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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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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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하는 청년은 마루 축대 옆에 서서 허리를 굽실하였다.
김 의사는 좀이 들고 때가 배여서 검데데한 마루를 지나 안방에 들어섰다.
어둑충충한 방에 흐르는 께저분한 냄새는 향기로운 약 냄새에 절은 김 의사의 코를 시게 하였다.
땟국이 꾀죄죄 흐르는 이불에 싸여서 아랫목에 누운 병인의 낯은 북창으로 흐르는 훤한 빛에 파랗게 뵈인다. ─ 〈의사〉 본문 중에서
아무리 무슨 병인 것을 알았은들 그에게 약을 안 주면 무슨 소용인구? 그러나 나는 그에게 약을 줄 수 없다.
내가 거저 준다면 나는 어디서 나서 먹으며 약을 사누? 그러면 내가 배운 의술은 결국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로구나!
나는 그러면 수천만의 진정한 병인을 못 건지고 조그마한 있는 이의 종놈이로구나! ─ 〈의사〉 본문 중에서
최서해의 생애와 작품
신토불이 우리문학 시리즈
〈의사〉는 1926년 2월 《문예운동》에 발표된 최서해의 단편소설이다.
인도하는 청년은 마루 축대 옆에 서서 허리를 굽실하였다.
김 의사는 좀이 들고 때가 배여서 검데데한 마루를 지나 안방에 들어섰다.
어둑충충한 방에 흐르는 께저분한 냄새는 향기로운 약 냄새에 절은 김 의사의 코를 시게 하였다.
땟국이 꾀죄죄 흐르는 이불에 싸여서 아랫목에 누운 병인의 낯은 북창으로 흐르는 훤한 빛에 파랗게 뵈인다. ─ 본문 중에서
“벌써 병 드신 지는 석 달이 넘어요! 어머니 돌아가신 후로 곧 병이 드셨는데 그런 것도 억지를 쓰시고……. 으흠! 악을 쓰시고 그놈의 입 때문에 생선짐을 지시다가 기진맥진하셔서 이렇게 누운 지가 오늘까지 닷새째 됩니다.”
김 의사는 천정을 쳐다보는 채 아무 대답도 못하였다. 그의 가슴은 뭉킷하였다. ─ 본문 중에서
아무리 무슨 병인 것을 알았은들 그에게 약을 안 주면 무슨 소용인구? 그러나 나는 그에게 약을 줄 수 없다.
내가 거저 준다면 나는 어디서 나서 먹으며 약을 사누? 그러면 내가 배운 의술은 결국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로구나!
나는 그러면 수천만의 진정한 병인을 못 건지고 조그마한 있는 이의 종놈이로구나! ─ 본문 중에서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최서해
최서해(崔曙海, 1901~1932)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시인 겸 소설가이다.
본명은 최학송(崔鶴松)이며 서해(曙海)는 아호이다.
최서해는 1901년 1월 21일 함경북도 성진군 학중면 임명동리에서 한의사를 겸업하던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어머니와 함께 보낸 유년 시절은 빈궁했지만, 《청춘(靑春)》·《학지광(學之光)》 등의 문학 잡지를 읽으면서 스스로 문학에 눈을 떠, 15세 때 《학지광》에 투고한 산문시가 게재되기도 했다.
1924년 1월 《동아일보》에 〈토혈(吐血)〉을 발표하고, 작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노모와 아내, 딸을 두고 홀로 상경하였다. 같은 해 10월 《조선문단》에 〈고국(故國)〉을 발표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1925년 조선문단사(朝鮮文壇社)에 입사한 후, 단편 〈십삼원(拾參圓)〉과 작가적 명성을 얻게 해준 〈탈출기(脫出記)〉를 발표했다. 계속해서 〈살려는 사람들〉, 〈박돌(朴乭)의 죽음〉, 〈기아와 살육〉, 〈큰물 진 뒤〉와 같은 문제작을 발표하고, 카프(KAPF)에도 가입했다.
1926년 4월 8일 카프 맹원이자 시인 조운의 누이 조분려와 4번째 결혼을 하고 〈폭군〉, 〈설날밤〉, 〈백금〉, 〈소살〉, 〈해돋이〉, 〈그믐밤〉, 〈금붕어〉, 〈누가 망하나〉, 〈무서운 인상〉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27년 《조선문단》에 〈홍염(紅焰)〉, 《동광》에 〈전아사(錢迓辭)〉 등을 발표하고 1928년에는 《신민》에 〈갈등(葛藤)〉을 발표했다.
1929년 카프를 탈퇴하고 중외일보에서 매일신보 학예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행복〉, 〈전기〉, 〈무명초〉, 〈누이동생을 따라서〉 등을 발표했다.
1932년 위문협착증으로 수술을 받다가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는 최초의 문인장으로, 미아리 공동묘지에 묻혔다.
대표작으로는 〈토혈〉, 〈고국〉, 〈십삼원〉, 〈탈출기〉, 〈살려는 사람들〉, 〈기아와 살육〉, 〈큰물 진 뒤〉, 〈홍염〉, 〈갈등〉, 〈호외시대(號外時代)〉 등이 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그가 직접 체험한 극단적인 빈궁의 참상을 폭로하고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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