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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 | 이한중 옮김
한겨레출판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3년 08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1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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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8.52MB)
ISBN 9791160405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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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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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계급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낸 조지 오웰의 르포르타주『위건 부두로 가는 길』. 1936년, 청년 오웰은 탄광 지대의 실업 문제에 대한 르포를 청탁받는다. 그는 두 달에 걸쳐 탄광 지대에서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며 조사활동을 벌이고, 그들의 모습에서 절망과 희망을 보게 된다. 오웰은 특유의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을 바탕으로 하숙집 풍경과 그곳 사람들, 탄광 안의 모습, 광부들의 임금과 실업자 가정의 생활비, 각각의 주택 구성과 재건축 문제 등을 기록했다. 특히 당대의 사회주의자들을 분석하며, 사회주의가 노동 계급으로부터 지지 받지 못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1부는 탄광 지대에서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한 르포이고, 2부는 당시 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에세이다. 탄광 노동자들과 실업자 가정의 처참한 현실을 본 오웰은 그 해법으로 사회주의를 선택했지만, 당시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던 지식인들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1984〉와 〈동물농장〉의 시작을 엿볼 수 있는 글쓰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추천의 글 - 오웰을 이해하러 가는 길

<b>1부 탄광 지대 노동자의 밑바닥 생활</b>
1. 브루커 부부의 하숙집에서
2. 막장의 세계를 체험하다
3. 광부들의 삶
4.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주택 문제
5. 실업수당으로 사는 사람들
6. 실업과 먹을거리
7. 그리운 노동 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

<b>2부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b>
8. 학교에서 익힌 편견
9. 제국 경찰에서 부랑자로
10. 건너기 힘든 계급의 강
11. 왜 사회주의가 지지 받지 못하는가
12. 사회주의는 어떻게 파시즘을 키웠는가
13. 우리가 해야 할 일

옮긴이의 말 - 1936년의 오웰, 2010년의 우리

내 침대는 문에서 가장 가까운 벽면의 오른쪽 구석에 있었다. 발치 바로 맞은편에 다른 침대가 있었는데, 워낙 바짝 붙여둬서(그래야 문을 열수 있었다) 나는 다리를 접고 자야 했다. 다리를 뻗고 자면 그 침대 주인의 등허리를 차버릴 수 있어서였다. 그는 라일리 씨라는 초로의 남자로, 탄광에서 ‘지상’ 근무를 한다는 일종의 기계공이었다. 다행히 그는 새벽 다섯 시면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그가 나가면 몇 시간은 다리를 펴고 잘 수 있었다.(12쪽)

그들이 하는 일은 보통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거의 초인적이라 할 만큼 엄청나다. (……) 그게 얼마나 힘든지는 시늉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삽질은 서서 할 때 더 쉬운 법이다. 삽을 움직일 때 무릎과 허벅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릎을 꿇게 되면 그 부담을 팔과 배 근육으로 다 떠안아야 한다. 다른 조건들도 작업을 딱히 더 수월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 덥고(제각각이지만 경우에 따라 숨 막힐 정도다), 탄진은 목구멍과 콧구멍을 틀어막으며 눈썹에 자욱하게 쌓이며, 그 비좁은 공간 안에 있으면 기관총 소리처럼 시끄러운 컨베이어벨트의 소음이 끝없이 들려온다.(33~34쪽)

이윽고 세 번째로 천장이 무너졌는데, 이번엔 몇 시간 동안 바위를 치워주지 못했고, 그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해준 광부는(그 역시 한번 바위에 깔린 적이 있었는데 운 좋게도 머리를 다리 사이에 파묻은 덕분에 숨 쉴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게 특별히 섬뜩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중요한 건 그 ‘날품팔이’가 작업장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매일같이 사고를 예상하면서도 거길 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하러 가기 전에 아내에게 꼭 키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나중에 그녀는 나에게 그가 키스를 해준 지가 20년이 넘었다고 하더구먼.”(62쪽)

그러나 문제는 슬럼을 부수면 다른 것들까지 부숴야 한다는 점이다. (……) 이러한 변화는 중산층에게는 맥주 한 잔을 마시러 1~2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하는 성가신 정도의 문제겠지만, 노동자 계층에겐 선술집이 일종의 친목 클럽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공동체적 생활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슬럼 거주민들을 번듯한 집으로 이주시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긴 하지만, 우리 시대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그들이 누려온 자유의 마지막 흔적까지 박탈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94~96쪽)

