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2대 국회의원선거 분석

중간평가, 정치 양극화와 제3당

강원택 편 지음

동아시아연구원 2024년 11월 0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유권자의 투표에 담긴 ‘평가’와 ‘기대’의 의미는 무엇인가?

EAI 총선패널조사 결과로 본 한국 정치의 현주소와 전망

야당의 압승과 여당의 참패, 심화된 정치적 양극화

2024년 4월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속성을 띠었다. 여당은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 여론을 바꾸는 데 실패하며 참패했고, 심판론을 내세운 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거대 양당은 지역구 의석을 독점하고 위성정당을 창당하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우회했다. 선거 결과 현행 헌법 시행 후 처음으로 무소속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고, 제3당으로 꾸준히 의석을 확보하던 정의당은 원외 정당으로 몰락했다. 이는 한국 정치가 얼마나 양극화되었는지 보여 주는 현상이다.
권력에 대한 정치적 책임성을 묻는 메커니즘이 이번 총선에서 작동한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긍정적 양상이지만, 선거를 통해 재확인된 정치적 양극화는 한국 민주주의의 어두운 현실이다. 이 책은 이처럼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드러난 한국 정치의 다양한 측면에 주목하여, 그 변화와 특성을 종합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건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학술적 토론의 토대를 제공하고자 한다.

EAI의 선거 패널조사, 한국 선거정치 연구의 새로운 지평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은 2006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주요 선거를 전후한 여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패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한국 정치와 선거 전문가들이 분석하여 단행본으로 발간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선거정치의 연구의 보고(寶庫)로 자리매김한 EAI의 연구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한국 유권자의 지형을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할 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진전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_ 6

제1부 정권견제론과 정권안정론
1장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평가 _ 14
강원택 | 서울대학교
2장 여당은 왜 완패했는가? 투표와 기권의 동기 _ 42
유재성 | 계명대학교
3장 양극화 시대 상충적 유권자의 선택: 정권견제론 vs. 정권안정론 _ 56
유성진 | 이화여자대학교
4장 대통령-여당 호감도 격차와 중간선거에서의 회고적 투표: 상충적 태도에 따른 감정적 반응과 투표 결정 _ 88
성예진 | 성균관대학교

제2부 투표행태: 젠더, 자산, 이념
5장 20대 이하 유권자 투표행태에서 드러난 현대적 성차(modern gender gap) _ 122
구본상 | 충북대학교
6장 2024년 총선에서의 자산 투표: 수도권 유권자를 중심으로 _ 154
김수인 | 서울대학교
7장 이탈인가 항의인가?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투표 결정 요인 _ 174
정연경 | 서울대학교
8장 누가 분할투표를 하는가? 정치지식과 이념 인식에 따른 정당 지지의 영향력 _ 200
이한수 | 아주대학교

제3부 선거 과정
9장 주요 정당의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_ 234
서현진 | 성신여자대학교
10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그들의 대표 정치인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_ 270
길정아 | 고려대학교
11장 유권자의 지역구 의원 평가와 투표 선택 _ 318
신정섭 | 숭실대학교
12장 사전투표, 당일 투표,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 _ 338
김준석 | 동국대학교

부록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패널 조사 주요 결과 _ 363

집필진 약력 _ 372

책 속으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한국 정치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현상이 많이 나타났다. 이 책은 그 점에 주목하여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보여준 한국 정치의 변화와 특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실린 12편의 논문들은 개별적으로는 각 단면에 대한 분석일 수 있지만, 하나의 책으로 묶임으로써 선거를 통해 드러난 한국 정치와 사회의 변화를 보다 다양하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권력은 항상 겸손하고 민심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중국 고전 순자(荀子)에 나오는 표현대로, 권력자는 배와 같고 국민은 물과 같아서, 민심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크게 흔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도 위정자에 대한 정치적 책임성을 묻는 선거였다. 정치적 상벌과 관련된 이러한 메커니즘의 작동이 우리 민주주의의 긍정적 모습이라면, 선거를 통해서 다시 확인된 정치적 양극화는 우리 민주주의의 어두운 현실이다. 이 책의 논의가 선거를 둘러싼 분석에 그치지 않고 한국 정치가 건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학술적 토론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_ 서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이 책은 22대 총선을 좌우한 정권견제론과 정권안정론의 대립 구도에서 견제론이 힘을 얻은 배경을 논하는 제1부, 유권자의 성별, 자산, 이념 등 요인이 투표행태에 미친 영향을 논하는 제2부, 선거 국면에서 발생한 공천 갈등, 주요 정치인의 행위, 선거 관리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 등의 영향을 논하는 제3부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 강원택 EAI 민주주의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각 당의 이념 및 정책에 대한 평가를 압도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존에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수도권의 중도 유권자가 선거에 임박하여 지지를 철회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저자는 윤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과 달리 안정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 기간 불거진 가족 및 측근 논란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며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되었다고 지적한다.

2장에서 유재성 계명대 교수는 각 지역에서 여야 지지자의 2022년 선거 대비 투표율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당의 패배 요인을 분석한다. 2022년 윤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 중 약 20%가 2년 동안 정부 여당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되어 기권한 반면, 같은 해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의 90% 이상은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로 인해 총선에서도 민주당에 투표함으로써 야당의 승리를 견인했다. 저자는 소선거구제에서 격전 지역구의 근소한 야당 승리가 누적되며 여당의 대패로 귀결됐다고 설명한다.

