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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자본주의(장애인 접근 강화 도서)

세계경제 위기와 마르크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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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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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85MB)
ISBN 978897966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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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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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 이론부터 20세기와 21세기 자본주의 발전 과정 전체를 정리할 수 있는, 마르크스주의 진영에서 쓰인 최상의 현대 자본주의 개설서.

≪민중의 세계사≫ 지은이 고(故) 크리스 하먼이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이 책은 주류 경제학의 무능을 들춰내며 21세기를 이해하는 데서 여전히 마르크스의 이론이 중요함을 보여 준다. 고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주요 쟁점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마르크스 사후 자본주의의 변화를 분석한다.

또 ‘고삐 풀린 체제’가 만들어 놓은 중대한 위험과 인류의 미래에 가하는 위협을 분명하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국제 노동계급의 상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면서 노동계급이 여전히 세계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머리말

1부 체제를 이해하기

1장 마르크스 경제학의 개념들
2장 마르크스와 마르크스 비판가들
3장 체제의 동역학
4장 마르크스 사후: 독점, 전쟁, 국가
5장 국가지출과 자본주의 체제

2부 20세기의 자본주의

6장 대공황
7장 장기 호황
8장 황금기의 종말

3부 다시 불안정해진 세계

9장 착각의 시대
10장 새로운 시대의 세계 자본
11장 금융화와 거품 붕괴

4부 고삐 풀린 체제

12장 자본의 새로운 한계
13장 고삐 풀린 체제와 인류의 미래
14장 누가 극복할 수 있는가?

후주
용어 설명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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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자본주의

2007년에 시작된 금융 위기에 직면해 일부 경제 평론가들은 “좀비 은행들”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즉, 긍정적 구실을 전혀 할 수 없지만 모든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완전히 죽지 않은 상태”의 금융기관들 말이다. 그들이 깨닫지 못한 것은 21세기 자본주의 자체가 좀비 체제라는 점이다.

• 주류 경제학의 약점과 한계

자본주의 옹호자들이 무능하다는 것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사건인 1930년대 대공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가장 잘 알 수 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자 주류 경제학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제 위기 전문가 중 한 명인 벤 버냉키는 “대공황을 이해하는 것은 거시경제학의 성배(聖杯)”라고 인정했다. 달리 말하면, 대공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정설 경제 이론은 시장 체제에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의 관점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정설 경제 이론은 그들의 폭리 행위를 공익에 기여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치켜세우는 반면 뭔가가 잘못돼도 그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또 현존 체제에 대한 근본적 비판은 무조건 배제한다. 이것은 교육기관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딱 들어맞는데, 이 교육기관들은 자본주의의 모든 기구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

19세기 말의 신고전학파 창시자들(오스트리아의 멩거와 뵘바베르크, 영국의 제번스와 마셜, 프랑스의 발라, 이탈리아의 파레토, 미국의 클라크)은 정태적 체제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론을 구축했다. 그들은 경제 전체를 길거리 시장과 비슷한 것으로 봤다. 즉, 구매자는 주머니에 든 돈으로 가장 값어치 있는 상품을 사려 하고 판매자는 자신이 가진 상품을 가장 비싼 가격에 팔려고 하는 시장 말이다. …

이런 이론에는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매우 비현실적인 견해가 내재해 있다.
왜냐하면 어떤 형태의 자본주의이든 자본주의는 결코 정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의 길거리 시장에서 사람들은 판매 가격이나 구매 가격에 즉시 합의하지 않는다. … ‘가격 신호’는 생산이 끝날 때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원할지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이 시작되기 전에 어떤 상품을 원했는지를 알려 준다. 신고전학파 이론에서 주장하는 동시성은 신화일 뿐이고, 그런 가정을 바탕으로 발전한 연립방정식은 실제로 존재하는 자본주의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

정설 경제학은 사실상, 왜 어떤 것은 생산되고 어떤 것은 생산되지 않는지, 왜 누구는 부유하고 누구는 가난한지, 왜 어떤 상품이 팔리지 않고 쌓여 있는데도 그것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은 그것을 가질 수 없는지, 왜 어떤 때는 호황이고 어떤 때는 불황인지를 설명하지 않은 채 그냥 지금 어떤 것이 구매되고 어떤 것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 마르크스 이론의 타당성과 ≪자본론≫을 넘어서기

마르크스의 저작은 단순한 경제학 저작이 아니라 다른 경제학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이 체제에 대한 비판, 즉 “정치경제학 비판”이다. 그의 출발점은 자본주의가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이었다. 즉, 자본주의는 “생산의 끊임없는 변혁, 모든 사회 조건의 부단한 교란, 끝없는 불확실성과 동요”, 끊임없는 변화 과정을 일으키는 동역학의 결과라는 것이었다. 성숙기 마르크스의 경제학 … 연구들은 오늘날 이 세계가 어디로 향하는지 이해하려는 사람 누구에게나 필수적 출발점이 되고 있다. …

마르크스 자신의 설명이 불완전하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때는 마르크스 사후의 자본주의 변화를 다룰 때다. 그가 ≪자본론≫에서 지나가듯이 언급한 것들, 즉 독점의 성장, 자본주의 생산과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 복지 서비스의 제공, 경제적 무기로 이용되는 전쟁이 지금은 매우 중요해졌다. 20세기 초 몇십 년 동안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당시 상황 때문에 이런 쟁점들 중의 일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으며,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에 창조적 사고가 새롭게 분출하기도 했다. 나는 이런 논의들에서 “≪자본론≫을 넘어서는” 데 필요한 개념들을 도출하고 마르크스 자신의 설명에서 나타나는 간극을 채우고자 했다. …

과거의 어떤 생산양식과도 달리 자본주의는 전체화하는 체제로서(‘전체주의’ 체제라고 쓰고 싶을 정도다), 전 세계를 경쟁과 축적이라는 광란의 리듬에 맞춰 춤추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체제 전체는 개별적 과정들(그 체제를 떠받치는)에 끊임없이 반작용한다. 자본주의 때문에 개별 자본은 노동자가 계속 일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노동력의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다. 자본들 간의 충돌 때문에 개별 자본은 끊임없이 축적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인 이윤율 저하 압력에 짓눌린다. 그래서 어떤 자본도 가만히 앉아서 현상을 유지할 수 없다. 때로는 자신들이 대대적인 파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더라도 말이다.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을 주기적으로 큰 혼란에 빠뜨리는 체제이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드라큘라가 뒤섞인 끔찍한 잡종이다. 그것은 인간의 창조물이지만, 자신을 창조한 사람들의 통제를 벗어나서 그 창조자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간다. 바로 이런 통찰이야말로 마르크스와 다른 모든 주류 경제학파(정설파든 이설파든)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이런 통찰이 뜻하는 바는 오직 마르크스의 이론만이 21세기의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자본주의를 분석하려면 마르크스의 개념들을 이용해서 마르크스를 넘어서야 한다.