3페니로 고기는 얼마 못 사지만 ‘피시 앤드 칩스’는 충분히 살 수 있다. 우유 한 파인트가 3페니고 ‘순한’ 맥주도 4페니나 되지만, 아스피린 1페니에 일곱 알이며 차는 4분의 1파운드 한 다발로 40잔을 짜낼 수 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모든 사치 중에서도 가장 값싼 도박이다.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라 해도 당첨금에 1페니를 걸어봄으로써 며칠간의 희망을(그들 말대로 “삶의 이유가 되는 무언가를”) 살 수 있는 것이다.(120쪽)

노동 계급의 가정에서는(실업 상태 아닌 비교적 살 만한 가정을 말한다)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따스하고 건전하고 인간적인 공기가 있다. (……) 특히 겨울날 저녁에 차를 마시고 난 뒤, 조리용 난로에선 불꽃이 춤을 추고, 난로 한쪽에선 아버지가 셔츠 차림으로 흔들의자에 앉아 경마 결승전 소식을 읽고, 어머니는 다른 한쪽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아이들은 1페니 주고 산 박하사탕 때문에 행복해하고, 개는 카펫에 드러누워 불을 쬐는 정경을 볼 수 있는 집은 정말 가볼 만한 곳이다.(157쪽)

번민 끝에 결국 얻은 결론은 모든 피압제자는 언제나 옳으며 모든 압제자는 언제나 그르다는 단순한 이론이었다. 잘못된 이론일지 모르나 압제자가 되어본 사람으로 얻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나는 내 자신이 단순히 제국주의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인간의 모든 형태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꼈다. (200~201쪽)

평범한 노동자에게, 이를테면 토요일 밤 아무 선술집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유형에게, 사회주의는 더 많은 임금과 더 짧은 노동 시간과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사람이 없는 것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혁명적인 유형에겐, 즉 기아 및 실업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고용주의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오른 유형에겐, 사회주의란 압제에 저항하는 일종의 구호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진정한 노동자라면 그 누구도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보다 심각한 의미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 그가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보다 더 진정한 사회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가 정통 마르크스주의자와는 달리 사회주의란 곧 정의와 상식적인 양식(良識)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36~237쪽)

<b>『1984』 『동물농장』의 조지 오웰,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b>

1936년 초 서른셋의 청년 오웰에게 ‘레프트 북클럽’이라는 단체에서 탄광 지대의 실업 문제에 대한 르포를 청탁한다. 오웰은 탄광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모습에서 절망과 희망을 확인한다. 단순한 보고를 넘어 번뜩이는 통찰과 특유의 유머를 바탕으로 치밀하고 생생하게 노동 계급의 삶을 이 책에 담아낸다. 무엇보다 당대의 사회주의자들을 분석하며 ‘왜 사회주의가 노동 계급으로부터 지지 받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오웰의 이야기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큰 울림을 전한다.

<b>조지 오웰 사후 60년, 우리는 『1984』 『동물농장』을 제대로 읽은 걸까?</b>

요즘 조지 오웰의 『1984』를 찾는 이들이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덕분인 듯하다. 하루키도 시사했듯 『1Q84』는 『1984』의 강한 영향을 받았다. Q는 물음표(Question Mark)를 뜻하기도 하지만, 일본어로 ‘9’(큐)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쓰인 것이고, 『1Q84』에는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의 대척점에 있는 듯한 ‘리틀 피플’이 등장한다.
굳이 하루키가 아니라 해도 『1984』는 이미 명실상부한 현대의 고전이다. 2009년 〈뉴스위크〉 선정 역대 세계 최고의 명저 2위(1위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2008년 하버드 대학 학생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도서 1위 등의 자료만 보아도 그렇다.
빅 브라더, 통제 사회, 전체주의, 암울한 미래 등이 연상되는 『1984』. 하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제대로 읽고 있는 걸까? 뿐만 아니라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반공 우화로 많이 알려진 『동물농장』도 혹시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널리 알려진 『1984』나 『동물농장』을 간단히 반전체주의 소설, 반공산주의 소설로 정리하고 넘어가기엔 아쉬움이 크다.
2010년 1월 21일이면 조지 오웰이 세상을 떠난 지 60년이 된다. 다시 한 번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돌아보기엔, 1936년 자신의 글쓰기가 전환을 맞이한 바로 그 해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만한 작품이 없을 것이다.

