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기에
2024년 11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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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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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항우울제 복용 끝에 드디어 행복을 말하다
내담자가 경험한 상담실과 정신과의 차이
좋았던 점과 그 한계들
상담 받을까, 약을 먹을까 고민하는 당신에게
이 책은 투병기다. 다만 20년동안 자신이 환자임을 인정할 수 없었던 저자의 투병기다. 저자는 20대 내내 우울과 정체성 혼란, 사회인지능력 부족,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몰랐다.
30대에 들어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으나 자신이 약을 먹어야 할 정도의 환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긴 상담 끝에 크게 호전되었으나 다시 감정조절이 어려워졌다. 트라우마를 다 치료했다고 여겼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40대에 들어서 항복하는 마음으로 처음으로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 복약 3개월만에 처음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저자는 심리치료에는 상담과 약물복용 둘 다 필요함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었음을 기록한다. 상담에서 의사소통 훈련과 트라우마 치료를, 약물로 신경생리학적인 뇌의 오작동을 바로잡아야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치열한 내면 여행을 드러낸 이 책에서 독자들이 희망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날 미워하지 마세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몰라서 그래요
2. 정신분석적 집단심리치료를 시작하다: 그 눈물, 왜 이렇게 가짜 같죠?
3. 개인상담을 시작하다
1) 사기꾼 정신분석가의 카우치에 눕다
2) 하서씨와 어떻게 상담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4. 미친듯이 괴롭고 미친듯이 즐거운 집단 상담
1)매일매일 집단상담을 하고 싶어
2)집단에서 나가버려!
5. 다시 개인상담을 시작하다
1)나한테 잘해주면 당신을 거절할 거예요
2)왜 이렇게, 왜 이렇게 변하지 않죠
3)공개적으로 부부싸움할 때의 이득: 부부 집단상담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하다
1) 내가 겪은 일을 누군가 겪었다면 말해주세요,
우리가 도대체 누구인지
2) 무섭고 무서운 병명: 경계성 성격장애
7. 상담 10년만에 처음 정신과의 문턱을 넘다
1) 투약의 신세계: 뭐야, 원래 다른 사람은 이런 기분으로 사는 거였어?
2) 몸은 잊지 않는다, 기억한다
8. 내가 겪었던 일, 어쩌면 다른 사람도 겪고 있을 일: 사고장애
에필로그: 마침내 환자임을 인정하기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인정하기까지
‘사격수가 과녁을 명중시켰다.
뭐라 말해야 할까. 약이 주는 증상 호전의 빠른 속도를. 너무 빨라서 믿기 어렵기까지 한 어질어질한 속도를. 호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나로서도 사기 같다고 느껴진다. 설명하기가 어렵다. 약이 신경전달물질을 어떻게 주무르는지 비전문가인 내가 잘 알지도 못한다.
나는 기분이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행복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행복했다. ‘행복하다’는 말이 울려오는 방식은 그간 ‘죽고 싶다’는 말이 울려오는 방식과 같았다. 이전에는 이렇다 할 이유도 계기도 없이, 문득 죽고 싶다는 말이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처럼 조용히 내면에 울려 퍼졌다. 천천히 천천히 무기력으로 이끌던, 작고 불길한 종소리. 뎅... 종소리의 신호에 나는 충실히 우울로 침잠했다.’
----- chap. 7-1. 「투약의 신세계: 뭐야, 원래 다른 사람은 이런 기분으로 사는 거였어?」 중에서
‘내가 상담심리 대학원에 진학해서 상담사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하자 선생님은 말했다.
“그럴 자격은 있고?”
뇌가 정지했다. 남의 내면을 껴안아주기 이전에 자신의 내면을 충분히 정비한 상태인가에 대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내게는 선생님의 무시로만 들렸다.’
-----chap. 2 「정신분석적 집단심리치료를 시작하다: 그 눈물, 왜 이렇게 가짜 같죠?」 중에서
‘말이 쉽지 어려운 주문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가 나서 떨리는데 상대에게 쏘아붙이며 표출하면 안됐다. 친구에게 전화해 하소연해도 안됐다. 혼자 화를 담아두다 보면 전신이 아팠다. 심한 설사를 했다. 목 근육이 굳어 아침에 일어나니 고개를 돌리기 힘들 때도 있었다.’
-----chap. 2 「정신분석적 집단심리치료를 시작하다: 그 눈물, 왜 이렇게 가짜 같죠?」 중에서
‘나는 속으로 상담사를 무시했다. 이런 걸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어 하고 말이다. 그의 의도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동작을 제안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그의 학력과 경력 전부를 폄하했다.’
