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피터 터친 2권 세트
2025년 03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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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개별정가 19,04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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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협력사회
개별정가 15,000 원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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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왜 모든 국가와 사회는 반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릴까? 그중 많은 사회가 내전, 혁명이나 심각한 수준의 혼란을 겪으며 명멸하고, 소수의 사회만이 대격변 없이 완만하게 혼돈에서 벗어난다.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시기는 100년, 길어야 200년을 넘지 못한다.
피터 터친은 세계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수백 건의 위기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복잡계 이론에서 성공했던 방법론을 적용하여 ‘왜 사회가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지’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이를 역사동역학이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네 가지의 구조적 요인이 위기를 추동한다. 엘리트 과잉생산, 대중의 궁핍화, 국가 재정과 정당성의 약화, 지정학적 요인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추동 요인은 엘리트 과잉생산인데,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 및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자들의 불만으로 표출된다.
이와 함께 왜 어떤 위기로부터의 탈출은 끔찍하고(수많은 사람의 죽음, 엘리트층 혹은 지배계급의 절멸이나 몰락 등), 어떤 위기로부터의 탈출은 상대적으로 순조로운지를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앞의 사례들에서는 지도자와 국민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까? 뒤의 사례들에서는 무엇을 잘한 걸까? 최후의 사회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법원의 정당성마저 취약해진 오늘날 한국 사회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 답의 단편이라도 찾기를 희망해 본다.
<초협력사회>
작은 마을에서부터 도시나 국가에 이르기까지,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인 ‘초사회성(ultrasociality)’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 이유를 밝혀냄으로써 인간사회의 역사를 설명하는 『초협력사회』. 사람들이 대부분 완전히 남남인, 수백만 명으로 구성된 거대한 사회에 살아가며 큰 집단으로 협력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인간의 협력 규모는 자꾸 작아져 작은 수렵채집 무리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작은 무리에서 거대한 국민국가로 바뀌게 만든 동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문화진화론적 분석을 통해 이것의 답을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갈등,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 전쟁이라고 이야기한다.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고대국가를 만든 것도, 그것을 무너뜨려 더 좋고 더 평등한 사회로 대치한 것도 전쟁이었다. 한마디로 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하는 힘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초사회성의 진화를 추진하는 것이 폭력, 즉 서로 전쟁을 하는 사회이고 궁극적으로 폭력을 줄이는 것 역시 초사회성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떤 집단이 등장해서 융성, 쇠락, 소멸하는 과정은 개체들 간의 경쟁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 간극을 집단 간의 경쟁에 대한 분석이 메워줄 수 있다고 보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라고 강조한다. 국가는 전쟁의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진화했고, 협력의 규모가 커진 국가를 결속하는 힘은 제도와 문화 양쪽에서 ‘공진화’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에 빗대어 전쟁을 ‘파괴적 창조’의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협력의 진화, 전쟁의 파괴적인 면과 창조적인 면, 평등이 진화해온 궤적 등을 풀어내고자 한다.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초협력사회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역사는 절망적으로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다’고 대부분의 역사가들이 말한다. 그들의 말이 맞다면 우리 모두는 다가오는 무수한 재앙에 무력한 채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피터 터친은 복잡계 연구에서 이미 성공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역사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새로운 과학을 개척했다. 독자들은 그가 예측하는 미래와 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_재레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 저자)
피터 터친은 과학을 역사에 접목했다. 이 책에 담긴 설득력 있는 그리고 소름 돋는 분석에 모두 주목할 필요가 있다.
_앵거스 디턴(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피터 터친의 오랜 작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_니얼 퍼거슨(《둠: 재앙의 정치학》 저자)
피터 터친은 자연 법칙과 과학적 발견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적용할 수 있는 명료하고 우아한 이론을 제시한다.
_월스트리트 저널
트럼프 또는 그와 유사한 인물의 부상을 예측했던 피터 터친. 사회가 위기에 빠지는 이유와 위기에서 부드럽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데이터 기반의 설명이 놀랍도록 명쾌하다.
