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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이야기 중국 신화

김선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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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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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1.40MB)   |  약 31.2만 자
ISBN 979116774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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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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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화학자 김선자의 《처음 읽는 이야기 중국 신화》가 출간 20주년을 맞아 전면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첫 출간 당시 이 책은 대중에게 낯설었던 중국 신화를 쉽고 정확하게 알려주며, 서양의 그리스·로마 신화에 치우쳐 있던 신화적 세계관을 동아시아로까지 확장하며 찬사를 받았다. 기존에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던 책을 한 권으로 묶어 독서의 편리성을 더했고, 최신 연구 결과 등을 보충해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중국 56개 민족의 신화들로 가득한 신화학자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 것이다.
1부 | 세상의 시작과 인간의 탄생
1. 혼돈의 신 제강
2. 반고가 쓰러져 세상이 열리다
우주 거인 반고와 천지개벽 • 지역마다 다른 반고의 모습
3. 민족의 기원, 반호
동양판 <미녀와 야수> • 개 머리에 사람 몸을 한 영웅
4. 자연과 물, 시간이 만들어진 이야기
해와 달이 떠오르다 • 땅에 주름을 잡아 산을 만들다 • 별을 잡아먹는 해 • 달과 결혼한 물의 요정 • 물을 다스리던 게으른 거인 부부 • 시간을 관장하는 촉룡
5. 인간을 만들어낸 여신들
투자족의 여신 이뤄냥냥 • 야오족의 여신 미뤄퉈

2부 | 인류의 시작에 얽힌 이야기
1. 흙으로 인간을 빚은 여와
인간을 만들다 • 결혼의 기원 • 일곱번째 날, 인간이 태어나다
2. 여와의 다양한 모습들
여와보천의 유래 • 전욱과 공공의 전쟁 • 복희의 등장과 유가 이데올로기 • 뱀으로 하나가 된 한나라 대표 아이콘
3. 대홍수의 재앙
조롱박 속에서 살아남은 남매 • 근친혼의 유래 • 근친혼을 금하라 • 해와 달 오누이의 결혼 • 천상의 여인과 혼인하는 인간 청년 이야기

3부 | 물을 다스려 세상을 구하다
1. 곤, 천제의 보물을 훔치다
중국의 홍수신화 • 천제를 배신한 ‘동양의 프로메테우스’
2. 만주를 구해낸 흰 구름 공주
3. 신화 최초의 여행자, 우
곤의 배를 가르고 세상에 나오다 • 우의 치수와 거인 방풍씨의 죽음 • 하백과 복희의 도움 • 행운의 구미호를 만나다 • 기다림의 노래 • 돌로 변한 우의 아내
4. 하백이 신부를 맞이하다
처녀를 뽑아 제물로 바치다 • 서문표의 지략
5. 장강의 강신을 물리친 이빙 부자
딸을 바치고 푸른 소로 변하다 • 아들 이랑과 멋진 일곱 친구

4부 | 신들의 전쟁
1. 황제와 치우의 탁록 전쟁
문헌신화 속 가장 치열했던 전쟁 • 황제와 염제의 전쟁 • 치우의 탄생 • 염제를 위한 설욕의 기회 • 치우의 반격, 탁록 전쟁 • 버림받은 응룡과 황제의 딸 발 • 북소리로 사기를 올려라 • 태양과 달리기 시합을 벌인 과보 • 치우의 최후 • 머리가 없으면 몸으로 싸우리라
2. 북방의 신 전욱과 물의 신 공공의 한판승
누가 해와 달을 묶어놓았나 • 공공, 부주산을 들이받다 • 바닷속 신비의 세계가 열리다 • 바다가 넘치지 않는 이유, 귀허의 비밀 • ‘오신산’이 ‘삼신산’이 되다 • 참을 수 없는 유혹, 장생불사

