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조각사 18(애장판)
2024년 09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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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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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조각사》는 종이 책으로 시작하여 웹 연재로 막을 내릴 때까지 최고의 자리를 고수했던 소설이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2015년에는 웹툰 〈달빛 조각사〉가 론칭되었고, 이 역시 3.3억 뷰라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다.
2019년에는 소설 속 로열로드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모바일 게임도 출시되었으며 (모바일 게임 〈달빛 조각사〉 https://cafe.daum.net/moonlight-rpg) 향후 영화까지 제작 예정이니, 그야말로 '원 소스 멀티유즈'를 차근차근 이뤄 낸 기념비적인 작품인 것이다.
가상현실을 다룬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만들고, 또 어디선가 누군가는 읽거나 보거나 체험하는 식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익숙한 장르가 되었다. 그 신기원을 연 작품 《달빛 조각사》의 가치는 그래서 더욱 귀하고 빛나는 것이라 하겠다.
웹상에서 연재된 총 1,450회의 이야기를 스물네 권의 단행본으로 구성하여 묶은 이 시리즈는 매달 20일 한 권씩 출간될 예정이며, 그 열여덟 번째 권인 이 책에는 연재 1061회차부터 1125회차까지가 담겨 있다.
비상사태
전쟁의 신 위드
괴멸적 타격
하벤 제국 습격
흑기사의 운명
깨어난 전쟁의 신
서윤의 아버지
용기사 뮬의 특별한 그리폰
제국의 추
고귀한 조각품
위대한 마스터
라투아스의 보상
헤르메스 길드의 대습격
영광의 착취자
하벤 제국의 만만치 않은 적
위드의 이익
푸홀 요새
노출된 작전 계획
조인족의 무서움
진정한 영웅
“와삼아.”
위드가 부드럽게 말하니 와삼이가 날카로운 눈을 번뜩였다.
“오래 살고 싶지?”
“…….”
“세상 오래 산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춥고 배고프면서 몸까지 아프면 그게 행복이 아냐. 이거 다 처분하고 나면 따뜻한 양털 옷 하나 짜서 입혀 줄게.”
까우우우욱.
와삼이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와이번은 추위를 타는 생명체에 속할뿐더러, 빙룡과도 자주 엮이다 보니 특히 춥다.
따뜻한 양털 옷을 입는다면 와이번으로서는 상당히 출세한 것이다.
서윤이 와삼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불쌍해.’
그녀는 간파하고 말았다.
지금 상태에서 양털 옷까지 입혀 놓는다면 승차감은 더욱 좋아질 게 아닌가.
앞으로 더 바쁘게 와삼이를 써먹겠다는 의미였다.
“일이다, 일!”
“돈을 법시다. 으쌰샤!”
일정 기간 도시를 벗어날 수 없는 초보자들에게 널려 있는 일감들이란 대환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유저들이 멀리 산에서부터 건축 자재를 가져오면, 성문 이후부터는 초보자들이 이를 운반했다.
땅파기, 돌 깔기, 벽돌쌓기는 물론이고 천장 보수 공사까지도 쓱싹 해냈다.
“야, 우리 대박 신기하지 않냐. 집에서는 형광등도 교환 안 하려고 하는데.”
“말도 마라. 우리 집 베란다에 있는 수도꼭지는 2년째 고장 나서 안 나온다.”
“다들 말 그만하고 일이나 해. 이 건물 다 지어야 장검값 번단 말이야.”
전 세계에서 대학에 진학한 고등학생들과 제대한 군인, 20대와 30대 백수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이 한창 접속할 시기마다 신규 유저가 몇십만에서 몇백만 단위로 늘어난다.
베르사 대륙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통계상으로 모라타에서 시작하는 유저가 가장 많았지만, 새벽의 도시도 5위권 안에 들어갔다.
유저들은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며 노가다에 투입되었다.
이현은 저녁에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서 그녀를 위한 이벤트로 직접 쓴 시를 읽어 줄 생각이었다.
베르사 대륙을 여행하고 조각품을 만들면서 지은 시.
시인이나 작가는 아니지만 감정에 솔직하면 그것이 훌륭한 시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대에게
춥고 어두운 거리를 혼자 걸었습니다
기댈 곳 없이 하루를 살아가던 나
우체국 아저씨처럼 먼저 다가와 준 너
내 삶은 방송 조명을 틀어 놓은 것처럼 밝아졌습니다
그대의 따뜻한 마음은 한겨울의 전기장판, 네 번 타는 가스보일러
내 눈은 그대를 보고 싶습니다
75인치 최신형 LED 텔레비전보다도 더 자세히
내 귀는 그대의 속삭임을 듣고 싶습니다
돌비 서라운드 홈시어터 시스템보다도 선명하게
휴대폰 음성 통화 무제한을 신청한 것처럼 매일매일
그대를 향한 이 마음은 공기청정기보다도 맑고
삼중 필터식 정수기보다도 순수하며
사이클론 진공청소기보다도 깨끗합니다
홈쇼핑 광고처럼 꾸미지 않고
블로그 맛집 과장 광고처럼 허황되지 않고
10인용 전기밥솥처럼 든든하고
가스레인지 위의 프라이팬처럼 뜨거운 이 마음으로
손재주의 마스터!
