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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자유, 복종 그리고 카니발리즘

몽테뉴와 라 보에시
서종석 지음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콘텐츠원

2017년 12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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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5901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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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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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자유 복종 그리고 카니발리즘』은 몽테뉴의 『에세』의 일부 장과 라 보에시의 『자발적 복종론』을 읽으면서, ‘우정’의 개념과 더불어 몇 가지 인본주의적인 주제들을 살펴본다.
제 1 장 들어가는 말 7

제 2 장 자화상, 혹은 자기성찰 21

제 3 장 완전한 우정 45

제 4 장 자발적 복종 113

제 5 장 카니발리즘: 타자의 초상 혹은 자화상 139

제 6 장 나오는 말 173

이 글은 몽테뉴(Michel de Montaigne)의 『에세 Essais』1)의 일부 장(章)과 라 보에시(Etienne de La Bo?tie)2)의 『자발적 복종론 Discours de la servitude volontaire』3)을 읽으면서, ‘우정’의 개념과 더불어 몇 가지 인본주의적인 주제들을 살펴본다.
몽테뉴와 라 보에시의 우정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의 삶에 들어와 있는 타자의 존재와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고 나아가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이끄는 것이라 믿는다. 이들의 우정은 이미 수백 년 전인 16세기에 살던 두 사람 사이의 일이지만, 그것이 다양한 우정의 모델사이에서 보다 독특하고 도드라지는 특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의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두 인물은 서구의 문학이나 사상의 논의 속에서 언제나 서로 조응하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논의 속에서 이들의 우정은 늘 자연스럽게 같이 언급된다. 이들이 함께 나누었던 우정이 어떠한 성격이었는지는 무엇보다 몽테뉴의 『에세』 1권 28장 「우정에 대하여 De l'amiti?」에 그 흔적이 남겨져 있다. 따라서 우리의 논의도 상당부분 이 장에 의지하여 진행될 것이다.

들어가는 말

“누가 내게 왜 그를 사랑하느냐고 물어 본다면, ‘그가 그였고, 내가 나였기 때문이다.’라고 답하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에세』 1권 28장, p.186)
《 Si on me presse de dire pourquoy je l'aymois, je sens que cela ne se peut exprimer, qu'en respondant: Par ce que c'estoit luy; par ce que c'estoit moy. 》 (I.28.186)

이 글은 몽테뉴(Michel de Montaigne)의 『에세 Essais』의 일부 장(章)과 라 보에시(Etienne de La Boetie)의 『자발적 복종론 Discours de la servitude volontaire』을 읽으면서, ‘우정’의 개념과 더불어 몇가지 인본주의적인 주제들을 살펴본다. 고대 이래로 우정 개념은 사랑과 개념적 틀이 중복되거나 맞물리면서 다양한 모델로 발전되어 왔다. 우정은 인간의 “모든 시간과 모든 문화의 가치”(Maisonneuve 2004: 3)로서,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다. 한 시대의 우정은 그 사회와 문화의 현실을 반영하는 실체 같은 것이어서, 다양한 시대적 가치를 품을 수 있다. 따라서 아래에서 잠시 언급하겠지만,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는 우정관을 과거의 사람들의 그것과 비견해볼 때, ‘개념적 은유(conceptual metaphor)’의 구성인자가 서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물론 우리는 타자와 관계를 만들고 가꾸어 나가면서 여전히 이상적인 우정의 모델을 상정하고 그것을 통해 상대를 바라보기도 한다. 우정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정은 “생존의 문제”이자 “선택의 여지가 없는”(Rendell, 1995: 19) 사안이다. 혼자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타자의 존재와 도움, 그리고 소통을 필요로 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 내는 다양한 관계의 유형 중에서 우정은 사랑과 더불어 아마도 가장 중요하고 유의미한 인간관계일 것이다.
몽테뉴와 라 보에시의 우정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의 삶에 들어와 있는 타자의 존재와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고 나아가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이끄는 것이라 믿는다. 이들의 우정은 이미 수백 년 전인 16세기에 살던 두 사람 사이의 일이지만, 그것이 다양한 우정의 모델 사이에서 보다 독특하고 도드라지는 특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의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두 인물은 서구의 문학이나 사상의 논의 속에서 언제나 서로 조응하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논의 속에서 이들의 우정은 늘 자연스럽게 같이 언급된다. 이들이 함께 나누었던 우정이 어떠한 성격이었는지는 무엇보다 몽테뉴의 『에세』 1권 28장 「우정에 대하여 De l'amitie」에 그 흔적이 남겨져 있다. 따라서 우리의 논의도 상당부분 이 장에 의지하여 진행될 것이다.
아마도 라 보에시라는 인물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진 몽테뉴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몽테뉴의 삶 속에서 라 보에시의 영향이 매우 깊고 광범위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에세』의 경우에도 - 특히 1권 - 후세의 많은 학자들이 이를 라 보에시에 대한 몽테뉴의 애도와 기억의 산물로 바라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에세』 1권 40장 「키케로에 대한 고찰 Consideration sur Ciceron, 252」에서 몽테뉴는 편지를 쓸 누군가가 있었다면 『에세』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속마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물론 이는 명백히 그의 친구 라 보에시를 염두에 두고 한 말로 추정 되는데, 그만큼 라 보에시의 존재는 몽테뉴에게 있어서 매우 특별한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우정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관계 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이 두 사람이 만난 기간은 이들의 우정이 보여주는 강도에 비해 매우 짧다. 1558년 25살이었던 몽테뉴는 당시 보르도 의회에서 일하던 28살의 라 보에시를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라 보에시는 몽테뉴보다 연장자였다. 두 사람의 교류는 매우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라 보에시가 1563년 페스트로 추정되는 병을 얻어 3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기 때문 이다. 『에세』의 탄생은 물론 그의 사후 일이다. 그런데 이 몇 년이라는 기간 동안 몽테뉴가 경험한 우정, 몽테뉴가 『에세』의 한 장을 통해 규정한 우정은 그 우정을 경험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하는 단일하고 유일한 것으로 소개된다. 몽테뉴에게 우정 이란 매우 배타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우정이라고 하는 것이 담고 있는 사회적인 성격의 조건은 이 고결한 우정 앞에 서는 단숨에 무시된다. 이들의 우정을 통해 우리가 듣는 것은 대부분의 인간은 이러한 유형의 우정을 맛볼 수는 없으며, 우정은 그 자체로 ‘배제’와 ‘예외’의 다른 이름이라는 주장이다. 범용한 우정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그의 논증은 어쩌면 지나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자신이 경험한 우정을 얘기하는 방식에서 두 사람의 우정의 특유성을 관찰할 수 있다. 그만큼 몽테뉴가 말하는 완전하고 진정한 우정은 다른 우정의 모델들과 공유하는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차별화되고 구분된다.

