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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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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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을 R. B.라 부른다.”
AI가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 인간의 창작이란 무엇일까?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는 이런 질문에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바르트는 이 책에서 놀라운 실험을 시도한다. 자신에 대해 글을 쓰면서도 마치 남을 관찰하듯 ‘R.B.(롤랑 바르트)’, 혹은 ‘그’라고 3인칭으로 지칭하며 짧은 단편들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조각조각 그려낸다. 보통 자서전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일관된 자아상을 제시하고 선형적 서술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바르트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는 ’나라는 존재는 하나로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전통적인 글쓰기 규칙을 깨뜨렸고 작가와 작품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20세기 문학사에서 새로운 형태의 자서전으로 기록되었다.
바르트의 글쓰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일관성 없는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단편에서는 한 가지 생각을 드러내고, 다른 단편에서는 완전히 다른, 심지어 모순되는 생각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인지를 드러낸다. 글을 쓰면서 ‘내가 누구인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즉 글쓰기를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 자신을 탐구하는 여행으로 바라본 것이다.
바르트에게 글쓰기는 삶의 수수께끼와 마주하는 행위였다. 그가 말한 ‘쓰기의 쾌락’은 완벽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있지 않았다. 대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언어와 만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거나 기존의 의미를 파괴하며,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표현 방식을 탐험하는 순간에 있었다. 그래서 진정한 창작의 가치는 완성품이 아니라, 실패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모험적 정신에 있다고 보았다. 바르트의 실험은 인간 창작의 특별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것은 완벽함이나 일관성에 있지 않다. 오히려 미완성되고 모순적이며,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 있다. AI가 빠르고 정확한 답을 제시하는 시대에, 바르트의 이 책은 글쓰기를 인간의 고유한 탐구 정신의 발현이자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행위로 재정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형용사
편함
유사성이라는 악귀
검은 칠판
돈
아르고호
오만
점술가의 동작
선택이 아니라 찬동
진실과 단언
아토피아
자기지시
개방형 객차
내가 술래잡기 놀이를
했을 때……
고유명사
바보상자를 도저히 난……
어떤 아이디어에 대한 사랑
젊은 부르주아 아가씨
아마추어
R. B.에 대한 브레히트식의 비난
이론에 대한 협박 공갈
채플린
영화의 꽉 찬 화면
결구
우연의 일치
비교는 이성이다
진실과 정합성
무엇과 동시대인?
계약에 대한 모호한 찬사
역기습
내 몸은 다만……
복수의 몸
갈비뼈
이마고의 미친 곡선
단어-가치라는 한 쌍
이중의 날것
분해하다/파괴하다
H라는 여신
친구들
우선적 관계
위반의 위반
2도와 그 밖의 것들
언어의 진실로서의 외연
그의 목소리
떼어놓기
변증법
복수, 차이, 갈등
분할의 취향
피아노 운지법……
나쁜 오브제
독사와 파라독사
나비처럼
양가적 모호어법
붕대를 비스듬히 매듯
공명실
글쓰기는 문체로 시작된다
유토피아는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환상으로서의 작가
새로운 주체, 새로운 과학
당신이군요, 엘리즈……
타원형적 생략
표장, 개그
발신자들의 사회
일과표
사생활
사실은……
에로스와 연극
미학적 담론
민족학에 끌리는 마음
어원학
폭력, 명명백백, 자연
배제
셀린과 플로라
의미의 면제
꿈이 아니라 환상
저속한 환상
소극 같은 회귀
피로와 신선함
픽션
이중 형상
사랑, 광기
단조술
푸리에 아니면 플로베르?
파편들의 순환
환상으로서의 파편적 단상
파편적 단상에서 일기로
딸기주
프랑스인
오타
의미의 떨림
질주하는 귀납
왼손잡이
몸짓 착상
압그룬트
알고리즘 취향
그런데 만일 내가 읽지 않았다면……
헤테롤로지와 폭력
고독의 상상계
위선?
쾌락으로서의 관념
인정받지 못한 개념들
문장
이데올로기와 심미
상상계
댄디
영향이란 무엇인가?