• 자본주의의 물신성 꿰뚫어 보기

사람들은 흔히 “돈의 힘” 운운할 때 마치 돈의 힘이 인간의 노동에서 나오지 않은 것처럼 말한다(돈은 인간의 노동을 나타내는 징표인데도 말이다). 또는 “시장의 필요” 운운할 때 마치 시장이 다양한 인간의 구체적 노동 행위를 서로 연결하는 방식 이상의 그 무엇인 양 말한다. 그런 신비주의적 관점 때문에 사람들은 사회악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이를 두고 청년 마르크스는 “소외”라고 불렀고, 마르크스 사후의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물화”(物化)라고 불렀다. …

자본주의는 소외된 노동이 계속 확대되는 체제라는 인식이 마르크스의 경제 저작을 관통하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사람들의 활력을 빼앗고 사물들의 체계로 변모해 사람들을 지배한다. 자본은 노동이 괴물로 변한 것이고, 자본의 목표는 오로지 자기 증식뿐이다. “자본은 죽은 노동인데, 이 죽은 노동은 흡혈귀처럼 산 노동을 흡수해야만 활기를 띠고, 산 노동을 많이 흡수할수록 더욱더 활기를 띤다.” 바로 이것이 이전 사회들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성장의 동력을 자본주의에 제공한다. 더 많은 잉여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끝없는 충동, 즉 축적을 위한 축적 드라이브에는 한계가 없다. 자본주의는 유럽 북서부 지역에서 출현한 이후 계속 촉수를 뻗쳐서 전 세계를 집어삼켰고, 그 과정에서 산 노동을 점점 더 많이 지배하게 됐다.

•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와 자본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관계는 언뜻 보면 대등한 관계처럼 보인다. 고용주는 임금을 주고 노동자는 그 대가로 노동을 제공하는 데 합의한다. 여기에는 어떤 강압도 없다. 이런 상황은 겉보기에는 노예소유자와 노예, 봉건영주와 농노의 관계와 사뭇 다르다. … 그러나 표면에 보이는 평등은 이면의 불평등을 은폐한다. 고용주는 노동자가 사회적 생산에 참여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제 조건들을 소유하고 있다. 노동자는 어느 특정 기업이나 자본가를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피할 수는 없다. …

노동자의 노동력 가치와 노동이 창출한 가치의 차이가 잉여가치의 원천이다.
이 잉여가치를 고용주가 차지하고 나면 그것은 이윤으로 남겨질 수도 있고, 공장을 지으려고 빌린 돈의 이자를 갚는 데 쓰일 수도 있고, 공장이 세워진 땅의 주인에게 지대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잉여가치가 아무리 이윤∙이자∙지대로 나뉘더라도 잉여가치의 원천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초과 노동이다. 즉,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이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착취한다. …

바로 이 과정 덕분에 고용주는 자본가가 된다. 이 과정은 또 ‘자본’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주류 경제학계와 일상생활에서 자본이라는 말은 직접 소비와 반대되는 장기 투자의 의미로만 쓰인다. 그러나 일부 사회집단이 생산수단을 통제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해야만 먹고살 수 있도록 강요한다면 자본은 더 심오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제 자본은 현재 노동을 착취해서 성장할 수 있는 과거 노동의 산물이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자본은 사물이 아니라 관계다. …

자본을 규정하는 것은 단지 착취만이 아니라(착취는 자본주의 이전의 많은 사회에서도 일어났다) 필연적 자기 증식 드라이브이기도 하다. 생산과 교환의 동기는 자본주의 기업이 가져가는 가치의 양을 늘리려는 것이다.

• 경제 위기의 필연성

마르크스는 전반적 과잉생산 위기의 가능성이 자본주의의 본질 자체에 고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론≫ 1권의 두어 문단에서 세의 법칙을 논파했다. 물론 마르크스는 누군가가 물건을 판매할 때마다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구매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일단 시장에서 상품을 교환하는 데 화폐가 사용되면, 판매자가 즉시 다른 뭔가를 구매하는 일이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화폐는 상품을 직접 교환할 때 쓰이는 가치척도의 구실을 할 뿐 아니라 가치 저장 수단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상품을 판매해서 얻은 돈을 즉시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기로 작정했다면, 체제 전체에서는 생산된 상품을 모두 구매하는 데 쓸 돈이 모자랄 것이다. …

마르크스 자신의 주장은 소비가 생산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더 나아가 생산수단이 되는 상품의 이중적 성격, 즉 가치이면서 동시에 사용가치이기도 한 상품의 성격 때문에 경제 위기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

출발점은 경쟁적 축적 때문에 자본가들이 상품의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려고 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임금을 억제해서 이윤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은 상품 구매력이 있는 화폐의 중요한 일부다. 생산은 대중의 소비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

마르크스가 경제 위기를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특징이라고 본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주의의 장기적 동역학에 대한 그의 분석에서 경제 위기 자체는 핵심 요지가 아니었다. 경제 위기는 체제의 주기적 특징인지라 ≪자본론≫이 출판되기 전에도 이미 몇 차례 그럭저럭 극복된 전례가 있었다. 비록 그 경제 위기 때문에 대중이 엄청난 곤경에 빠지고 파산한 자본가들도 큰 고통을 겪고 때로 대중의 불만이 폭발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경제 위기 자체는 체제를 끝장내지 못했다. 마르크스가 죽고 나서 거의 40년 뒤에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인간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살아가듯이 자본주의도 경제 위기와 호황으로 살아간다.” 자본주의의 장기적 동역학은 경제 위기가 아니라 다른 곳, 즉 체제에서 작동하는 두 가지 장기적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 과정들은 체제가 확장과 수축 사이클을 계속 되풀이하면서 점차 노후해진 결과였다.

• 스미스와 리카도의 노동가치론,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

동태적 성격 덕분에 마르크스의 이론은 스미스와 리카도의 노동가치론이 부딪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것은 산업마다 투자 대비 노동의 비율이 서로 다르지만 투자 대비 잉여가치의 비율인 이윤율은 그와 똑같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문제였다. 심지어 임금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이고 착취율이 거의 똑같은 수준일 때조차 그렇다. 그래서 상품의 가격은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 투자 비용에다 수익을 더한 값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 투자가 많을수록 수익도 많은 것처럼 보인다. 값비싼 기계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자본가는 값싼 기계로 생산한 제품을 파는 자본가보다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것이다. 일부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더 ‘자본 집약적’이라는 사실은, 수익성이 다른 경우보다 크게 낮지 않다면 가격이 노동가치와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가치의 가격으로 전형 문제

마르크스는 흔히 ‘전형(轉形) 문제’라고 부르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의 모델은 시간을 두고 작동하는 동태적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해결책은 기업들이 이윤율의 차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윤율이 낮은 기업은 자본을 다른 데로 옮기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부족해질 것이고, 그 제품의 가격은 노동가치보다 더 올라갈 것이다. 그 제품을 생산에 투입하는 다른 기업들은 (직접 투입물로 사용하든 노동력을 재충전하려고 그 제품을 구입하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올려 줘야 하든) 더 높은 가격을 치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사실상 자신의 잉여가치 일부를 넘겨줄 수밖에 없다. 이윤율의 균등화는 자본가계급 내에서 잉여가치 재분배를 통해 이뤄진다. 그렇다고 해서 잉여가치의 원천이 노동자 착취라는 사실, 그리고 상품을 생산하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변할 때마다 그 상품의 가격도 변한다는 사실이 조금이라도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윤율이 균등해지는 이유는 이미 생산된 잉여가치가 시간이 흐르면 이 자본가한테서 저 자본가에게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제 전체에서 가치의 흐름이 방해받을 때(예컨대, 기업의 막대한 투자 금액이 특정 고정자본에 묶여 있거나 국가가 국책 산업부문에서 투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로막을 때) 체제의 서로 다른 부문에서 이윤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에 대한 비판과 반비판