_가디언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반엘리트,
대중의 궁핍화가 반복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가져온다
스티븐 핑커는 《지금 다시 계몽》에서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으며, 과학과 이성적 사고가 사회를 진보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면 세상이 반드시 나아지리라 낙관하기 어렵다. 피터 터친에 따르면 모든 복잡한 인간 사회는 반복적인 정치적 불안정의 파고를 겪었으며, 이는 현대에도 예외가 아니다. 터친은 나폴레옹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약 300건의 위기 사례를 확인하고, 왜 사회가 위기에 빠져드는지를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네 가지의 구조적 추동 요인이 순환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가져온다. 대중의 동원 잠재력으로 이어지는 궁핍화, 엘리트 내부 충돌로 귀결되는 엘리트 과잉생산, 쇠약한 재정 건전성과 국가의 정당성 약화, 지정학적 요인이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추동 요인은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인데, 이는 위기가 다가옴을 보여주는 믿을 만한 예측 지표다. 오늘날의 미국이나 규모가 큰 강력한 제국들의 경우에 지정학적 요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아널드 토인비에 따르면 제국은 살인이 아니라 자살로 죽는다).
미국(나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은 격동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는 게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그 상징으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말한다.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되었는가? 정치 경험 없이 ‘슈퍼리치’로 대통령에 출마한 사람은 트럼프가 처음이 아니다. 스티브 포브스(1996년과 2000년에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탈락)와 억만장자 로스 페로(1992년과 1996년에 무소속 후보)는 출마했으나 실패했다. 이들 사이의 차이가 무엇일까? 첫째, 2016년 그리고 2024년에는 미국 대중의 궁핍화가 1990년보다 훨씬 심해졌다(앵거스 디튼의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에 따르면 2014년부터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45~54세 고졸 이하 백인 노동자의 기대수명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에 자신이 뒤처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지배층에 대한 불만을 트럼프에게 표를 던짐으로써 표현했다(터친에 따르면 뉴딜 시대에 노동계급의 정당이었던 민주당은 상위 1%와 10%의 정당이 되었고, 상위 1%의 정치적 수단이었던 공화당은 포퓰리즘 분파에 의해 장악되었다). 둘째, 미국의 엘리트 과잉생산 현황이 작동했다. 이는 여러 가지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데, 우선 1980년대부터 미국 슈퍼리치(1,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 보유)의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1983년에 6만 6,000가구였던 천만장자의 수는 2019년에는 69만 3,000가구로 늘어났다(인플레이션을 조정한 수치다). 또한 1990년대부터 연방 의원(상하원 모두)이 되고자 하는 부자들의 수가 늘기 시작하여, 2000년에 비해 2018년과 2022년에는 선거에 출마하는 부유한 지망자의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리고 고학력자가 양산되고 있다. 미국 대학은 석박사와 로스쿨 등 전문 학위 소지자를 쏟아 내고 있는데, 2000년대에 이르러 이들을 필요로 하는 자리가 고급 학위 소지자의 수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기본소득 담론으로 유명한 가이 스탠딩은 이 좌절한 엘리트 지망자들을 두고 ‘프레카리아트’라고 부른다).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 과잉생산,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엘리트 내부의 충돌은 점차 우리의 시민적 응집성을 훼손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사회를 지탱하던 사회계약이 약화되고 국민적 협력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 그 결과 국가 기관에 대한 신뢰 수준이 무너지고 공적 담론을 지배하는 사회규범과 민주적 기관의 기능이 해체되는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역사는 구조적인 힘들에 의해 움직인다:
엘리트 과잉생산으로 달라진 역사적 경로
미국 남북전쟁을 촉발한 요인은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 과잉생산이었다. 1820년대와 1860년대 사이에 상대적 임금(GDP에서 노동자 임금으로 지불된 액수의 비중)이 50% 가까이 감소했다(최근 50년간 벌어진 일과 비슷하다!). 이것이 보통 사람의 복리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기대수명이 8년 감소하고, 신장이 줄었다. 불만의 징후는 크게 늘어난 도시의 치명적 폭동(1855~1860년 사이 38건)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엘리트 과잉생산이 있었다. 1820년대 이후 성장의 과실 대부분이 엘리트에게 집중되며 엘리트의 수와 부가 급증했다. 특히 원래 미국의 지배층이었던 남부의 부자들과 철도, 철강, 광업에 기반한 북부의 새로운 백만장자들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엘리트의 수가 급증하며 정부 공직을 둘러싼 경쟁이 심해졌다. 역사책은 남북전쟁이 노예제를 둘러싼 충돌이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노예정치’를 둘러싼 싸움이었다. 링컨도 처음에는 노예제를 폐지하려고 하지는 않았고 새로운 주로 확대하는 것만 반대했으나, 그가 당선되자 남부가 연방에서 탈퇴하며 전쟁이 촉발되었다.
