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진화
2025년 09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9월 19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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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148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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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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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없는 동네는 없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편의점이 이렇게 성장한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었다. 편의점이 막 생겨나던 1970년대에도 편의점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흔들렸고, 2000년대에도 ‘마의 10년’이라는 정체기를 맞았다.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50년간 끊임없이 고객을 확장해 온 혁신의 역사가 오늘날의 편의점을 만들었다.
이 책은 세븐일레븐을 중심으로 편의점 업계가 소매업의 거인이 되기까지 중요한 순간들을 담았다. 초창기 흔들리던 편의점을 굳건히 잡아준 대표 상품 ‘삼각김밥’의 탄생, 수많은 편의점 식품을 생산·유통하는 푸드 경제권의 형성, 프리미엄 PB 상품 전략으로 정체기를 극복한 이야기, 편의점마다 ATM이 놓이게 된 과정, 실패했던 커피와 도넛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한 분투, 업계 2등 로손과 3등 훼미리마트가 추격을 위해 했던 노력 등이 담겨 있다. 일본 편의점 대표들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 일본 편의점은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소개한다.
1. 편의점의 새벽, 세븐일레븐 1호점의 탄생
편의점 1호점의 추억
난항 끝에 내딛은 첫발
가족의 생계를 건 모험
2. 삼각김밥, 편의점 간판 상품의 탄생
애매했던 점포 콘셉트
위기 속에서 발견한 보물
다양해지는 사회의 첨병
신개념 주먹밥을 내놓다
새로운 수요를 일으킨 붉은 주먹밥
팀 머천다이징 기법으로 차별화
3. 촘촘하게 엮인 세븐일레븐의 ‘푸드’ 경제권
매출의 60퍼센트가 세븐일레븐인 회사
깐깐함이 안겨주는 성장 기회
3개월 만에 받은 납품 의뢰
4. PB 상품으로 고객 확장에 나서다
세븐일레븐의 가파른 성장
업계에 불어닥친 위기
맨땅에서 시작한 PB 개발
식탁의 주역급 메뉴도 PB로
‘식품계의 인텔’을 발굴하다
프리미엄 제품 개발, 그리고 협상
1,300미터짜리 기업 광고
끊임없는 상품 개선
세븐일레븐과 협력사의 공진화
5. 세븐카페, 패자부활전이 낳은 80억 잔 판매의 기적
실패를 거듭한 커피 머신 개발
지더라도 개선을 멈추지 않는다
사용자 중심 개발에 눈뜨다
세븐일레븐이 편의점계의 거목인 이유
‘카레 빵’으로 리벤지를 꿈꾸다
6. 세븐의 물류 혁명, 일본의 소비 패턴을 바꾸다
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시대의 첨단인가, 역행인가
우유를 기점으로 시작된 공동 배송
편의점 물류가 낳은 개혁과 비판
배송 센터의 거듭된 개선
주먹밥은 배합 비율 조절로 신선도 향상
7. 로손, 참신함과 화제성으로 승부를 보다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다
가라아게군, 발권 서비스, 중국 진출
카바레 체인과의 손을 잡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베테랑 오너
수많은 신념이 낳은 혁신
가라아게군이 보여준 갓 만든 음식의 가치
로손이 화장실을 개방한 이유
[인터뷰] 로손 사장 다케마스 사다노부
8. 훼미리마트, 3등 탈출을 위한 분투
미국식이 아닌 일본식 프랜차이즈로
창업 초기, 점주의 당혹감과 결단
무릎을 꿇어가며 버티다
세존 그룹에서 이토추상사로
M&A로 라이벌이 ‘콤비’가 되다
중국제보다 비싼 일본 타월이 팔린 이유
[인터뷰] 훼미리마트 사장 호소미 겐스케
9. 세븐일레븐, 인수 제안이 오기까지 격동의 15년
성공 체험이 걸림돌로
‘1엔 주먹밥’을 파는 매장도
내부 갈등과 비즈니스 모델 수정
종합 반성회를 개최하다
다시 PB를 생각하다
다양한 상품과 합리적 가격의 양립
세계화와 현지화
10. 편의점의 아버지, 스즈키 도시후미에게 묻다
반대를 자양분으로 삼다
‘단품 관리’의 개념
세상의 불편함에 도전한 은행 설립
세븐일레븐의 본가, 사우스랜드를 재건하다
캐나다 기업의 인수 제안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상품을
도전하지 않으면 버림받는다
회사 대표는 최고의 홍보요원이어야 한다
스즈키 명예회장의 ‘세븐이즘’
11. 세이코 마트, 지역과 상생하는 ‘공동 쇠퇴’ 전략
홋카이도 인구보다 많은 카드 회원 보유
위기의식이 낳은 독자 모델
100점짜리 상품보다 질리지 않는 상품을
지역 인프라 점포로 살아남는 ‘공동 쇠퇴’
그 어느 때보다 지역에 깊숙이 침투하다
얽히고설킨 합리성과 비합리성
에필로그
맺음말
부록_일본 편의점 50년사 연대표
