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츠
2023년 11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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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3169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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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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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츠』는 맹렬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도달할 수 있는 상상력의 끝을 펼쳐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일어날 것 같은 매끄럽고 촘촘하게 설계된 이야기는 독자들을 또 한 번 새로운 SF의 세계로 인도한다. 소설은 또한, 유전공학의 무분별한 영역 확장과 윤리 의식의 부재를 경계하며, 과학의 발전과 도덕 관념의 공생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 땅 위의 전투
3. 알파콘
4. 컨트롤센터
5. 베이츠
6. 검붉은 사막
7. 템페스트
8. 축제의 사이니지
9. 탤로, 탤로들
10. 시작과 끝
전쟁으로 인한 국지적 충돌이 수년 동안 끊이지 않았다. 물리적 사망자는 공식 통계로 백만 명이 조금 넘었지만 오랜 시간 수십억 명의 사람이 굶주렸다.
전쟁이 끝난 후 먹을 수 있는 모든 식물은 다국적기업들의 소유가 되었다. 분쟁을 종식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협약이 시초였다. 알파콘은 그때 태어났다. 종자명 AT357811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던 옥수수의 모든 품종은 베이츠의 소유가 되었고, 유전공학의 힘으로 완벽한 영양을 갖춘 단 하나의 알파콘으로 거듭났다. 기상이변과 병충해에 강하고 알곡이 튼튼하고 생산량을 극대화한 품종이었다.
알파콘은 전 세계를 기아로부터 구원했으며 알파콘을 평원에서 키우는 노동자 탤로는 육체적 아우라와 함께 중세 기사 같은 대접을 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알파콘 노동자에게 물과 빵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사람들은 다시 굶주림의 시대로 돌아가는 걸 가장 두려워했다.
세상을 영원히 굶주림으로부터 보호할 알파콘이 강 너머 대평원에 자라고 있었다.
대평원의 규모는 하나의 작은 국가였다.
(P.16)
태오는 온종일 노동에 매달려 귀한 시간을 허비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동생의 행방을 찾으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이 정말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매일매일 얼굴에 자라는 수염처럼 알파콘 주위에서 쉬지 않고 솟아나는 잡초도 지긋지긋했다. 수염처럼 단백질 성분인지 오늘따라 뽑힌 잡초더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서 역겨웠다.
속이 메스꺼워 등을 펴고 일어섰다.
동료들은 옥수숫대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대평원 구석구석에 삼만 명의 탤로가 일하고 있는데 일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곳곳에 엎드린 탤로들 모두가 땅속 알파콘 뿌리로 스며든 기분이었다.
갑자기 거센 바람이 감마 구역을 훑었다.
흡사 때가 되었다는 듯, 인공 강우나 인공 햇빛 시스템이 작동하듯, 느닷없이 불어 닥친 바람 소리가 평원을 쓸었다. 옥수수 떼가 꿈틀거리며 진녹색 물결이 거친 해일처럼 요동쳤다. 알파콘 이파리들이 펄럭이고 휘청거리며 ‘스스스’ 소리가 평원 끝까지 달려갔다. 음산한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명이 들렸다.
이어서 누군가 ‘살려줘!’ 하고 고함을 질렀다.
태오는 알파콘 덤불을 헤치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멀리 있던 동료들도 달려왔다.
아디닷이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서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빽빽한 알파콘 사이로 크고 기이한 형태의 곤충이 날아다녔다.
(P. 145)
유전공학의 미래와
인간의 도덕성을 통찰하는 SF
미래에 인간성과 도덕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에서도 인간의 도덕적 기준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소설 『베이츠』는 맹렬하게 발전하는 유전공학과 결여된 인간의 도덕성이라는 위험한 결합을 스펙터클한 전개와 위압감 있는 문장으로 풀어나간다.
거듭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슈퍼 옥수수, 알파콘은 인간들을 식량 전쟁 이후의 기아로부터 구원했고,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영양분을 제공하며, 식품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생활 속 모든 것들의 직물로도 기능하는 그야말로 현대 유전공학의 총아다.
그리고 소설은 이렇듯 찬양받는 알파콘의 영광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을 경계하는 주인공 태오를 내세워 독자들에게 선택지를 건넨다. 과연 알파콘이 인류의 구원일지, 유전자 조작의 불순물 총체에 불과할지는 태오의 시선을 따라 소설을 탐닉하면서 독자들이 결정해야 할 몫이다.
대신 작가는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전 인류를 구원해낼 미래가 있으리라 예상했던 그곳에 어쩌면 모든 인류를 단숨에 멸망시킬 최후의 버튼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대평원을 잠식하는 황금빛 물결,
그것은 구원일까 종말일까
식량 전쟁이 전 세계를 휩쓸고 간 2048년, 다국적 기업 베이츠는 옥수수 종자를 독점해 슈퍼 옥수수, 알파콘을 개발하여 모두를 굶주림의 시대로부터 구원한다. 알파콘을 재배하는 베이츠의 지역은 성역과도 다름없고, 그곳에서 알파콘을 재배하는 노동자 탤로는 전쟁에서 승리한 군인과도 같은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에너지 페달을 밟아 받는 수당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데 염증을 느낀 지오는, 형 태오를 뒤로하고 낡은 광장을 넘어 베이츠로 향한다. 큰돈을 벌어 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던 지오는 그 뒤로 한 달 후 실종된다.
동생을 찾기 위해 탤로가 되어 베이츠에 입사한 태오는 은밀하게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대평원은 성인 남성의 종아리만 한 알곡을 매달고 있는 알파콘으로 넘실거리고, 그것은 마치 인간을 구원해낼 황금빛 물결처럼 보인다.
하지만 태오는 곧 그 빛이 진정한 구원의 빛인지, 아니면 모두를 눈멀게 할 종말의 빛일지 깨닫게 된다.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한 유전공학의 발전이, 인류를 어떻게 파멸로 끌어들이는지, 소설 『베이츠』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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