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린

현진건 지음

트임 2024년 10월 09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유린〉은 1922년 5월 《백조》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이다.

××여학교 삼년급생 정숙(晶淑)은 새로 한 점이 넘어 주인집에 돌아왔건만, 여름밤이 다 밝지도 않아 잠을 깨었다.
이 짧은 동안이나마 그는 잠을 잤다느니보담 차라리 주리난장을 맞은 사람 모양으로 송장같이 뻐드러져 있었다.
뒤숭숭한 꿈자리에 가위눌리고만 있었다. 물같이 흐른 땀이 입은 옷과 이불을 흠씬 적시고 있었다. ─ 〈유린〉 본문 중에서

정숙은 몸에 불이 흐름을 느끼었다. 기계적으로 열린 목구멍으론 달큼한 물이 쏟아져 넘어갔다.
야릇하게 흥분된 애젊은 육체는 부들부들 떨었다. 심장의 미친 듯한 고동이 귀를 울리었다.
정열을 띤 네 눈은 서로 잡아먹을 듯이 마주 보고 있었다. 정숙의 뺨은 화끈화끈 타는 듯하였다. ─ 〈유린〉 본문 중에서

목차

〈유린〉
현진건의 생애와 작품
신토불이 우리문학 시리즈

출판사 서평

〈유린〉은 1922년 5월 《백조》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이다.

××여학교 삼년급생 정숙(晶淑)은 새로 한 점이 넘어 주인집에 돌아왔건만, 여름밤이 다 밝지도 않아 잠을 깨었다.
이 짧은 동안이나마 그는 잠을 잤다느니보담 차라리 주리난장을 맞은 사람 모양으로 송장같이 뻐드러져 있었다.
뒤숭숭한 꿈자리에 가위눌리고만 있었다. 물같이 흐른 땀이 입은 옷과 이불을 흠씬 적시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그는 어젯밤에 겪은 일을 생각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 경과는 부연 안개에나 가린 듯이 흐리멍덩하였다.
몹쓸 악몽을 꾸었으되 모다 어떠한 것이든지 회상할 수 없는 모양으로.
그러다 문득 어슴푸레한 박명 가운데 빙그레 웃는 K의 얼골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 본문 중에서

정숙은 몸에 불이 흐름을 느끼었다. 기계적으로 열린 목구멍으론 달큼한 물이 쏟아져 넘어갔다.
야릇하게 흥분된 애젊은 육체는 부들부들 떨었다. 심장의 미친 듯한 고동이 귀를 울리었다.
정열을 띤 네 눈은 서로 잡아먹을 듯이 마주 보고 있었다. 정숙의 뺨은 화끈화끈 타는 듯하였다. ─ 본문 중에서

인물정보

저자(글) 현진건

현진건(玄鎭健, 1900~1943)<br /><br />본관은 연주 현씨(延州 玄氏), 호는 빙허(憑虛)이다.<br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조선(朝鮮)의 작가, 소설가 겸 언론인, 독립운동가.<br /><br />1920년 11월 문예지 《개벽(開闢)》에 〈희생화(犧牲花)〉를 개재하면서 처음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br />1921년 1월 《개벽》에 단편 〈빈처〉, 11월에 다시 《개벽》에 단편 〈술 권하는 사회〉를 발표하였다.<br />1923년 《개벽》에 중편 〈지새는 안개〉와 《백조》에 단편 〈할머니의 죽음〉을 발표하고, 1924년 《개벽》에 단편 〈까막잡기〉와 〈운수 좋은 날〉을 발표하였다.<br />1925년 《개벽》에 단편 〈불〉과 《조선문단》에 단편 〈B사감과 러브레터〉를 발표하였다.<br />1943년 4월 25일 경성부 제기동의 자택에서 지병이었던 폐결핵과 장결핵으로 인해 향년 44세에 숨을 거둔다.<br /><br />대표작으로는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B사감과 러브레터〉 등과 장편소설 〈적도(赤道)〉 등이 있으며 20편의 단편소설과 7편의 중·장편소설을 남겼다.<br />그는 김동인·염상섭과 더불어 근대문학 초기 단편소설 양식을 개척하고 사실주의 문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수난적 운명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묘사를 지향한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