2011년 이집트 혁명(아랍의 봄의 시발점)을 보자. 우리는 이집트 혁명이 경찰의 과잉 폭력, 시민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부재, 높은 실업률, 식료품 가격 상승, 저임금 등에 맞선 대규모 대중 시위의 결과라고 들어왔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표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힘들이 있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이집트 젊은이 가운데 소수 일부만이 고학력 계층에 진입했는데, 무바라크 정권은 현대화라는 목표 아래 대학 교육을 대대적으로 확대했고, 1995년 이후 대졸 학위자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학위를 보유한 젊은이를 위한 자리의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고, 일자리 없는 대졸자들이 대규모 반체제 시위에 혁명군으로 나섰다. 여기에 엘리트 내부의 갈등이 있었다. 사다트의 후계자였던 무바라크는 집권하자 아들인 가말 무바라크를 후계자로 훈련시키면서 맘루크 정권 이래 수백 년 이어져온 이집트 군사 통치의 규칙을 깨뜨렸다. 2011년 대규모 시위가 폭발했을 때, 군부는 무바라크 정권의 몰락을 수수방관했다. 이후 군부가 혁명으로 집권한 이질적인 세력들(무르시 정권)을 전복함으로써 이집트는 다시 군사 통치로 복귀했다.
1991년 벨로베즈 협정으로 소련을 해체시킨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는 문화가 유사하고,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동 중인 아노크라시 국가라는 점에서 같았다. 하지만 이들 중 가장 민주적인 우크라이나가 가장 가난하고 불안정한 반면, 가장 독재적인 벨라루스가 상대적으로 번영과 안정을 누리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우크라이나에서 2014년 혁명이 성공하고 2021년 벨라루스의 봉기가 실패한 이유는 지배 집단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이후 국유 기업의 대규모 민영화로 생겨난 부의 펌프가 올리가르히들의 과잉생산과 그들 간의 충돌, 거듭된 국가 붕괴로 이어졌다. 벨라루스에서는 국가가 주요 산업 대기업의 소유권을 계속 보유하면서 올리가르히의 등장을 막았다. 2020년 루카셴코 정권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으나 세간의 예상과 달리 정권은 무너지지 않았다. 루카셴코는 군사 엘리트들과 탄탄한 연계를 구축했고 변절자는 나오지 않았다. 벨라루스에서는 부의 펌프와 올리가르히 및 그들 간의 충돌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의 교훈들: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터친이 모은 위기DB 사례들은 어떤 결말을 맺었을까? 전반적인 결론은 암울하다. 인구가 크게 감소(전쟁, 혁명, 감염병 등)한 경우도 많았고, 3분의 2 정도의 사례에서 엘리트 계층이 평민 계층으로 떨어지는 대규모 하향 이동이 관찰되었다. 사회가 대대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위기를 헤쳐나간 사례는 극히 적다. 대표적인 사례로 19세기 혁명의 시기를 잘 견뎌낸 영국과 러시아, 20세기 대공황 이후의 미국을 들 수 있다.