미묘한 도구
잠시 휴식, 기왕증
바보짓
글 쓰는 기계
단식
질랄리의 편지
쾌락 같은 패러독스
환희의 담론
충만함
단어 작업
언어의 두려움
모국어
불순한 어휘부
나는 좋아한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구조와 자유
수용적
읽을 수 있는, 쓸 수 있는 그리고 그 너머
마테시스로서의 문학
‘나’의 책
달변
명철성
결혼
어린 시절의 추억
새벽의 판타지
메두사
아부 노바스와 메타포
언어적 알레고리
편두통
시대에 뒤떨어진
큰 단어들의 물렁함
댄서의 장딴지
정치/도덕
단어-모드
단어-가치
단어-색
단어-마나
과도적 단어
평균적 단어
자연적인
새로 산/새로운
중립
능동적/수동적
조정
누멘
담론에서 오브제들의 통행
냄새들
글쓰기에서 작품으로
“알다시피”
불투명과 투명
안티테제
기원론에서 탈퇴
가치의 흔들림
파라독사
편집증의 가벼운 동력
말하다/키스하다
지나가는 몸들
놀이, 혼성 모방
패치워크
색깔
이분된 인격?
부분 관사
바타유, 공포
단계들
문장의 좋은 효과
정치적인 텍스트
알파벳
내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순서
잡록과 작품
언어-사제
예측 가능한 담론
책 프로젝트
정신분석학과의 상관성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그게 무슨 의미예요?”
도대체 어떤 논법?
퇴행
구조적 반사
지배와 승리
가치 지배의 폐지
재현의 한계는 무엇인가?
울림
성공한 것/실패한 것
옷을 고르듯이
리듬
알려지기를
살라망크와 발라돌리드사이에서
연습문제
지식과 글쓰기
가치와 지식
장면
극화(劇化)된 과학
나는 언어를 본다
세드 콘트라
오징어와 먹물
성에 관한 한 권의 책을 기획하며
섹시함
성性의 행복한 종말?
유토피아로서의 시프터
의미작용 속의 세 가지
간략주의 철학
원숭이들 사이에 원숭이
사회적 분열
나, 나
나쁜 정치적 주체
과잉결정
자기 말은 못 듣는
국가라는 상징주의
징후적 텍스트
체계/체계적인
전술/전략
나중에
텔 켈
날씨
약속된 땅
흐리멍덩해진 내 머리
연극
테마
가치에서 이론으로의 전향
격언
전체성이라는 괴물
ㆍ 옮긴이의 말
ㆍ 주
ㆍ 롤랑 바르트 연보
ㆍ 롤랑 바르트 저작물
ㆍ 찾아보기
ㆍ 본문 도판 설명
그는 승리하는 대화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 누구에게든 굴욕감을 주면 힘든 그는 승리가 보일라치면, 당장 다른 곳에 가 있고 싶어진다(만일 그가 신이었다면, 계속해서 승리를 뒤엎었을 것이다-게다가, 신이 하는 게 그런 거니까!). 대화의 차원으로 넘어가면, 가장 올바른 승리조차 언어적으로는 가장 나쁜 승리가 된다. 오만이므로. 이런 단어를, 바타유를 읽다가 만났는데, 어느 책에선가 그는 과학의 오만에 대해 말했다. 그가 말한 오만은 승리를 구가하지 못해 안달인 모든 대화들로까지 확장되었다. 나는 따라서 세 가지 오만을 감내한다. 과학의 오만, 독사(Doxa)의 오만, 열혈 투사의 오만. _p. 68, 「오만」 중에서
나는 나의 저 옛 조각을 지치도록 찾는 것을 포기한다. 나는 나를 복원하려는 게 아니다(기념물처럼). 나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를 묘사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한다. “나는 텍스트 하나를 쓴다. 그리고 그것을 R. B.라 부른다.” _p. 90, 「우연의 일치」 중에서
나는 발신자들의 사회에 살고 있다(나 자신도 그 한 사람이고). 내가 만나거나 내게 글을 써 오는 사람은 내게 책을, 글을, 명세서를, 안내서를, 항의서를, 연극 및 전시회 초대장을, 또 기타 등등을 보내온다. 성적 쾌감에 가까운 쓰기와 생산의 쾌락이 도처에서 절박하다. 하지만 상업적 회로로 인해 자유로운 생산은 정체되고, 거의 미치고 날뛴다. _p. 139, 「발신자들의 사회」 중에서
글쓰기란 건조한, 금욕적인 쾌락이다. 절대 다 쏟아내서는 안 되는 쾌락이다. _p. 151, 「셀린과 플로라」 중에서
파편들로 글을 쓴다는 것. 파편들은 둥근 원의 둘레에 있는 돌들이다. 나는 그 위에 내 몸을 둥그렇게 펼친다. 내 모든 작은 세계가 부스러기들이다. 그 중심에는 뭐가 있을까?