마르크스의 이런 설명을 비판하는 반론은 흔히 두 가지다. 첫째는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항상 노동자 대 생산수단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기술 발전이 ‘자본 집약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자본 절약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르크스의 주장이 논박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본 절약적’ 혁신보다는 ‘자본 집약적’ 혁신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지식의 특정 수준에서 일부 혁신은 실제로 자본 절약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혁신이 모두 사용됐을 때도, 오로지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만 획득할 수 있는 혁신이 있을 것이다(또는 적어도 자본가들은 그런 혁신이 존재하지 않을까 의심할 것이다). …

현실 세계에서는, 기업을 경영하는 자본가는 모두 생산수단, 즉 ‘죽은 노동’(과거의 연구∙개발 결과에 축적된 죽은 노동도 포함해서)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선진 기술에 접근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다. 포드가 제너럴모터스나 도요타와의 경쟁에 대처하는 방법이 노동자 1인당 물리적 투자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는 생각은, 오직 극소수만 이해할 수 있는 정치경제학 잡지에서나 가능한 상상일 뿐이다. …

마르크스의 이론에 대한 두 번째 반론은 기술 변화만으로는 이윤율 저하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본가들은 신기술 도입으로 이윤이 늘어날 때만 그 기술을 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술 도입으로 한 자본가의 이윤이 늘어나면 자본가계급 전체의 평균 이윤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

지난 40여 년 동안 다양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예컨대, 글린, 히멀웨이트, 브레너, 뒤메닐과 레비가 그랬고, 오키시오는 이 주장을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

마르크스 자신의 저작들에는 그런 비판에 대한 간단한 답변이 나와 있다.
신기술에 투자한 최초의 자본가는 다른 자본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그래서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이 초과이윤은 신기술이 널리 확산되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었다. …

마르크스 주장의 함의는 훨씬 더 광범하다. 자본주의가 축적하는 데 성공하는 것 자체가 추가 축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결국, 다른 자본가들보다 앞서 가려는 자본가들의 경쟁 때문에, 이윤율로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신규 투자가 이뤄진다. 일부 자본가들이 충분한 이윤을 얻는다면 그것은 오로지 퇴출당한 다른 자본가들의 희생 덕분이다. 축적 드라이브는 필연적으로 경제 위기를 낳는다. 그리고 과거의 축적 규모가 클수록 경제 위기는 더 심각할 것이다.

• 금융, 투기, 경제 위기

신규 투자의 확대∙축소 사이클은 대출의 확대∙축소 사이클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 두 사이클이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호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신용은 확대된다. … 그러나 열광적 투자가 이윤의 저수지에서 나오는 자금을 초과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마침내 찾아온다. 이 이윤의 저수지를 이용하려고 기업들이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면, 신용을 얻는 대가로 그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리 수준이 올라간다. 금리가 오르면 이윤이 잠식된다. … 그러면 체제를 확장 국면에서 위기로 몰아가는 압력이 가중된다. 이어지는 경기 수축 국면에서 기업과 은행은 대출을 꺼리게 된다.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아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수축 국면에서는 많은 기업의 차입 필요성도 커진다. 줄어든 매출 이익을 벌충하고 부도 어음 때문에 파산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말이다. 빚을 갚을 이윤이 부족한데도 금리는 한동안 계속 오르고, 이것은 체제의 하강 압력을 가중시킨다.

금리 변동이 더 심각해지는 것은 호황의 절정기에 일어난 다른 일 때문이다. 호황 때 기업과 은행은 이윤을 늘리는 지름길이 대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온갖 종류의 ‘유가증권’(실제로는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현금 보유량보다 훨씬 더 많은 신용을 제공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금융기관들이 그런 ‘증권’을 신뢰하고 그것을 상품 대금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그래서 즉시 현금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은행이 창출한 신용은 일종의 화폐로 취급돼서 통화량을 측정할 때 ‘신용화폐’로 계산된다.

그렇게 신용을 얻기가 쉬우면 각 기업은 흔히 생산적 투자를 크게 늘려서 경쟁 업체들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 한다. … 또, 은행과 사이가 좋은 기업들은 사치성 소비에 몰두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출하려고 차입하고 차입하려고 대출하는 매우 수익성 높은 사업에 온갖 사기꾼과 협잡꾼이 몰려든다. 근저의 현실, 즉 생산, 착취, 잉여가치 창출 과정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다가 경제가 갑자기 하강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신용이 표시된 온갖 종잇조각들은 이윤에서 나오는 자금으로 결제돼야 하지만, 이윤의 양이 너무 적어서 그럴 수 없다. 이제 기업과 은행이 서로 상대방의 차입금 상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대출이 사실상 중단된다. 이것이 오늘날 ‘신용 경색’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

‘허구적 자본’의 작용은 자본주의의 일반적 호황-불황 순환을 더욱 격화시키기도 한다. 허구적 자본은 비생산적이지만 그것의 화폐가치는 어느 시점의 실물 자원(현금으로 전환될 수 있고 또 현금에서 상품으로 전환될 수 있는)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낸다. … 다양한 허구적 자본의 가격은 필연적으로 불안정하고 급등락을 반복하므로 체제 전체의 전반적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허구적 자본의 가격 변동 때문에 호황과 불황의 경기순환이 더욱 격렬해지고 가치를 측정하는 확실한 잣대 구실을 하는 화폐의 능력이 엉망진창이 된다.

•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

마르크스의 관심사는 자본가의 관점에서 무엇이 ‘생산적’인가였다. 마르크스는 생산적인 것은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반면,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노동은 축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생산적’이라는 것이었다. …

마르크스는 노동이 ‘생산적’인지 아닌지는 노동의 물리적 형태[육체노동인지 정신노동인지]나 생산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유용한지에 달려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그 노동이 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것뿐이었다. … 마르크스의 구별은 물질 생산과 오늘날 ‘서비스’로 분류되는 것 사이의 구별이 아니었다. … 예를 들어 영화배우가 사용가치를 창출하고(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서 생활수준을 높인다) 그를 고용한 자본가가 영화를 판매한다면 그 배우의 연기는 생산적이다. 운수 노동자가 물건을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운반하는 일도 사실상 생산을 완성하는 과정의 일부이므로 생산적이다. …

그러나 ≪자본론≫에서 마르크스는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의 구별을 다른 맥락, 즉 자본주의 생산 전체에 우연적인가 필수적인가 하는 맥락에서 다시 논의해야만 했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다양한 노동 형태에 점차 의존하게 됐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기업에는 관리자, 현장감독, 작업반장의 ‘노동’처럼 규율을 유지하는 노동이 존재한다. 또, 이미 생산된 … 상품의 교환에 관여하는 상업노동도 존재한다. 또, 이윤과 손실을 계산하고, 신용을 제공하며, 자본가계급의 다양한 부문들 사이에 잉여가치를 배분하는 데 관여하는 금융노동도 존재한다. …

자본가들이 이런 식으로 고용한 노동은 … 생산적이지 않다. 규율 유지, 상품 판매, 회계 처리는 잉여가치를 새로 창출하는 노동이 아니라 잉여가치의 일부를 떼어 보수를 지급해야 할 필수 기능이다. 이러한 노동은 새로운 것을 생산하지 않는다. …

그런데 만약 생산자본가가 다른 자본가로 하여금 이런 기능의 일부를 맡게 하면 어떻게 될까? 마르크스의 기존 정의에 따르면 그 다른 자본가에게 고용된 노동은 생산적이라고 해야 한다. 그 자본가가 이윤을 얻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보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그 이윤은 생산자본가가 그런 기능을 맡을 사람을 직접 고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총생산량이 증가해 생겨난 것이 아니다. 원래 첫 번째 자본가의 수중에 있던 잉여가치의 일부를 두 번째 자본가가 얻은 것일 뿐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노동은 비생산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것은 다른 곳에서 정의한 생산적 노동의 기준과 다른 것처럼 보인다. … 그러나 … 자본주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과 지연시키는 것을 구별하는 문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분석은 일리가 있다. …

때때로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을 구별하는 것은 순전히 학술적 문제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이 축적에 기여하고 무엇이 기여하지 않는지의 관점에서 보면, 이 구별은 엄청난 함의가 있고, 그중에는 마르크스 자신이 결코 발전시키지 못한 것도 있다. 개별 자본가에게는 “잉여가치를 생산”하는(≪잉여가치학설사≫에서 마르크스가 정의한 생산적 노동의 의미) 것이, 자본 일반의 축적에 이용될 수 있는 잉여가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생산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자본주의 체제 동역학의 핵심이다.

