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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디아서의 문학적 구성과 기능

그리스-로마 수사학으로 분석한 갈라디아서
이레서원

2024년 04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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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pdf (0.73MB)
ISBN 9788974356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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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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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 한스 디터 벳츠는 바울과 비슷하거나 인접한 시기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그리스-로마 수사학과 서신 장르에 비추어 갈라디아서를 분석하면서, 갈라디아서를 “변증 서신” 장르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장르적 특성에 비추어 갈라디아서라는 편지에서 바울의 자기변호적 관심이 어떤 구체적인 형식으로 표현되었는지를 매우 분석적으로 제시한다.
이 논문은 갈라디아서를 연구한 학술 논문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많은 인용 빈도수(2024년 4월 기준 215회)를 가지고 있다. 이는 벳츠에게 학문적인 영감과 자극을 받은 학자들이 그만큼 많음을 의미한다. 많은 학자가 그의 기본적인 수사학적 분석을 따르면서도, 저마다의 분석 모델을 제시하여 갈라디아서의 작성 동기와 구체적인 서신 장르를 조금씩 다르게 주장해 왔다.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이 논문의 개요를 따라가면서 바울의 저술 의도가 무엇이며, 어떤 수사적 목적으로 바울이 이 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 본다면 성경 연구와 설교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자 서문 ●6

1. 편지의 전체적인 형태 ●13

2. 편지의 틀 ●15
(a) 인사말(The Prescript, 1:1-5)
(b) 추신(The Postscript, 6:11-18)

3. 편지의 본문(1:6-6:10) ●22
(a) 서론부(The Exordium, 1:6-11)
(b) 진술부(The Narratio, 1:12-2:14)
(c) 주제부(The Propositio, 2:15-21)
(d) 논증부(The Probatio, 3:1-4:31)
(e) 권면부(The Paraenesis, 5:1-6:10)

4. 편지의 기능 ●57

6:11-18에서 바울은 친필로 추신을 덧붙인다. 이는 당대의 편지 관습을 따른 것이다. 친필 추신은 해당 편지의 저작권을 인증하거나, 주요 논지를 요약하거나, 편지를 작성한 후에 발신자가 가진 우려 사항 등을 덧붙이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언급을 넘어서는 순간, 여러 질문이 생겨난다.
첫째, 추신을 수기로 작성했다는 것은 편지의 다른 부분을 “전문적인” 서기가 작성했음을 전제한다. 이 서기amanuensis는 단순히 받아 적기만 했을까, 아니면 편지의 작성 전반에 영향을 미쳤을까? 바울이 서기를 고용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 편지가 마냥 계획 없이 작성되지 않았으며 바울이 스스로 작성한 원고의 초안이 존재했고, 초안-작성-필사의 절차를 거쳤으리란 점이 당연히 전제된다. 이처럼 갈라디아서가 고도로 숙련된 방식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은 바울에게, 서기에게, 또는 둘의 합작품에 높은 수준의 편지 저술의 전문성이 관여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나는 바울의 기여도를 훨씬 더 높게 평가하는 편인데, 이는 이 편지가 단순히 관습에 부합하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갈라디아서는 편지의 관습을 사용하면서도 매우 창의적인 작품이다. 여기에는 형식과 내용이 분리되었다는 어떠한 암시도 없다. 이런 특징은 사적인 추신에도 적용된다. 그 자체로 구성이 탁월하고 편지의 다른 부분과도 무척 조화롭게 연결된다.
하지만 서기를 고용했다는 점, 그리고 바울 시대의 편지 작성의 일반적인 관례를 따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작권” 문제는 우리가 상상해 왔던 것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인사말에 공동 발신자까지 거명되고 “서기”가 그들 중 한 사람일 수 있다는 추론까지 더해지면, 편지는 그야말로 “사적인” 편지라는 특성보다 공식적인 문서의 특성을 더 강하게 지닌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 추신은 편지 작성의 관례뿐 아니라 수사학적인 특징에 비추어서도 검토되어야 한다. 일종의 수사학적 특징으로서, 갈라디아서의 후기는 맺음말peroratio or conclusio로, 편지의 본문을 구성하는 변호 발언의 결론으로 기능한다.23 맺음말의 일반적인 목적은 두 가지로, 먼저는 재판관이나 방청인에게 본인의 주장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마지막 기회가 되고, 그들에게 정서적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 주는 역할을 한다. 맺음말은 전통적으로 다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열거enumeratio나 요약-반복recapitulatio(아나케팔라이오시스)은 주장의 요점을 첨예화하고 요약한다. 분노indignatio는 적대자를 향한 화와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고, 호소conquestio는 동정심을 자극한다. 실제로 맺음말은 매우 다양
한 형태를 취하지만, 해당 주장에 부합하면서 또한 간결해야 한다. 그리고 주요 발언, 특히 서론exordium의 개별적인 부분과 뚜렷한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_2. 편지의 틀 중에서

