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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의 미래

전우택 지음
박영스토리

2023년 11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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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2.44MB)
ISBN 979116519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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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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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 소속 교수로 근무를 시작한 것은 1994년 3월이었다. 그리고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소속 전임 교수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5년 3월이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필자에게 가장 익숙한 ‘정신과 환자 진료’하는 일과 ‘정신과 논문 쓰는 일’들에서 그야말로 “낯선” 의학교육의 일을 하겠다고 나서 소속 교실을 바꾼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의과대학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그러나 의과대학 교수들은 진료와 연구만으로도 너무 벅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과대학 교육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변화와 혁신은 이루어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 이제 의과대학 교수 중 누군가는 이 일에 헌신하여야 한다.”

이런 결정을 하는 데 가장 큰 자극을 주었던 것은 1997년 7월부터 1999년 7월까지 2년 동안 있었던 미국 Harvard 의과대학에서의 연수였다. 의과대학 사회의학과(Department of Social Medicine)에서 난민들의 정신건강 등을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만난 Harvard 의과대학의 학생교육 시스템과 운영은 당시 필자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이렇게 가르치고 이렇게 배우고 있구나. 우린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우리 학생들은 어떻게 가르쳐야 이 학생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필자를 점차 의학교육이라는 영역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의학교육학과로 소속을 옮기고 대학의 교육 문제에 집중하려는 마음은 세 가지의 어려움을 각오하여야 했다.
첫째, 필자는 의학교육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교육학이나 의학교육학으로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정신과 영역에서 전문의를 취득하였고, 정신의학의 연구를 수행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적합한 일인가하는 걱정이 있었다.
둘째, 의과대학 내에서 기존의 기초학교실이나 임상교실들과는 달리, 의학교육학과라는 조직은 그 분명한 위상을 아직 가지지 못한 조직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1996년 의학교육학과가 창설되어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전임교원은 당시 1명(교육학을 전공하신 양은배 교수)뿐이었고, 필자가 들어가면 2명이 될 참이었다(사실은 지금까지도 전임교원은 2명이다). 임상교실들처럼 별도의 레지던트 과정을 가지는 것도 아니었고, 일반 학생교육 관련 지원 행정부서에서 하는 일과의 구분이 어떤 면에서는 모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었다. 또한 학장님이 누구시고 의학교육과 의학교육학과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냐에 따라 그 존재 자체가 흔들리기도 하는 애매한 조직이라는 것이었다. 그 전에 의학교육학과 과장을 맡아 크게 수고하여 주셨던 분들도 모두 본래 소속 임상교실에 속하여 계시면서 겸무교수로서 의학교육학과 일을 하셨지, 필자처럼 완전히 소속 교실을 바꾸신 것은 아니었다.
셋째, 임상교실에서 특수목적학과로 분류되는 의학교육학과로 옮기게 되면서 급여가 상당 부분 줄어들어야 했다. 진료를 하지 않게 되었기에 기초학교실 교수 급여로 조정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아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었다.
위와 같은 세 가지의 어려움에 대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접근하였었다.
첫째, 필자가 의학교육학으로 학위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는 아니었으나, 대학이 해야만 하였던 의학교육의 변화와 혁신은 시간이 촉박하였다. 결국 의학교육 학위를 갖춘 전문가들은 필자 자신보다는 후배 중에 나오도록 하고, 필자 자신은 그런 일을 돕는 사람이 되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대신 공부와 전문성이 부족한 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하였다. 의학교육학과로 옮겨가던 시기의 학장이셨던 백광세 교수님은 의학교육학과로 옮기면 의학교육학으로 다시 한 번 해외연수를 보내시겠다고 말씀하셨다. 필자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러나 당시 CDP 2004라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도입한 의과대학에서 교육 관련된 다양한 일들이 폭주하면서 그런 “야심찬”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대신, 가급적 국내외 학회에 열심히 나가 공부하고, 또 많은 자료들을 보고 공부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2부에 실린 글들은 의학교육학과로 옮긴 후 얼마 동안 열심히 해외 학회를 참석하며 공부한 흔적들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공부가 된 것은 “의학교육 현장의 문제들과 직면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한 과정” 그 자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흔히 하는 말로 ‘의학교육은 바람 잘 날이 없는 일’이기에, 온갖 일들을 겪고 경험하면서 의학교육에 대한 공부는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의학교육학과의 존재와 위상에 대한 것은 결국 학과가 의학교육에 관한 일들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 그 자체와, 의학교육에 참여하시는 교수님들을 얼마나 더 많이 연결할 수 있는가를 가지고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의학교육 시스템과 내용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 의학교육학과는 별로 필요가 없는 학과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의 보건의료 문제를 주도적으로 유능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의사들을 양성해 내는 일을 도전적으로 추진한다면, 의학교육학과의 역할은 늘 학교의 중요 영역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다행히도 의과대학에서는 연구강사와 연구교수, 특임교수 자리를 학과에 허락하여 주셨고, 그 분들과 함께 학과를 구성하면서 많은 일을 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학교육학과 겸무교수 등으로 교육을 향하여 함께 나서주신 교수님들이 많이 나타나시면서, 이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수고에 의하여 의학교육학과는 그 위상을 가지고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셋째, 급여가 상당 부분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좀 개인적인 배경이 그 이유가 되었다. 필자의 아버님은 1957년 연세의대를 졸업하신 일반외과 전문의이시다. 그런데 아버님의 아버님, 즉 필자의 조부님은 가난한 시골교회 목사님으로 평생을 사신 분이셨다. 조부님에게는 아들을 당시의 세브란스 의과대학에 보내 공부시킬 재정적 능력이 전혀 없으셨다. 그런 가운데 아버님은 세브란스 의과대학 입학시험에 합격을 하셨고, 그러자 조부님께서는 당시 세브란스 의과대학의 학장이셨던 김명선 교수님을 찾아 가셨다. 사정을 들으신 김명선 학장님은 4년간의 장학금을 약속하셨고, 그 약속을 지키셨다. 그래서 아버님은 무사히 의과대학을 졸업하실 수 있으셨고, 나중에는 몽골에 의료선교사로 들어가셔서 몽골 연세친선병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하신 바 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하신 분의 아들이 필자였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연세의대에 급여 문제로 운운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필자의 아내 입장은 당연히 좀(?) 달랐다. 그래서 필자는 열심히 아내를 설득하였다. 외래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방학 기간에는 다른 일반 대학 교수들처럼 긴 방학도 가잘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그러자 개인적 배경 등을 잘 아는 아내도 마침내 동의를 해 주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생각을 미처 못 하였다. 의과대학은 겨울 방학 기간이 의학교육 관련하여 가장 바쁜 계절이고, 학교가 쉬지 않기에 여름에 의학교육학과도 쉴 수 없다는 것을… 아내에게 결코 의도적인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밝힌다. 그리고 정신과학교실 오병훈 주임교수님의 배려로 필자는 일주일에 한 번 외래 진료를 지속하여 왔다. 일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가 아닌, 필자의 사회정신의학 영역 특성을 따른, 통일 및 특별한 사회적 트라우마와 연관된 환자들의 진료를 하면서 정신과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어언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부족하지만 많은 교수님들과 함께 새로운 의학교육의 꿈을 가지고 수많은 토론과 논쟁, 그리고 좌충우돌하면서 새로운 커리큘럼의 준비와 시행을 2004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할 수 있었다. 동시에 교육 시간의 효율화, 특성화 선택과정 도입, 선택과목 도입, 인문사회의학 교육 강화, 학생 개발 프로그램 운영, 절대평가 도입, 학습공동체(Learning Communit
1부 의학교육에 대한 새로운 도전
2부 세계의학교육의 흐름
3부 인문사회의학교육과 학생개발

