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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 피는 마을

임의진 지음
섬앤섬

2023년 12월 25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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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8.79MB)
ISBN 9791193566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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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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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람살이의 참맛을 가르쳐준 임의진의 참수필집 《참꽃 피는 마을》이 새롭게 다시 출간되었다. 푸근하고 맛깔스럽게 곰삭은 문장과 세상 모든 것을 따뜻하게 표현한 홍성담의 그림이 만나 어우러지며 오늘 《참꽃 피는 마을》은 더욱 곱고 향기로워졌다.
요강에 꽃을
합수나 푸자는데
내 도깨비바늘
하늘 꼽추
사이다맛
눈사람
마중물
저수지 둑길
따순 가슴팍
돋보기안경
장래희망
낮달
참지름 한 뱅
우리들
비 오는 날, 해바라기
동갑
나무의 사랑이었던 나무
봄날엔 꽃만 필까
풍경소리
촌닭
발에는 흙을, 손에는 연장을
외등
삼거리 이발관
모과차
내가 시골에 사는 까닭
곁님
별구경
겨울 하루
옛일
언제 다시 들녘 나올까
직녀에게
마지막 인디언
띠리리 리리리
벌판을 걸어보라
거시기 머시기
남녘교회
작가의 말

요강에 꽃을

날이 풀리자 곧바로 봄맞이 심방을 시작했다. 심방하면 보통 목사가 교인들 집을 찾아가서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이해들을 하시지만, 사실 종교 울타리를 뛰어넘어 어려운 일을 당한 분들, 동네의 극빈자를 찾아뵙는 일이야말로 진짜배기 심방이라 하겠다.
우리 교우들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나에게는 불교도든 무신론자든 모두가 한 식구이고 한 자매형제다. 특히 제 앞가림도 할 수 없을 만큼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일엔 어떤 이유와 조건도 달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성경책 대신 알사탕 서너 봉지 사들고 마을 사랑방을 찾아뵙기도 하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반가운 말벗이 되어드리곤 한다.
“그랑께 열여섯 살 묵어가꼬 이 동리로 시집을 왔는디, 집이라고 끼시럼(그을음)만 꺼엄하고 신랑은 자꼬 무섬증만 나고….
첫 애기를 낳는다며 볏짚을 져다가 방바닥에 고루고루 깔고는 말여, 이락씰(일으킬) 때까정 드라누워가꼬 죽냐 사냐 양단간 결심을 묵고는 아그를 낳는디이….”
어쩌고저쩌고 이어지는 저 파란만장한 인생살이를, 작년에도 들었던 그 이야기를 또 몇 시간이고 다시 풀어놓고는 하신다. 자기 말에 서러워져 허윽흑 울음을 토하시는 할머니에게 손수건을 펼쳐 건넨다.
“별로이 서럽도 안쿠마는 할무니는 괜히 또 그라시네.”
애먼 토를 달면서.
그렇게 한 달여 이웃 동네까지 돌고 나면 주민들의 사시는 형편이며 허물 벗듯 내어놓는 지난 세월의 이야기까지 다 주워듣게 된다.
오늘은 구강포 가까이 봄골 마을을 거닐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솔치댁 할머니가 살고 계셔서 간간이 들르곤 했는데, 그분 돌아가시고는 통 찾아뵙지 못했던 동네다.
나는 무슨 시위하듯 검정색 목도리를 펄럭이며 봄골을 거닐었다. 건조창고 앞에 해바라기를 하고 계시던 마을 분들을 뵙고 머리 숙여 인사를 올렸다.
“거 누구시라요?”
짯짯이 훑어보시던 어르신 한 분이 다가와 물으셨다. 아무개라고 일러드렸더니 못 알아보았다며 모두들 일어서시어 민망할 정도로 인사를 안기신다. 나도 따라 머리가 땅이 닿도록 재차 인사를 올렸다. 일없이 마을길을 걷는 것 같지만 ‘우리 동네도 목사가 한명 돌아다니는구나!’ 그런 마음을 갖게 해드리고자 함이다. 그 정도면 이미 마을에 넉넉한 위안과 위로가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나니 허기가 지기에 군부대 앞 가게에 들러 병에 든 우유에다 빵 하나를 사서 깨물었다. 그러고 나오는데 길 건너편 솔치댁 할머니 집이 눈에 띄었다.
할머니는 지난 늦가을, 큰 추위가 닥치기 전 묘지 쓸 걱정이라도 덜어줄 셈이셨는지 서둘러 눈을 감으셨다. 그리고 마을 뒷산에 있는, 사십 초반의 나이로 죽은 남편의 묘 옆에 실로 수십 년 만에야 부부가 나란히 누워 잠들 수 있었다.
할머니 집은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흉가로 변해 있었다. 안방 대살문은 살마다 부러지고, 석회가 다 떨어진 흙벽하며 머리 위 서까래는 금방 내려앉을 낌새였다.
나는 먼지 쌓인 토방에 앉아 할머니 기억을 퍼올렸다. 언젠가 아이랑 산책 삼아 다산초당을 다녀오는 길에 할머니 댁을 들른 일이 있었다.
할머니는 틀니를 빼내어 물에 씻고 다시 입에 넣으시고는 내가 사간 비스킷을 호물호물 드셨다. 틀니 빼는 걸 처음 본 우리 해빈이는 저도 이빨을 들어내겠다며 윗니 아랫니를 잡고 한참을 끙끙거렸다. 결국에는 이빨이 안 나온다면서 발을 구르며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이 덕분에 할머니랑 나는 숨넘어가게 웃었다. 할머니가 그렇게 환히 웃으시던 모습은 그날 처음 보았다.
앗, 깜짝이야! 토방 아래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홱 튀어나왔다. 젖부들기가 처져 있는 것으로 보아 토방 아래다 새끼를 낳아 키우는 모양이다. 할머니는 없고 들고양이가 집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토방 아래로 고개를 내려뜨렸는데, 아, 거기에 글쎄 요강이 있었다. 할머니 쓰시던 묵직한 사기요강이 쓸쓸히 앉아 있었다.