물론 가장 어려운 과제는 진술을 “신빙성” 있게 만드는 일이다. 퀸틸리아누스의 원칙에 따르면, “먼저, 순리에 어긋나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둘째로,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사실들에 관한 이유와 동기를 배열하고(부수적인 사실들에 대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설득하고자 하는 사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술에 등장하는 행위자들의 특성을 묘사할 때” 신빙성을 얻게 된다. 퀸틸리아누스가 추천하는 구체적인 수사학적 장치들은 “증거에 대한 일부 단서들을 여기저기 흩어 놓을 필요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가 사실 진술을 작성하고 있는 것이지, 증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 준다. 사실 진술에서 단순하고 간결한 주장들을 덧붙일 수는 있지만, 논증부probatio에서 전개될 주장을 예비하는 수준으로만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말들은 주장 자체로 인식되지 않을 때 가장 효과를 내므로 진술의 일부분으로 머물러야 마땅하다. 여기서도 바울의 진술은 이론의 주요 규칙들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주요“사실들”(1:15 이하: 2:1 “나타내심” 또는 “계시”; 2:11 “그가 스스로 정죄받을 일을 했다”[ὅτι κατεγνωσμένοςἦν])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동기와 이유를 밝히지만, 부차적인 사실들에 대해서까지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1:17, 18, 21). 또 인물 묘사가 사건의 성격에 맞추어진다(2:4 “거짓 형제들”; 2:6 “유력하다는 이들”[δοκοῦντες]; 2:11-14 게바, 바나바, “다른 유대인들”의 외식[ὑπόκρισις]). 증거가 되는 단서들과 사소한 주장들이 진술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모두 이 주제들과 관련되어 있다(예, 1:13 “너희가 들었거니와”[ἠκούσατε]; 1:23 “그들이 듣고”[ἀκούοντεςἦσαν] 1:20 맹세; 2:3, 4, 5, 6 등등). 진술 전체가 바울이 전한 복음이 사람의 뜻을 따라 된 것이 아니라는 도입부 진술(1:11 이후)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퀸틸리아누스의 설명에 비추어 바울의 편지를 이해할 때 특히 주목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퀸틸리아누스는 진술부의 사건 순서가 항상 실제 순서를 따라야 한다는 일반적인 규칙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진술부의 사건 순서를 더욱 논리적이게 보일 수 있도록 편의성에 맞추어 배열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가 제시하는 진술문의 예시들을 살펴보면 그 역시도 재판관에게 사건들이 발생한 순서를 암시하려 했음을 보여 준다. 결국 퀸틸리아누스는 예외적으로 사건 진술에서의 유동적인 순서 배열을 허용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일반적인 규칙으로서 사건의 연대기적 순서를 따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라며 일반적인 규칙의 유용성을 재확인한다. 이를 바울에게 적용해 보자. 바울은 1:13-2:14에서 사건의 자연적인 순서에 맞게 진술한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암시가 전혀 없다. 퀸틸리아누스의 또 다른 지적은 진술부의 결론과 관련
된다. 그는 여기서도 수사학자들 대다수가 따르는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 기존 관행은 진술부가 “판결해야 할 문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끝나야 한다”라는 것이다. 진술부가 끝나는 갈라디아서 2:14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바울은 게바가 스스로 어떤 딜레마에 빠졌다고 공식화하는데, 이때 이 딜레마129는 갈라디아인들이 결단해야 할 문제와 동일시된다. “어찌하여 억지로 이방인을 유대인답게 살게 하려느냐”(πῶςτὰἔθνη ἀναγκάζειςἰουδαΐζειν).
_3. 편지의 본문(1:6-6:10) 중에서

설교자라면 설교를 준비하면서 많은 질문을 품고서 주석을 펼쳐보았으나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해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을 몇 번씩 해 보았을 것이다. 주석은 그 형식적 특징을 고려할 때 다루어야 할 것이 많아 내용이 방대해지만, 의외로 매우 요긴한 질문들을 피해 가는 경향이 있다. 추측건대, 학자들은 자신의 견해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려는 목적으로는 굳이 주석 집필을 선호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 역시 기존 주석에 대한 불만족에서 시작되었다. 벳츠 박사는 본 논문의 서론에서 “주석이라는 장르 자체가 성경을 연구하기에 가장 생산적인 형식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석에서 개요를 확정하는 데 관련된 기준과 방법을 충분히 숙고한 흔적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힌다. 달리 표현하자면, 모든 주석에 주석가의 분석과 종합을 거친 개요가 있지만, 그 개요를 작성하는 데 관여한 핵심 질문들과 방법론이 분명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불평이 이 논문이 발표된 지 50년이 훌쩍 지나 버린 지금에는 시대착오적인 지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주석을 읽는 오늘날의 신학도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이 논문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기에 결코 만만한 자료가 아니다. 논문 하나가 우리말로 50쪽이 넘고, 각주가 222개이며, 곳곳에 그리스어와 라틴어 인용이 가득하다. 갈라디아서를 펼쳐서 하나하나 밑줄을 긋고 대조해 가면서 분석적으로 읽어야 한다. 하지만 갈라디아서를 꼼꼼히 읽어 보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자료임이 틀림없다.

작가정보

한스 디터 벳츠(Hans Dieter Betz)
1931년 독일 렘고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여러 교회를 섬기다가 1963년 미국으로 건너와 클레어몬트 신학교와 대학원의 신약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1978년부터는 시카고 대학교의 신학교 신약과 초기 기독교 문헌학과에서 가르치다가 2000년에 명예교수로 은퇴하였다. 그는 고전 수사학의 방법론을 신약 연구에 도입하여 신약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연 학자로 평가받는다. 『갈라디아서』(알맹e, 2023) 외에 The Sermon on the Mount(산상설교) 등 다수의 책을 집필하였고, 총 9권의 Religion in Geschichte und Gegenwart(제4판)의 편집장이기도 했다. 미국 성서학회(SBL)의 회장(1997), 국제 성서학회(SNTS)의 회장(1999)을 역임했으며,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2014-)이고, 미국 시카고 노회의 장로교 목사이다.

채정태
연세대학교(B.A.)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미국 베일러 대학교(M.T.S)를 졸업하고, 다년간 목회 사역과 출판 업무를 병행했다. 『성경의 초자연적 세계관』(좋은씨앗), 『천사를 말하다』(좋은씨앗), 로고스 소프트웨어의 『Lexham 리서치 주석: 디모데전후서』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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