그의 첫 또는 거의 첫 텍스트(1942)도 파편적 글쓰기다. 이런 선택은 당시 지드적인 방식에 따른 것이었다. “왜냐하면 무질서가 왜곡하는 질서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후 실제로, 그는 짧은 글쓰기를 수행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_pp. 164-165, 「파편들의 순환」 중에서
자신을 타자로 여기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을까-적어도 예전에는 쓸 수 있었다. 근원의 이야기를 형상의 이야기로 대체해야 한다. 작품의 기원, 그것은 작품에 미치는 첫 영향이 아니라, 첫 자세이다. 하나의 역할을 모방한다. 이어 환유적으로 한 예술을 모방한다. 나는 내가 되고 싶은 것을 재생산함으로써 생산하기 시작한다. _pp. 177-178, 「압그룬트」 중에서
(자기) 비평보다 더 순수한 상상계는 없다. 결국, 이 책의 실체는 완전히 소설적이다. 에세이 같은 담론에 3인칭이 끼어드는 것은, 어떤 가공적 피조물을 지시하려는 게 아니라 이른바 장르들을 개혁할 필요가 있어서다. 에세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거의 소설임을 자백하는 것이다. 고유명사 없는 소설. _p. 215, 「’나‘의 책」 중에서
내가 글을 쓰는 동안 내 글은 경쟁하듯 써야 하는 작품에 비해 그저 납작하고, 하찮고, 왠지 죄를 지은 것처럼 초라하다. 작품이라는 집합적 상이 나에게 자꾸 따라붙는데, 이런 함정을 다 거치면서 어떻게 글을 쓸까? 글쎄, 그냥 눈 딱 감고. 작업하는 매 순간, 나는 길을 잃고, 미칠 것처럼 괴롭고, 쫓기면서도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속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닫힌 방』에 나오는 마지막 말. 계속 갑시다(continuons). _pp. 249-250, 「글쓰기에서 작품으로」 중에서
그러니까 각자가 내일, 나, 거기 같은 말만 사용한다면. 굳이 법으로 정한 것 같은 것을 참조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사랑의 액체성과도 유사한 한 집단 내의 유동성을 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분명한 차이에서 미세함이 나오고, 그 미세함에서 끝없는 반향이 나와 차이가 존중받는 것이긴 하지만) 모호한 차이가 언어의 가장 비싼 가치 아닐까? _p. 302, 「유토피아로서의 시프터」 중에서
★★ “비평가로서 마침내 자신을 연구 텍스트로 삼은 롤랑 바르트.
때로는 찬란하게 때로는 당혹스럽게 우리를 매혹한다.” _「워싱턴 포스트」★★
“기억과 정체성, 이미지를 가로지르며 쓰기 자체가 된 사람, 롤랑 바르트”
가장 사적이고 가장 사유적인 롤랑 바르트의 자전적 기록
“나는 누구인가?” 이 영원한 질문 앞에서 롤랑 바르트는 전혀 새로운 답변 방식을 제시한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는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자아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혁명적 실험이다. 바르트는 자신의 삶을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서술하지 않는다. 대신 200여 개의 파편적 단상을 통해 독자가 ‘나’라는 존재의 복합성과 다층성을 탐구하도록 초대한다.