19세기 중반의 영국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사회였다. 전례 없이 장기간에 걸친 경제성장이 활성화되면서 경제 엘리트들과 대학 입학자 수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1830~1867년까지의 소요 사태 및 이로 인한 연행자 수와 사망자 수 등을 이전 시대와 비교하면 영국이 겪던 정치적 불안정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은 대규모 내전, 혁명 없이 이 시기를 통과했다. 우선 광대한 제국이었던 덕분에 과잉 생산된 엘리트의 일부가 세계 각지(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로 이주했다. 그리고 중요한 제도 개혁들이 있었다. 소요가 잇따르자 영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결정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1832년에는 참정권이 확대되었고 1834년에는 구빈법이 개정되었으며, 이후 20년 동안 수많은 개혁이 추가로 이루어졌다(1846년 곡물법 폐지 등). 이런 과정을 거쳐 영국의 실질임금은 1867년 이후 50년간 두 배로 높아졌다. 한 역사학자가 말한 것처럼, 1820년대부터 줄곧 영국 엘리트들은 제도를 개혁하고, 재정-군사 국가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상업, 산업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행정 국가로 변신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1930년대 이후 1960년대까지 이어진 대압착(증세 등 강력한 조세 정책으로 부유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 및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격차가 급격히 좁아진 현상) 시기를 들 수 있다. 19세기 말 도금시대에 미국의 경제, 정치 엘리트들은 노동계급의 복리에 어떤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폭동이 잦아지고(대표적으로 1917년 세인트루이스 폭동으로 170명 사망, 1921년의 툴사 폭동으로 300명 사망) 소련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불안감이 고조되자 엘리트들 사이에 점차 안정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입법을 통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이 합법화되고, 최저임금제가 도입되었으며, 사회보장제가 확립되었다. 1924년에는 이민법이 통과되며 이민자 유입이 줄어 향후 수십 년간 실질임금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추진력이 생겨났다. 동시에 대공황을 거치며 엘리트 과잉생산이 일부 해소되었다(백만장자의 수가 1925년 1,600명에서 1950년에는 900명 이하로 감소).
역사동역학의 예측, 대한민국은?
터친은 역사에는 되풀이되는 중요한 양상들이 존재하며, 지난 1만 년에 걸친 역사의 범위 전체에서 이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그가 이끄는 이 분야를 역사동역학Cliodynamics이라고 부른다. 생태학자로 연구자 경력을 시작한 그는 1980년대 이후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동물생태학에서 복잡성 과학이 불러온 일대 혁명을 경험했다. 가령 왜 많은 동물 개체군이 개체 수 증가와 감소의 순환을 겪는지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링과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것이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이 방법론을 역사에 적용했다. 이런 점에서 터친의 분석은 보수나 진보 같은 가치와 무관하다. 마치 실험실을 외부에서 바라보듯 냉정하게 관찰하고, 사회가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수도 있는 대격변 없이 안정적으로 변화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를 모색한다.
대한민국은 1980년대 이후 대학 졸업자를 양산하며 엘리트를 과잉생산한 지 40년이 넘었고, 2010년대 이후로는 불평등도 악화되었다. 이미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법원의 권위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터친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이 위기에서 벗어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초협력사회>
협력은 강력하다!
인간사회의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의 탄생
인간사회의 진화를 추적하는 시간여행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7만~3만 년 전의 인지혁명과 함께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했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이 아니라 역사적 서사가 호모 사피엔스의 발달을 설명하는 일차적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지혁명 이후에도 사피엔스의 진화는 지속되었다. 특히 협력하는 인간의 능력은 비약적으로 진화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인류는 위대한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진보를 이루어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15개국이 합작하여 이뤄낸 프로젝트로, 인류가 협력에 놀라울 정도로 소질이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떻게 이처럼 협력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왔을까? 인간의 행위를 이기적인 유전자를 보유한 인간 개체들의 이해타산과 경쟁 그리고 갈등의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일반적인 진화론에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수십 명 정도의 사람들로 구성된 수렵채집사회로부터 거의 완전히 남남인 수백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까지, 인간은 어떤 진화의 과정을 겪어왔을까? 이 책은 초사회성(ultrasociality), 즉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 이유를 밝혀냄으로써 인간사회의 역사를 설명하고자 한다.