5부 | 신들의 계보, 오방 상제와 그 후손들
1. 동방 상제 복희와 그 후손들
갈 수 없는 나라, 화서씨의 나라 • 문화 영웅 복희, 불을 만들어낸 수인 • 복희의 보좌 신 구망
2. 서방 상제 소호와 그 후손들
샛별 신의 탄생 • 동방에 있는 새들의 나라 • 소호의 보좌 신 욕수 • 서방 상제의 후손들
3. 남방 상제 염제와 그 후손들
농업의 신이자 의약의 신, 염제 신농 • 염제의 보좌 신 축융 • 염제의 네 딸 • 무산 신녀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
4. 북방 상제 전욱과 그 후손들
하늘과 땅의 통로를 끊어버리다 • 전욱의 보좌 신 우강 • 전욱의 마녀사냥 • 전욱의 후손들 • 부뚜막신 궁선 • 전욱의 최후
5. 중앙 상제 황제와 그 후손들
번개의 신 • 황제의 행궁, 곤륜산 • 청요산의 산신 무라, 그리고 산귀 • 재판관 황제와 귀신들의 왕 후토 • 문을 지키는 신, 신도와 울루 • 하늘을 수놓은 음악의 신, 청각

6부 | 신들의 사랑과 야망
1. 질투와 배신의 파노라마, 태양을 쏜 예
한꺼번에 열 개의 해가 떠오르다 • 신이시여, 저희를 도와주소서 • 괴물 사냥과 버림받은 예 • 불사약을 구하러 곤륜산으로 • 서왕모를 만나 불사약을 청하다 • 불사약을 먹고 달로 날아간 항아 • 하백의 질투 • 제자 봉몽의 배신과 예의 죽음 • 현종의 병을 낫게 한 종규
2. 어머니의 복수는 처절하다, 유궁국 후예와 현처
버려진 아이, 유궁국의 왕이 되다 • 검은 여우 현처의 유혹 • 후예의 최후

7부 | 여신들의 나라
1. 뱀의 몸을 한 여와
아이를 낳게 해주세요 • 남성성과 여성성을 한 몸에
2. 태양의 여신 희화와 달의 여신 상희
3. 야생의 서왕모, 궁정으로 들어오다
무시무시한 여왕 • 목왕과 사랑에 빠지다 • 한무제에서 동왕공과의 만남까지 • 복숭아 축제
4. 별이 된 직녀
천상의 직녀, 지상의 우랑 • 헤어짐과 만남 • 효자 동영과 칠선녀 • 누에의 여신, 누조 • 말 머리 여신이 된 사연
5.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신
말 없는 아이로 태어나다 • 민간의 믿음이 조정으로까지 • 마조 사당과 마조 축제
6. 민족의 시조를 낳은 여신들
천제 제곡 • 제곡의 네 아내 • 세 번 버려진 후직 • 검은 새가 준 알을 삼키고 임신한 간적 • 기이한 것에 감응하여 아이를 잉태하다
7. 여신들의 대서사시 《워처쿠 울라분》
압카허허와 예루리의 탄생 • 별자리 주머니를 빼앗다 • 불꽃 머리카락의 투무 여신 • 남신으로 변한 시스린과 고슴도치신 저구루 • 태양새 쿤저러

8부 | 왕조의 조상들
1. 용을 삶아 먹은 하나라 공갑
발목 잘린 소년 • 사이비 용 사육사 유루 • 고집 센 용 사육사 사문과 공갑의 죽음
2. 은 왕조 이야기
선조 왕해와 왕항 • 유역에서의 금지된 사랑 • 분노와 용서 • 왕항의 계략 • 왕항의 아들 상갑미의 분노 • 뽕나무에서 태어난 이윤 • 요리사 이윤, 걸왕에게로 가다 • 두 개의 태양
3. 서남부 왕조의 조상들
눈이 튀어나온 잠총, 하늘에서 내려온 두우 • 두견으로 변한 망제 두우 • 황금 똥을 누는 소 • 다섯 부족의 지도자 • 늠군과 염수 여신의 사랑 • 늠군이 찾아낸 새로운 땅

9부 | 황금시대의 영웅들
1. 지혜로운 임금 요
검소한 요임금에게 나타난 길조 • 명판관 고요와 도우미 해치 • 〈격양가〉를 부르는 노인 • 허유와 소부의 욕망 • 아버지와 전쟁을 벌인 아들, 단주
2. 효성 지극한 임금 순
어리석은 아버지와 못된 새어머니 • 순의 시험대, 살아남는 자 천하를 가지리라 • 음모를 꾸미는 가족과 지혜로운 아내 • 깨 심는 아들과 심술궂은 어머니 • 음악을 사랑한 새로운 지도자 순 • 대나무에 스며든 여인의 눈물
3. 호기심 많은 임금 우
동물의 말을 알아들었던 충군, 백익 • 우가 여행한 나라들 • 머리 아홉 개 달린 괴물을 처단하다 • 왕권의 상징물, 아홉 개의 정

