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마약/유무

강경애 지음

서가의나날 2024년 08월 3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서가에서 낚다’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서가에서 낚다’는 저작권이 만료된 작가의 작품 중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지금의 독자에게 소개하는 시리즈이다.

이 책에는 일제 강점기 식민지적 갈등과 모순에서 계급 문제를 읽어내려 했던 대표적인 여성 작가 강경애의 작품 중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단편 세 편이 실려 있다.

목차

1. 동정
2. 마약
3. 유무

책 속으로

* 동정
나는 어째 저가 저리도 슬퍼하는가 하며 그의 얼굴을 다시금 쳐다보았습니다. 머리 위에는 여전히 새 무리들이 조잘거리고 백양나무 가지가 빽빽이 들어차 하늘도 보이지 않습니다.

* 마약
그는 뛴다. 보득의 옆에 쓰러진 남편, 아편에 취하여 있을 그, 이제 가면 붙들고 실컷 울고 싶다. 원망도 아무것도 사라지고 오직 반갑고 슬픔만이 이락이락 일어나는 것이다.

* 유무
차에 오른 B들은 손짓을 하우. 그러고 엔진을 틀었수. 차는 달아나우. 그 동무는 살겠노라 두 팔을 바람개비 날리듯 하며 따라 가우. 그러나 몇 발걸음 나가지 못해서 푹 거꾸러지는 모양이우. 그러고 땅을 쓰는 소리와 같이 자동차는 뿌옇게 사라지우.

출판사 서평

이 책에는 일제 강점기 식민지적 갈등과 모순에서 계급 문제를 읽어내려 했던 대표적인 여성 작가 강경애의 작품 중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단편 세 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은 「동정」이다. 이 소설은 1934년 《청년조선》 10월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소설은 우물가로 가는 길에 동행으로 만난 두 여인이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은 모래성과도 같다. 어째서일까. 작가는 소시민인 ‘나’를 소설의 전면에 내세워 ‘동정’이라는 감정의 민낯을 세세하게 드러낸다.

두 번째 작품은 「마약」이다. 이 소설은 1937년 《여성》 11월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소설은 ‘아편쟁이’ 남편으로 인해 젖먹이와 헤어져 ‘되놈’ 상인에게 팔린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다. 작가는 멋모르고 남편을 따라나선 아내의 심중과 탈출을 향한 처절함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마약’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세 번째 작품은 「유무」(有無)이다. 이 소설은 1934년 《신가정》 2월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일본군의 잔혹한 토벌을 묘사한 소설로 알려진 이 작품은 작가인 ‘나’에게 이웃집 남자가 자신이 꾸는 악몽에 대해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남자의 악몽은 꿈인가, 현실인가. 꿈이라기엔 너무 선명하고 현실이라기엔 너무 참혹한 남자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충격을 안긴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경애

강경애
(1906~1943)

일제강점기 소설가.
1931년 <조선일보> ‘부인문예’란에 단편 「파금(破琴)」을
발표하며 소설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문학계에서는 카프 조직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으면서도
식민지적 갈등과 모순에서 계급 문제를 읽어내고
그것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해 낸 특이한 작가로 꼽는다.
대표작으로 「어머니와 딸」, 「인간문제」, 「지하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