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즐거움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 홍조 옮김

소롯 2025년 01월 2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곰돌의 푸의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내밀한 속내를 엿보다
그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담긴 에세이

곰돌의 푸의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 곰돌이 푸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지만 작가와 그의 다른 작품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아동이 주 독자층인 동화는 대체로 밝음, 결국엔 해피엔딩이 기본 무드인데, 이런 이야기를 쓴 작가의 내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의 내면이 담긴 에세이는 어떤 밝기일까. 푸는 작가의 복제본일까 아니면 명과 암으로 나뉘는 대척점에 선 또 다른 자아일까. 그 질문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푸의 천진무구함, 대책 없는 낙관주의는 작가의 글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더 적나라하고 시시콜콜하다. 그래서 다행이고 반갑다. 별일 없는 하루, 이변 없는 무사함을 소망하게 되는 요즘, 내딛는 걸음걸음이 살얼음판 같을 때 곁에 두고 읽으면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에세이를 소개한다.

목차

작가 소개
책을 펴내며

나의 서재
미신
쓰는 기쁨
일기 쓰는 습관
가판대 서점에서
금붕어
바닷가에서
가을이 오면
주택에 산다는 것
생에서 가장 행복한 30분

책 속으로

예전 서가에서도 책들은 “어쨌든 모두 다”라는 순서로 배열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적어도 특정 작품의 연작이 모여 있기는 했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어쨌든”에 무게가 조금 덜 실렸을 수도 있지만, 내 서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다. 몇 년째 나는 책 정리를 미뤄왔고 지금도 미루고 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 <나의 서재>

평범한 사람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 아래에 있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원자인지 생각하고, 점성술을 믿는 사람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압도적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결국 나는 점성술을 믿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미신>

손님에게 통조림 랍스터를 판매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통조림 랍스터는 사람을 규정하지 않는다. 식료품 장수에게 손님이란, 그들의 돈이 중요할 뿐 모두 똑같은 존재다. - <가판대 서점에서>

테라스 연못 안의 금붕어는 예뻐 보이지만 과연 이들을 데려온 것이 심미적인 욕구 때문인지는 의심스럽다. 그보다는 무언가를 던지고픈 욕구가 더 크지 않았을까. 자연의 가장 경이로운 산물인 바다 앞에 앉아 돌멩이 하나 던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그 노력의 육체적 쾌감과 물방울이 튀는 미적 쾌감이 결합하면 완벽한 만족감을 자아낸다. - <금붕어>

사람들 무리와 부두에서 멀리 떨어진 내 모습을 상상한다. 달빛이 비치는 바닷가의 사람들 무리는 나를 다 큰 어른이라 부르고 (과거에 남겨진) 바다와 게는 나를 아이라 부른다. 그 둘 사이에 서면 너무 쉽게 비참한 기분이 든다. - <바닷가에서>

여름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내내 알고 있었다. 4월에도 금방 겨울이 올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어째선지 최근 들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여름이 몇 달 동안 내리 이어질 수도 있다고, 멋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격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마음을 셀러리가 진정시켰다. 어젯밤, 셀러리와 함께 가을이 찾아왔다. - <가을이 오면>

지금 나는 30분마다 한 번씩 침실로 올라갔다 내려온다. 단순히 이 집을 온전히 소유했다는 자부심에서라거나 침실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지, 계단이 제 기능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층에 올라가자마자 깜빡하고 놓고 온 편지나 열쇠 등을 가져오기 위해서다. - <주택에 산다는 것>

작가정보

저자(글) 앨런 알렉산더 밀른

앨런 알렉산더 밀른 Alan Alexander Milne (1882-1956)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립학교에 다녔는데 그곳에서 H. G. 웰즈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학생 때부터 시나 패러디, 유머가 넘치는 짧은 글을 주로 써서 학내 잡지 등에 기고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수학한 뒤 1906년에 <펀치> 편집부의 일원이 되었다. 이곳에서 해학적인 시와 기발한 평론 등을 써서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글을 쓰는 작가로 알려졌다. 1913년에 도로시 드 셀린코트와 결혼했고 1920년에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태어났다. 이후 아들이 아끼는 인형과 아들이 실명 그대로 등장하는 《위니 더 푸》를 집필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1차 세계대전에 복역 후 <핌씨 지나가다>, <도버 가도> 등 유머가 돋보이는 희극도 여러 펀 써서 당시 희극 작가로도 명성을 알렸다. 1922년에 추리소설 《붉은 저택의 비밀》을 집필하기도 했다. 1956년 74세로 생을 마감했다.

번역 홍조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영어로 된 글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숨겨진 채 빛나는 글을 길어와 소개하는 삶이 계속 이어지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