• 종속이론

‘종속이론’의 주장은, 그 주류이든 아니면 급진적 형태이든 간에, 취약했다. 종속이론은 제3세계에 투자한 선진국 자본가들이 설사 수익이 생기더라도 공업을 건설하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차르 치하 러시아, 아르헨티나, 제1차세계대전 이전 영국 제국의 해외 영토에서는 공업 발전에 투입된 외국 자금이 상당히 많았다. 서방 국가들이 항상 공업화를 금지하려고 권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그럴 때도 있었고 그러지 않을 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역과 투자의 많은 부분을 자본주의 강대국에 의존하는 나라의 지배계급이 독립적 자본축적 노선을 추진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유럽 경제들은 오랫동안 미국 경제의 상황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럽의 지배계급들이 미국의 꼭두각시가 되지는 않았다. …

한동안 주류 종속이론이 실제로 한 구실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일부 국가의 지배자들이 일시적이나마 상당한 축적 수준을 달성할 수 있게 해 준 방법들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 국가와 자본의 관계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사람들 간의 관계, 즉 대중을 착취하는 데 관여하는 사람들과 무장 집단을 통제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다. 국가의 주요 인사들과 개인적 인연을 맺는 것은 모든 자본가의 목표다. 그것은 모든 자본가가 다른 특정 자본가와 신뢰의 끈을 구축하고 상호 지원 관계를 맺으려고 애쓰는 것과 꼭 마찬가지다. 레닌이 말한 “연줄”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런 상호작용은 모든 자본의 내부 구조에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특정 자본이 그동안 잘 지내던 다른 자본이나 국가와 갑자기 사이가 틀어지면 그 자본은 매우 힘들어진다. 국민국가와 다국적 자본은 한 가족의 자녀처럼 함께 성장한다. 국민국가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다국적 자본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와 연결된 자본들과 그 국가는 하나의 체제를 형성해서 서로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친다. 개별 자본의 구체적 성격은 다른 자본이나 국가와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는다. 그것은 가치를 증식하고 축적하려는 일반적 충동을 반영할 뿐 아니라 그 자본이 성장해 온 구체적 환경도 반영한다. 국가와 개별 자본은 얽히고설켜 있고 서로 상대방을 이용한다.

국가든 특정 자본이든 이 구조적 상호의존 관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특정 자본은 특정 국가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활동 기반을 다른 나라로 옮기면 내부 조직이나 다른 자본과의 관계를 모두 바꿔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국가는 특정 자본들의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 국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자원(특히 조세수입)을 그들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가 그들의 이해관계를 거스르면 그들은 유동자산을 해외로 빼돌릴 것이다. 국가들이 서로 다른 국가들에 가하는 압력은 각국 자본이 다른 나라에서 활동할 때 자신의 이익을 확실히 보장받는 데서 꼭 필요하다.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의 존재는 자본주의 외부에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자본가들의 선택 사항도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와 체제의 동역학에 필수적 일부다. 이 점을 깨닫지 못하면, 20세기의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큰 허점이 생기게 된다.

• 국가의 ‘자율성’

국가와 자본이 상호의존 관계라고 해서 국가를 그 국가 내에서 활동하는 경제적 실체로 환원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국가를 실제로 운영하는 자들은 기업이 경쟁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없는 기능을 떠맡는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는 자본들을 중재해야 하고, 사법제도를 운영해야 하고, 중앙은행을 통해 금융 시스템과 국내 통화를 관리∙감독해야 한다. …

국가는 또, 국민 대중을 체제 내로 통합하는 메커니즘도 제공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두들겨 패서 굴복시키는 강압 기구(경찰, 보안경찰, 감옥 등)와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불만을 체제와 조화될 수 있는 통로로 돌리는 통합 메커니즘(의회 기구, 단체교섭 체계, 개혁주의∙보수주의∙파시스트 정당들)이 그것이다. … 이탈리아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인 안토니오 그람시는 옳게도 마키아벨리의 켄타우로스(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인 괴물) 비유를 이용해서 강압과 동의가 국가 속에서 결합되는 것을 표현했다.

강압 메커니즘과 통합 메커니즘은 자본주의적 착취와 축적이 이뤄지는 영역 밖에 존재하는 조직과 지도력에 의존한다. 즉, 한편으로는 군대와 경찰,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사회적 지지를 동원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들 말이다. 모름지기 효과적인 국가에는 그런 집단들의 지원(이나 적어도 묵종)을 얻어 내면서도 그들이 어느 정도 독자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연합이 구축돼야 한다. 따라서 국가는 자본 일반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다른 사회집단과 계급을 포섭하려고 제공하는 양보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이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

이런 자율성은 노동자와 농민, 프티부르주아지 사이에 강력한 지지 기반이 있는 개혁주의 정당이나 포퓰리스트 정당, 파시스트 정당이 집권했을 때 절정에 달한다. 그런 자율성을 누리는 정부가 자국 영토 내에 있는 주요 자본가 집단과 결별하거나 심지어 그들의 재산을 몰수할 때도 있다….

그러나 국가가 자국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정도와 자본이 자국 국가로부터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는 특정 자본가의 이익을 무시할 수 있지만, 자신의 조세수입과 다른 국가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결국은 자본축적의 지속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는 없다. 역으로, 개별 자본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 국민국가에서 다른 국민국가로 자신의 기반을 옮길 수 있지만, 과거 미국의 서부 같은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효과적 국가가 없으면 결코 오랫동안 활동할 수 없다. 자신의 정상적 착취 리듬을 깨뜨릴 수 있는 하층 세력뿐 아니라 다른 자본이나 국가에 맞서 싸우면서 자신을 보호해 줄 국가가 필요한 것이다.