<b>“세미다큐멘터리의 위대한 고전”
영국 북부 탄광 지대에서 겪은 생생한 체험담</b>

버마에서의 ‘인도 제국 경찰’ 활동을 참회하는 의미로, 자신이 체험한 부랑자 생활을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에 담아 명망을 얻어가고 있던 오웰은,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출판인 빅터 골란츠로부터 청탁을 받는다. 당시 영국 북부(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지역의 북부를 일컫는 것으로 섬 전체에서는 중간쯤이다) 지역에 만연해있던 탄광 노동자들의 실업 문제에 대한 르포를 써 달라는 것이었다.
오웰은 1936년 초 두 달에 걸쳐 위건, 리버풀, 셰필드, 반즐리 등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면서 면밀한 조사활동을 벌인다. 꼼꼼한 조사 내용과 생생한 상황 묘사 덕에 역사학자들마저 찾는 자료로도 의미가 있을 정도다.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학자였던 존 스티븐슨 교수는 “실업을 다룬 세미다큐멘터리의 위대한 고전”이라 부르기까지 했다.
청결하지 못한 하숙집 풍경과 그곳 사람들(1장), 지옥과도 같은 탄광 안의 모습(2장), 광부들의 임금과 실업자 가정의 생활비 등(3, 5, 6장)과 각각의 주택 구성과 재건축 문제에 대한 메모(4장)까지 그 모습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짓다가도 문득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더 나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도시 재건축에 대한 성찰(“그러나 문제는 슬럼을 부수면 다른 것들까지 부숴야 한다는 점이다”, 94쪽)은 용산참사 1년을 맞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b>왜 노동 계급이 사회주의를 지지하지 않는 걸까?
설구워진 진보 지식인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b>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탄광 지대에서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한 르포가 1부(1~7장)라면, 2부(8~13장)는 당시 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오웰의 에세이다. 이 부분에서 오웰은 당시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어가던 좌파 ‘지식인’들을 호되게 비판하는데, 이 때문에 이 책의 출판인인 빅터 골란츠는 2부의 내용이 출판인의 견해와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밝히는 서문을 덧붙여 출간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후에 『카탈로니아 찬가』와 『동물농장』에 대해 출간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탄광 노동자들의 고된 작업과 실업자 가정의 처참한 생활환경을 확인한 오웰이 선택한 해법은 당연하게도 ‘사회주의’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회주의는 “파시즘의 맹공에 후퇴”하고 있었고, 오웰은 “지금처럼 계급 문제를 어리석게 다룬다면 사회주의자가 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쫓아버려 파시스트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230~231쪽)고 경고한다.
오웰은 2부의 전반부(8~10장)를 통해 ‘하급 상류 중산층’(그는 스스로를 “상류 중산층 가운데 하급에 속한다”(164쪽)고 소개한다)이었던 자신의 예를 들며 계급 문제를 감상적인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8~9장은 오웰 스스로도 “자서전”이라 일컬은 부분으로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토대를 제공한다)

<b>진보세력을 위한‘악마의 대변인’조지 오웰
『1984』와 『동물농장』의 씨앗을 내비치다</b>

그는 2부의 후반부(11~13장)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주의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생각 있는 보통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적의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주의를 방어하기 위해 … 사회주의를 공격”(231쪽)한다. “악마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11장에서는 “이론적으로는 계급 없는 사회를 위해 애쓰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구질구질한 사회적 위신에 악착같이 매달린다는”(235쪽) 중산층 사회주의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12장에서는 보다 심층적인 사회주의 반대의 논리를 펼친다. 산업화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든, 사회주의 자체가 가진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다. “기계가 압도함에 따라 손상되지 않을 인간 활동이 ‘과연’ 있겠느냐”(265쪽)는 질문은 사회주의 역시 산업화에 대한 성찰 없이 물질적인 진보에 안주하게 될 때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예견이고, 이는 바로 『1984』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b>1936년, 정치적 작가 오웰의 탄생</b>