지도에는 없는 마을, 그러나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

‘참꽃 피는 마을’은 임의진이 서울에서 삶의 터전을 옮겨 간 전남 강진의 한 마을이자 이 책에 담긴 작고 따뜻한 세상을 일컫는다. 그곳에서 목사로 재직하는 동안 강진 남녘교회에서 만난 연세 지긋한 노령의 신자들과 광주 남녘교회의 이삼십대 젊은 신자들, 그리고 그와 이웃하여 살아가는 주민들의 다사다난한 이야기가 때로는 잔잔한 감동으로, 또 때로는 따뜻한 웃음으로 우리를 불러 세운다.

임의진의 시선과 관심은 늘 작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향해 있고, 그 사람들은 다시 큰사랑이 되어 가슴 울컥하게 그에게로 쏟아진다. 그는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본 시골 사람들의 삶에 대한, 흙에 대한 우직함에서 진실한 삶을 발견한다. “사람은 참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임의진의 사람에 대한 갈구는 고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을 ‘사람’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진솔하게 드러난다.
“나는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람다운 사람들이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아가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참사람이 되어야겠기에 장래희망을 ‘사람’으로 작정했다. 때마침 학기 초라 장래희망이며 지망학과를 써내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곧장 ‘사람’이라고 썼다.” (‘장래희망’ 중에서)
그는 이 일로 선생님께 고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사람’이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제식구만 감싸는 비뚤어진 가족애를 뛰어넘어 이웃 주민들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가운데 완성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망

그래도 명절날이 되면 온 동네는 집집마다 밝힌 외등으로 들떠 오른다. 도시에 나가 사는 자식들의 귀향을 반기며 온 동네 외등이, 실로 오랜만에 켜지는 그날, 나는 유심히 외등을 지켜보곤 한다. 명절날에도 평소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는 나는, 밤새도록 외등이 꺼지지 않은 집을 목격하곤 한다. 그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 온다. 외등이 꺼지지 않은 집은 필경 아무도 오지 않은 집일 것이기 때문이다.(‘외등’ 중에서)

나는 오늘 나를 아끼는 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참기름 한 병, 할머니 말대로 하자면 ‘참지름 한 뱅’을 앞에 놓고 감사한 선물에 어찌 답해야 할지 궁리중이다. (중략)
참기름 한 병에 달걀 한 판, 내 쓰린 속도 금방 낫겠구나. 고마운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씀. 더욱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야겠구나, 이분들 생각하면. (‘참지름 한 뱅’ 중에서)

