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영화가 있다

디디온 지음

섬앤섬 2025년 10월 2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 2025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오디오북 제작지원 선정작

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를 보는 일이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그 시간만큼은 현기증나는 이 세상에서 잠시 떠나 있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나는 세상을 다시 만난다. 영화에서 다시 만나는 세상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녜스 바르다에서 봉준호, 왕가위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절망하거나 절벽 위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들 때, 우리에겐 영화가 있다!

상처에서 그리고 삶에 대한 호기심과 경탄에서 시작된 13편의 영화 이야기

목차

01 지금 이대로 괜찮다 _ 〈스터츠〉
02 기적 같은 더블베이스 연주자 _ 〈온리 걸 인 더 오케스트라〉
03 화장실에 대한 예의_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
04 여자 우디 앨런_ 마틴 스코세이지 〈도시인처럼〉
05 영화는 나의 집_ 아녜스 바르다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06 깊은 강물 같은 무사 이야기_ 야마다 요지 〈황혼의 사무라이〉
07 나는 고발한다_ 로만 폴란스키〈장교와 스파이〉
08 영화로 보는 시(詩)_ 사카모토 준지 〈오키쿠와 세계〉
09 고통을 건너가는 힘_ 루시 워커 〈마운틴 퀸 : 락파 셰르파〉
10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는가_ 왕가위 〈해피 투게더〉
11 세상이 정한 한계 따위 믿지 않는다_ 지미 친, 엘리자베스 차이 비서렐리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
12 영화를 향한 첫사랑_이혁래 〈노란문: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13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_ 이지은 〈비밀의 언덕〉

책 속으로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사람 인)’은 서로를 지지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키쿠와 세계〉에 등장하는 세 젊은이는 세상 밑바닥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여 준다. 오키쿠와 츄지가 그렇고, 츄지와 야스케가 그렇다. 세상은 똥간 천지지만 사람의 숨결이 있기에 우리는 똥간 천지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

흑백 모노톤의 ‘시 한 편’을 영상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오키쿠와 세계〉를 보며 오래전 읽었던 황지우의 〈게 눈 속의 연꽃〉이란 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황지우의 시처럼 영화는 똥으로 가득 찬 세계에 피어난 연꽃을 보여준다. 그 연꽃은 더러운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세상에 없는 연꽃을, 세상으로 들어갈 수 없는 연꽃을, 오키쿠와 츄지는, 그러나, 볼 수 있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구차한 서사를 과감히 생략해 버리자 그 사이에서 여백이 생기고 매력적인 시적 울림이 퍼진다. 죽은 아버지와 목에 상처를 입고 피 흘리며 헐떡거리는 오키쿠가 나오는 장면. ‘그리고 배는 나아간다’ ‘바보 오키쿠’ ‘두 바보’ 등의 장 제목도 시적 울림을 준다. 각 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한 컷의 컬러 장면은 무미건조한 시간 속에 인간의 온기가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쿠로키 하루가 ‘오키쿠’ 역을 맡았다. 그녀가 연기하는 인물에는 섬세한 감정의 숨결이 들어 있다. 키키 기린과 함께 나오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도 좋았고, 요리 드라마 ‘정성을 다해 요리첩’에 이르러서는 그녀가 연기하는 인물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영화 미학자 랑게는 예술의 본질은 자연 속에 있지 않고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만든 환상에 있다고 말했다. 랑게의 말이 〈오키쿠와 세계〉처럼 잘 들어맞는 영화가 어디 있을까. 수많은 장면이 똥으로 가득 채워지지만 영화는 너무나 아름답고 시적(詩的)이다.

인물정보

저자(글) 디디온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다. 뜬구름처럼 영국으로 흘러가 옥스팜에서 캐셔로, 전망좋은 호스피스에서 영국홍차를 서빙하며, 내셔널갤러리를 들락거리며 허송세월했다. 2년 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서음증(書淫症) 환자를 기다리는 중.

낭독 신소윤

KBS 성우 공채 27기 출신으로, 20여 년간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하며 따뜻하고 섬세한 목소리로 다양한 콘텐츠에 생명을 불어넣어 왔다. KBS RADIO X 알라딘 오디오북 프로그램 <최고의 클립>에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행복의 지도》《미오기전》 등 다수, 오디오북 플랫폼 <스토리텔>에서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미망》 시리즈, 《팬츠드렁크》 등 다수의 오디오북을 녹음하며 폭넓은 장르의 작품을 소화해왔다.
현재 KBS아카데미 성우 취미반 강사로 활동하며, 소원책담 협동조합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형식의 1인 낭독극 ‘북크박스’를 진행하고 있다. 큐리북을 통해 《동화 속 성경이야기》《톨스토이와 성령의 9가지 열매》를 공저로 출간했으며, 《퀀텀읽기》《퀀텀쓰기》 등 다수의 도서를 기획하여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선사했다. 문학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성적 표현력으로 작품 속 이야기와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