• 국가 관료의 계급적 성격

국가와 자본의 … 상호의존은 많은 분석가들이 결코 다루지 않은 문제, 즉 국가 관료 자체의 계급적 성격이라는 문제와 관련해서 함의가 있다. 흔히 사람들은 국가 관료가 사적 자본가계급의 수동적 창조물일 뿐이라거나 어떤 형태의 자본과도 이해관계가 사뭇 다른 별개의 정치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견해는 계급이 재산의 소유 여부에 달려 있으며, 따라서 국가 관료는 착취 계급이나 착취 계급의 일부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

그런 관점으로는 마르크스 사후 125년간의 자본주의를 분석할 때 큰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회의 총소득 가운데 국가의 손을 거쳐가는 몫은 이윤∙이자∙지대의 형태로 사적 자본에게 직접 돌아가는 소득보다 훨씬 더 많다. 국가의 직접투자가 총투자의 절반이 넘는 경우도 흔하고, 국가 관료는 착취의 과실 가운데 매우 큰 몫을 직접 처분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계급을 분석할 때, 사회의 일반적 ‘상식’과 달리, 법률적 소유 개념에 따른 구분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마르크스는 계급이 그런 형식적 개념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사회적 생산관계에서 처한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봤다. 계급은 물질적 생산과 착취에 대한 관계 때문에 다른 인간 집단에 맞서 함께 집단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

지도적 국가 관료 계층은 싫든 좋든 자본축적의 대리인 노릇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국자본의 이익이나 노동계급의 이익과 대립되는 국내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자신들의 이익과 동일시하게 된다. … 국가 관료도 이런저런 방향으로 움직일 수는 있지만 국내 자본의 축적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자신들의 장기적 미래가 위험해질 것이다. 국가 관료의 ‘자율성’은 국내 자본의 축적 요구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하는 제한된 수준의 자유일 뿐, 그런 요구를 실행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결코 아니다. …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 생산이 발전하면 자본가계급 내부에서 기능 분화가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자본 소유자들은 생산과 착취를 실제로 조직하는 직접적 구실을 덜 하는 반면, 이 구실은 고액의 보수를 받는 경영자들에게 넘어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관리자들이 자본축적의 대리인으로 남아 있는 한 그들은 여전히 자본가다. 힐퍼딩은 이 주장을 더욱 발전시켜서, 단일한 자본가계급이 다수의 금리생활자 자본가계급(자기 주식 지분에서 나오는 거의 고정된 수익에 의존하는)과 ‘창업자’ 자본가계급(거대 기업에 필요한 자본을 끌어모아 초과 잉여가치를 얻는)으로 분화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여기에 덧붙여, 개별 자본의 축적을 담당하는 자본가와, 국가를 통해 개별 국가 안에서 활동하는 형제자매 자본들의 발전을 촉진하려는 자본가(이들을 ‘정치적 자본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로 분화된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겠다.

• 1930년대 대공황 극복, 케인스주의 정책 덕분이었나?

1920년대는 독점자본과 결합된 비생산적 지출(마케팅 비용, 광고비, 투기성 투자, 사치성 소비)이 위기를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위기의 궁극적 충격이 전보다 더 커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는 점을 보여 줬다. 1930년대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라는 ‘마중물’이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경기회복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새로운 생명력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 국가자본주의 방향으로 더 거대한 변화가 필요했다. …

독일과 일본의 사례가 매우 중요하다. 독일과 일본 지배계급의 주요 분파는 개별 자본가들을 국가가 강제하는 자본축적 계획에 종속시키는 한편 노동계급 운동을 억압하는 정치 노선을 선택했다. 주요 자본가 집단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자신들도 지지하는 군사적 경쟁의 필요에 종속됐다. 군비 증강과 중공업 확장이 시장과 투자처를 제공하면서 전체 경제를 성장시켰다. 임금은 생산량 증대에 뒤처졌고 이윤율은 부분적으로 회복됐다. …

주요 자본주의 나라의 불황 심화가 다른 나라의 불황에 영향을 미쳤듯이 군사적 국가자본주의라는 불황 극복 노선도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과 미국 제국주의는 각각 1940년 프랑스 함락과 1941년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1930년대 중반의 어중간한 국가 주도 자본주의에서 완전한 전시경제로 전환한 후에야 세계 열강의 지위를 방어할 수 있었다. 영국 국가는 중요한 경제적 결정의 책임을 모두 떠맡아서 각 산업에 원료를 배분하고 식량과 소비재를 배급했다. 그 결과 민간경제는 중앙집권적 전시경제의 단순한 부속물로 전락했다. … 미국 정부는 … 1943년에는 … 총투자의 90퍼센트를 책임졌다. 미국에서도 국가주도의 군비 경제가 전쟁 전에 경제가 직면했던 문제들의 해결책인 듯했다. 3년이 채 안 돼 실업자가 900만 명에서 100만 명 이하로 감소했고, 비생산적 부문에 막대한 지출을 쏟아부었는데도 민간경제가 성장했다. 1940~43년에 총생산량은 갑절로 증가했고, 1943년의 소비지출은 (1940년의 가격으로 측정하더라도) 앞선 연도들보다 많았다. 전시 경제는 8년 동안 뉴딜 정책이 할 수 없었던 것을 해냈다. 노화하는 세계 최대 자본주의 경제의 생산능력을 풀가동시킨 것이 그것이다.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지적했듯이 “1930년대의 대공황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1940년대의 대규모 전시 동원 속으로 사라졌을 뿐이다.”

• 군비 지출, 전후 장기 호황의 진정한 원인

케인스주의가 공식적 경제 이데올로기로서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던 시기의 가장 놀라운 사실은 경제 위기 방지책이라는 조처들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케인스주의 정책이 실시되지 않았는데도 미국은 1960년대까지, 서유럽과 일본은 1970년대까지 경제가 성장했다. …

매슈스나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 수치들을 재분석한 블리니는 케인스주의가 서유럽의 장기 호황에는 거의 아무 구실도 하지 못했으며 미국에서는 제한적 구실만 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전전보다 전후에 미국의 군비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야말로 “재정적 경기 부양”의 주된 원동력이었다고 지적했다. …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새로운 요인이 있다. 평화기에 전례 없는 수준의 군비 지출이 그것이다. 전쟁 전에 미국의 군비 지출은 GNP의 1퍼센트를 약간 넘었다. 그러나 전후의 ‘무장해제’에도 불구하고 군비 지출은 1948년에 4퍼센트나 됐고, 냉전 시작과 함께 급증해 1950~53년에는 13퍼센트 이상으로 치솟았으며, 1950년대와 1960년대 내내 양차 대전 사이 수준의 5~7배를 유지했다.

군비는 투자 가능한 잉여가치를 엄청나게 많이 소비했는데, 군비가 없었다면 그 잉여가치가 모두 생산적 경제로 흘러갔을 것이다. 키드런이 계산한 결과를 보면, 그 규모는 미국 총고정자본형성의 60퍼센트에 달한다. …

대부분의 주류 케인스주의자들과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전후 호황을 설명할 때 군비 지출의 구실을 무시했다. 양측 모두 자본주의를 순수한 ‘자유 시장’ 형태, 즉 19세기 영국에서 잠깐 나타났던 형태와 동일시하고 국가와 군대를 자유 시장과 무관한 것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

그러나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몇몇 케인스주의자들은 군비 지출의 중요한 측면 하나를 파악했다. 군비 지출이 다른 경제 부문에 제공하는 시장은 더 광범한 경제의 등락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즉, 군비 지출은 경제순환의 하락 추세에 제한을 가하는 완충 구실을 했다. 그래서 미국인 마르크스주의자 폴 배런과 폴 스위지는 군비 지출을 계속 증가하는 ‘잉여’를 흡수하고 과잉생산을 극복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군비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과세가 왜 다른 경제 부문의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내지 않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블리니가 지적했듯이, 미국 정부의 군수품 구매는 유럽 경제를 부양하는 데서 중요한 직접적 구실을 할 수 없었다.

낭비적 지출(5장 참조)이 더 넓은 경제의 동역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키드런의 설명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출발점이 ‘과소소비’가 아니라 이윤율이었기 때문이다. 군비 지출은 ‘비생산적’ 지출과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는 이윤을 감소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추가 축적에 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줄이는 효과를 내며, 그래서 고용된 노동력 대 투자의 비율(‘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높아지는 것을 늦춘다.

