 질서는 필연적으로 패권국을 중심으로 구조화되며, 주변부 국가의 자율성과 주권은 불가피하게 침해된다. 다시 말해, 피지배국의 주권 잠식은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패권 질서가 지닌 구조적 속성이다. 따라서 패권에 기초한 평화는 지속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pp. 75-76)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미국인들의 굳건한 신념은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 지정학적 우위에서 비롯된 자부심과도 물론 긴밀히 연결된다. 그러나 미국 예외주의는 단순한 물질적 번영을 넘어, 미국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 깊숙이 뿌리내린 복합적 개념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건국 신화를 보유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지적했듯, 건국 신화와 같은 강력한 내러티브는 사회 구성원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근대 이후에야 건국된 미국은, 오래된 문명과 달리 ‘신화’가 아닌 ‘자유주의 이념’을 토대로 한 독특한 국가 정체성을 구축했다. 그 대표적 상징이 바로 종교적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넌 영국 청교도 이주민들의 이야기다. 이는 ‘자유’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미국의 이미지를 형성했고, 일반적인 민족 신화 대신 ‘자유’와 ‘아메리칸 드림’을 미국인의 정체성으로 승화하는 역할을 했다.
(pp. 93-94)

탈냉전기 국제질서 속에서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18세기의 고전적 자유주의와는 구분되는 특징을 지녔다. 고전적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도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친 강력한 사조다. 다만 개인의 ‘도덕적 자유’를 핵심 가치로 삼았던 고전적 자유주의와 달리 신자유주의는 시장 중심의 경제 철학, 자유 경쟁, 효율성, 그리고 경제적 주체로서의 개인 자율성을 중심 가치로 내세웠다. 다시 말해, 사유재산권 보장, 정부 권력의 제한, 개인 자율성 촉진 등과 같은 고전적 자유주의의 개별 요소를 도덕과 윤리 대신 ‘자본주의적 논리’ 속에서 재구성한 것이다.
(pp. 139-140)

“모든 문명은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역사를 인류사의 중심 서사로 서술한다.”
(p. 150)

미국의 세계 패권이 쇠퇴하는 현 상황은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들 요인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첫째는 미국의 상대적 국력 약화다. 냉전 종식 이후 유지돼 온 일극체제의 경성적 구조기반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현상변경 세력들은 이를 역사적 기회로 간주하고 미국 중심 질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통적 다극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미국의 경제·군사력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신흥 강대국들의 급속한 부상으로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둘째, 미국 사회 내부의 인식 변화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막대한 비용과 부담이 분명해지면서, 패권 유지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론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희생과 책임을 감수하려는 대중적 지지 기반이 약화되었고, 이는 곧 미국의 대외정책과 글로벌 영향력 행사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는 미국 패권의 정당성 약화다. 과거 미국의 리더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규범적 매력과 미국식 가치에 대한 국제적 합의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념적 기반이 흔들리면서 미국의 리더십을 지탱하던 국제적 공감대도 약화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패권은 외부의 도전뿐 아니라 내부적 인식 변화와 정당성 위기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다차원적으로 약화되는 복합적 국면에 직면해 있다.
(p. 169)

한때는 미국의 일극 패권이 해체되더라도, 그 위에 구축된 자유주의 국제질서만큼은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전통적인 패권 구조 대신 권력이 균등하게 분산된 글로벌 체제, 즉 어느 한 국가도 패권을 독점하지 않는 ‘무극화(non-polar)’ 혹은 ‘다결화(poly-nodal)’의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협력에 기반한 다자체제보다는, 전략적 경쟁과 제로섬 구도가 짙게 드리운 전통적 다극체제의 귀환에 더 가깝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대표적 현상변경 세력은 공격적 민족주의를 날로 강화하고 있으며, 기존 패권국인 미국조차 자신이 수호해온 자유주의적 가치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민족주의, 나아가 국가주의(statism)의 확산은 단순한 지역적 현상을 넘어 세계적인 조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p. 183)