‘파괴적 창조’로서의 전쟁, 인간의 협력을 이끌다
침팬지나 고릴라 무리가 우두머리 중심의 위계적인 사회구조를 갖고 있는 데 반해, 약 20만 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 현생 인류는 진화 여정의 초기에 알파 메일(지배자 수컷)을 제거했다. 침팬지나 고릴라 집단에서는 싸우는 능력만으로 지배 위계가 결정되었지만, 인간 남자는 힘이 세고 공격적이라고 해서 멋대로 약한 사람들을 지배하지 못했다. 무리 속의 다른 이들이 돌이나 활과 같은 발사식 무기로 횡포를 부리려는 신흥강자를 추방하거나 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 소년 다윗이 정확한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 결과 수렵채집사회의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평등한 사회에서 살 수 있었고, 완력보다는 연합이나 제휴를 위한 사회적 지능, 즉 협력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그러나 농업이 도입된 이후 불과 수천 년 사이에 인간은 과거의 평등주의를 포기하고 전제주의를 받아들였다. 정착지를 기반으로 부족 간의 전쟁은 더욱 격렬해졌고, 전쟁에서 지면 살육당하거나 살아남더라도 정착지를 떠나 생존하기가 어려웠다. 참담한 패배를 면하기 위해 부족과 마을은 더 큰 규모의 사회로 결합해야 했다. 이런 결합은 동맹 관계나 좀 더 중앙집권적인 군장사회로, 나아가 대규모 국가로 발전했다. 고대국가에서 통치자는 신격화된 반면, 노예제는 예사였고 인신공양도 일상적이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학자는 『총, 균, 쇠』에서 최초로 농사를 지을 지역을 결정한 것은 지형이었고 그것이 이후 인간 역사를 엮어갔다고 주장한다. 즉, 농업의 시작이야말로 문명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터친은 농업이 복잡사회로 진화하는 데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역사적 실례를 들어 반박한다. 국가를 기능하게 하는 관료제나 조직화된 종교 같은 제도가 만들어지려면 커다란 비용이 든다. 그런 비용에도 불구하고 제도들이 생겨난 것은 올바른 제도를 갖추지 못한 사회는 경쟁력이 떨어졌고 소멸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쟁이란 전쟁의 형태로 나타났다. 만연한 전쟁은 더 큰 사회를 선택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전제군주를 가능하게 한 것도 전쟁, 또 이 전제군주를 몰아내고 더 평등한 사회로 다시 한 번 방향을 전환하게 한 것 또한 전쟁이었다. 이것이 기원전 800년에서 기원전 1200년 사이 차축시대에 나타난 획기적인 전환이다. 조로아스터교, 불교, 유교와 도교 등 보편적 평등윤리를 주장하는 차축종교가 발생하고 이를 통치 이념으로 삼는 거대 제국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거대 제국은 기원전 1000년경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나타난 혁신적인 군사기술, 즉 기마술이 추동력이 되어 발생했다. 이로써 기원전 500년을 전후로 몇 백 년 동안 군사혁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전쟁이 급증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 전쟁의 결과로 출현한 이처럼 전례 없는 규모의 제국이 붕괴하지 않으려면 이 복합집단을 묶어주는 접착제가 필요했다. 이제 국가는 생존하기 위해 백성을 탄압할 여유가 없었다. 국가의 생존이 평민을 무장시켜 대군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접착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차축종교로, 이들 종교의 등장과 함께 평등주의 윤리 또한 출현한다.