키드런의 논리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실제 추이에서 경험적으로 증명됐다.
전후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불황 전의 수십 년간보다 느리게 증가했다. 또한 미국에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전후 유럽보다 훨씬 낮았는데, 이는 유럽의 국민총생산에서 군비 지출로 들어간 비중이 미국보다 꽤 낮았기 때문이다.

• 복지국가와 자본들의 이익

‘복지국가’는 국민적 자본들의 이익에 맞게 짜였다. 비록 … ‘복지국가’의 구실을 확대하는 추진력은 아래에서 나왔지만, … 공공 보건 정책은 체제의 일부가 됐다. …

널리 사용되는 ‘사회적 임금’이라는 용어가 정확한 표현이다. … 농부가 온순한 젖소를 원하듯이 자본가는 온순한 노동자를 착취하고 싶어 한다. 나이 들어 은퇴해도 굶어 죽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면, 노동자는 자신이 맡은 일에 전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좌우하는 요인에는 생리적 요인뿐 아니라 역사적∙사회적 요인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력은 다른 상품과 달리 수동적으로 사고팔리는 물건이 아니다.
노동력은 살아 있는 인간의 표현이다. 자본가의 관점에서 본 ‘노동력의 회복’은 노동자에게는 휴식과 즐거움, 창작의 기회다. 명목임금을 두고 투쟁이 벌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임금을 두고도 투쟁이 벌어진다. 비록 두 임금 모두 어느 정도는 자본에 필요하지만 말이다. 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복지가 완전히 생산적이지는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

자본은 이런 비생산적 ‘생산 경비’를 용인하는 수밖에 없다면, 복지 지출 중에서 다른 요소는 되도록 없애거나 어떻게든 최소화하고 싶어 한다. …

지난 180여 년의 복지 입법 역사는 임금제도처럼 자본에 필요한 복지와 자본에 불필요하지만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자본에] 강요된 복지를 서로 분리하려는 노력의 역사였다. …

이러한 양면성은 자본이 국가의 복지 비용 때문에 이윤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음을 발견할 때마다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이런 지점에 도달하면 국가는 대자본이 갑자기 경쟁에 직면했을 때와 똑같은 압력을 받게 된다. 즉, 가치법칙에 맞게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한다. 이 때문에 국가는 한편으로는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자기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국가의 복지 부문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임금을 공격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축적에 필요한 노동력 공급이 원활해지도록 복지를 최대한 억제하고 삭감한다. 그래서 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자본가가 주는 임금을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이런 압력은 노동력을 관리하는 문제가 국가에게 중요해질수록 더 커진다. … 공공 지출은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와는 달리 계급투쟁의 핵심 쟁점이 됐다.

• 황금기의 종말

당시의 경제 위기를 1973년 10월에 유가가 크게 상승한 탓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 그러나 유가 상승 때문에 감소한 선진국의 국민소득은 약 1퍼센트에 불과했고, 산유국으로 흘러갔던 자금도 대부분 국제 금융 시스템을 통해 다시 선진국으로 환류했다. 그것만으로는 세계 체제의 대부분에 미친 커다란 충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 더욱이 유가 상승은 다른 사건들과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이미 3년 전에 ‘그로스리세션’이 그 전 25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모든 주요 경제를 동시에 강타했고, 그 후 급속한 경기회복이 찾아와 유가 인상 이전에조차 인플레가 가속화했다. 단적으로 말해, 1973년 말에 시작된 경기 침체는 케인스주의 방식의 국가 개입 덕분에 이제는 역사책에나 나오는 유물이 됐다던 바로 그 경기순환의 정점이었다.

주류 케인스주의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으로 해결할 수 있다던 그 어느 것도 더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많은 케인스주의자들이 하룻밤 사이에 기존 사상을 내던지고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학파가 주장한 ‘통화주의’ 이론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정부의 경제행위 통제 시도가 문제였다고 봤다. …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 지지자들이 통화주의로 몰려갔지만 통화주의의 위기 대처 능력도 케인스주의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어쨌든 통화주의는 1930년대까지 부르주아 경제학을 지배했던 신고전학파의 반복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 영국에서 통화주의자 하우가 1979년 정부 예산을 편성한 뒤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갑절이 됐고 1984년의 산업 생산량은 11년 전보다 15퍼센트나 하락했다. 통화주의 정책들은 통화 공급조차 통제하지 못했다. …

1970년대 중반에 통화주의를 받아들이며 케인스주의를 버렸던 일부 경제학자들이 1980년대 초에는 그 반대로 통화주의를 포기했다. …

많은 주류 경제 이론들은 다른 방향으로 옮겨 갔다. 1930년대 하이에크의 주장을 매우 많이 받아들인 ‘새고전학파’는 통화주의가 국가의 화폐시장 개입을 내버려 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며 영향력을 획득했다. …

‘황금기’의 종말을 설명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주류 경제학 논의들은 모두 이윤율의 변화 문제를 빠뜨린다. 그렇지만 이윤율을 측정하려는 노력은 모두 단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윤율이 196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사이에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이다. …

유일하게 설득력 있는 듯한 주장은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의 유기적 구성 증가론이었다(지금도 타당한 주장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주류 경제학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제조업에 고용된 노동자 대비 자본 투자의 비율이 1957~68년과 1968~73년 사이에 40퍼센트 이상 급증했다. 영국에서는 자본-산출 비율이 1960년과 1970년대 중반 사이에 50퍼센트 증가했다.

• 신자유주의의 시대, 착각의 시대

사태를 직시하고 눈에 보이는 외관의 이면을 들여다 볼 태세가 돼 있던 일부 평론가들은 불안한 징후들을 감지했다. 예를 들어, IMF는 번영에 열광한 반면 세계은행이 의뢰한 연구는 매우 다른 그림을 보여 줬다. 세계 전체의 성장률은 장기 호황기보다 훨씬 낮았을 뿐 아니라 장기 호황이 끝난 후 15년간보다도 낮았다. …

축적과 성장률이 저하했고 ‘황금기’보다 낮은 수준의 이윤율이 지속됐다. 이윤율은 1980년대 초 바닥을 친 뒤 약간 회복됐지만 기껏해야 ‘황금기’가 종료된 전환점인 1970년대 초 수준을 넘지 못했다. …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의 전반적 추세는 1980년대 상황의 연속이었다. 즉, 이윤율이 약간 회복됐지만, 체제가 장기 호황기의 지속적 활력을 되찾을 만큼 충분히 높지는 않았다. …

1980년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의 경제 위기들은 실제로 산업 구조조정을 초래했다. …

그러나 경제 위기를 통한 구조조정은 19세기 초부터 제1차세계대전 때까지의 ‘자유 시장’ 시기에 견줘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수익성 없는 자본의 파괴가 1950년대와 1960년대 수준의 이윤율을 회복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일부 대기업이 파산하는 것이 다른 기업에게 이롭다는 ‘창조적 파괴’ 개념을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국가들의 실제 행동(과 산업계나 금융 부문이 국가에 가한 압력의 결과)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사뭇 달랐다. 대기업과 은행의 몰락이 체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 존재했던 것이다.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의 경제 위기 때 파산하도록 방치된 대기업은 거의 없었다. 각국 정부는 대기업이 파산하지 않고 살아남도록 계속 개입했다. …

이윤율 회복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인은 컴퓨터 도입이나 자본의 조직 개편 따위가 아니라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전통적 형태의 노동계급 저항이 분쇄돼서 자본이 노동자들을 압박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자본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이나 [공장과 사업장] 이전을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를 무자비하게 강요했다.

