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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인민

브루스 J. 딕슨 지음 | 박우 옮김
사계절

2024년 04월 19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4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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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54.10MB)
ISBN 97911698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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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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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관찰자들은 1989년 톈안먼 시위가 발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35년째 공산당의 몰락을, 그리고 중국의 민주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징조를 발견한 사람은 없다. 왜 그럴까? 민주주의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자유와 평등을 증진하는 데는 분명 더 낫지만, 경제 성장, 효과적인 통치 또는 정치적 안정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더 유리하지는 않다. 또한 전 세계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체제 전환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권위주의 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당과 인민의 관계는 현대 중국의 발전과 함께 진화했고, 시진핑 체제에서 또 한 번 진화하며 앞으로도 지금의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당과 인민, 둘 중 누구도 아직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부분의 중국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란 통치의 개선, 경제 성장, 삶의 질 향상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감사의 말 5
들어가며 10

1장 당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까? 25
중국 공산주의 개요 28 당의 주도적 지위 50

2장 지도자를 어떻게 선발할까? 63
농촌 선거 66 지방 지도자의 임명과 승진 70 중앙 지도자의 선발 79 정상에 오르다 86

3장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103
이론과 실천 속의 대중노선 108 위기 상황에서의 정책 결정 109 분절된 권위주의 115 지방 차원의 정책 실험 123 대중에 대한 호응 126 기층의 책임 149

4장 중국에도 시민사회가 있을까? 153
중국에도 시민사회가 있을까? 157 시민사회 관리의 지역적 패턴 172 NGO의 스펙트럼 175 시민사회에 대한 추가 제약 181

5장 시위가 정치적 안정을 위협할까? 191
톈안먼 이후 중국의 대중 시위 197 중국 공산당의 시위 관리 전략 208 인터넷의 영향 228 21세기 중국에서 정치 시위 의 중요성 234

6장 당은 왜 종교를 두려워할까? 241
중국의 종교 행정 246 마오쩌둥 이후 중국에서의 종교 부활 251 종교에 대한 당의 정책 진화 254 당대 중국에서 종교의 매력 263 비공식적 지방 정책과 관행 265 다양한 종교의 다른 경험 268

7장 민족주의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을까? 283
중국의 민족주의 정서 286 당은 중국 민족주의의 근원인가? 292 티베트와 신장에서의 애국주의 교육 298 중국 민족주의 대 홍콩 정체성 306 중국 공산당은 목적을 위해 민족주의 시위를 조율하는가? 314 대중 민족주의가 중국의 외교 정책을 주도하는가? 317

8장 그래서 중국이 민주화될까? 329
우리가 중국의 민주화를 기대하는 이유 332 우리는 왜 중국의 민주화를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가? 338 정권 교체가 민주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357 주의해야 할 점 362

옮긴이의 말 370

주 376
참고 문헌 417
찾아보기 440

모든 레닌주의 정치 제도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정치 제도에서도 당은 지배적인 행위자다. 중국 공산당은 정부와 입법부 모두를 감독하고 통합한다. 여기에 견제와 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와 입법부는 당의 영도를 반대하지 않고 또한 당의 정책이나 인사를 저지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들 사이에는 분업이 있다. 이 구조를 단순화하면, 중국 공산당이 인사 및 정책에 대한 주요 결정을 내리면 입법부는 이를 비준하고 성문화하며 정부는 이를 실행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당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까?」, 50쪽)

임명권자는 두 가지 주요 기준으로 인사를 결정한다. 그들은 정권의 정책 우선순위를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을 찾고, 또한 상급 지도자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배치하여 정권의 안정을 도모한다.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인재를 임명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좋지만, 가장 유능한 사람이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은 아니며 충성스러운 사람이 유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 목표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이 모순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중국 공산당이 계속 직면한 문제다. (「지도자를 어떻게 선발할까?」, 71쪽)

정책 결정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중국 공산당은 하나의 통일된 조직이 아니다. … 분절된 정치적 권위주의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정책 선호도가 하향식 의사 결정 모델에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과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한 당은 정책 우선순위의 큰 틀을 설정한 후 법, 규정 및 시행의 구체적인 사항은 중앙 정부 부처, 지방 정부, 지방 및 중앙 차원의 인민대표대회 등 다른 국가 행위자에게 맡긴다. …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 공산당은 분절된 중국 정치 제도의 특성을 통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더 많은 권력이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에 집중되고 있고, 가장 중요한 권력은 시진핑의 수중에 있다.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150~51쪽)