《참꽃 피는 마을》은 가난하고 슬픈 삶들을 복되고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것은 사람들의 슬픔을 기꺼이 자신의 등짝에 떠메려는 사랑에서, 그의 곡진한 삶의 몸부림을 통해서 스며 나온 것이다. 일상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 그 시선에서 끌어 올린 이야기를 통해 이웃한 사람들의 다정함과 마을의 풍경을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본 시골 사람들의 생활과 흙에 대한 우직함에서 진실된 삶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은 참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말과 토박이말에 대한 사랑

[참꽃 피는 마을]이 지닌 또 하나의 소중한 미덕은 토박이말에 대한 지은이의 각별한 사랑이다. 그의 이름은 공동체의 신명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뜻에서 ‘어깨춤’이다. 또한 교회의 식구들에게도 전통적인 세례명 대신 바루길, 다릿돌, 봄뜨레, 새벽강, 보듬손, 음그래 등과 같은 예쁜 우리말로 세례명을 지어주었다.

“우리글말로 이름짓기나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일은 이뿐이 아니었다. 읽새(독자) 가운데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부탁해 왔고, 내가 지어준 이름으로 아이들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으니 이보다 더 기쁘고 흐뭇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몇 해 전에는 녹색연합에서 펴내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잡지에서 내가 지어준 이름들을 쓰겠다고 부탁을 해왔다. 알고 있던 달 이름과 날 이름을 소개해주고 독자는 읽새, 기자는 글메김꾼, 등록번호는 나라서 내어준 이름띠, 통권은 다모아, 디자인은 볼꼴짜기, 전화는 소리통, 팩스는 글통, 이메일은 누리통이라며 새로운 낱말을 지어준 일이 있었다. 이후로 많은 분들이 그렇게들 쓰거나, 순우리말을 밝혀 쓰는 걸 보니 내심 반가웠다.
그밖에 나는 틈나는 대로 산과 들에 쪼그려 앉아 북미 인디언처럼 긴 문장의 달 이름을 지어왔고 이를 짧은 낱말로도 옮겨보았다. 해마다 내 손으로 달력을 만드는데,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우리말 달 이름도 몇 개 가져다가 쓰면서 새 달력을 해마다 펴냈다. 처음 달력엔 이런 달 이름을 붙였다.
1월은 해오름달, 2월은 시샘달, 3월은 물오름달, 4월은 잎새달, 5월은 푸른달, 6월은 누리달, 7월은 견우직녀달, 8월은 타오름달, 9월은 열매달, 10월은 하늘연달, 11월은 미틈달, 12월은 매듭달…….(마지막 인디언 중에서)

땅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

아름답고 성스러운 ‘하늘이야기’보다는 추하고 힘겨운 ‘땅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임의진은 ‘진보’라는 거창한 이름을 따로 달지 않고도 내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작은 실천을 통한 햇살 역할을 자임한다. 남녘교회에서 일구는 배움마당 ‘남녘학교’나 장기수, 북녘어린이, 장애우,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일로 임 목사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 명상하는 새로운 인류’로 거듭나고자 한다.

알고 보면 이 세상에 고맙지 않은 존재란 없다. 심지어는 나에게 아픔과 상처를 안겨주는 악역을 맡은 이까지도 내 영혼의 진화를 위해 고마운 존재이다. ……(중략)…… 마중물, 이것은 오늘 이 시대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위로와 용기가 된 작은 예수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름이다. 뿐만 아니라 슬픔, 아픔, 수고를 대신 짊어지고 살아가는 낮은 자리의 낮은 사람들, 그들 모두를 일컬어 마중물이라 부르고 싶다. (마중물 중에서)

오늘 ‘걷기 행사’는 거리를 늘려 방향을 바다로 잡았다. …(중략)… 인간이 진정 성화되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걷고서야 산이며 들이며 꽃이며 새며 바람이며 강물이며 뭇 중생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중략)…… 모든 인류가 오늘 자기도착, 자기집착에서 내려, 온갖 기득권에서 내려, 고집스런 학문에서 내려, 자기 사업장의 이익에서 내려, 성격조차 변해 버리는 차량의 운전석에서 내려, 최첨단의 비행체에서 내려 이 땅에 발자국을 남기고 걷기를 시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벌판을 걸어보라 중에서)

속속들이 관심 가지는 사람들

참꽃 마을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늘 열려 있고 같이 호흡하는 정이 있다. 그의 시선과 관심은 늘 작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향해 있고 그 사람들은 다시 큰사랑이 되어 가슴 울컥하게 임 목사에게로 쏟아진다.