10부 | 세상 밖의 또 다른 세상
1. 동쪽 바다 밖의 세상
군자국, 군자들의 나라 • 대인국, 거인들의 나라 • 흑치국, 검은 이를 가진 사람들의 나라 • 현고국, 하반신이 검은 사람들의 나라 • 사유국, 바라보기만 해도 아이를 낳는 나라 • 청구국, 구미호의 나라 • 노민국, 늘 바쁜 사람들의 나라 • 화민, 누에가 되어 실을 토해내는 사람들 • 장인국, 거인들의 나라 • 양면국, 야누스의 나라
2. 서쪽 바다 밖의 세상
숙신국, 명사수들의 나라 • 헌원국, 황제의 후손이 사는 나라 • 백민국, 하얀 사람들의 나라 • 기고국, 외다리들의 나라 • 삼면일비국, 얼굴이 셋이고 팔이 하나인 사람들의 나라 • 호인국, 물고기의 몸으로 하늘을 나는 사람들의 나라 • 무계국, 후손이 없는 사람들의 나라 • 곡국, 하루에 1000리를 가는 사람들의 나라 • 장고국, 다리가 긴 사람들의 나라 • 장수국, 수염이 긴 사람들의 나라 • 일비국, 팔이 하나인 사람들의 나라 • 삼신국, 몸이 세 개인 사람들의 나라 • 옥민국,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 • 여자국, 여자들만의 나라 • 무함국, 샤먼들의 나라 • 장부국, 남자들만의 나라 • 수마국, 적도 부근의 나라 • 맹조국,새의 몸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 • 무수민, 머리가 없는 사람들 • 개의 후손이 이룬 나라들 • 숙사국, 점잖은 선비들의 나라 • 연자국, 제비들의 나라
3. 남쪽 바다 밖의 세상
불사민, 영원히 사는 사람들의 나라 • 불타오르는 산과 죽지 않는 쥐 • 초요국, 키 작은 사람들의 나라 • 결흉국, 가슴이 튀어나온 사람들의 나라 • 교경국, 다리가 얽혀 있는 사람들의 나라 • 효양국, 바보 거인들의 나라 • 기설국, 혀가 갈라진 사람들의 나라 • 시훼국과 착치국 • 삼수국과 장비국 • 우민국과 난민국 • 요임금 신하 환두의 후손이 세운 환두국 • 염화국, 불을 내뿜는 사람들의 나라 • 삼묘국, 삼묘 후손들의 나라 • 질국과 역민국 • 관흉국, 가슴에 구멍 뚫린 사람들의 나라 • 미복, 꼬리 달린 사람들의 나라 • 백려국, 걱정이 많은 사람들의 나라 • 화신국, 또 다른 유토피아 • 영민국, 나뭇잎을 먹는 사람들의 나라 • 나민국, 벌거숭이들의 나라 • 낙두민, 머리가 떨어져 날아다녔던 사람들
4. 북쪽 바다 밖의 세상
기종국, 발이 거꾸로 붙은 사람들의 나라 • 구영국, 혹이 달린 사람들의 나라 • 섭이국, 기다란 귀를 가진 사람들의 나라 • 박보국, 거인들의 나라 • 북해 일대의 나라들 • 무장국, 장이 없는 사람들의 나라 • 심목국과 유리국 • 일목국, 외눈박이들의 나라 • 모민국, 털북숭이들의 나라 • 고야국, 선인들이 사는 나라 • 견융국, 개의 머리를 한 사람들의 나라 • 임씨국, 추오가 사는 나라