3장에서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대립한 정권견제론과 정권안정론에 모두 찬성하거나 모두 반대하는 “상충적 태도”를 가진 유권자의 투표행태에 주목하여 선거 결과를 되짚어 본다. 패널조사 응답자 중 약 15%에 해당하는 상충적 유권자는 지역구 및 비례대표 선거에서 제3정당 후보를 상대적으로 많이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저자는 이러한 투표행태를 거대 정당에 대한 불만이 적극적으로 표출된 결과로 해석하며, 양당은 강성 지지층 중심의 운영에서 탈피하여 다수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상충적 유권자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장에서 성예진 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는 유권자의 투표 행태에 주목하여, 한국의 대통령제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제약의 특성을 제시한다. 유권자의 대통령 선호도가 여당 선호도보다 더 높을수록,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투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더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중간선거의 회고적 투표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평가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다고 결론 지으면서, 이들의 복잡한 심리 메커니즘이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설명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장에서 구본상 충북대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투표에 더 많이 참여하고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한 “현대적 성차(modern gender gap)”가 2024년 총선에서 20대 유권자에게 발견되었으나, 젠더 관련 쟁점에 대한 인식 차이는 2년 전 대선 때와 달리 유의미한 투표 행태 차이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단, 20대 여성들은 보수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한 강한 비호감을 보였고, 그 대안으로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저자는 20대 대선 이후 지속된 2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가 심리적 애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향후 정치 지형의 형성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고 전망한다.

6장에서 김수인 서울대 박사 과정생은 투표 선택의 변수로서 부동산에 주목하여, 자산 규모가 클수록 보수정당 투표 확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자산투표’ 행태가 수도권 유권자들에게서 확인되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자산투표 현상이 보수정당에 ‘부자 정당’의 이미지를 결부시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의힘이 지지 기반과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제 설정과 중도층 수도권 유권자에 대한 적극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7장에서 정연경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은 22대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한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투표 결정 요인을 밝힌다. 정치 관심도가 높은 중산층 이상 유권자들이 대통령 국정운영 및 공천 과정 등에서 기인한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기 위해 자신과 이념적 거리가 가까운 신당에 투표하였음이 확인된다. 저자는 조국혁신당 투표자들이 민주당에 대한 일시적 항의로 저항 투표를 한 것과 달리, 개혁신당 투표자들은 양당 지지에서 완전히 이탈하여 저항 투표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8장에서 이한수 아주대 교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서로 다른 정당을 선택하는 분할투표의 배경과 결과를 탐구한다. 패널조사 응답자 중 약 41%가 분할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군소정당 지지자는 정치 지식 수준이 높을수록 분할투표를 하는 반면 거대정당 지지자는 정치 지식 수준이 높을수록 일관된 투표를 하는 상반된 경향이 관측되었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더 가깝게 느끼는 거대 정당과 유권자 간 이념적 차이가 클수록 분할투표의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아, 유권자가 정당의 이념적 위치를 고려하여 분할투표 여부를 결정하였다고 설명한다.

9장에서 서현진 성신여대 교수는 각 정당의 공천 과정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투표 선택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각각의 공천에 대한 평가가 낮을수록 해당 정당에 투표할 확률도 감소하였으며, 특히 양당의 공천을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할수록 소수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중앙당과 공천관리위원회에 절대적 권한을 주는 공천 방식이 민주적 대표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공천 기준과 방식을 사전에 명문화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것을 제언한다.

10장에서 길정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 정당과 대표 정치인(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의 차이를 토대로 한국 정치의 다면적 지형을 분석한다. 양당 지지자 중 다수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대표 정치인을 정당 자체보다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당에 대한 호감도보다 대표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를 더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양당의 핵심 지지층이 정당을 둘러싼 부정적 상황의 원인을 시스템보다는 인물에게서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한다.

11장에서 신정섭 숭실대 교수는 지역구 현직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투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현직 의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해당 의원 또는 같은 정당의 후보자에게 투표할 확률이 높아지며, 이러한 긍정 평가는 해당 의원이 소속된 정당에 대한 일체감과는 일정 수준 독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가 단순히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부 심판의 성격만을 갖지 않으며, 대표자의 정치적 책무성을 담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12장에서 김준석 동국대 교수는 선거 관리에 관한 설문 결과를 토대로 유권자의 선거 공정성 인식을 분석한다. 패널조사 응답자의 약 34%가 선관위의 투표 관리 전반을 신뢰하지 않으며, 특히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당일투표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선관위의 관리 부실 및 이에 대한 해명 부족이 유권자의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선관위가 선거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를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간주하여 대응하기보다는 관리 강화와 충분한 해명 등 실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원택 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시아연구원(EAI) 민주주의연구센터 소장.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한국정치학회장, 한국정당학회장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국 정치, 의회, 선거, 정당 등이다. 주요 논저로는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2019), 『사회과학 글쓰기』(2019), 『한국 정치론』(2019), 『시민이 만드는 민주주의』(2018, 공저), 『대한민국 민주화 30 년의 평가』(2017, 공저), 『대통령제, 내각제와 이원정부제』(20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