인간사회의 평등은 Z형으로 진화했다
위에서 간략히 살펴본 대로 인간사회의 폭력과 불평등은 선형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오랫동안 평등한 사회를 이루며 살던 인간들은 극도의 불평등한 시기를 거쳤고, 이는 또 한 번의 대전환을 겪어 노예제는 불법화되고 귀족들은 특권을 박탈당하는 등 다시 평등한 시대를 열게 되었다. 즉, 평등은 Z자 형태로, 지그재그로 진화해왔다.
흔히들 ‘이성의 시대’로 알려진 17~18세기부터 인권의 개념이 대두되었고 그 이전의 인간 역사는 ‘전제주의의 시대’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극심한 형태의 불평등과 전제주의는 이미 차축시대부터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증거는 그리스 철학자부터 구약의 선지자나 인도의 포기자와 중국의 현인에 이르기까지 차축시대 여러 사상가들의 저술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고대국가를 만든 것도, 그것을 무너뜨려 더 좋고 더 평등한 사회로 대치한 것도 전쟁이었다. 한마디로 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하는 힘이다. 터친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에 빗대어 전쟁을 ‘파괴적 창조’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초사회성의 진화를 추진하는 것이 폭력, 즉 서로 전쟁을 하는 사회이고 궁극적으로 폭력을 줄이는 것 역시 초사회성이라는 것이다.
터친은 흔히 집단선택론이라고 알려진 다수준 선택론과 문화진화론에 의거해 전쟁이 협력의 진화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설명한다. 1970년대부터 진화론은 하나의 유기체만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 연구에 접목되어 변이와 무작이적 부동, 선택 같은 생물학적 진화의 핵심 개념이 사회 분석에도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과정에 대한 수학이론인 문화진화론으로 발전했다. 문화진화론은 제각각인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하부조직의 집합체가 아니라 서로 연접된 통합체로서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다. 터친은 이 책에서 이런 문화진화론적 분석을 통해 협력과 전쟁이 소규모 사회에서 대규모 사회로 이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파한다.
조직 내의 경쟁이 중요한가 협력이 중요한가 ? 엔론 사태의 교훈
2001년 12월, 세상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흔히 회계 부정으로 몰락한 것으로 알려진 엔론이 파산한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엔론의 파산에 대해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문도 없었다. 그것은 제프 스킬링”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제프 스킬링은 1997년에 엔론의 사장 겸 CFO가 되고, 2001년에 CEO가 된 사람이다.
스킬링은 엔론에 ‘실적평가위원회’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엔론 직원들은 이를 ‘등수 매겨 내쫓기’라고 불렀다. 실적 중심으로 내부 경쟁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간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화장실에 갈 때도 컴퓨터를 끄거나 암호를 걸었고, 옆자리 동료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쳐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의 분위기는 비윤리적인 행위와 재정적 부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엔론의 붕괴를 초래했다.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는 집단이나 사회가 능력을 갖추려 할 때 그 토대가 되는 것은 협력이다. 이것은 국가 같은 정치조직뿐 아니라 기업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스킬링이 엔론에서 한 일은 집단 내의 경쟁을 극대화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동료의 뒤통수를 치고 상호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였다. 다른 말로, 스킬링은 직원들끼리 협력하고 상사에 협조하고 회사에 도움을 주려는 분위기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그런 그들에게 어찌 보면 붕괴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의 탄생
터친의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인간사회의 역학을 문화진화라는 틀로서 바라보고 그것을 수학적 모형으로 분석하며 데이터로 검증해낸다는 데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터친은 스티븐 핑커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개진한 주장을 비판한다. 핑커는 『선한 천사』에서 역사적으로 인간사회에서 폭력이 엄청난 폭으로, 선형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쓴다. 그리고 이 폭력의 감소는 인간 역사에서 거의 우연적인, 핑커 자신의 표현을 따르면 ‘외인성’의 발전이 수없이 누적되어 이뤄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변화를 설명해주는 단 하나의 통합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통합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터친이 하고 있는 작업이다. 특정한 하나의 제국이 무엇 때문에 생성, 쇠퇴, 소멸되었는가가 아니라 제국 일반은 무엇 때문에 생성되고 쇠퇴하며 멸망했는가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핑커는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역사상 폭력의 행위들을 실증하지만 정작 폭력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을 뿐이며, 폭력이 감소한 이유를 결국 인간 개인의 심리 상태에서 찾는다. 그에게 문화적, 물질적 환경 변화는 이런 환경이 개인의 심리 상태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만 중요할 뿐이다. 반면 터친은 어떤 집단이 등장해서 융성, 쇠락, 소멸하는 과정은 개체들 간의 경쟁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 간극을 집단 간의 경쟁에 대한 분석이 메워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국가는 전쟁의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진화했고, 협력의 규모가 커진 국가를 결속하는 힘은 제도와 문화 양쪽에서 ‘공진화’했다.
