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100년의 여정

고려대학교 여성의학사연구소 지음

역사공간 2024년 12월 3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의료선교사로 한국에 입국한 로제타 홀은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을 구제하겠다는 일념으로 한국 선교를 시작했다. 로제타 홀이 가장 역점을 둔 사업 중의 하나는 여성 의학교육이었다. 박에스더를 미국에 유학시켜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하고 청강생을 파견하여 의학교육을 받게 하는 등 성과가 없지 않았지만, 정식 의학전문학교를 만들겠다는 로제타 홀의 꿈은 요원해 보였다.

1928년 9월, 로제타 홀은 한국인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개설했는데, 이것이 한국 최초의 여성 의학교육 기관이었다. 1933년 로제타 홀이 은퇴하게 되자 김탁원·길정희 의사 부부가 이를 승계하여 경성여자의학강습소로 개칭하였고, 그 곳에서 매년 의사시험 합격자를 배출하였다. 김탁원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강습소를 의학전문학교로 승격시키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1937년 김종익의 유언으로 65만 원을 기부받게 되었고, 1938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가 설립되었다.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는 1945년까지 157명의 한국인 여의사를 배출하였고, 한국 여성 의학교육의 요람이 되었다. 해방 이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는 6년제 서울여자의과대학으로 개편되었다.

해방 이후 한국 여성 의학교육은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서울여자의과대학이 더 이상 여성 의학교육을 독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화여자대학이 행림원을 설치하면서 여성 의학교육에 참여했고, 기존 국립대학 의과대학과 세브란스의과대학도 여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에 1957년, 서울여자의과대학은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교명을 수도의과대학으로 변경하였다. 1966년에는 종합대학 우석대학교가 발족하면서 우석대학교 의과대학으로 개칭되었고, 1971년에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이 우석학원을 인수하면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으로 변경되었다.

1970년대 후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의료 취약 지구를 중심으로 병원을 설립하여 새롭게 도약할 기회를 얻었다. 1983년 구로병원이 개설되면서 고려대학교 의료원이 출범하였다. 1984년 여주병원, 1985년 안산병원 등이 차례로 개원하면서 1,000병상을 갖추게 되었고, 2024년 현재는 3개 병원(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 3,000여 병상의 규모로 발전하였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과 장애인에게 헌신했던 로제타 홀의 인류애,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을 다했던 김탁원·길정희 의사부부의 시대정신과 도전정신, 김종익을 비롯한 사회명망가들의 기부와 나눔정신, 남녀공학과 종합대학으로의 전환 등 끊임없이 시대의 요구에 응답했던 100년의 역사를 거울삼아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미래의학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고려대학교 여성의학사연구소는 2022년 12월에 설립된 이래 ‘고려의대 100년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고대의료원 내 다양한 역사교육 수요에 대응해 왔다. 의학사 교육을 진행하면서 수강자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역사 교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물론 여성의학사연구소가 매년 두 차례 『의학사연구』라는 전문 학술잡지를 발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대중적인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했다. 이 책은 여성의학사연구소 연구원들과 매주 한국 근대 여성의학사에 관한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진행하면서 학계에 발표해 온 최신의 성과를 반영하되, 사진과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여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를 발간해 보자는 취지로 준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윤을식 부총장님과 편성범 학장님을 비롯한 고대의료원 내 많은 보직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지원해 주셨다. 올해로 졸업 50주년을 맞은 고려의대 32회 졸업생들은 뜻깊은 일에 기부하고 싶다며 연구소에 기부금을 쾌척해 주셨다. 또한 적지 않은 익명의 기부자들도 연구소 발전기금 마련에 동참해 주셨다. 모두 감사드린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김진혁, 정다혜, 신창훈 전임연구원은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였고, 황선미, 차은빈 연구원과 조희수 학예사는 자료수집과 정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연구소 구성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 책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의학사시리즈의 첫 결과로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작가정보

저자(글) 고려대학교 여성의학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