작가정보

저자(글) 전우택

저자 전우택은 1985년 연세의대를 졸업하였다. 1989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자격, 1994년 연세대학교에서 의학박사학위(정신의학)를 취득하였다.
1994년부터 연세의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였고,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사회의학과(Department of Social Medicine)와 하버드 난민 프로그램(Harvard Program for Refugee)에서 fellow로 활동하였다.
정신과 영역에서는 주로 사회정신의학 영역에서 연구를 하여 탈북자, 난민, 북한과 통일에 대한 연구들을 하였으며, 이러한 영역의 연구와 활동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 현재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한반도 평화연구원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로 소속을 옮겨 의학교육학과 학과장으로 활동하면서 정신과학교실의 겸무교수로 있어 왔다. 연세의대에서 교육부학장(2009-2010), 학생부학장(2010-2011), 교무부학장(2011-2014),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사, 의학교육지원단(MERCI) 단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의학교육논단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통일 관련 대표저서로는 <사람의 통일을 위하여>(2000), <사람의 통일, 땅의 통일>(2007), <웰컴 투 코리아>(2006), <통일 실험, 그 7년>(2010),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2015) 등이 있으며 의학교육 관련 대표저서로는 <사회의학 연구방법론>(1999), <의료의 문화사회학>(2002), <의학적 상상력의 힘>(2010), <인문사회의학>(2010), <예비의료인을 위한 진로선택 가이드북>(2014) 등이 있다. 그 외 의료선교 관련 저서로 <의료선교학>(2004), <땅 끝의 아침>(2007) 등이 있다.
통일 관련 활동 및 의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및 인문사회의학적 활동을 평가받아 2013년 동아일보 선정 10년 후 대한민국을 빛낼 사람 100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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