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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들의 수프

정상원 지음
사계절

2024년 08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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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9812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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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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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셰프 정상원은 요리에 인문학의 향기를 입혀 세간에 명성을 날렸다. 그는 ‘음식의 맛은 몸을 자라게 하고 책 속의 문장은 생각을 잘하게 한다. 요리사에게 주방은 언어를 배우는 학교이자 맛과 향이 저장된 도서관이다.’라고 말한다. 정상원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매일 문학, 역사, 철학에서 나타난 음식 이야기를 탐독하며 독서 일기를 썼다. 현기영, 조정래, 이효석, 로맹가리, 단테 등... 이들의 음식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글자들의 수프〉〉는 그 이야기를 셰프만의 경험과 언어로 해석하며 쓴 독서일기이다. 정상원이 만난 음식 이야기를 천천히 음미하고 곱씹다 보면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는 물론 맛있는 상상과 행복한 생각 그리고 뜻밖의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들어가는 말 - 다독가의 다독임

쫄깃한 토박이말
현기영 | 부러진 숟가락 12
홍명희 | 인세 걱정 19
이효석 | 흐븟한 여름 27
한승원 | 한강의 미역 34
정지아 | 제철 재첩 40
황순원 | 호우시절 49
이육사 | 이름에 이르다 57
신경림 | 믹스 커피 64
조정래 | 꼬막 톺기 69
채만식 | 바람의 짬뽕 75
이외수 | 내 마음의 낯섦 81
박재삼 | 삼천포로 빠지다 88
이미륵 | 압록강은 흐른다 93

몸과 마음의 양식당
프루스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2
하이데거 | 소시지에 대한 실증 109
들어가는 말 - 다독가의 다독임 4
로맹 가리 |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 115
네루다 | 너와 함께 하고 싶다 122
사강 | 옥수수여 안녕 129
레비스트로스 | 슬픈 반죽 134
쥘 베른 | 녹색 광선 142
단테 | 눈물 젖은 빵 147
세르반테스 | 밥 오브 라만차 153
쥐스킨트 | 소스의 향기 159

입말과 입맛으로 이어진 종로
김승옥 | 서울, 2024년 여름 166
백석 | 응앙응앙 172
편혜영 | 청춘의 쏘야 177
나혜석 | 꽃의 파리행 181
배수아 | 래디컬한 레디쉬 186
황석영 | 그때 라면 191
박인환 | 목마와 블루 195
이상 | 기억의 유보 201
황선미 | 미안해, 치킨아 207
박완서 | 봄비와 쑥전 212

추천사 216

버터를 먹을 때같이 행복을 느끼는 때가 없다. 구라파 문명의 진짜 맛이 여기에 있다. 행복이란 건 버터를 먹을 때 얼굴 주름이 펴지는 그것이다. 우유를 입안에 가득 머금을 때,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들을 때, 아름다운 이의 시선을 받을 때, 청탁받은 소설 원고를 다 썼을 때, 이런 것이 행복이라면 어느 날보다도 오늘 그 모든 행복을 맛본 듯도 하다’고 말한다. -30쪽

식당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라디오 뉴스에서 비보가 들린다. 경북 봉화의 아연 광산 매몰 사고로 광부 두 사람이 갱도에 고립되었다. 생존에 대한 의지와 경험에서 나온 예지로 220여 시간째를 버티고 있다. 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한 시끄러운 발파 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천만다행으로 막장 안에는 최소한의 물과 공간, 그리고 서른 봉의 믹스 커피가 있었다. -65쪽

다른 국물들은 용매와 용질이 비가역적으로 결합한 용액인 데 반해 짬뽕 국물은 물과 기름이 섞인 듯 분리되어 혼재하는 유탁액emulsion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기름방울들이 육수 사이사이에 분산한다. -77쪽

항구의 겨울바람은 당연히 일어나는 일들을 멈춰서게 하고 밋밋하던 것들 사이에 시간의 주름을 만든다. 그리고 그사이에 상상하지도 못할 놀라운 비밀을 눌러담는다. 세상에 없던 맛과 향이 쥐치의 살결 사이로 천천히 스며든다. 쥐포는 바람이 멈춘 시간의 맛이다. -91쪽

와인이 품고 있는 향들은 관념적 표현이자 실존적 분자다. 해풍에 쓸려온 염분과 강을 타고 떠내려온 광물, 그리고 고대 지각 활동의 전설이 담긴 겉흙은 다양한 맛과 향의 근간이다. 풍토가 다르면 다른 와인이 만들어지는 화학적 이치다. -124쪽

건조하고 맑은 대기에 작열하는 태양은 포도나무 뿌리가 오래된 땅속 미네랄을 죽죽 빨아올리는 원동력이다. 저녁이 되고 남태평양이 포도주빛으로 물들면 훔볼트해류에 밀려온 남극의 차가운 해풍이 4천3백 킬로미터 해안선을 우르르 넘는다. 찬바람에 한낮 치열했던 합성의 시간이 멈춘다. 포도 낱알은 남반구의 별자리 아래서 사색에 빠진다. 이 과정에서 당도와 산도가 지극히 높아진다. 향 사이로 맛이 밴다. -125쪽