요강은 주인을 여의고 토방 아래 찬 바닥에서 쓸쓸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솔치댁 할머니, 제집에다 할머니 요강을 가져다 놨어요, 여기다 꽃을 꽂으려고요, 할머니, 하늘나라에서 꽃씨 좀 많이 뿌려주세요, 아셨죠? 예쁜 꽃들 품에 안으면 요강이나마 쓸쓸하진 않을 거예요. 할머니…, 살아 계실 때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요강에 꽃을 중에서)

시골 교회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이별이 잦다. 오는 이는 드물고 떠나는 이들은 많으니 말이다. 가령 올해 초 사업상(?) 반드시 교회를 옮겨야 한다는 집안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읍내 큰 교회로 교적을 옮긴 김집사님은 예배 때마다 앉던 그녀의 고정석, 이젠 빈자리가 되어 버린 그 적요한 자리를 남겨 두고 떠나갔다.

얼마 전 공동식사 때 김집사님이 좋아하셨던 고사리나물이 올라오자 나는 갑자기 울컥 목이 메어 오는 것이었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구, 속으로 울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모과차 중에서)

그래도 명절날이 되면 온 동네는 집집마다 밝힌 외등으로 들떠 오른다. 도시에 나가 사는 자식들의 귀향을 반기며 온 동네 외등이, 실로 오랜만에 켜지는 그날, 나는 유심히 외등을 지켜보곤 한다. 명절날에도 평소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는 나는, 밤새도록 외등이 꺼지지 않은 집을 목격하곤 한다. 그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 온다. 외등이 꺼지지 않은 집은 필경 아무도 오지 않은 집일 것이기 때문이다. 명절이라도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내내 외등을 켜두는 할머니가 있기도 한다. 죽은 영감의 혼령이라도 기다리는 걸까? 일년 열두달 안부전화 몇 통 걸 줄 모르는 그 따위 자식이라도 간절히 기다리는 걸까? (외등 중에서)

참기름 한 병에 달걀 한 판, 내 쓰린 속도 금방 낫겠구나, 고마운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씀. 더욱 착하게 아름답게 살아야겠구나, 이분들 생각하면…… (참기름 한 뱅 중에서)

올 한해 누군가의 곁이 되어만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들 저마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처럼 소중한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인디언들의 말에 ‘친구’란 ‘나의 슬픔을 등에 진 너’라는 뜻이란다. 이웃의 슬픔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곁이 되고 친구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아름다운 사랑을 나는 알지 못한다. (곁님 중에서)

지은이는 늘 누군가의 곁이 되고자 한다. 시대가 어둡고 아프고 쓸쓸할수록 삶의 뿌리를 내린 곳에서 더욱 뜨겁게 이웃과 벗들을 보듬으려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은 말과 글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망

‘귀농이 하느님께 귀의함이고 마침내 귀천’이라고 말하는 그의 시골살이는 합수를 푸고, 텃밭 푸성귀를 가꾸고 들일을 거드는 일을 하면서 세상 속으로 또 사람들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간다.

합수나 계속 푸자고 아버지는 다시 나를 불러 세웠다. ……(중략)…… 저 합수가 땅에 뿌려져 마침내 꽃으로 열매로 부활하여 돌아오지 않겠는가, 그래 사람도 섞이고 하나 되고 부대끼며 그렇게 뿌려져 살다보면 이 꼬인 인간사 풀릴 날도 있지 않겠는가, (합수나 푸자는데 중에서)

