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Machiavelli(마키아벨리) 평전

박진영 지음

지식중심 2023년 12월 22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국가란 무엇인가?
막스 베버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독점하는 독립체’라고 규정한다. 공산주의의 창시자 칼 맑스와 혼돈하지 마시라. 막스 베버는 우파이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으로 경제적 자본주의에 근거한 자유주의의 태두로 인정받는 사회학자이다. 베버의 국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특정 영토 내에서 정당한 강제력의 독점을 관철시킨 인간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베버의 반대편에 있는 칼 맑스에게 국가는 ‘부르조와의 집행위원회’이다. 즉 계급 지배의 도구이다. 그래서 맑스는 계급이 소멸된 공산주의가 이루어지면 국가도 소멸한다고 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국가는 개인에 대해서 합법적 폭력, 강제성을 가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면 마키아벨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다수의 학자는 마키아벨리는 국가를 신성시하고 유기체처럼 진화·발전한다고 믿는 ‘국가 이성론자’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국가를 구성한 개별 유기체(시민)도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본다. 홉스의『리바이어던』처럼 국가 구성원까지도 눈여겨본 것이다. 그래서 마키아벨리에게 “국가는 곧 국민이다.” 이것은 마키아벨리의 정언명령이다. 그는 평생을 국가를 위해서, 시민을 위한 공화정을 위해서 살았다.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의 지배적인 정치체제는 참주정(僭主政)이거나 군주정(君主政)이었다. 참주는 왕이 아니지만, 왕을 참칭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보통 영어로 독재자라고 Dictator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역사적인 맥락은 다르다. 로마 공화정에서 유래한 Dictator는 비상시국에 잠시 대권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로마 원로원의 대표가 아닌, 민중의 대표라는 의미도 있다. 현재처럼 극악한 의미는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악명으로서 독재자의 어원은 앞에서 언급한 참주이다.
그리스어로 튀라노스(τυραννος)이며 영어로 Tyrant이다. 최악의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나 마블 시리즈의 타노스(Thanos)가 모두 여기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지금의 대통령이 참주라는 생각이 든다. 왕이 아니면서 왕 놀이를 하고 있지 않은가? 법조인 출신이지만 헌법의 정신을 팽개치고 지배자로 행세하고 있다. 짐이 곧 국가라는 식으로 국민을 종처럼 대하고 있다.
총리나 장관, 주요한 공직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복 군주가 나눠주는 전리품처럼 생각한다. 연고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국민을 위한 봉사의 자리가 함부로 돌아가고 있다. ‘민주정’이라는 정체(政體)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을 모른다.
마키아벨리의 대표 저작인 ‘군주론’을 현대에 적용하면 누가 군주일까? 대통령일까? 아니면 그람시의 말처럼 정당일까? 그렇지 않다. 현대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에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군주는 국민이다. 국가란 국민이며, 국가의 주인도 국민이다. 따라서 국가의 군주도 국민이다.
마키아벨리의 정언명령에 따라서 이 책은 대한민국의 군주인 국민에게 바친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진영

1469년 피렌체에서 마키아벨리가 태어났고, 500년 후에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마키아벨리처럼 참주(僭主. 그리스어τυραννος(튀라노스), 영어 tyrant)의 시대를 살았다.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영원할 것 같은 시대였고, 대한민국에서는 박정희가 천년 왕국을 꿈꾸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대한민국의 격변기를 모두 겪었다. 대학 시절에는 학생회 일을 열심히 했고, 졸업 후에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에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여 정치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세부 전공은 정치사상이다. 소련 사회주의 멸망 이후 지식인들이 겪었던 사상적 방랑처럼, 아나키즘이나 68운동, 생태론, 여성주의, 유목주의 등 포스트모던한 사조에 휩쓸려 다니기도 했다. 결국, 자유주의가 가장 넓고 깊은 바다임을 깨닫게 되었다.
정치권에 몸담게 된 것은 순전히 노무현 대통령 덕분이다.
199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의 해직 교수였던 고(故) 이수인 선생님과 대구·경북 재야 민주화 운동의 대부인 이강철 시민사회 수석의 손에 이끌려 청년 노무현을 뵈었다, 2004년부터 정당, 국회, 정부에서 일하게 되었고, 정치제도·지방자치·균형발전 등 굵직한 분야의 정책 담당자로 일했다. 최근에는 이론과 현장 경험을 동시에 갖춘 정치평론가로 MBN, SBS, YTN, 연합뉴스 등에 출연했다.
농담으로 민주진영 3대 전략가라고 하지만, 진심은 원톱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박진영의 마키아벨리’와 ‘민주진영 박진영’이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냉철한 현실주의적 전략·전술을 설파한다. 단행본으로 『링컨처럼 2분스피치로 승부하라』, 선진국의 혁신도시와 산업 클러스터를 연구한 『혁신의 법칙』이 있다. 공저로 『우리시대의 정치사회 사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