역사에 관한 일반이론을 세우기에는 수학이 제격이다. 역사에서 ‘그냥 그렇게 된 것’이라고 눙치고 넘어가는 부분을 양적으로 입증 가능한 설명, 즉 과학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터친을 위시한 학자들의 노력은 역사동역학(Cliodynamics)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열고 있다. 역사의 여신 클리오(Clio)와 변화를 다루는 학문인 동역학(dynamics)의 조어인 역사동역학은 역사거시사회학과 경제사와 문화진화론 같은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종합해 역사적 동역학의 모형을 만들고 실험한다. 그리고 이런 모형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 학자들이 구축하고 있는 세샤트-지구사 데이터뱅크(http://seshatdatabank.info/)다. 고대 이집트의 필사와 기록의 여신에서 이름을 따온 세샤트는 수많은 역사가들과 고고학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과거 인간사회에 관한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모으고 체계적으로 조직화한 문화진화론의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베이스로, 이를 통해 인간사회의 진화에 관한 여러 경쟁 이론들이 엄밀하게 실증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협력의 진화, 전쟁의 종말
터친이 전쟁으로 인간사회의 진화를 분석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을 지지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사회의 진화가 흘러온 방향에서 전쟁의 역할을 엄밀하게 지적하고 분석할 뿐이다. 사실 전쟁과 협력은 언뜻 매우 배치되는 단어 같지만 서로 뗄 수 없는 역동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전쟁이 협력의 규모를 키웠고 그렇게 커진 사회의 규모로 인해 폭력이 줄어들었다. 결국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도 전 세계적인 규모의 협력이 필요하다. 터친은 평화가 단순히 전쟁의 부재가 아니며 능동적인 수완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경쟁에 있어서도 질적인 변화를 겪은 듯하다. 경쟁의 수단이 전쟁보다 오히려 경제로 옮겨갔다고도 볼 수 있다. 여전히 세계는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부를 기반으로 한 경쟁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에서 터친의 주장을 간략하고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인간의 탁월한 협력 능력은 전쟁에 의해 추동되었다는 것이다. 터친은 농업시대부터 차축시대까지 인간사회의 궤적을 추적하여 전쟁이 협력하는 인간사회의 진화를 이끌어냈고 그렇게 규모가 커진 인간사회가 궁극적으로 전쟁을 줄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내놓는다. 협력의 진화, 전쟁의 파괴적인 면과 창조적인 면, 평등이 진화해온 궤적 등을 풀어냄으로써 ‘협력의 과학’을 이용해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수단까지 개발하는 것이 터친의 야심찬 포부다.
[책속으로 추가]
이런 종교는 부족이나 인종적 기반을 넘어서서 보편적이며 이민족의 개종을 적극적으로 권장했으므로, 다양한 민족적 배경과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거대한 신앙 공동체를 형성했다. 보편종교는 협력사회를 확장했다.
작가정보
저자(글) 피터 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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