중국 공산당은 권력에 대한 임박하거나 잠재한 위협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색깔혁명을 경계한다. 또한 시민사회 단체가 중국의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외국 세력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두 가지 두려움-즉 정치적 불안정과 내정 간섭-은 당의 선전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제다. 혼란을 두려워하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인 대다수는 당이 조성한 공포에 감염된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다양한 집단이-이것이 활기찬 시민사회의 특징이다-정치적 안정을 위협한다는 당의 주장에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중국에도 시민사회가 있을까?」, 187~188쪽)

피드백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은 쇠퇴한다. 특히 생존을 위해 경쟁자보다 뛰어날 필요가 없는 독점적 지위에 있을 때, 기업, 정당, 심지어 너무 늦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문제의 징후를 무시하는-혹은 인지하지 못하는-국가 등 모든 종류의 조직은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내 정치 조직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다.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 정부는 모든 종류의 피드백을 배척하는데 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처사다. (「5장 시위가 정치적 안정을 위협할까?」, 240쪽)

중국 공산당은 종교를 경계한다. 특히 신자들이 자신의 믿음에 따라 자유롭게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열망을 당의 지위와 권력에 대한 잠재적 도전으로 간주한다. 종교는 공식적으로 무신론을 표방한 정치 제도에 대안적 신념 체계를 제공한다. 기독교는 중국 현대사에서 늘 불안정을 초래했고, 최근 수십 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민주화를 촉발했다. 중국 공산당은 비슷한 운명을 피하기 위해 종교를 관리한다. 그 결과 종교의 확산을 막지는 못했지만, 종교가 정치적 위협이 되는 것은 막았다. (「당은 왜 종교를 두려워할까?」, 281~282쪽)

중국 공산당은 민족주의를 부추기려 하지만, 중국 민족주의는 당의 통제와 무관하게 대중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에 대한 사랑과 당에 대한 지지를 하나로 연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중국의 민족주의자가 반드시 당의 지지자인 것은 아니다. 대중 민족주의는 중국 공산당의 잠재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당의 선전을 무색하게 하고, 당이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심지어 외교 정책에 대중 민족주의 여론을 수용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 (「민족주의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을까?」, 316~317쪽)

스탠퍼드대학의 헨리 로완은 중국은 2015년에 “부분적 자유”(프리덤하우스의 표현), 2025년에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첫 번째 예측은 틀렸고-프리덤하우스는 중국을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분류한다-두 번째 예측도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로널드 잉글하트와 크리스티안 웰젤도 중국이 사회경제적 자유화와 지방 차원의 민주주의 실험을 거쳐 2025년경에는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직선적이지 않은 추세에 기반한 직선적 예측이다. 실제로 이들의 예측이 발표된 시점부터 자유화는 거의 정체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 민주화를 지지하는 사회적 태도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이 민주화될까?」, 333쪽)