곡식과 관련된 이야기에 개미 허리 모티프가 똑같이 등장하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어느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일방적으로 전파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청비가 남장을 하고 문도령과 3년 동안 함께 공부했다는 모티프가 나온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반드시 중국의 양축 전설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개미 허리가 잘록해진 이야기 역시 중국의 곡물 기원 신화에서 온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곡식이나 농사의 기원에 관한 신화에 곡식을 주워 먹는 새나 개미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어떤 이야기가 어느 나라에서 어느 나라로 전파된 것일까 하는 점보다 그 이야기들이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중국 신화의 경우 역사와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 신화가 문자로 기록되던 시기에 신들은 신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로 내려왔다. 여기에 나오는 곤이나 우뿐 아니라 앞에서 보았던 복희나 여와도 인간 세상의 제왕이 되어버렸다. 곤이나 우는 신화 세계의 천신이 아니라 인간 세상의 영웅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적을 보면 인간의 평범함을 뛰어넘는다. 천계에 가서 신들의 보물을 훔쳐 오고 곰으로 변해 험한 산을 뚫는 인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위대한 영웅에게 신적인 역량이 부여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위대한 신인데 인간화시킨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리스인은 신화를 믿었는가’만큼이나 ‘중국인은 신화를 믿었는가’ 하는 문제 역시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인 셈이다.

중국에서 신화가 오랫동안 잊혔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유가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지식인들의 의식 세계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상력의 세계, 비합리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그들은 고의로 배격해왔다.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유가 학자들에게 학문의 목적은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데 있었다. 현실 세계와 관련되어 있지 않은 모든 환상적 이야기들은 그저 ‘소설’, 말 그대로 ‘자질구레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오랫동안 신화가 잊혔고, 20세기 들어서 민간 문학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잊고 있던 신화들을 뒤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빛깔만이 세상 전부가 아니라는 것, 원색의 세상도 파스텔 조의 세상도 모두가 세상을 구성하는 일부라는 것, 그 다양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가슴이 바로 신화를 읽으면서 우리가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언급했듯이, 문신이라는 것도 중원 지역에서 살아가던 한족의 관점에서 보면 야만적인 습속이었겠지만 남방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달랐다. 그것은 무서운 동물들에게서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보호색과 같은 실용적 목적 혹은 꽃무늬 문신처럼 아름다움을 위한 목적 등을 가진, 자신들만의 독특한 풍습이었다. 중요한 것은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다수의 문화만이 항상 옳고 우월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득한 천지창조의 순간부터 각양각색 괴력난신들의 모험담까지
무한한 상상력과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중국 신화의 세계!
★ 출간 2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
머나먼 옛날, 고대인들은 세상이 이렇게 만들어진 이유를 찾아 헤맸다. 하늘과 땅이 떨어지게 만든 이 누굴까? 새벽마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까닭은? 수많은 동물들은 왜 서로 다르게 생겼으며, 우리가 사랑한 이들은 죽음 이후 어디로 갈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바로 지금까지도 우리를 매혹하는 신화다.
중국 신화는 한족 중심의 중화주의적 중국의 전유물이 아닌,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상상력의 시원이다. 각양각색의 괴력난신이 난무하는 신화의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단 하나의 질서가 아닌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질서들의 공존이다. 이 공존의 가치를 찾아 나가는 즐거움이 곧 신화를 탐구하는 즐거움이다. 수천 년이 흐른 지금도 신화는 우리에게 대체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울림과 순수하고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재미를 준다. 가장 보편적인 인류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는가? 이제 중국 신화를 읽을 시간이다.