몽테뉴의 우정의 본질을 드러내주는 변별적인 인자는 바로 그것을 묘사하는 감성적인 언어의 선택과 수사적인 기법에 있다. 몽테뉴의 우정은 에이마르(Aymard, 1986: 463)에 따르면 그 원형(archetype) 이 ‘사랑(amour)’과 닮아있다. 아마도 이 우정의 장을 처음으로 대면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 애정의 깊이와 해독의 어려움에 난처할지도 모른다. 경험을 표상하는 이 감성의 어휘들은 일반적인 우정의 개념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매우 낯설고 색다른 이해력을 요구하기 때문 이다. 만(Manhes, 2009: 205)은 우정이란 것이 고결한 관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이라기보다는 보다 상징적인 현실의 범주로 에로스의 모순들을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마도 우리는 만의 지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랑의 ‘흔적’같은 것을 몽테뉴에게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몽테뉴의 우정은 소위 ‘낭만적 우정 (romantic friendship)’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상대에 대한 애정의 표현에서 매우 특이한 자질을 노출시킨다. 우정이 ‘감정’들 중의 하나인지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하겠지만, 이들의 우정이 개념 적인 차원에서 사랑과 공통의 영역을 나눠 갖는다는 점은 분명한 듯이 보인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사랑과 우정 모두 같이 함의 하는 인자이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일을 이성 간의 ‘사랑’을 담는 개념적 틀로 바라볼 때, 우리 앞에는 하나의 해답만이 놓여있다. 동성애다. 따라서 남자들 간의 ‘애정’이 우정이나 사랑으로 분류된다고 할 때, 몽테뉴와 라 보에시의 우정은 그것을 묘사하는 색다른 감정의 어휘들로 인해 종종 동성애의 한 모습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몽테뉴의 우정과 사랑이 개념적으로 서로 어떻게 연계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것인지 숙고해 볼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두 사람의 삶을 관통한 “완전한 우정 parfaicte amitie”(I.28.186, 191)이 어떻게 텍스트라는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지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달리 말하자 면, 몽테뉴의 언어로 묘사된 감정의 영역을 은유라는 수단으로 관찰 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몽테뉴는 자신과 라 보에시의 우정을 ‘운명’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두 선택받은 개체들 간의 거부할 수 없는 만남이자 영적인 소통이 전제되는 것이다. 몽테뉴가이 신비스런 운명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며 그려나가는 방식은 언어의 한계로 인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신비스런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언어라는 한계의 수단으로 접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몽테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은유라는 기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 은유가 어떤 성격의 것이며 어떤 어휘들을 통해 담겨져 표상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은유를 살펴보는 일은 곧 몽테뉴의 라 보에시에 대한 감성의 코드를 파악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아마도 『에세』의 한 장을 온전히 이 우정에 할애하면서 독자에게 가공하여 제시한 그의 ‘텍스트적’ 우정과 실제의 우정을 견주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 글은 또한 몽테뉴의 우정과 라 보에시의 글에 나타난 우정을 함께 비교하며 살펴보는 작업이다. 이것은 먼저 세상을 떠난 라 보에시가 남긴 유작 『자발적 복종론』이 어떤 면에서 몽테뉴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두 사람이 생전에 나눈 정신적인 교감이 어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이 남긴 텍스트들 속에서 관찰되는 일련의 연관성은 흥미로운 모습으로 드러난다. 『자발적 복종 론』은 라 보에시가 열여덟의 나이에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나이에 작성된 소논문이지만 그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운 주장들로 가득 차 있다. 『자발적 복종론』은 아마도 서구 정치사 연구에서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루소(Jean-Jacques Rousseau)나 푸코 (Michel Foucault) 등 많은 후세 학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발적 복종론』이 담고 있는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그것은 일인 독재를 추구하는 군주 혹은 폭군의 압제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본래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 의지로 살아가자는 정치적 이상을 담고 있다. 