전통적 자서전의 모든 관습을 거부한 책에는 연대기적 서술도, 일관된 성격 묘사도, 교훈적 결론도 없다. 오히려 각 단편을 통해 언어의 층위, 예술의 전복, 다중성의 미학을 탐구한다. 바르트는 이처럼 자신조차 완결된 의미로 환원하지 않고, 독자가 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바르트’를 만들어내길 요청한다. 바르트 특유의 암시적이고 철학적인 문체는 때로 난해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독해를 돕기 위해 역주를 세세하고 섬세하게 달았다. 이로써 독자는 맥락을 살피며 바르트를 좀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죽음’을 선언했던 바르트가 자신에 대해 쓴다는 것이 얼핏 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순이야말로 책의 핵심이다. 그는 자신을 고정된 주체로 제시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텍스트로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글쓰기와 정체성, 언어와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바르트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존재 방식 자체였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부터 구조주의 이론에 대한 성찰까지, 가장 사적인 기억과 가장 추상적인 사유를 동등하게 다루며 자신의 정체성을 언어로 직조해낸다. 사진에 대한 단상, 음악에 대한 열정, 일상의 사소한 취향이 철학적 통찰과 나란히 배치되면서, 한 지식인의 내밀한 초상이 드러난다. 결국 이 책은 바르트라는 개인을 넘어서, 인간이 언어를 통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재창조하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기록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마침내 글쓰기 그 자체가 되어버린 작가의 궁극적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자신을 텍스트 삼아 실험한 바르트 특유의 지적 유희와 깊이 있는 성찰이 빛난다”
언어의 심연을 탐구하는 기호학적 모험
바르트의 글쓰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일관된 서사로 풀어내는 대신, 단상과 성찰, 기억과 관찰을 조각조각 나누어 제시한다. 각각의 단편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공명하며, 독자는 이 조각들을 통해 바르트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파편적 글쓰기는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철학적 선택이다. 바르트는 인간의 정체성이 고정되고 완결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의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새롭게 사유하는 경험이 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바르트가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보여주는 지적 유희의 절묘함이다. 그는 진부한 고백이나 감상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편견, 두려움과 욕망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는 자신이 어떻게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히는지를 해부하고, ‘언어’에 대한 단상에서는 말과 글쓰기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탐구한다. 이러한 자기 객관화 과정은 바르트 특유의 유머와 아이러니가 빛을 발하는 순간인 동시에 독자에게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신화’에서 시작한 그의 기호학적 탐구는 이 책에서 더욱 내밀하고 개인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 일상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언어와 기호들 뒤에는 복잡한 문화적, 사회적 의미가 숨어 있다. 바르트의 기호학적 통찰은 독자가 이러한 숨겨진 층위를 발견하고, 세상을 좀 더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결국 이 책은 언어의 심연을 탐구하는 기호학적 모험이자, 한 지성이 스스로를 텍스트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서사를 완성하다”
롤랑 바르트의 사적 성찰과 이론적 사유가 만나는 빛나는 지점
어린 시절 사진부터 성인기의 모습까지, 이미지와 텍스트로 자신의 복합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 책은, 기호학자 바르트의 이론과 실천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다. 그는 자서전을 쓰는 것 자체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고, ‘나’를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텍스트, 이미지, 기호로 해체한다. 행위와 사건을 선형적 서사로 제시하는 대신, 짧은 글, 단상, 사진, 드로잉, 악보 등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과 ‘정체성’을 모자이크처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유년, 습관, 열정, 후회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동시에 기호학, 언어, 텍스트 개념에 대한 자신의 이론적 입장도 풀어낸다.
‘나’에 대해 말하되, ‘자아의 올가미’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이토록 철저하게 열정적으로, 실천적으로 쓰는 것은, 자기중심주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다. (…) 너무나 사적인, 너무나 상상적인, 더 나아가 변태적이고 도착적인 의미의 극단을 향해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글은 서명하는 ‘저자’를 떠나 ‘텍스트’ 자체를 향해 나아간다. 이 200여 편의 파편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위 ‘역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바르트는 침묵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말한다. 그는 자신의 동성애적 욕망이나 어머니에 대한 깊은 애착을 직접적으로 고백하지 않는다. 대신 공포, 고독, 이미지 같은 추상적 항목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말하지 않음’ 전략은 오히려 더 강렬한 자기 서술을 완성한다. 독자는 행간을 읽어가며 바르트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텍스트는 저자를 넘어서는 독립적 존재가 된다.
