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화

현진건 지음

토씨 2024년 05월 1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요사이 누님의 하는 일이 매우 이상하였다. 그 열심히 하던 공부도 책을 보다가 말고 망연히 자실하여 먼 산만 멀거니 바라보고 있을 적이 많았다.

“누님, 거기서 무엇해요?”
내 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몸을 움칫하더니 아모 대답이 없다. 가만가만히 가까이 가서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숨을 급히 쉬는지 등이 들먹들먹한다.

책 속으로

“제 불행은 제 손으로 맨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된 것이 당신의 잘못도 아니고 저의 잘못도 아니야요. 그 묵고 썩은 관습이 우리를 이렇게 맨든 것입니다! 그러하지만 저 때문에 당신의 마음을 수란(愁亂)하게 맨든 것 같아서 어떻게 가엾고 애닯은지 몰라요! 그런데 이 위에 더 당신을 영영이 불행하게 하겠어요. 당신이 행복되신다면 저는 오늘 죽어도 아깝잖아요.”

- 책 속에서

인물정보

저자(글) 현진건

현진건 玄鎭健
(1900 ~ 1943)

소설가/언론인/독립운동가

《희생화》로 문단에 등단한 후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등의 작품을 발표한 사실주의 작가이다. 1936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삭제하는 등 일제에 저항했던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