▣ 미식가의 시대 VS 음식 문화 이해의 빈곤 시대
우리는 현재 음식 문화 컨텐츠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현지의 맛을 즐기기 위해 해외를 드나드는 건 그렇게 유별난 일도 아니며, 세계 어느 나라의 식재료도 맘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제 음식에 대한 인류의 열망만큼은 국가 간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풍요의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저마다 미식가를 자처하며 미식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에 대한 이해는 빈곤한 모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맛의 원천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
그저 한 끼 식사에 대단한 의미를 쫓아야 하는가 싶겠지만, 맛있는 한 끼를 원한다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소울푸드의 조건도 화려한 차림새나 고급스러운 맛이 아니다. 맛의 원천은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난 잊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맛있는 한 끼를 원한다면 음식 문화의 이해와 나만의 이야기를 가치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 어쩌면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는 것은 음식에 얽힌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 인문학의 향기로 요리하는 셰프 정상원
미쉐린 셰프 정상원은 맛있고 화려한 음식을 뛰어넘어 요리에 인문학의 향기를 입혀 명성을 날렸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독서가이자 요리사였다. 라면 회사에 다니던 아버지 덕분에 집에는 항상 벌크 포장의 라면 스프가 있었다. 라면 스프로 음식의 간을 맞추던 소년은 수많은 책을 읽으며 과학과 문학 사이를 탐험했고 어른이 되자 요리사가 되었다. 그는 ‘기억의 도서관’ ‘셰프의 아틀리에’ ‘클리퍼를 든 셰프’ 등 책, 그림, 영화를 접목시켜 양식 코스 메뉴를 만들어 냈다.

▣ 맛있는 요리를 위한 탐독 여행
정상원은 늘 지적 설명을 곁들여 음식을 내어 주었고, 손님들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또 다른 영감을 남겼다. 냉철한 과학도의 시각으로 설계하여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조리한 음식의 마무리는 접시를 받아 든 손님 몫이었다. 이를 위해 정상원은 매일 밤 시, 소설, 철학, 역사를 탐독하며 독서 일기를 썼다. 이효석, 백석, 채만식, 마르셸푸르스트 등 수많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 이야기를 읽는 것은 물론 그 무대를 모두 여행했다.

▣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글자들의 수프〉는 정상원 셰프가 탐독 여행 중 음식과 만난 독서 일기이다. 그는 현기영과 조정래의 이야기 속에서 현대사의 가슴 아픈 밥상을 만나고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앞에서는 소세지 논쟁을 떠올렸다. 더불어 작품 속에서 나타난 음식과 관련된 희노애락을 읽으며 작가들이 표현한 맛의 원천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기록해 갔다. 그리고 우리에게 음식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이며, 진정한 행복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 맛있는 순간,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는 일은 별것 아닌 일 같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다. 인류의 문화 곳곳에는 음식과 관련된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문학, 역사,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음식에 맛만을 탐미했을 때 우리의 삶은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단맛, 쓴맛, 매운맛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토리텔링 한다면 우리의 행복한 순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미쉐린 셰프의 해박한 음식 해석
정상원 셰프는 15년 동안 프렌치 다이닝,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페인 식당, 라면 전문점 등을 하며 많은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기도 했다. 요리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의 조리법과 제철 식재료에 대해 해설하여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한국 식재료는 물론 서양 식재료와 와인, 맥주까지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다.

▣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무대를 직접 답사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해설하는 만큼 그 무대도 천차만별이다. 현기영의 제주, 조정래의 벌교, 한승원의 장흥, 정지아의 지리산 등등 다양한 지역이 등장한다. 작가는 셰프가 제철 재료를 찾아나서듯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지역을 현장 답사한 뒤 그 지역의 음식 문화와 역사까지 해설한다. 또 헤겔을 이해하기 위해 하이델베르크대학교 학생 식당을 방문하는가 하면 네루다를 이해하기 위해 남미 곳곳을 여행하며 글을 썼다. 이 가운데 그가 가장 손꼽는 곳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푸르스트가 자랐던 프랑스의 작은 마을 콩브레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상원

1978년, 반포에서 태어나 종로에서 살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유전공학과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2018년 미쉐린가이드에 등재된 프렌치 레스토랑의 셰프였으며, 현재는 ‘맞는맛연구소’ 소장으로서, 국내외 음식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프렌치 파인다이닝,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페인 식당, 라면 전문점 등 다양한 식당에서 셰프로
일했고, 15년간 식당을 운영했다. 삼청동 소재 식당은 블루하우스 가이드라 불리며 고관대작들이 자주 드나들 어 한때 뉴스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소설의 문장을 맛으로 표현한 〈기억의 도서관〉, 화가의 작업을 셰프의 조리법으로 재해석한 〈셰프의 아틀리에〉, 영화 촬영 기법을 통해 맛을 전달한 〈클리퍼를 든 셰프〉 등 여든 번의 문화예술과 연계된 코스로 호평을 받으며 미쉐린가이드, 블루리본서베이, 저갯서베이 등에 등재되었다.
컬래버레이션과 문화 콘텐츠 기획 능력을 인정받아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에서 콘텐츠 구현과 관련한 특강을 했다.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분야의 후학에게 이론과 실무를 가르쳤고, 다양한 지면의 칼럼니스트이며, 《탐식수필》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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