일본 최대 소매업체로 군림해 온 세븐일레븐을 산하에 둔 세븐앤드아이홀딩스가 인수 대상이 됐다는 소식에 일본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기업도 글로벌 경쟁이라는 파도에는 맥없이 휩쓸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일본 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만 같아 향후 전개에 불안감을 느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본 경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편의점의 미래를 생각하기에 앞서 지난 반세기의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 책은 악전고투를 거듭했던 창업 초기는 물론 상품 개발을 둘러싼 각종 에피소드, 가맹점주와 경영진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을 위한 유용한 힌트 내지는 일본 경제사를 수놓은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 본문 7~8쪽
그렇다면 어떤 주먹밥이 좋을까? 세븐일레븐은 손수 가정에서 만든 듯한 주먹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기왕이면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삭한 김으로 밥을 감싸서 먹는 주먹밥이었다. 이에 필름지로 김과 밥을 분리해서 김의 바삭함을 유지하는 포장 기법을 개발해 집에서 먹는 주먹밥과는 다른 독특한 식감을 선보였다.
스즈키는 이렇게 말했다.
“주먹밥이나 도시락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먹는 메뉴라 더더욱 잠재적 수요가 큽니다. 좋은 재료로 정말 맛있으면서도 집에서 먹는 주먹밥과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인다면 분명 성공합니다.”
이어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어묵도, 반조리 국수도, 절임류도 모두 이 같은 생각에서 탄생했습니다. 다들 매장에 비치된 상품에만 주목하는데, 새로운 수요는 매장 안이 아니라 밖에 있습니다.”
즉, 세븐일레븐 식품류의 경쟁자는 집에서 엄마나 아빠가 만드는 집밥인 것이다. 실제로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편의점은 간편식의 시대를 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 본문 44~45쪽
세븐일레븐 품질관리 담당자가 거래처 공장에 언제든 출입할 수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많았다. 심지어 바이어가 좋은 원재료를 찾았다고 자신해도, 세븐일레븐 사내에서 진행하는 품질관리의 벽에 부딪혀 납품이 거절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다행히 난키우메보시는 그 품질관리 기준을 충족해 1990년대부터 주먹밥용 우메보시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주먹밥에는 잘게 다진 우메보시가 쓰였는데, 식감이 아쉽다며 세븐일레븐 측에서 씨를 빼달라고 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씨 없는 우메보시 주먹밥은 당연히 없었고, 씨를 제거하는 설비도 없었다. 결국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제거해 납품해야 했다.
그 후로도 사각사각한 식감의 우메보시 등 세븐일레븐에서 획기적인 조리법을 요구할 때마다 난키우메보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호소카와는 참신한 상품 개발뿐 아니라 “고객의 입맛에 거슬리지 않을 때까지 개선을 거듭하는 것이 세븐일레븐의 방식”이라며 지금도 품질 강화에 여념이 없다.
호소카와는 또 이렇게 말했다.
“업무적으로 맺고 끊는 게 명확하고 적당히 넘기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기준만 충족하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줍니다.”
이어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세븐일레븐의 엄격한 기준 덕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 할수록 기회는 늘어납니다.”
- 본문 57~58쪽
세븐일레븐에서 피자 토스트의 PB 개발 의뢰를 받았을 때, 닛폰햄은 품질을 앞세워 높은 가격을 제안했다. 확실히 동종 타사보다 비싼 가격이라 입찰에서 이길 승산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닛폰햄을 선택했다.
“싼 가격이 아니라 좋은 제품의 가치를 전하는 PB를 만들겠다는 건가? 그럼, 제대로 해야지.” 그리하여 닛폰햄은 본래 의도대로 피자 토스트를 개발했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디플레이션 속에서도 품질을 우선한 세븐일레븐 PB의 성공은 소매업계의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세븐일레븐 PB가 등장한 이후, 소매업계는 저가를 선호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출 것인지, 아니면 품질을 내세울 것인지 중요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 본문 72쪽
세븐일레븐 재팬의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던 사토가시와는 후지 전기가 제안한 초기 디자인에 난색을 보이며 다시 해 오라고 했다. 그는 주방기기처럼 청결함이 느껴지고 단순한 콘셉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후지 전기의 디자인 담당자는 사토 디렉터가 자판기 같지 않은 디자인을 원한다고 생각하고 컵을 놓는 자리가 앞으로 돌출되도록 디자인을 입체적인 형태로 수정했다. 그제야 사토 디렉터도 자기 뜻을 잘 이해했다며 승인해 주었다. 멋진 기계로 내려 먹는 커피는 더 맛있게 느껴지는 법이다.