21세기에 만나는 수천 년 전 이야기
: 지금, 왜 중국 신화인가?
모두가 첨단 기술과 AI를 논하는 지금도 사람들은 기나긴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온 신화를 읽는다. 신화에는 인간이 무엇을 욕망했고 무엇에 좌절했는지, 무엇을 알고자 했고 어떻게 그 답을 찾아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천 년이 흘렀음에도 신화가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신화야말로 인간의 본성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신화는 인류가 가진 상상력의 보고이며, 고대의 지혜가 담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따라서 모든 신화에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음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비롯한 서양의 신화들만이 교양의 자리를 차지해왔다. 제우스나 포세이돈은 익숙해도 여와나 복희는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의 신화를 알게 되는 일은 우리 자신이 밟고 서 있는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과거와 현재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한 동아시아에서, 복잡다단한 중국의 신화를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신화학자 김선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본 신화
: 다양성이라는 가치
신화학자 김선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국 신화 전문가다. 저자는 수없이 중국 곳곳을 누비며 신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떠나 답사해왔으며, 중국 56개 민족의 신화와 소수 민족의 삶까지 탐구해왔다. 중국 대표 신화학자 위안커의 《중국신화사》를 비롯해 유수의 중국 신화 서적들을 번역하고, 문체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황제 신화》 등 동아시아 곳곳의 신화를 연구한 저서를 꾸준히 발간한 저자는 이 책에 수많은 중국 신화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만을 담아냈다.
저자가 서문에 밝혔듯이,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한족 중심의 신화에 치우치지 않은 입문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신화뿐만 아니라 중국 소수 민족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이 책은, 중국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나 중국 신화를 처음 접해본 사람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다.
신화 탐구에서 저자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다양성’이다. 예컨대, 우랑과 직녀의 이야기처럼 중국 신화에서 우리나라 신화와 비슷한 모티프가 등장하더라도, 그 맥락과 소재, 내용 등에서 꼭 다른 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누가 이 신화의 원조인가’를 따지기보다 신화들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일이 곧 신화를 읽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는 단 하나의 질서에 의해 굴러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수많은 질서가 다채롭게 공존하는 곳이 곧 신화 세계다. 따라서 신화를 탐구하는 즐거움은 그 다양한 질서의 공존을 경험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의 신화에 다가가는 길
: 격하된 위상을 회복한 여와
문헌신화에는 창조신에 대한 이야기가 정확히 남아 있지 않지만, 중국의 중원 지역에서는 여신 여와가 여섯 날에 걸쳐 동물들을 만들고, 이레째 되는 날 인간을 만들었다는 신화가 전승되고 있다. 여와는 진흙으로 인간을 빚어 만들다 지쳐 넝쿨에 진흙물을 묻혀 흩뿌리는 방법으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나라 때, 여와의 신격에 큰 변화가 생긴다. 한나라 무제가 유가를 통치 이념으로 받아들이면서다. 독립적인 창조의 여신이었던 여와는 복희라는 남신의 아내로 격하되었고, 단독적인 창조신이 아닌 생식을 통해 아이를 만들어낸 것으로 신화의 내용도 바뀌게 된다.
책은 이런 신화의 변천을 짚어가며, 문헌신화를 기록하는 시점에 지배적이던 유가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신화가 얼마나 편향되게 기록되었는지를 밝힌다. 책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편향을 인지할 수 있게 되고, 신화 서술에 담긴 유가적 사고방식에 거리를 두고 있는 그대로의 신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만주족 신화에서 여신들의 위상
: 한족 신화 밖의 이야기들
중국 문헌으로 전해 내려오는 대표적인 치수(治水) 신화는 요임금 때 홍수를 다스린 곤의 이야기다. 곤은 천제의 보물인 ‘식양’이라는 흙을 훔쳐 홍수를 멈추게 만드는데, 인간을 위해 신을 배신했다는 점에서 ‘동양의 프로메테우스’라고도 불린다.
곤의 이야기가 문헌으로 전승된 대표적인 한족의 신화라면, 동북 지역에서는 전해 내려오는 흰 구름 여신 신화는 대표적인 만주족의 신화다. 내용은 유사하다. 천제의 막내딸인 흰 구름 여신도 곤과 마찬가지로 동물과 인간들을 위해 천제의 보물을 훔쳐 홍수를 멈추게 만든다. 다만 그 주인공이 곤이라는 남자 인간이 아닌, 여신이라는 점만이 다르다.
만주족의 신화는 ‘여신들의 세계’라고 불릴 정도로 여신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책은 한족 중심의 신화에서 등장하는 가부장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난 소수 민족의 강인하고 자애로운 여신들의 세계까지 두루 담는다. 이를 통해 한족 중심, 남성 중심, 중화주의적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아닌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이른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선자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어문학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중국연구원 신화연구소 소장이다. 동아시아 신화와 중국의 인문지리에 관해 강의하고 있으며, 신화의 가르침을 제의와 풍습으로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들의 터전을 끊임없이 찾아다니고 있다.
중국 대표 신화학자 위안커의 《중국신화사》(공역)를 번역해 제17회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 출판상에서 명예회장상을 수상했으며, 저서인 《황제 신화》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로, 《중국 소수민족 신화기행》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 도서로 선정되고, 《문학의 숲에서 동양을 만나다》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저작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아시아 신화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오래된 지혜》, 《중국 변형신화의 세계》, 《제주 신화, 신화의 섬을 넘어서다》, 《동북아 곰 신화와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공저) 등을 썼고, 《절반의 중국사》, 《중국 소수민족의 눈물》, 《중국신화전설》(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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