모든 주요 서방 경제에서 국민소득 중 노동자에게 가는 비율이 하락했다.
미국에서는 “생산성이 1973~98년에 46.5퍼센트 올랐지만” 평균임금은 약 8퍼센트 떨어졌고24 생산 노동자의 임금은 20퍼센트 떨어졌다(노동자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1980년에 1883시간이던 노동시간을 1997년에는 1966시간으로 늘리는 것뿐이었다). … 다양한 복지 서비스, 즉 ‘사회적 임금’에 해당하는 의료·연금·교육 서비스도 공격받았다.

• 세계화의 신화와 현실

국가가 더는 세계 체제에서 중심적 구실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20세기 내내 유행한 주장, 즉 전쟁은 이제 과거지사가 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동구권이 몰락하고 제1차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뒤 조지 부시 1세는 “신세계 질서”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를 학술적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해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다. …

세계화에 관한 이 모든 주장들은 국가와 자본의 관계가 실제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제1차세계대전 이래로 자본은 국가와 관계를 단절하고 싶은 생각도 그럴 능력도 없었다. 둘 사이의 관계가 더 복잡해졌을 수는 있지만 여전히 국가는 자본에게 압도적으로 중요했다.

이 점은 생산자본에서 가장 분명히 나타난다. 세계화론의 주장과 달리 생산자본은 쉽게 이동할 수 없다. 공장, 기계류, 광산, 항구, 사무실 등은 자본주의 초기와 마찬가지로 건설하는 데 몇 년씩 걸린다. 그리고 그냥 뜯어서 운반할 수도 없다. 때때로 기업이 기계와 설비를 옮길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며, 다른 곳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숙련된 노동력을 확보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그사이에 옛 시설에 투자한 돈이 날아갈 뿐 아니라 [신규] 기계류에 대한 투자 수익도 얻지 못한다. 사실, 완전히 독립적인 생산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

심지어 화폐자본도 이동이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

“국제금융 시스템을 보면, 국제적 축적에서 국적이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인공위성과 컴퓨터 기술의 결합으로, 신고전학파가 말하는 금융 흐름의 ‘완전 시장’이 수익률을 균등화하고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기술적 전제 조건이 모두 마련됐다. 그러나 … 금융의 국가적 성격은 유지되고 있다. 금융은 저축과 투자가 균형을 이루도록 체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 국가가 지정한 통화들로 구성된 국제금융 시스템은 세계화가 국가 차원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

• 다시 찾아온 세계경제 위기

이번 경제 위기는 지난 25년간 금융이 엄청나게 성장해 자본주의 체제에서 전례 없이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

금융의 구실이 늘어나면서 세계경제에도 그 영향이 나타났다. 1980년대 초 이후 불황-호황의 경기순환에서 상승 국면마다 금융 투기가 발생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중반에 미국과 영국 증권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1980년대 말에는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1990년대 말에는 닷컴 호황이 나타났고, 2000년대 초 중반에는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

생산보다 은행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정부, 비금융 기업, 소비자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부채 수준이 높아졌다. 1980년대 동안 미국의 부채 수준은 2배로 높아졌고 일본의 부채 수준은 3배로 높아졌다. …

금융의 성장은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인 생산의 변화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생산이 국제화한 결과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축적이 장기적으로 둔화한 결과였다. …

다국적 금융의 성장은 자본주의 체제의 불안정을 심화시켰지만 그 불안정의 원인은 아니었다. 불안정성의 심화는 생산 기업들이 투기적 이윤을 추구하도록 부추겼다. 그 과정에서 금융 부문이 더욱 성장했고 불안정이 훨씬 더 심해졌다. …

당시의 투기 사업에 뛰어든 것이 금융자본가들만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강조해야겠다. 산업자본가들과 상업자본가들도 투기에 동참했다. 2005년 미국의
비농업·비금융 기업 성장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가격 상승 덕분이었다.

그러나 금융이 주도한 거품은 이른바 생산적 부문의 이윤 원천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 거품은 투자나 노동자들의 임금이 제공할 수 없었던 시장을 제공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하기도 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거품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적 공업국들에서 투자가 감소한 데다 임금도 억제됐으므로(미국에서는 임금이 삭감됐다) 소비자 부채가 점차 생산 수요를 제공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 점은 2000년대 초중반에 훨씬 더 두드러졌다. ‘주택’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품이 없었다면 2001~02년의 불황에서 회복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

낮은 투자 수준과 실질임금 감소가 맞물리면 보통은 지속적 불황이 나타난다. 이런 불황을 막은 것은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용자들을 포함한 미국 소비자들에 대한 대출 급증이었다. …

금융화는 미국 군비 경제의 효과가 대부분 사라진 후 수십 년간 세계경제에 부채라는 형태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했다. 상시 군비 경제는 부채 경제로 보충돼야 했다. 그러나 부채 경제는 자체의 특성상 영원할 수 없다. 거품 시기에 은행들이 거둬들인 막대한 이윤은 생산적 부문에서 창출한 가치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낸다. 전에 상승했던 자산(주택, 부동산, 모기지, 주식)의 가격이 갑자기 하락하면 은행들은 이 청구권이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다른 곳에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부채조차 갚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현금을 확보하는 과정 자체가 더 많은 자산 매각을 포함한다. 모든 은행이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자산 가격은 더 하락하고 미래의 손실은 더욱 커진다. 거품은 꺼지고 호황은 파탄난다.

• 금융화론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금융화’를 강조하는 급진 경제학자들은 … 체제 옹호론에 문을 열어 둘 위험이 있다. 이들의 독특한 주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이윤율이 충분히 회복돼 생산적 투자가 부활했지만 금융 권력을 당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 그들이 옳다면, 2001년에 발생한 경제 위기와 2007~08년에 훨씬 더 큰 규모로 발생한 경제 위기의 원인은 정말이지 그 전의 경제 위기들(양차 대전 사이의 불황을 포함해서)과는 사뭇 다를 것이고, 따라서 기존 국가가 금융 부문의 행태를 더 강력하게 통제한다면 21세기에는 그런 경제 위기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 오늘날의 위기가 과거의 위기와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거의 없는 듯하다. 위기의 형태는 매번 달라질 수 있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처럼 파괴적일 것이다. 금융 규제만으로는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자본주의 국가가 위기를 막기 위해 쏟아붓는 비용은 거의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금융화’가 낮은 이윤율과 낮은 축적률이라는 상황에서 발전했고 또 이 두 조건에 다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돈을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옮기는 데 노동과 기술이 쓰이거나, 잠재적으로 생산적인 자원이 으리으리한 오피스 빌딩을 건설하고 꾸미는 데 사용되거나, 금융계 ‘귀재’들이 과시적 소비에 탐닉하는 등 엄청난 낭비가 있었다. 어쩌면 벤 파인이 주장했듯이 금융화는 “실질적 축적과 허구적 축적을 분리”하는 효과가 있어서, 자본가들이 시장의 안개를 헤치고 생산적 투자 기회를 포착하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자본의
생산적 부문이 직면한 더 뿌리 깊은 문제들이 이런 상황을 야기했다. 금융은 기생동물 등에 붙어 있는 기생충이지 자본주의 체제 자체와 떼어 놓고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노동계급은 쇠퇴하고 있는가?