덕분에 출시 10년이 넘도록 후지 전기는 세븐카페에 커피 머신을 납품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매장 내 진열장이나 거스름돈 계산기, 스무디 머신 등 사업 영역을 더 넓히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늘면서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러한 상생 관계가 세븐일레븐을 편의점계의 ‘거목’으로 만들고 있다.
- 본문 97쪽
세븐은 스즈키 도시후미라는 직원이자 창업자 격인 리더가 회사를 이끌며 모회사와는 차별화된 독립적인 문화를 구축했다. 이에 반해 로손은 다이에의 특색을 반영해 독자적으로 편의점 문화를 만들었다.
일례로 닭튀김인 ‘가라아게군’이 대표적이다. 냉동식품 제조사 니치레이와 공동 개발해 1986년에 출시한 가라아게군은 육류 거래량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하는 다이에의 강점을 살린 제품이다. 5개들이 200엔(약 1,9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덕에 특히 중고생 사이에서 붐이 일었다.
또 하나 로손 하면 엔터테인먼트에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1997년에 타사보다 한발 앞서 매장에 ‘로피’라는 멀티 단말기기를 설치해서 스포츠나 콘서트 티켓 등의 발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야구팀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의 운영사이기도 했던 다이에다운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호크스 티켓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고안한 서비스가 다름 아닌 로피였던 것이다.
- 본문 123-124쪽
2021년부터는 디자이너 오치아이 히로미치와 공동 개발한 양말, 타월, 손수건 같은 편의점 웨어를 본격적으로 매장에 투입했다. 의류 부문 매출이 훼미리마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손수건은 3년 반 만에 누적 판매 700만 장을 달성했다. 나아가 양말은 2,000만 켤레가 팔려 완전한 ‘훼미리마트의 얼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24년에도 음악 이벤트 ‘후지록 페스티벌’과의 협업으로 제작한 타월과 손수건이 거의 완판을 기록했다. 인터벼룩시장에서는 정가의 2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오치아이는 손수건을 ‘작은 미디어’라고 부른다. 후지록과 협업한 제품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소유자의 개성을 보여주고 소통의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편의점은 친근한 소비의 장이다. 그런 편의점을 매개로 예술성이 가미된 ‘일상의 멋’이 퍼져나간다면 매장의 부가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편의점에서 옷도 팔릴까? 훼미리마트의 실험은 계속된다.
- 본문 156~157쪽
인플레이션, 디지털 전환, 인구 감소, 건강 중시 경향, 소비 욕구의 세분화 등 편의점을 둘러싼 환경은 점점 가혹해지고 있다.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소상권화가 진행 중이라고 봅니다. 소상권화는 한 곳에서 쇼핑을 끝내려는 소비 행태를 가리킵니다. 이에 일용잡화 품목으로 100엔 숍인 다이소 제품을 들였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보통 키친 타월이나 쓰레기봉투 같은 소모품은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데, 우리가 거기까지 다 커버할 수는 없어요.
변화에 꾸준히 대응하려면 작은 실험을 자주 시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좁은 지역에서 실험을 진행하면, 실패해도 경험이 남습니다. 최근 들어 주먹밥이나 빵 등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프레시 푸드의 매출이 떨어지길래, 시범적으로 홋카이도 매장에 한정해 주먹밥과 빵의 가격을 낮춰봤습니다. 평소 같으면 세일 제품만 팔리는데, 이번에는 다른 상품의 구색도 늘렸더니 1인당 구매하는 가짓수가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상품과 합리적 가격을 양립하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집니다.”
- 본문 179쪽
경영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렸던 피터 드러커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몇 번인가 이토요카도 본사를 방문해 사장 이토 마사토시 등과 친분을 다
진 인물이다. 1990년에 열린 ‘새로운 현실의 도래’라는 제목의 강연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
“이토요카도 그룹이 존경스러운 건 소매업의 주류에서 밀려나던 개인 상점을 소매업의 주류로 끌어들일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위대한 사회혁명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이토요카도의 자회사였던 편의점 ‘세븐일레븐 재팬’에 보내는 찬사였다. 이토와 편의점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스즈키 도시후미는 보나 마나 매우 흐뭇했을 것이다.
