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예쁘게 고쳐드립니다

조예경 지음

마카롱 2025년 08월 1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제 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중장편 우수작. 저승에서 오랫동안 환생을 꿈꿔온 할머니 삼덕이. 한 저승사자로부터 이승에 남아있는 영혼을 저승길로 인도하면 환생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죽은 자의 물건을 통해 기억을 고쳐주는 ‘영혼 만물 수선집’의 주인이 된다. 삼덕은 영혼들의 사연을 마주하며, 잊고 있던 자신의 기억과 삶의 의미를 하나씩 되찾아가는 저승 판타지 소설.

목차

00. 프롤로그
01. 이승의 문
02. 영혼 만물 수선집
03. 미니 스피커
04. 문제집
05. 카메라
06. 막대사탕
07. 재킷
08. 향수
09. 소멸
10. 희생
11. 프롤로그

책 속으로

“그래서 영혼들에게 익숙한 장소인 ‘이승’에, 그들 눈에만 보이는 ‘수선집’이라는 장치를 설치해서 삶에 대한 미련과 저승에 대한 공포심을 떨쳐내게 해주자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장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온화함을 가진 어르신을 수선집의 주인으로 채용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온화함’이에요. 불안정한 사람에게는 과분한 친절과 냉정한 조언 따윈 필요 없습니다. 적당히 미지근한 경청, 그리고 위로면 충분하죠. 그런 자격이 있는 자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을 보내며 삶을 깨우친 어르신입니다. 영혼들이 수선집에서 어르신을 만나 저승에 가겠다는 용기를 얻었을 때, 물건을 고치면서 피하고 싶거나 붙잡고 싶었던 다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기억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용기를 결심으로 바꿔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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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의 시간으로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주택가 사이에 차려진 수선집 앞에 바람과 삼덕이 나란히 섰다. 이들 눈에는 수선집으로 보였지만, 살아있는 자의 눈에는 수선집이 아닌, 먼지로만 가득한 폐업 점포로 보였다. 저승에서 만들었기에 큼지막하고 화려한 조명과 주변에 보랏빛 연기 같은 거라도 스멀스멀 올라올 줄 알았건만, 상상과는 달리 나무 소재로 된 벽면에 소박하고 아늑한 외관이었다. 유리로 된 통창 너머로 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황빛 전구들이 이곳저곳 진열된 물건들을 비추었다. 사방이 깜깜한 덕분에 작은 전구들로도 충분히 수선집 내부를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삼덕이 한 발짝 멀어져 불 꺼진 수선집 간판을 올려다보곤 크게 적힌 ‘영혼 만물 수선집’ 글자 아래에 있는 작은 문구를 읊조렸다.
“기억을 예쁘게······. 고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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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은 손님의 요청을 담은 손으로 물건을 고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쳐진 재킷, 구겨진 자국과 먼지들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자유가 처음 사줬던 그때처럼 깨끗한 새 재킷이 그의 손에 들렸다. 우진은 복잡한 감정을 껴안고 자유가 첫 생일 선물로 줬던 재킷을 입어보았다.

출판사 서평

제 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중장편 우수작. 죽은 자의 기억을 고쳐주는 ‘영혼 만물 수선집’에서 환생을 꿈꾸는 할머니 삼덕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저승사자로부터 제안을 받아 이승에 남은 영혼들을 저승길로 인도하게 된 삼덕은, 그들의 물건을 수선하며 잊힌 기억과 마음을 어루만진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영혼들과의 만남은 삶과 죽음, 사랑과 용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죽음 이후에도 누군가의 기억은 계속 이어지고, 그 기억을 예쁘게 고쳐주는 손길은 조용한 위로가 된다. 따뜻하고 깊은 감성이 필요한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저승 힐링 판타지.

인물정보

저자(글) 조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