온갖 수치를 보며 내릴 수 있는 핵심 결론은 즉자적 계급으로서 노동계급은 전례 없이 많고, 그 핵심은 약 20억 명, 즉 세계 인구의 3분의 1쯤 된다는 것이다. 노동계급 외에 농민도 매우 많은데 최대 50퍼센트는 모종의 임금노동을 하고, 따라서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체제의 논리에 종속돼 있다.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와 반(半)프롤레타리아를 합친 수치는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노동자들이 이 체제에 도전할 잠재력이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이런 일반적 수치를 넘어서야 한다. 먼저 이 체제의 변화가 어떻게 서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을 변화시키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

전체 공업 노동인구가 약간 감소한 것은 제조업이 덜 중요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공업의 피고용인 1인당 생산성이 ‘서비스업’보다 더 빨리 증가했기 때문이다. 30년 전보다 약간 줄어든 제조업 노동자들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1970년대 초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에서도 공업 노동자가 중요하다. 공업 노동자의 중요성이 감소했다는 하트와 네그리 같은 사람들의 그럴듯한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 …

자본주의가 공업 일자리를 즉시 없앨 수 있다는 주장은 구조조정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엄청나게 과장한 것이다. … 자본이 세계의 한 지역에 대한 산업투자를 청산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리고 신규 투자는 여전히 선진국들의 3대 지역 내에서 주로 이뤄진다(비록 중국이 제조업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그런 패턴이 약간 틀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

실증적 자료들은 불안정한 일자리가 가차없이 확산되기만 한다는 생각이 옳지 않음을 보여 준다. … 나라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2001년 서유럽 전체를 조사한 ILO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실제 증거들은 “신종” 고용 관계가 나타나면서 “정규직이 사라지고” “종신 고용이 소멸”하고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 …”

자본은 특정한 기술을 가진 노동자 없이는 유지될 수 없으며, 그래서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노동자를 선호한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훈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되도록 이들을 해고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심지어 반(半)숙련, 미숙련 노동자조차 언제든지 “처분 가능한” 소모품쯤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사용자는 고용 불안의 확산으로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대다수 노동자조차 일자리를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게 되는 것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이 이런 노동자들을 실제로 처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비록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하더라도 자본의 요구에 저항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경제학은 어렵다?

이 책의 첫째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경제학이란 딱딱하고 따분하고 수식으로 가득 차 있을 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통념을 깬다. 지은이 크리스 하먼은 마르크스주의 경제 이론과 150년에 걸친 자본주의 발전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주류 경제학의 무능함에 강력한 일침

이는 이론과 현실 생활을 종합해 이해하려는 지은이의 노력 덕분이다. 지은이는 150년 전에 마르크스가 분석한 자본주의 이론이 21세기의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서도 핵심임을 강조하며 마르크스의 이론을 충실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현실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20세기 자본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1930년대 대공황을 설명하는 일을 “경제학의 성배(聖杯)”라며 회피하는 주류 경제학의 무능함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주류 경제학은 부단히 변하는 자본주의를 설명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정태적” 모형에 현실을 끼워 맞추며 좀비 같은 자본주의를 정당화하기에 급급하다. 반대로 지은이는 마르크스 경제 이론의 핵심은 자본주의를 끊임없이 변하는 역동적 체제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동태적” 관점에서 주류 경제학의 허점을 조목조목 따지며 왜 마르크스주의가 지금도 타당한지를 논증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주요 쟁점 총정리

또한, 노동가치론,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 전형 문제, 숙련 노동과 미숙련 노동,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 과소소비론, 제국주의론, 종속이론, 국가와 자본의 관계, 금융자본론 등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주요 논쟁점들을 고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다루며 설명한다. 이런 설명 방식은 이미 지은이가 ≪민중의 세계사≫에서 보여 준 방식이다. 지은이는 ≪민중의 세계사≫에서도 수천 년에 거친 인류의 역사를 단지 연대별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대의 주요 사건과 쟁점을 역사유물론의 관점에서 명쾌하게 설명해 독자들에게 청량감을 맛보게 해 줬다. 독자들은 ≪좀비 자본주의≫에서도 마찬가지 느낌을 얻을 것이다.

마르크스의 이론을 사용해 현재 자본주의를 분석한다

지은이가 마르크스의 이론과 개념을 옹호한다고 해서 마르크스의 말을 교조적으로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지은이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마르크스 사후 자본주의에서 일어난 변화, 즉 독점, 전쟁과 제국주의, 자본과 국가의 관계, 국가 지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복지, 군비, 금융의 성장을 분석했다. 또 1∙2차세계대전은 왜 일어나게 됐는지, 1930년대 대공황은 왜 발생했고 어떻게 극복됐는지, 전후 장기 호황은 어떻게 가능했고 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 2008년 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래서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학자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이 책을 두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책이라고 극찬했다. 한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정성진 교수도 “마르크스주의 진영에서 쓰인 최상의 현대 자본주의 개론서”라고 평가했다.

‘고삐 풀린 체제’의 위험성

이 책은 또 피크오일, 식량 부족, 기후변화 등 현재 자본주의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변화들이 어디에서 비롯했고, 왜 자본주의는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기후변화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존립 기반인 환경 자체를 갉아먹는 체제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지은이는 “이 체제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소외된 노동의 체제는 파괴의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그런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세계의 부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아서 이를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가 없는가다” 하고 주장한다.

노동계급은 해체되는가? 국제 노동계급의 현 상태를 실증적으로 분석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누가 어떻게 변혁할 것인가 하는 핵심적 물음에 답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노동계급이 세계를 바꿀 핵심 세력이라고 했는데, 과연 이 주장은 21세기에도 타당할까?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 등으로 세상이 변했고,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계급은 쇠퇴하고 해체돼 더는 변혁의 주체가 아니게 됐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현재 노동계급의 규모와 상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노동계급 해체론이 틀렸음을 보여 준다. 객관적 조건을 보면 노동계급은 21세기에도 마르크스가 말한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혁명이 현실이 되려면 주관적 요소도 발전해야 한다. 그래서 지은이는 이렇게 강조한다.
“자본주의를 탐구하는 사람들이 자본주의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벌이는 운동의 필수적 일부가 돼야 한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운동이 없다면 이번 세기가 끝날 때까지도 다수의 사람들은 이 참을 수 없는 세계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청년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철학자들은 세계를 이렇게 저렇게 해석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크리스 하먼

영국의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소셜리스트 워커>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편집자였다. 전 세계가 들썩인 1968년 당시 영국 학생운동의 중심이었던 런던 대학교 사회과학대학(LSE)에서 주도적 학생 활동가로 사회운동에 뛰어든 이래 40여 년간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이자 활동가로 활약했다. 2009년 카이로에서 이집트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최한 포럼에 연사로 참가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는 대표작 ≪민중의 세계사≫(책갈피) 말고도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책갈피, 공저), ≪오늘의 세계경제: 위기와 전망≫(갈무리), ≪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책갈피), ≪마르크스주의와 공황론≫(풀무질), ≪크리스 하먼의 마르크스 경제학 가이드≫(책갈피), ≪쉽게 읽는 마르크스주의≫(북막스), ≪21세기의 혁명≫(책갈피), ≪세계를 뒤흔든 1968≫(책갈피), ≪이슬람주의, 계급, 혁명≫(책갈피) 등 20여 권이 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이고 계간지 ≪마르크스주의 연구≫(한울)의 편집위원이다. 저서로는 ≪사회운동가들과 함께 세상읽기≫(책벌레, 공저)가 있고, 옮긴책에 ≪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책갈피), ≪인티파다≫(책갈피) 등이 있다.

수년간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등의 노동조합에서 정책·연대 사업 담당자로 일했다. 독일 베를린 경제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고 경상대학교 정치경제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세계화와 노동계급≫(공역, 책갈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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