- 본문 228~229쪽
<b>세븐일레븐, 65조 인수 제안을 받다</b>
2024년 7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인수 제안이 발표된다. 캐나다 편의점 업체 ACT가 일본의 세븐일레븐을 무려 6조 엔(약 56조 2,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2달이 지난 9월에는 인수 금액을 7조 엔(약 65조 6,000억 원)로 올렸다. 이 인수 거래는 결국 무산되긴 했으나, 일본 편의점 산업의 가치를 일깨우기에는 충분했다.
편의점은 이제 우리 일상의 풍경이다. 일본은 약 5만 5,800개로 약 2,200명 당 1개, 한국은 약 5만 5,000개로 940명 당 1개 꼴로 편의점이 있다. 두 나라에서 편의점이 없는 동네는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오늘날 편의점이 없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그런 풍경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권 국가들만 보아도 편의점이 이정도로 대중화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일본에 세븐일레븐이 최초로 수입되어 오픈한 것은 1974년이고(세븐일레븐 도요스점), 한국 최초의 편의점이 오픈한 것은 1982년(롯데세븐 약수시장점)이니, 편의점이 일상이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과 한국은 어떻게 편의점 왕국이 됐을까?
이 책에는 한국보다 10년 정도 앞서서 편의점의 시대를 개척했던 일본 편의점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는 이 과정의 선구자였던 세븐일레븐을 보며 “소매업의 주류에서 밀려나던 개인 상점을 소매업의 주류로 끌어들일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위대한 사회 혁명이나 다름없습니다”라고 평가했다.
<b>삼각김밥으로 시장을 개척하다</b>
현재 일본 편의점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이 처음 일본에 진출했을 때는 편의점 자체가 거의 없었다. 소비자들은 주로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을 이용하던 시기였기에, 편의점을 수입해 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세븐일레븐 1호점을 오픈하는 일 자체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이후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미국의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일본 소비자가 편의점을 찾을 만한 매력적인 상품 개발이 절실했다.
세븐일레븐의 아버지 스즈키 도시후미는 당시의 변화하는 식문화 속에서 답을 찾았다.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오며 가며 먹을 수 있는 식사대용 간편식 수요가 늘고 있었는데, 구매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밥’ 제품은 없다는 것에 주목했다. “주먹밥이나 도시락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먹는 메뉴라 더더욱 잠재적 수요가 크다. 좋은 재료로 정말 맛있으면서도 집에서 먹는 주먹밥과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인다면 분명 성공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한국에서 ‘삼각김밥’이라고 불리는 주먹밥이다. 밥과 김을 따로 포장하여 김의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도록 해서 가정에서 먹는 주먹밥과 차별화를 했다. 그렇게 탄생한 편의점 주먹밥은 ‘참치마요’와 같은 히트 제품들의 등장과 함께 편의점의 간판 상품으로 자리잡아 편의점 성장의 주역이 됐다.
<b>침체기를 프리미엄 PB 상품으로 돌파하다</b>
세븐일레븐을 비롯한 여러 편의점 브랜드들의 노력 덕에 편의점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2000년에 접어들면서 침체기를 맞게 된다. 세븐일레븐 점포가 10,000개에 달한 시점이었다. 기존 점포들의 연간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언론들도 편의점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 이상의 성장과 확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세븐일레븐은 이 시기 이후 점포 수가 20,000개까지 확장된다.
스즈키 도시후미는 더 이상의 성장은 힘들다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주요 고객층이 10~20대였기에 고객층을 중장년으로까지 넓힐 수 있다면,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PB 상품에 주목했다. 당시 여러 유통사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저가 전략의 일환으로 PB 상품을 사용했지만, 세븐일레븐은 오히려 반대로 갔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닛폰햄과 함께 피자토스트를 개발한 에피소드다. 피자토스트 개발을 의뢰받은 닛폰햄은 선택받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품질을 앞세워 비교적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가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저렴하고 저품질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세븐일레븐은 닛폰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닛폰햄의 입장도 바뀌었다. “싼 가격이 아니라 좋은 제품의 가치를 전하는 PB를 만들겠다는 건가? 그럼, 제대로 해야지.”