문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스스로가 민주적 질서의 훼손, 포퓰리즘의 확산, 권위주의적 대안의 부상이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질서의 분열이 가속화되며 다자주의에 필요한 규범적 응집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국가마저 체제적 위기에 빠진다면, 다자주의는 공허한 형식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국제사회가 남은 21세기에 반드시 맞닥뜨릴 인류 공동의 위기에 대응할 능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pp. 237-238)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주의 역시 계몽주의에서 파생된 자유주의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자유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비교할 때 형태와 내용 모두에서 크게 변모했다. 그 범위는 과거보다 훨씬 확장되었고, 구조는 파편화되었으며, 내적 일관성은 약화되었다.
(pp. 243-244)

그러나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득세 중인 정치 담론들은 이념적 차이를 건설적 이해와 조율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도덕적 선악의 대립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진리와 거짓, 정의와 불의, 나아가 선과 악의 제로섬 게임으로 말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정치적 입장을 종교적 교리처럼 고착화한다. 이념이 교리화될수록 정치적 타협의 여지는 줄어들고, 토론은 상대를 공론의 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전쟁터가 된다. 정치적 반대자는 토론과 타협의 대상이 아닌, 제거해야 할 적으로 인식된다. 그렇게 민주주의의 핵심인 상호 존중과 평화적 공존의 가치는 붕괴되고, 깊고 격렬한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다.
(pp. 258-259)

『세계관의 충돌: 21세기 국제질서 사상으로 이해하기』 한국어판 출간!

패권의 종말은 예견됐지만, 세계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로부터 2년··· 이젠 ‘세계관’과 ‘사상’의 전쟁에 주목하라!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자유무역은 보호주의의 거센 파도에 밀려 후퇴했고, 글로벌 공급망은 각국의 이해에 따라 조각나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재점화되며, 인류가 다시 ‘전쟁의 시대’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고조된다. 미국의 일극 패권은 균열을 드러내고, 이를 토대로 구축된 기존 국제질서의 근간이 요동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향한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내부적으로 가치와 공동체의 균열을 겪고, 외부에서는 그 정당성과 우월성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에 직면해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힘의 재편을 넘어, 탈냉전기의 세계를 지탱해온 자유주의의 사상적 기반, 그리고 그 정당성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다.

신간 『세계관의 충돌』은 이러한 격변을 단순한 국력 경쟁이나 이해관계의 충돌이 아닌, 국가와 문명 간 ‘세계관과 사상’의 충돌로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의 혼란은 힘의 균형이나 국익 계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군사력·경제력·기술력의 경쟁 밑바닥에는 ‘세계관’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힘이 작동하고 있다. 각 국가와 문명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무엇이 정의롭고 정당한 국제질서인가에 대한 신념이 충돌하면서 오늘의 전략 경쟁을 추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는 언제나 세계관의 경쟁 속에서 진화해왔다. 이 책은 세계사의 결정적 전환들을 사상의 시선으로 다시 엮어낸다. 고대 제국이 세계를 약육강식의 무대로 인식하던 시기에서 시작해, 계몽주의와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적 질서, 19세기식 현실주의와 세력균형 사상, 미국 예외주의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냉전기의 이념 대립, 탈냉전기의 신자유주의, 그리고 오늘날 중국·러시아 등 현상변경 세력이 내세우는 다극적 세계관에 이르기까지-이 책은 인류 역사상 결정적 전환기마다 충돌해온 세계관의 흐름을 쉽고 직관적으로 조명한다.

패권의 종말, 자유민주주의의 실존적 위기 - 민주주의는 왜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가?

이 책에 따르면 오늘날의 글로벌 위기는 크게 세 가지 축에서 기인한다. 첫째, 미국 패권의 약화로 국제 세력 구조가 재편되면서 질서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둘째, 보호주의와 국가주의의 부활로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되고, 세계경제는 통합에서 블록화로 되돌아가고 있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의 내부 균열과 함께 인권·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의 일관성과 우월성이 흔들리며, 자유주의 체제의 도덕적 정당성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관의 충돌』은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전쟁, 무역 갈등, 가치 논쟁을 파편적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자유무역은 더 이상 당연한 전제가 아니게 되었는가? 왜 민주주의 국가들조차 자신들이 내세운 가치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는가? 왜 자유주의적 리더십은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사상·정치·역사·철학을 넘나드는 통찰로 답한다.