인간의 끝도 모를 욕망과 암울한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그것은 실현할 수 없는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루소의 사상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의 사상의 원류의 일부를 이 작은 소논문에서 발견하는 놀라움을 맛볼 것이다. 몽테뉴 역시 이 책의 존재를 통해 라 보에 시라는 인물을 알고 있었으며, 아래에서 보겠지만, 두 사람의 만남에 운명적인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중세의 정치제도와 사회적 상황 속에서 반독재, 반군주제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서적이 온전하고 중립적인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서구의 16세기는 피비린내 나는 종교적 대립이 난무했고 그 기간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 와중에 이 논문은 프로테스탄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민감한 텍스트가 되어버렸다. 1574년 칼뱅파의 주도로 자발적 복종론의 일부가 저자의 이름도 없이 해적판으로 출판되었다가, 1576년에는 라 보에시의 이름과 더불어 ‘반독재론 Contr’un [Against One Man]’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어 시중에 배포되기도 하였 다. 우리는 위그노(huguenot)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고인이 된 친구의 논문을 유인물처럼 이용하는 행태가 몽테뉴에게는 매우 고민스런 일이었음을 『에세』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사실 몽테뉴는 본래 라보에시의 『자발적 복종론』을 『에세』에 담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제 1권 28장 「우 정에 대하여」 서두에 보면 몽테뉴의 이러한 계획이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달리 독자들은 라 보에시의 유작을 몽테뉴의 텍스트 속에서 발견할 수 없게 된다. 텍스트의 내용이 정치적으로 민감했기에 몽테뉴는 자신의 계획을 끝내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라 보에시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은 많이 없다. 피에르 클라 스트르(Pierre Clastres)가 시인 랭보(Jean-Nicolas-Arthur Rimbaud) 의 삶과 천재성에 비견하여 “사고의 랭보 Rimbaud de pensee”(2002: 247)라는 찬사를 받쳤지만, 제대로 된 전기(biographie)하나 없는 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모호한 형체(une ombre)” (Delacomptee, 1995: 9) 에 불과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라 보에시와 그의 저작물에 대한 학술 적인 연구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국내 연구의 경우 라 보에시의 『자발적 복종론』을 우리말로 옮긴 두 권의 번역서를 제외하고는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책의 내용도 소수 독자들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크게 주목받거나 친숙한 것도 아니다. 국외의 경우도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오고 있지만, 이는 아무래도 ‘몽테뉴의 친구 라 보에시’라는 관심의 범위 안에서, 몽테뉴의 연구를 위한 한 방편으로 이루어진 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최근 라 보에시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집중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참고문헌에 제시해 놓았지만 프랑스 ‘클라식 가르니에(Classiques Garnier)’ 출판사를 통해 《Cahiers La Boetie》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최근에만 3권의 서적들이 출판되었다. 주제도 다양하여, 『자발적 복종론』에 나타난 우정이나 습관의 개념, 그리고 정치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비단 『자발적 복종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저작물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다. 따라서 라 보에시에 대한 지적 갈증을 느꼈던 연구자나 독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그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라 보에시의 작품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이를 통해 아마도 몽테뉴의 사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정이라는 특정한 개념을 놓고 두 사람의 텍스트들을 통해 나타난 닮은 생각들을 찾아내는 일은 그렇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더욱이 이 개념은 또 다른 인접 개념들과 연계되어 복잡한 구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라 보에시의 텍스트에 드러난 우정의 개념이 그렇다. 간략하게 비교해 보자면, 두 텍스트에 나타난 우정의 개념은 각기 개인적 우정과 사회적 우정의 차원에 놓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의 우정을 개인의 삶을 통해 관찰되는, 경험적이고 구체적이며 사적인 영역의 것이라 규정한다면 『자발적 복종론』에서 언급된 우정은 개인의 사회적인 삶을 관통하는 추상적이고 이상적이며 공적인 영역의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니엘 르페브르(Lefevre, 2007)는 몽테뉴의 우정을 구체적인 현실의 성격을 지니며, 라 보에시가 제시하는 우정은 관념적인 차원에 머무른다고 본다. 