결국 이 책에서 바르트의 사적 성찰과 이론적 사유는 개인적 경험이 보편적 사유로 승화되는 순간에 가장 빛난다. 일상의 사소한 취향은 기호학적 통찰로 전환되며, 자신의 약점과 편견마저도 인간 조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의 재료가 된다. 바르트는 이렇게 자신을 완전히 노출하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은폐하는 역설적 글쓰기를 통해, 자기 서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AI 시대, 인간다운 읽기와 쓰기의 기준을 제시하다”
세 가지 질문으로 성찰해보는 우리 시대의 글쓰기
AI가 놀라운 속도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시대, 바르트의 통찰은 더욱 예리하게 빛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의미를 만드는 주체는 누구인가?”이다. 이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핵심 문제이다. AI가 생성한 콘텐츠 뒤에는 여전히 인간의 설계와 해석이 숨어 있다. 바르트는 모든 텍스트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의미의 그물망’임을 강조한다. 이는 AI가 생산해낸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대신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비판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는 바로 이러한 비판적 읽기의 실천적 모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질문은 “AI가 모방할 수 없는 창의적 글쓰기란 무엇인가?”이다. 이에 대한 답은 바르트의 글쓰기 방식 자체에 있다. 그의 파편적 에세이, 시적 문장, 철학적 성찰이 뒤섞인 독특한 형식은 논리적 완결성보다는 감각적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바르트에게 글쓰기는 ‘규칙’이 아니라 ‘놀이이자 유희’였다. 이러한 실험적 접근은 패턴과 확률에 기반한 AI 생성 텍스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의 창의성과 개성을 보여준다. 그의 글쓰기는 예측 불가능한 연상과 우연한 발견 속에서 탄생하는 진정한 창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 번째 질문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안목은 어떻게 기를까?”이다.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현대에 더욱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르트는 사진, 기억, 언어가 어떻게 ‘진실’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해석의 결과물인지를 탐구했으며, 그의 기호학적 접근은 표면적 의미 너머에 숨겨진 권력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드러낸다. 그의 글은 독자가 모든 기호와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해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진짜와 가짜를 더욱 구별하기 어려워진 세상 속에서 이 책은 자신만의 해석과 판단 기준을 세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이다.
바르트와 함께하는 이 지적 여행은 세상의 텍스트를 읽고, 쓰고, 새롭게 창조하는 변혁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인물정보
Roland Barthes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기호학자이자 문학 비평가로 텍스트와 글쓰기의 본질을 탐구한 사상가이다. 1915년 프랑스 셰르부르에서 태어나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문학과 고전학을 공부했다. 바르트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의미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역동적 공간이었다. 그는 이데올로기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글쓰기의 가능성을 모색했고, 모든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텍스트성’ 이론을 발전시켰다. 또한 ‘작가의 죽음’을 선언하며 텍스트의 의미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 독자의 해석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를 역임하며 『신화론』 『텍스트의 즐거움』 『사랑의 단상』 『밝은 방』 등의 대표작을 남긴 그는 언어와 사랑, 이미지와 주체에 대한 깊은 통찰을 펼쳤다. 그의 사상은 문학 비평을 넘어 현대 인문학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1980년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쳤지만, 그가 남긴 텍스트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수많은 독자에게 새로운 읽기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생전에 직접 쓴 자전적 에세이로, 200여 개의 단편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삶을 성찰한 독특한 작품이다. 전통적인 자서전의 형식을 거부하고 파편적 글쓰기로 자아를 탐구한 이 책에는 바르트 특유의 문체론적 실험과 텍스트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 누벨 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철학아카데미,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프랑스 문학 및 프랑스 역사와 문화, 번역학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필리프 자코테의 『초록 수첩』 『부재하는 형상들이 있는 풍경』,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성적인 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달의 이면』 『오늘날의 토테미즘』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보다 듣다 읽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 『기자 생리학』, 모리스 블랑쇼의 『우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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