잠자기 전에 맞춰 둔 자명종 시계가 요란하게 울어 대면 어슴푸레 눈을 떴다가 다시 졸고, 방안에 서너 개는 더 숨겨둔 자명종 시계가 차례대로 울려야만 못 이겨 일어난다는 사람들, 그렇게 바쁘게 살아 무엇을 하겠다는 걸까, 참 불쌍한 사람들이란 생각만 들어. 사람이 시계에, 시간에 질질 끌려 다니는 그런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아. 닭울음소리에 새아침을 맞고, 삽을 들고 새벽 들판을 걷고, 농부들과 반가운 아침인사를 나누는 시골에서의 삶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삶,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삶임이 분명해, 비록 돈은 많이 못 벌어도, 놀아줄 친구가 많지 않아도, 닭울음소리에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내 시골살이는 충분히 행복해. (내가 시골에 사는 까닭 중에서)

발에는 흙을/ 손에는 여장을/ 눈에는 꽃을/ 귀에는 새소리를/ 코에는 풀냄새를 입에는 미소를/ 가슴에는 노래를/ 피부에는 땀을/ 마음에는 바람을 사람은 참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리라. (발에는 흙을, 손에는 연장을 중에서)

이렇게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본 시골 사람들의 삶에 대한, 흙에 대한 우직함에서 예수의 현현을 보는 지은이는 자연에 버무려진 삶이야말로 사람다운 삶의 한 형태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 봄날 산길을 걷다가 지천에 피어 있는 참꽃 진달래를 보고는 그처럼 활짝 피어나 곁이 되어준 사람, 그런 이웃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임의진. 그에게 ‘참꽃 피는 마을’은 들녘에 마구 자라고 있는 들꽃과 같은 무지렁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아파하며 아옹다옹 오순도순 살아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그간 틈틈이 써온 수필을 모아 [참꽃 피는 마을]이라는 산문집을 묶었다. ‘남 이야기’만 같은 화려한 ‘에세이’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바로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에 시종 사로잡히게 된다. 또한 작가의 생생한 지방 사투리, 토박이말 구사는 그곳이 어디든 멀리 있는 고향을 생각하며 눈물짓게 만든다.

지은이는 기존의 닫힌 신앙, 닫힌 종교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몸소 타종교와 따뜻하게 왕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님들과 친하게 지내어 성탄절에는 스님들이 성탄인사를 오고 자신도 석탄일에는 절을 찾는다. 또한 개신교 목사임에도 가톨릭 신자들과는 한식구나 다름없이 지낸다. 가톨릭 성당에 강연을 가기도 하고 신부님, 수녀님들과도 절친한 사이다. 이것은 그가 종교라는 외양을 벗고 사람과 사람으로 진솔하게 만나고자 하는 바람을 실천하고 있는 참 모습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임의진

임의진은 시인이며 목사, 화가, 신문 칼럼니스트를 비롯 광주정신 예술공간 메이홀 관장, 월드뮤직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은 목회활동 대신에 시와 수필과 음악을 들려주고 그림을 그리며 자연 속에서 고요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가끔 길을 나설때 듣는 노래들을 모아 선곡음반을 속속 발매하고 있는데 <여행자의 노래> 시리즈는 수만장이 팔린 스테디셀러로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임의진 시인은 '마중물'이라는 시를 통해 처음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울, 강진, 담양으로 거주지를 옮겨왔으며, 할머니 할아버지 30여명이 전부였던 남녘교회에서 10년을 꼬박 채운 담임 목사 생활. 2005년 안식년을 맞아 기한 없는 순례길에 올랐고 현재는 담양 병풍산 산자락에 혼자 살고 있는데, 벌써 10년째가 되어간다. 그곳에 머물며 자연과 변두리의 삶, 지구촌 오지 여행을 담은 경향신문 장기연재 칼럼 <임의진의 시골편지>를 써내려가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4년 5월 EBS 창사기념 세계견문록 [아틀라스] 첫방송 <중남미 음악여행 3부작>에 직접 출연, 생소한 중남미 음악을 차근차근 소개하기도 했다. 그때 ‘월드뮤직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호명이었다. KBS 1FM <세상의 모든 음악> 재개정판에 아름다운 월드뮤직 음원을 제공하기도 했고, 어쩌다보니 책 출간보다 음반 발매가 훨씬 많은 그 방면 전문가가 되어 있는 그다. 그의 산골짝 집에는 세계 오지에서 수집한 2만장의 음반이 빼곡이 쌓아져 산간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으며 <월드뮤직 가이드북>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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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꽃 피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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