“1936년부터 내가 쓴 진지한 작품들은 그 어느 한 줄이건 ‘전체주의’에 맞서기 위해,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쓴 것들이다.”(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오웰은 1936년의 전반부를 영국 북부 탄광 지대를 체험하고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쓰며 보냈고, 후반부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여 그 소회를 메모하며 지냈다(이 내용은 『카탈로니아 찬가』를 통해 발표한다). 탄광 지대에서 노동자들의 궁핍한 모습을 확인한 그에게 사회주의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으나, 사회주의의 주변은 이미 사회주의자를 자임하며 오히려 사회주의를 가로막는 자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스탈린주의를 만나면서 그 실체를 명확히 확인한다. 이런 1936년의 경험이 그의 글쓰기를 보다 ‘정치적’으로 이끌었고,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동물농장』과 『1984』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책속으로
기계의 기능은 일을 덜어주는 것이다. 완전히 기계화된 세상에서는 모든 지겨운 고역은 기계가 해줌에 따라, 우리는 보다 흥미로운 것들을 추구하기 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참 근사한 일 같다. (……) 그러나 금세 이런 질문이 나온다. 다른 무얼 한단 말인가? 그들은 ‘일’ 아닌 무엇을 할 수 있도록 ‘일’에서 해방된 듯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일이고 무엇이 일이 아니란 말인가? (265~266쪽)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서는 파시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자면 파시즘이 상당한 해악뿐만 아니라 약간의 장점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 파시즘은 악랄한 절대 권력이며, 권력을 잡고 유지하느라 쓰는 수법도 워낙 악랄해서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마저 그 이야기는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파시즘의 근간이 되는 정서, 즉 사람들을 처음 파시즘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정서는 그리 한심한 게 아니다. (287쪽)

우리는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하며, 사회주의는 난센스가 제거된 뒤의 정의와 자유를 뜻한다.(296쪽)

거기다 모든 사회주의자들이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끔찍한 전문용어도 문제다. 일반인들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니 ‘프롤레타리아의 연대’니 ‘수용자들에 대한 수용’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 영감을 받는 게 아니라 정나미가 떨어질 뿐이다. 심지어 ‘동지’라는 말 한마디만 해도 사회주의 운동을 불신하는 데 적지만 한몫을 했다. 머뭇거리던 사람들 중에 용기를 내어 대중 집회에 갔다가 자의식 강한 사회주의자들이 의무적으로 서로를 ‘동지’라 부르는 것을 보고 실망하고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제일 가까운 맥줏집으로 들어가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300~301쪽)

연합해야 할 사람들은 사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집세 낼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지는 모든 이들이다.(306쪽)

작가정보

저자(글) 조지 오웰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다. 1903년 6월 25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났다. 책에서 말하듯 “하급 상류 중산층”에 속한 그는 영국 사립 최고 명문인 이튼 학교를 마치고는 명문 대학이 아닌 버마로 향한다. 식민 통치기구인 ‘인도 제국 경찰’에서 일하기 위해서였다.
식민지 경찰 활동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에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과 파리에서 자발적인 부랑자 생활을 하고, 이 체험을 바탕으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내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나선다.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도 이때부터 쓰기 시작한다.
작가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오웰은 1936년 1월, 한 진보단체로부터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하여 책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고, 두 달에 걸쳐 위건, 리버풀, 셰필드, 반즐리 등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며 면밀한 조사활동을 한다. 바로 이 취재의 결과물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이다. 같은 해 일어난 스페인 내전을 예의 주시하던 그는 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주자마자 “파시즘에 맞서 싸우러” 스페인으로 떠났고, 이후 이 전쟁 체험을 『카탈로니아 찬가』(1938)를 통해 전한다. 영국 북부 탄광 지대와 스페인 내전에서의 경험은 조지 오웰의 지향점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고 이후 『동물농장』(1945)과 『1984』(1949)를 구상하는 밑거름이 된다. 『1984』의 집필 중 폐결핵 판정을 받은 그는 1950년 1월 21일, 마흔여섯 나이로 숨을 거둔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자로 일하고 있다.
역서에 『인간 없는 세상』 『울지 않는 늑대』 『글쓰기 생각쓰기』 『안 뜨려는 배』 『작은 경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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