그렇게 기존의 PB 상품과는 전혀 다르게 탄생한 ‘세븐프리미엄’은 보란듯이 성공했다. 2007년에 출범한 이후로 2020년까지 꾸준히 성장해 1조 5,000억 엔(약 15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후로 품질을 더 올린 골드 시리즈, 신선 상품 ‘프레시푸드’, 갓 추출한 품질 좋은 커피 ‘세븐카페’ 등을 출시했다. 상품은 그 자리에서 먹는 식품을 넘어 비프카레, 비프스튜, 돼지고기 조림, 은대구 구이 등 식탁에 올라가는 주요 메뉴로까지 뻗어나가 편의점을 찾는 고객층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b>협력사와의 공진화를 추구하다</b>
세븐일레븐이 일본 편의점 업계 1위를 굳건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양질의 협력사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것이 주먹밥, PB상품, 커피 같은 핵심 상품들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개선하고 리뉴얼할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협력사를 결정하고, 납품된 제품의 품질을 검수하는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협력사들과 세븐일레븐이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이유는 세븐일레븐에 우메보시를 납품하는 난키우메보시 사장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의 엄격한 기준 덕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 할수록 기회는 늘어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세븐일레븐에 커피 머신을 납품하는 후지 전기다. 후지 전기는 수차례 커피 머신을 개선한 끝에 어렵사리 세븐일레븐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세븐일레븐은 사용자 관점에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개선 사항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어렵고 번거로운 요구사항들을 하나씩 반영해나가자 후지 전기의 비즈니스는 한층 발전했다. 후지 전기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업계의 방식이나 상식 등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사용자 관점에서 제품 설계를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출시 10년이 넘도록 후지 전기는 세븐카페에 커피 머신을 납품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매장 내 진열장이나 거스름돈 계산기, 스무디 머신 등 사업 영역을 더 넓히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늘면서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러한 상생 관계가 세븐일레븐을 편의점계의 ‘거목’으로 만들고 있다.”
<b>포화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b>
오늘날 편의점 산업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점포 수로 보나 매출로 보나 편의점 시장은 이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오늘날 일본 편의점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격투기 선수 추성훈을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훼미리마트의 양말은 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산물이다. 이제 편의점은 먹거리를 넘어 생필품까지 모두 조달하는 ‘원스톱 쇼핑 공간’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을 훼미리마트의 강점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것이 훼미리마트 자체 의류 브랜드인 컨비니언스 웨어다. 이는 섬유업에 강한 이토추상사의 그룹사이기에 가능한 기획이기도 했다.
이마바리시의 명품 타올을 중국산보다 100엔(약 940원) 정도만 더 비싸게 받아서 고객들에게 가성비를 느끼게 하고, 디자이너 오치아이 히로미치와 공동 개발한 양말, 타월, 손수건을 매장에 투입했다. 품질과 디자인이 훌륭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반짝하고 말겠지 싶었던 생활용품들은 3년 반 동안 손수건 700만 장, 양말 2,000만 켤레가 팔리며 이제 훼미리마트의 얼굴로 자리잡았다.
세븐일레븐은 두 가지 성장 전략을 쓰고 있다. 훼미리마트와 마찬가지로 소상권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 하에 함께 할인했을 때 매출이 늘어나는 상품군을 면밀히 확인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동시에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하와이 등 해외 시장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형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필수라는 생각하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더 철저하게 국내 시장을 파악하고, 동시에 글로벌로의 확장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일본 편의점의 경험들은 고민에 빠진 한국 편의점은 물론 소매업과 유통업 전반에도 일정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 편의점 시장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몇 개의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고객을 확장해온 세븐일레븐과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며 성장해온 로손과 훼미리마트의 경험 속에서 미래를 대비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물정보
1989년 가나자와대학 경제학부 졸업 후, 같은 해에 니혼게이자이 신문사(日本経済新聞)에 입사했다. 산업부, 상품부, 오사카 경제부, 삿포로 지사 편집부 등을 거치며 오랜 기간 산업계, 특히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소매 기업의 경영전략, 소비 동향에 관한 기사를 써왔다. 2016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유통업계에 특화한 전문지 《닛케이 MJ(日経MJ)》의 편집장을 맡았으며 2019년 4월부터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사의 편집위원 겸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현재 닛케이 전자 신문에서 〈히트 상품의 비밀〉이라는 칼럼을 집필, 히트상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과정 및 마케팅 전략, 성공 요인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 밖에도 〈딥 인사이트〉 〈경영의 시점〉 〈닛케이 뷰〉 등 각종 칼럼 기고는 물론 닛케이 포럼 ‘세계 경영자 회의’에 강연자로 참여하는 등 저널리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일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기업에서 말과 글을 전달하는 일을 담당했다. 평소 좋아하던 책 곁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머물고자 현재 출판번역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번역 및 리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생물학 이야기》, 《아무래도 행복을 깨문 것 같아》, 《모모세, 여기를 봐》, 《보지 못하는 너에게, 보이지 않는 내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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