모든 스킬들을 통틀어서 가장 큰 보상이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전망했던 스킬이다.
메시지 창을 읽어 보니 그야말로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할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가졌다.
“그런데 내가 마스터를 하다니… 그것도 조각술보다 먼저 말이야.”
기쁘면서도 기가 막힌 일이었다.
대장일, 재봉, 조선, 항해, 채광, 낚시, 요리 등 여러 가지 스킬들을 다양하게 익힌 덕분이었다.
조각품을 깎을 때에도 유별나게 크거나 무거운 노가다 작품이 많았던 게 이유가 되었으리라.
조각술의 숙련도 역시 고급 9레벨 98.9%였다.
지독하게도 늘어나지 않던 숙련도지만 이젠 정말 대작 1~2개면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리라.
시간 조각술이 중급에 올라서 영원히 시간이 흐르지 않는 박물관을 세울 수도 있었으니 마스터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조각술까지 마스터한다면 직업 최초의 마스터 역시 내가 되겠군.”
노가다로 세운,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었다.
“역시 내 인생의 비결은 노가다였어.”
풀죽군 강령
1. 우리는 베르사 대륙의 평화를 위하여 창설되었다. 불의를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싸운다.
2. 풀죽군을 위하여 풀죽신교의 유저들은 매달 일정액을 기부한다. 기부 액수는 각자의 양심에 맡긴다.
3. 풀죽군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단, 소속된 유저는 능력에 따라 배치가 되며, 전쟁이 벌어질 시에는 소집에 응해야 한다. 명예로운 풀죽병들은 북부 유저들의 노력과 헌신에 대해 존중한다. 상점에서의 혜택과 사냥, 퀘스트에서의 최상의 복지를 지원한다.
4. 병사들은 현역병과 예비병으로 분류된다. 현역병은 매달 1회에서 2회의 군사훈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소모품 등은 군대에 마련해 주지 못하므로 본인이 직접 구하여 지참하도록 한다. 형편이 나아지면 지급한다.
5. 풀죽군을 대표하는 총사령관은 전쟁의 신 위드가 맡는다. 전투 중에는 필요에 의해 중간 지휘관을 둔다. 총사령관은 전쟁의 선포와 휴전, 평화 협상 등의 권한을 갖는다.
“도대체 어떤 사연 때문에 〈로열 로드〉를 빨리 시작하지 못했지?”
유병준도 그 때문에 이미 인공지능을 통해서 상세한 뒷조사를 했다.
과거의 일이라고 해도 모든 기록 장치들을 조사한다면 밝혀낸다는 게 불가능하진 않은 시대였다.
“교통사고나 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까?”
인공지능은 미국과 한국의 군사용 인공위성을 비롯하여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해서 정확한 사실을 밝혀냈다.
― 알아냈습니다, 박사님.
“그래, 무슨 이유였지?”
― 〈로열 로드〉를 지켜보면서 장래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장래성?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이지?”
― 돈벌이가 안 될지도 모른다고…….
“…….”
유병준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개발한 첨단 과학 기술력의 결정판 〈로열 로드〉.
그러나 이현은 과연 정말 돈벌이가 될까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뒤늦게 뛰어들었다.
“벤처기업은 믿을 수가 없어. 한탕 해 먹고 그냥 해외로 튈 속셈일지도 모른다니깐.”
이현이 은행에서 생활비를 출금하며 이런 말을 남긴 것이 그대로 녹음되어 있었다.
위드는 조각 변신술로 모습을 바꾸지 않고 여전히 물컹꿈틀이의 몸을 유지했다.
늪이 걷히면서 종족의 특성에 따른 효과가 많이 약해졌지만 생명력이 높아서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었다.
위드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소로는 북부 유저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다.
“도우러 왔… 끄아아악!”
“위드 님, 영광입니다. 같이 싸울… 크헉!”
물컹꿈틀이의 외모에 놀라지 않는 유저는 없었다.
좀 어린 유저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위드와 함께 싸운다는 흥분으로 찾아와서 흠칫 놀라고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스걱스걱! 콰직콰지직! 끄어어어억! 퉤!
이상한 전투 소리까지 내는 위드와 함께 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서 북부 유저들 중에서 위드만 따라다니는 친위대까지 생겨났다.
그들은 위드의 앞과 옆을 호위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머리와 몸통에까지 함께 올라탔다.
궁수 부대만 무려 400여 명을 태우고 전진하는 위드.
전쟁에 동원되는 거대한 전투 병기나 마찬가지였다.
작가정보
저자(글) 남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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