-----chap 3-2. 「하서씨와 어떻게 상담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중에서
‘감정표현에 조금 익숙해진 집단원들은 누가 싫으면 면전에서 싫다고 말하고 좋으면 좋다고 말했다. 이성과 동성을 가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기를 좋다고 해도 자기는 관심이 없으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돌려 말하지 않고 문장 그대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충격을 받았다. 상대의 면전에서 ‘관심이 없다’는 말을 주고받는 광경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chap. 4 「미친듯이 괴롭고 미친듯이 즐거운 집단상담」 중에서
‘나의 행복은 조증의 행복보다, 어쩌면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의 행복보다도 더 평온했다. 무슨 자극이 필요 없었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나뭇잎을 보며 충만함을 느꼈다. 아이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러 저녁 산책을 하며 보는 하늘에 감동했다. 음식이 맛있었다. 하루에 한 번씩은 나던 화가 두어 달이 넘게 나지 않았다. 자연히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 업무 때문에 화가 날 일이 생겨도 얼마 안가 수그러들었다.’
----- chap. 7-1. 「투약의 신세계: 뭐야, 원래 다른 사람은 이런 기분으로 사는 거였어?」 중에서
‘아무리 상담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잘 치료하고 사회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재교육 받았다고 하더라도, 뇌가 이미 잘못 기능하고 있다면 어떻게 편안할 수 있었을까. 끝없이 뇌가 잘못된 경보를 울리는데, 경보만 울리면 사고가 정지하고 감정이 격해지고 누군가를 공격해 내가 무조건 옳다고 확신해야 안전하다고 믿게 되는데.’
- chap. 7-2 「몸은 잊지 않는다, 기억한다」 중에서
내가 병원을 다니지 않고 상담 치료만 받은 이유는, 고통을 호소하기는 했으나 내심 내게 그 정도까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살시도를 하지도, 누구를 때리지도 않는다고 해서 고통이 적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나 같은 이들, 남몰래 조용히 속으로만 썩어가는 이들을 위해 책을 쓰고 있다.
-chap. 8 「내가 겪었던 일, 어쩌면 다른 사람도 겪고 있을 일: 사고장애」 중에서
저자는 30대에 들어서면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완벽주의, 열등감, 외로움, 불안, 우울, 정체성 혼란으로 고통받았지만 망상, 환각, 환청과 같은 정신증 증상은 없었다. 자신은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정신과에 가지 않았다. 진단기준을 살펴보아도 자기가 해당된다고는 인정하지 않았다. 10년 후 약을 복용하고 나서야 우울증의 진단 기준에 나오는 ‘즐거움의 저하’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늘 우울했기에 즐거운 상태가 무엇인지 거의 모르는 상태였던 것이다.
정신과를 거부하고 상담을 받기로 선택한 저자는 여러 과정을 거친다. 정신분석적 집단상담치료, 개인 정신분석 치료, 집단상담, 개인상담. 저자는 상담치료에서 나눈 대화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상담사가 하는 말에 대해 내담자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가감없이 드러낸다.
내담자를 성폭행해 기소 당한 사기꾼 정신분석가와의 개인상담, 5회기도 채우지 못하고 짧게 끝난 다른 개인상담을 거쳐 저자는 집단상담치료를 접하게 된다. 거기서 저자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을 경험한다. 솔직한 소통. 사회에서 감정을 억제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세상 불친절한 상담사를 만나 자기의 로봇 같은 말과 행동이 어떤 반응으로 보답 받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기도 한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집단상담의 리더에게 덧씌워 표출하기도 한다. 조금만 자기를 실망시켜도 참지 못하고 악을 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저자의 상태는 크게 호전된다. 희망이 생기고 즐거워한다. 저자는 사람을 좋아하고 또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경험은 세상 그 어떤 쾌락보다도 즐거웠다고 고백한다.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 속해 있다는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담 종결 후 저자의 우울이 재발한다. 여전히 강력한 부정적 감정의 파고를 힘겹게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상처의 원인을 알고 트라우마 치료도 다 했다고 여겼으나 같은 상황이 되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감정 조절이 안 될 때도 잦아지기 시작했다. 다시 부부싸움이 시작되고 아이를 키우기가 힘겨웠다.
저자는 무릎을 꿇는 기분으로 정신과에 내방한다. 약물 효과는 빠르고 강력했다. 단 3개월만에 그는 행복해졌다. 저자는 상담치료는 효과가 없었고 약물치료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이 긴 상담을 통해서도 다 낫지 않았던 이유를 신경생리학적인 관점에서 찾는다. 상담을 통해 트라우마치료를 한 바탕 위에서 호르몬적인 접근을 했기에 큰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내담자였던 동시에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로서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 자신의 경험을 분석한다.
저자는 혹시라도 자신의 기질이 아이에게 유전되었을까 두려웠지만 이제는 괜찮다고 여길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취약성을 타고 났다 하더라도 수용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끝을 맺는다.
작가정보
저자(글) 장하서
30대에 들어서며 상담을 받았다. 긴 상담과 눈부신 호전에도 불구하고 종결 후 우울증이 재발했다. 항우울제 복용 이후 신경생리학적으로 우울증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느끼게 됐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심리치료의 두 축, 즉 상담과 약물 복용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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