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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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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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부님과 어린 동생을 찾아간 것은 이 ○○골 집이었다.
수수깡 사립문 단 조그마한 초가집, 부엌 한 간, 아랫간 한 간, 웃간 한 간, 헛간 한 간, 그래도 조부님의 취미와 솜씨로 아랫간만은 도배를 하여서 벽이 찌그러졌을망정 울퉁불퉁할 법은 해도 하얗게 종이로 발려 있고, 그래도 아랫목에는 보료를 깔고 문갑과 벼룻집을 놓고 산수를 수놓은 안줏수 자리 평풍을 둘러서 방 외양만은 작년에 내가 집을 떠날 때와 다름이 없었다.
후에 누이동생에게 들으니, 이 평풍과 문갑도 벌써 팔려서 겨울만 나면 산 집에서 가져가기로 되었다고 하였다. ─ 〈모르는 여인〉 본문 중에서
일가친척도 다들 모르는 체하는 이 처지에 겨우내, 내 가슴에는 이 누군지 모르는 여인에게 대한 고마운 생각이 복받쳐 올랐다. 그래서,
“그게 웬 사람인데, 그렇게 우리 집에 와서 일년내 일을 해주었니?” 하고 나는 경애에게 그 여인의 말을 더 물었다.
“아무것도 안 되는 이야. 술집 여편네야. 남편은 노름군이래. 그래두 잘 하고 사던데, 요새에는 술도 안 헌데, 나도 그 집에 몇 번 가 보았는데, 보부 아버지는 한 번 밖에 못 보았어. 아주 무섭게 생긴 사람이야. 그런데두 딸은 예뻐요. 거북이두 잘나구.”
나는 이튿날 아침에 조부님 명령대로 그 여인의 집을 찾아갔다. ─ 〈모르는 여인〉 본문 중에서
이광수의 생애와 작품
신토불이 우리문학 시리즈
〈모르는 여인〉은 1936년 5월 《사해공론(四海公論)》에 발표된 이광수의 단편소설이다.
내가 조부님과 어린 동생을 찾아간 것은 이 ○○골 집이었다.
수수깡 사립문 단 조그마한 초가집, 부엌 한 간, 아랫간 한 간, 웃간 한 간, 헛간 한 간, 그래도 조부님의 취미와 솜씨로 아랫간만은 도배를 하여서 벽이 찌그러졌을망정 울퉁불퉁할 법은 해도 하얗게 종이로 발려 있고, 그래도 아랫목에는 보료를 깔고 문갑과 벼룻집을 놓고 산수를 수놓은 안줏수 자리 평풍을 둘러서 방 외양만은 작년에 내가 집을 떠날 때와 다름이 없었다.
후에 누이동생에게 들으니, 이 평풍과 문갑도 벌써 팔려서 겨울만 나면 산 집에서 가져가기로 되었다고 하였다. ─ 본문 중에서
인제 여덟 살 먹은 어린 누이. 제가 여섯 살이요, 내가 열한 살 적에 팔월 추석을 앞두고 뒤두고 부모를 한꺼번에 여윈지 이태.
젖먹이 끝에 누이는 남의 집에 가서 살다가 이질에 죽고, 동기라고는 하나 밖에 아니 남은 어린 누이.
그것이 이 추운데 방구리에다가 물을 길어 이고 또아리 끈을 입에다 물고, 어른들이 하는 모양으로 한 손으로 물동이를 잡고, 한 손으로는 젖가슴을 누르고, 그리고 황혼에 선 꼴.
내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 본문 중에서
일가친척도 다들 모르는 체하는 이 처지에 겨우내, 내 가슴에는 이 누군지 모르는 여인에게 대한 고마운 생각이 복받쳐 올랐다. 그래서,
“그게 웬 사람인데, 그렇게 우리 집에 와서 일년내 일을 해주었니?” 하고 나는 경애에게 그 여인의 말을 더 물었다.
“아무것도 안 되는 이야. 술집 여편네야. 남편은 노름군이래. 그래두 잘 하고 사던데, 요새에는 술도 안 헌데, 나도 그 집에 몇 번 가 보았는데, 보부 아버지는 한 번 밖에 못 보았어. 아주 무섭게 생긴 사람이야. 그런데두 딸은 예뻐요. 거북이두 잘나구.”
나는 이튿날 아침에 조부님 명령대로 그 여인의 집을 찾아갔다. ─ 본문 중에서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이광수
이광수(李光洙, 1892~1950)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보경(寶鏡), 호는 춘원(春園)이다.
1892년 3월 4일 평안북도 정주군 갈산면에서 안원대군의 후손인 이종원(李鍾元)과 어머니 충주 김씨(忠州金氏)의 4남 2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11살 때 전염병으로 부모님과 가족들을 잃고 천도교에 입교, 1905년 일진회의 후원으로 일본으로 유학갔다.
1908년 홍명희·문일평·안재홍 등과 소년회(少年會)를 조직해 《소년》을 발행, 이듬해 소설 〈노예〉, 〈사랑인가〉, 〈호(虎)〉를 발표했다.
1910년 《대한흥학보》에 단편소설 〈무정〉을 발표하고 계몽단체 광문회(光文會)의 일원이 되었다.
1919년 3·1 운동 직후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정부에 참가하고 《독립신문》과 《신한청년》 주필로 활동했다.
1922년 5월 《개벽》에 〈민족개조론》을 발표하여 ‘도덕적 타락’이 한민족의 쇠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1923년 《동아일보》에 입사하여 편집국장을 지내고, 1933년 《조선일보》 부사장을 거치는 등 언론계에서 활동하면서 〈재생(再生)〉, 〈마의태자(麻衣太子)〉, 〈단종애사(端宗哀史)〉, 〈흙〉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 이후 친일로 전향, 1939년 친일단체 조선문인협회 회장을 맡아 전선병사 위문대·위문문 보내기를 주도했다.
1940년부터 해방 전까지 《매일신보》에 황민화운동, 창씨개명 정책, 일본의 대동아공영권, 징병제 실시 등을 지지하는 글을 게재했다.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기소됐으나 석방되고, 1950년 6월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에 의해 납북, 만포에서 병사했다.
대표작으로 소설 〈무정〉, 〈사랑인가〉, 〈소년의 비애〉, 〈무명〉, 〈마의태자〉, 〈흙〉, 〈원효대사〉, 〈유정〉, 〈애욕의 피안〉, 〈할멈〉, 〈가실(嘉實)〉 등이 있으며, 전기 〈이순신〉, 〈안창호〉와 자서전 〈나의 고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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