중국의 미래에 관한 통설에 도전하는 여덟 가지 질문

➀ 당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까? / ➁ 지도자를 어떻게 선발할까? / ③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➃ 중국에도 시민사회가 있을까? / ➄ 시위가 정치적 안정을 위협할까? / ⑥ 당은 왜 종교를 두려워할까? / ⑦ 민족주의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을까? / ⑧ 그래서 중국이 민주화될까?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21년 7월 중국 내 여섯 개 코뮤니스트 그룹의 대표 13명이 상하이에 모여 중국공산당Chinese Communist Party(약자로 CCP)을 창당했다. 그리고 이들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산당 일당 통치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의 현대사에서 권위주의 정권은 평균 10여 년, 일당 독재는 평균 20여 년 지속된 점과 비교했을 때 중국공산당은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소련의 볼셰비키는 1917년 10월 혁명에 성공한 뒤 1991년 해체될 때까지 74년간 공산당 집권 체제를 유지하였다. 중국공산당은 이미 75년째로 최장수 공산주의 체제 기록을 갱신하였으며,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브루스 딕슨 교수는 현대 중국 정치를 가장 중립적인 틀로 바라보는 정치학자이다. 그는 서구 및 영미문화권 세계의 많은 정치인과 연구자들이 중국의 미래에 ‘서구식 자유주의 근대화’ 이론을 적용하는 데 반대한다. 1989년의 톈안먼 시위와 1990년대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외부의 관찰자들은 “이제 중국도 한국 또는 타이완처럼 경제 성장과 민주화”의 흐름에 올라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딕슨은 현대 중국 정치의 역사적 추세에 비추어, 중국은 경제적 성장이 초래하는 정치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다.
1989년으로부터 지금까지 35년이 흘렀다. 지금 이 순간 중화인민공화국과 중국공산당은 역사의 뒤안길로 걸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세계의 중심에서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가? 혹자는 현재 중국은 늪에 빠졌다고 말한다. 결코 승리할 수 없는 미국과의 경쟁에 국가의 역량과 자산을 갈아 넣고 있으며, 그 끝에는 오직 국가 부도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오염된 통설을 재생산하고 전파하는 뉴스와 전문가들의 반대편에서 지은이는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보려 한다. 지은이가 주목한 현대 중국의 핵심 요소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집권 정당이자 정치 체제의 모든 것으로서의 ‘당Party(중국공산당)과 둘째, 국가의 근원이자 당의 통치 대상인 ’인민People’을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공산당 일당 독재”라는 표현이 다수의 한국인에게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달리 중국에서 당과 인민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측면에서 상호작용하며 진화하였음을 설명한다. 마지막 셋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시진핑 시대의 변화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2012년 시진핑 집권 이전까지 만들어진 ‘중국의 특징’이 현재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어떤 변화는 당과 인민이 함께 상상하는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다른 변화는 오직 시진핑에게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통설은 중국의 마지막 날에 관한
기대 혹은 신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중국에 관한 국제뉴스는 “신장과 티베트 탄압”, “특정 지역(이를테면 홍콩)이나 직업군(많은 경우에 파견 노동자)의 집단 시위”, “중난하이에서 테러 시도”처럼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약방의 감초다. CCTV 뉴스에 시진핑이 이틀만 얼굴을 비추지 않으면 관절염 수술에서 심장마비를 거쳐 암살과 쿠데타 소문이 전 세계 방송사로 퍼져나간다. 그게 아니라면 “타이완 침공 훈련 실시, 미국과 갈등”, “중국 소셜커머스의 위험”, “최악의 대기 오염” 등 중국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정치든 경제든, 혹은 외교든 환경이든, 언제나 뉴스 속의 중국은 세계의 악惡이고 독毒이다. “모든 중국인이 화장지를 사용하는 순간 지구상의 나무는 멸종될 것”이라던 말은 차라리 농담에 가까웠다. 2019년 말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중국을 ‘전 세계의 적’으로 악마화하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이로써 사람들의 뇌리에서 중국의 미래는 하나로 귀결되었다. “중국 경제는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은 소련공산당의 전철을 밝고, 중국은 민주화될 것이다. 그로써 중국 인민은 마침내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쯤 그날이 찾아올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은이는 당분간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고 확언한다.

이 책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 공산당은 생존을 의심케 하는 다양한 약점을 안고 있다. 시진핑의 전제 군주 같은 스타일, 당의 억압적 통치 증가와 호응력의 저하, 효과적인 책임 제도의 부재, 경제 개혁에 대한 정책적 교착 상태, 현대화 및 도시화에 대한 대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레닌주의 정당으로서 70년 이상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있다. 정부, 입법부, 언론에 대한 통제, 모든 수준의 당과 정부 지도자 임명, 감시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사회의 전 영역을 감시하는 당 지부,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 조직에 대한 독점적 지위 등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당분간은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확인한 당과 인민 사이의 진화하는 관계가 앞으로도 중국 정치의 성격을 계속 규정할 것이다. _369쪽

