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꿈 이야기

안주영 저자 지음

기린과숲 2023년 11월 0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꿈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종종 현실을 넘어선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 꿈속에선 어떤 연결고리 없이 마구잡이로 펼쳐진다. 그동안 이런 꿈을 분석하려고 시도한 심리학자들고 있었고, 이런 꿈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든 작가들도 많다.
이 책의 저자 안주영은 어느 날 퍼즐 조각 같은 여러 개의 꿈속 장면을 떠올리며 맞춰보다가 깨닫게 되었다. 그 속에 과거의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나 행동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놓친 것, 또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희망까지.
이를 계기로 저자는 꿈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와 어울리는 이미지들을 수집해 한 권의 흥미로운 책으로 묶어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회상
동그란 강
태몽
동네 구경
아빠의 선물
개미집
별장아파트
고급 레스토랑
화장실
국어 선생님
도망치다

2부 빛이 있는 공간
동물 애호가
외로운 경계인
이방인
두통
광장공포증
첫 수업
버스 노선도
전망 좋은 엘리베이터
최고의 작업실
약국
대단한 영화
오래 지켜보다
빛이 있는 공간

3부 오늘 일어난 사건들
메시지
주먹다짐
그들의 발
세 여행자
전도
우리의 바다
노란색 리본
반려동물
손님 접대
어떤 습격
오늘 일어난 사건들
괘종시계는 울리고
방문
붉은 벽
떠나야 할 시간
해변을 걷다

4부 까마득하게 먼 저 어딘가
검은 파도 속에서
적막과 어둠의 도시
세 여자
BOX
대면하다
애도
지상을 향해
오늘의 운세
얼굴 가죽
피라미드
환생

출판사 서평

“꿈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두운 방에 숨어 있던 ‘진짜 나’와 마주하고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꿈의 기록

여기, 매일 밤 꿈을 꾸고 꿈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매일 밤 꿈을 꾸기 시작한 초기에는 꿈은 쉽게 흩어지기 일쑤, 이부자리를 정리하듯 털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였을까. 더 이상 꿈이 떨어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은 채 자꾸 현실의 그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자신 있었던 건강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연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면서 이유 모를 불안과 통증이 무섭게 그의 몸 전체로 번져나갔다. 병원을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받아봤지만 제대로 된 병명조차 진단받지 못했다. 자연스레 바깥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사그라들었고, 자신의 몸 하나 돌보기에도 벅찬 날들이 지속되었다. 그의 하루는 점점 단조로워졌다.
창틈으로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거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요동쳤다. 어렵사리 몸을 움직여 집 앞에 나가 주변 풍경을 둘러보고 심호흡을 해봐도 마음은 쉽게 편안해지지 않았다. “집에서 얼마나 멀어졌을까. 뒤를 돌아보는 순간 강한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외출에 대한 두려움은 「광장공포증」이라는 글에 잘 녹아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안녕하세요. 저는 광장공포증 환자입니다. (…) 부탁드릴 점은 제가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지 않았는지 살펴봐주시고, 부상이 심하다면 응급처치를 해주시거나 응급차를 불러주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목에 걸고 밖으로 나간다.
물론 이 글은 꿈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이런 꿈을 꿀 정도로 실제로 그는 굉장히 불안하고 외출이 두렵다. 점점 집에만 있는 날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광장공포증’은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광장이나 공공 장소에서 혼자 있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주 증상으로 한다. 뒤늦게 그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한 의사로부터 불안장애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이 다양한 증상들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의구심을 가졌다.


꿈이라는 거울에 삶을 투영해보기

그러면 대체 그의 병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는 아프고 나서, 또 매일밤 꿈을 꾸고 그 꿈을 반추하면서 그 원인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 시원을 발견하려면 굽이치는 시간을 타고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때의 어린 그와 그의 가족을 만나봐야 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회상)에는 그의 가족사가 언뜻 드러나 있기도 하다. 이뿐 아니라 이 책 전반에 펼쳐진 그의 꿈들에는 그가 지나온 과거가 파편화되고 또 뒤틀린 채 펼쳐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선 그 서사의 줄기를 짚어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의 글들은 오히려 시에 가깝다.
그는 자신의 꿈들을 텍스트화하고, 이미지화했으며, 시적인 산문으로 승화시켰다. 이는 그의 꿈 기록이 단지 사적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의 과거의 사사로운 일들의 면면까지 알 필요가 없다. 보편성을 획득한 그의 꿈이라는 거울에 내 삶을 투영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되는 것. 이 책 읽기의 진정한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오늘도 꿈 기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갑작스레 깃든 병에 처음엔 많이 괴롭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고 한다. 아프지 않았다면 제 안에 꼭꼭 숨어 있던 ‘진짜 나’를 평생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일 중독에 빠져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다 더 큰 병에 걸렸을지도 모르고, 이 단절 덕분에 나를 돌아보며 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노라고.
뿐만 아니라 이 생각의 전환이 있었기에 그는 꿈과 마주하고 이 흥미로운 책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오늘도 그는 꿈을 꾸고 생생하게 기록하면서, 잃어버린 삶의 감각을 되찾을 밝은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안주영 저자

주로 책을 만들고 가끔 발버둥치듯이 글을 쓰는 사람. 예전처럼 치열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꿈만큼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부지런히 꾸고 있다. 꿈이 선보인 장면이 인상적일 때가 종종 있어 일기 대신 꿈 기록을 하고 있다. 『희망을 노래한 밥 말리』, 『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 『한국 현대 소설 이야기』, 『한국 고전 문학 이야기』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