두 유형의 우정은 그러므로 서로 다른 차원에 위치하여 상이한 대상을 지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해석은 비록 두 텍스트가 우정이라는 용어를 공히 사용하고 있지만, 두 텍스트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잘못된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몽테뉴와 라 보에시라는 두 개인이 보여주는 우정의 개체성은 라 보에시의 『자발적 복종론』에 나타난 우정의 사회성과 유리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발적 복종 론』 속의 우정은 폭군, 혹은 독재 군주에 대항하는 사회적 힘이자 파편화된 개체들을 결속시키는 원초적 수단으로 묘사된다. 정치심리학 차원에서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이 우정은 결코 개체들 간의 구체적 실천으로서 우정과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데리다(Jacques Derrida)는 몽테뉴와 라 보에시의 우정을 “‘형제 같은 comme des freres’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은 또한 어떤 사랑 같은 열정이다.”(1994: 211)라고 규정하였 는데 이는 우리의 논의 속에서 보면, 이 두 사람의 우정 속에서 개인적인 차원의 것과 사회적인 차원의 것을 연계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몽테뉴의 우정은 배타적이고 극히 내밀한 특성을 보여 주는 애정의 한 발로이지만 그것의 본질은 자유의지에 기초한 형제애라는 보편적 가치와 평등의 개념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몽테뉴는 「우정에 대하여」 장에서 라 보에시를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형제”라는 호칭을 부여하는데, 이는 이러한 보편적 가치로서의 형제애와 연결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때 형제는 “완전하고 온전한 소통 une parfaite et entiere communication”(II.8.396)을 이룰 수 있는 존재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러한 해석은 나중에 함께 살펴볼 ‘식인종(cannibales) 형제들’과도 연결되면서 보다 광범위한 인본주의로 나아가는 몽테뉴의 사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사실 몽테뉴와 라 보에시의 우정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우리의 편협한 정신적, 물리적, 인종적 공간을 넘어서는 일이다. 또한 우리의 너머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 우리의 곁에 늘 가까이 있었다는 자각을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텍스트를 통해 만나게 되는 우정의 본질은 사실상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현실 속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몽테뉴의 『에 세』 1권 28장은 식인종과 카니발리즘(cannibalisme)을 다루는 같은 권 31장 「식인종에 대하여 Des Cannibales」와 연계되며, 라 보에시의 『자발적 복종론』을 가로지르는 핵심적인 발상들과 연속적인 의미를 지님과 동시에 상호 침투하고 있다. 『에세』 31장의 카니발리즘을 읽으며 해독할 수 있는 의미는 서구라는 제한된 사회 공동체와 문화, 그리고 정치제도를 벗어나 인종과 피부색을 달리하는 생경한 타자들과의 만남이라는 보편적 형제애와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는 또한 몽테뉴와 라 보에시의 사고의 정수로 여겨지는 두 개념, 즉 ‘자발적 복종 servitude volontaire’과 ‘의지적 자유 liberte volontaire’에 방점을 두고 천착하려 한다. 이 두 개념은 진정한 친구란 서로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두 친구처럼, 서로 다른 성격의 텍스트들을 구성하는 개념 임에도 근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정신적인 연대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특히 ‘자유’와 ‘복종’이라는 외형상 대립되는 두 개념이 또 다른 차원에서는 서로 연계되어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게 될 것이다. 두 개념은 사실 배제와 저항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이 지닌 고결하고 숭고한 가치들을 상기시키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타자를 배제한 예외적인 감정의 발로인 이들의 우정이 어떻게 보다 큰 사회적 실체에 적용되고, 나아가 인간 일반에까지 확대되어 작동될 수 있는 것인지, 그 궁금함에 대한 숙고이다. 이는 “나는 나에 대하여, 나 자신에 대해서만 확실히 말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몽테뉴이지만, “외부의 도움 없이 다만 자기의 무기로만 무장하고, 신의 은총과 지식을 받지 않은, 인간만을” 9) 외치는 몽테뉴를 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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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글) 서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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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 자유, 복종 그리고 카니발리즘
    몽테뉴와 라 보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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