생각보다 능력 있는 중국공산당과
민주주의를 믿는 중국 인민들
브루스 딕슨은 중국에 대한 통설을 여덟 가지 질문으로 되짚으며 중국공산당의 시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의 길고도 철저한 분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은 효율적인 권력 유지 장치를 고안했다. 독재를 지향하는 보통의 권위주의 정부는 내부에 폭탄을 품고 있다. 목숨도 능력도 유한한 한 인물에게 기댄 이상, 그 체제에는 쿠데타로 인한 전복 또는 지도자 사망에 의한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반세기에 걸쳐 당의 공멸을 피할 방법을 찾아냈다. 이른바 ‘지도자의 세대교체 방식’이다. 이들은 5년마다 지도부를 교체하고 10년마다 지도자(총서기)를 교체함으로써 당의 안전을 확보했다.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으로, 그리고 장쩌민과 후진타오로 이어진 총서기의 계보는 이들이 만들어낸 권력 장치의 성능을 입증하였다.
둘째, 이들은 성과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증명했다. 중국공산당은 무려 9000만 명의 당원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정당이다. 하지만 당원증은 중국 인구의 약 6퍼센트에게만 허락되었다. 정치뿐 아니라 행정과 사법, 산업과 경제 모든 분야에서 당은 능력을 입증하려 했고, 이를 실제로 달성한 중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바로 중국공산당이다. 특히 경제가 중요했다. 지방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것도 당의 경제 정책이었고, 개혁개방 시기에 연 15퍼센트 이상의 초고속 경제 성장을 달성한 것도 당의 경제 정책이었다. 그 결과 1990년까지도 66.2퍼센트에 달하던 중국의 빈곤율이 2020년 무렵에는 0.5퍼센트로 감소했다. 인민은 당의 통치를 따르는 대가로 소득 증가와 주택 보급, 교육과 의료의 확대를 보상받았다. 그리고 바로 이 성장의 과실을 계속 인민에게 흘려보내기 위해 당은 시민사회와 종교 등의 문제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통제하고, 소수민족과 홍콩을 억압하며, 나아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까닭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가 가장 중요하며, 그 중요성은 당과 인민 모두에게 중첩되어 있다.
마지막이자 당과 인민의 관계의 결론을 구성하는 요인은 ‘민주’의 개념이다. 중국 정치와 경제에 대한 서구의 학설 대부분은 ‘자유주의적 경제화와 그에 따른 민주화’에 근거하여 중국의 미래를 예상한다. 유럽의 시민혁명, 남아메리카의 독립, 한국과 타이완의 민주화 등과 세부 과정은 다르지만 경제 자유화의 끝이 정치 자유화로 연결되는 결론은 동일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중국 내부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 “대부분의 중국인은 마오쩌둥 시대 이후 민주화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선거, 법치 및 기타 제도적 방식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통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우리는 당이 인민에게 경제적 성장의 과실을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중국은 이미 ‘민주국가’이다. 지은이는 따라서 오늘날 중국의 시위는 민주주의나 정치적 변화와는 거의 전적으로 관련이 없으며, 당이 이 문제들을 적절히 해결한다면 앞으로 더 큰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없는 미래에서 살기 VS 중국과 함께 미래를 살기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이전 시기 중국이 설계하고 실행해온 노선에서 이탈하면서 붕괴에 대한 ‘기대 혹은 신념’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시진핑이 바꿔놓은 중국식 경제 모델은 위안화 차관을 타고 중동과 남아메리카로 확산되었고, 시진핑의 중국이 고안한 감시국가 모델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지나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세계의 은행, 유통회사, SNS 플랫폼으로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알리’는 ‘아마존’을 집어삼켰고, ‘틱톡’은 ‘유튜브’를 대체했다. 그렇게 21세기 현실의 중국은 누군가의 우려도, 또 다른 누군가의 기대도 모두 넘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중이다. 통설에 갇혀 ‘중국 없는 미래’만 기다리기보다 중국을 다양한 가치와 사고가 갈등하고 화합하며 공존하는 문명사회, 곧 오늘날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현대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중국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구상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이 정적을 탄압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은 인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다른 수단-경제 성장, 민족주의, 심지어 여론 수렴-도 동원한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중국의 정치 제도와 중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_24쪽

작가정보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과 국제문제 교수이자 정치학과 학과장이다. 『독재자의 딜레마The Dictator’s Dilemma』(Oxford University Press, 2016)와 『국가의 동맹Allies of the State』(공저, Harvard University Press, 2010) 등을 통하여 현대 중국의 정치 체제를 분석했다.
이 책 『당과 인민The Party and the People』에서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부터 지금까지의 정치 개혁 흐름을 마오쩌둥부터 시진핑까지 다섯 시기로 나누고, 그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강조한다. 당연히 중국 정치의 중핵은 권력 독점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공산당 일당 체제다. 그러나 딕슨은 정책 우선순위, 의사결정 과정, 국가와 사회의 관계는 마오쩌둥 이후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계속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억압과 호응”, 이 둘의 역설적 결합이 당과 인민의 관계를 정의하고 집권당으로서 중국 공산당의 존속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번역 박우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한성대학교 기초교양학부에 재직 중이다. 인구 이동, 국가-사회 관계(시민권),중국 지역 연구 등의 분야에 관심이 있다.
서울의 가리봉동 및 대림동 지역의 중국 동포 집거지를 연구한 『한국의 조선족 기업가들: 고국에서 시민권 찾기Chaoxianzu Entrepreneurs in Korea: Searching for Citizenship in the Ethnic Homeland』(Routledge, 2020)와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람들의 미시적 삶을 추적한 『민간중국: 21세기 중국인의 조각보』(공저, 책과함께, 2020) 등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중국에 대한 사회학/인류학적 연구의 현대 고전으로 평가받는 샹뱌오의 『경계를 넘는 공동체: 베이징 저장촌 생활사』(글항아리, 2024)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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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당과 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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