특히 저자는 외부의 도전만큼이나 자유민주주의 국가 내부에서 벌어지는 철학적 위기와 정치의 실종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민주주의 정치가 타협과 조정의 기술이 아니라 ‘선과 악의 전장’으로 변질되면서, 상호 존중과 공존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가 붕괴하고 있다. 이념 대립은 더 이상 정책의 차이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타협할 파트너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는 도덕적 투쟁으로 치환된다. 그 결과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확산되고, 권위주의가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며 자유민주주의를 구조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혼란의 근원에는 자유주의 자체의 변질이 자리한다고 분석한다. 계몽주의에 뿌리를 둔 고전적 자유주의는 포스트모던 진보주의로 이어지며 철학적 일관성을 잃었고, 극단적 자유지상주의와 급진적 평등주의를 동시에 포괄하는 모순된 이념의 집합체로 변했다. 그 결과 자유주의는 더 이상 공통의 규범적 기반이 아니라, 서로 상충하는 가치들의 전장으로 변모했다. 급진적 좌파는 극우 포퓰리즘을 자극하고, 다시 극우는 급진 좌파를 강화하며, 정치는 타협이 아닌 제로섬 전쟁의 논리로 퇴행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외부의 도전 못지않게,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기부정과 분열이야말로 현재 위기의 근원임을 강조한다.

최전선에서 국제질서의 붕괴를 목도한 전문가의 심오한 통찰!

저자 정하늘은 WTO 분쟁의 최전선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켜온 국제통상 전문가다. 일찍이 다자무역체제의 이상에 매료되어 국제통상법을 선택한 그는, 영국의 세계적 변호사 평가기관 Chambers & Partners로부터 최연소 ‘Leading Lawyer’로 선정되었고, 심당학술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는 등 민간 로펌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에 임명되어 한미 철강·세탁기 분쟁, 한일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등 대한민국이 당사자로 참여한 WTO 분쟁의 약 4분의 1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가 임기를 마무리하던 시기, 국제질서는 근본적인 균열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 WTO 체제의 기능 마비, 자유무역의 후퇴는 기존의 국제법과 제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세계는 왜 충돌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탈냉전기 세계경제를 지탱해온 WTO 체제는 물론 그 사상적 기반인 자유주의 국제질서마저 실존적 위기를 맞는 현실을 목도한 저자는 2022년 공직에서 물러나 국제법질서연구소를 설립, 국제법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상호 작용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번 신작 『세계관의 충돌: 21세기 국제질서를 사상으로 이해하기』는 그의 전작 『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 이후 2년 만에 출간된 후속작이다. 전작이 패권 전환기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미래를 설명한 분석서였다면, 이번 책은 전환기의 흐름을 추동하는 숨은 동력, 즉 ‘세계관’이라는 사상적 힘을 파고드는 지적 나침반이다. 단순한 현상 설명을 넘어,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사유하게 만드는 문제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2025년 6월에 영문판으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아마존에서 세계정치·국제관계·세계화·21세기 역사 등 4개 분야 신간 1위를 동시에 달성한 바 있다. 다극화된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분석을 넘어 실천적 통찰을 제공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인물정보

저자(글) 정하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분쟁대응과장을 역임하며 대한민국의 국제통상분쟁을 총괄하여 한-일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한-미 철강·세탁기 분쟁 등 다수의 주요 WTO 분쟁에서 연전연승을 거둬 이름을 알렸다.

2015년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법률평가기관으로 손꼽히는 영국 Chambers & Partners로부터 국제통상 분야의 Leading Lawyer(Global/Asia-Pacific)로 최연소 선정되었고, 2017년 국제거래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심당국제거래학술상을 최연소 수상하였으며, 2020년에는 개방직 공무원 사상 최초로 부이사관(3급)으로 특별승진하였다. 2022년에는 개발도상국의 WTO 분쟁 대응을 지원하는 준국제기구 ACWL(Advisory Centre on WTO Law)의 외부변호인(External Counsel)으로 임명되기도 하였다.

현재는 독립연구기관인 국제법질서연구소의 대표이자 국제중재인으로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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