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판타지: 책 2/2

아소 , 빅토리아 , 마피아책방 , 조소린 , 김영빛 , 호노라 지음

에픽로그 2023년 05월 1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1. 인덱스 판타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에픽로그 출판사의 송한별이라고 합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이 책을 기획한 사람이죠.
갑작스럽습니다만, 판타지 소설 좋아하시나요? 그중에서도 단편 판타지 소설은요? 저는 좋아합니다. 직접 쓰기도 하고 기획도 할 정도로요. 장르 소설 전문 편집자로서 단 하나의 장르만을 고르라고 하면 판타지를 고를 겁니다.
기왕에 판타지 소설을 만들 거라면 판타지 장르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획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여러 작가가 참가하는 공동 작품집, 그것도 특정 주제로 만든 테마 소설집이라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작가에게 적당한 제약은 큰 동기가 되기 마련이고, 하나의 주제로 모은 작품집은 개별 작품을 더한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고는 하잖아요.
다 합쳐서 테마 소설집으로 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요? 이름만 보고도 믿고 찾아 읽을 수 있는 시리즈를 만든다면 더 많은 작품을, 그리고 더 많은 작가를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단편 판타지 소설집 정기 발행 프로젝트, 인덱스 판타지는 이러한 고민에서 태어났습니다.
다양한 소재의 단편 판타지 소설을 한데 모아 이름 그대로, 판타지 하면 누구나 떠올릴 법한 목록을 만들고 싶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이어질 목록을 하나씩 채워 나가고 싶습니다. 저는 그런 꿈을 가지고 인덱스 판타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2. 책에 대한 모든 판타지

인덱스 판타지의 취지에 공감하는 스물세 명의 작가가 모여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로 어떤 주제를 잡으면 좋을지 토론한 결과,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책'이라는 주제가 선정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책입니다. 자고로 판타지는 책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죠. 세상의 진실을 담은 책, 마법사 가문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마도서, 한 사람의 생애를 기록한 역사서, 그리고 수상하기 짝이 없는 요리법을 담은 레시피 북까지. [인덱스 판타지: 책]은 판타지 독자가 좋아할 만한 온갖 종류의 책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뿐일까요. 사라져 버린 황제의 책, 다른 누구도 아닌 마법사들을 위한 소소한 마법서, 유일신이 선언한 절대적인 종말을 대비하는 보고서, 봉인된 마법탑에 숨겨진 비밀의 책은 어떻습니까?
조금 더 특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민트초코맛으로 북페어를 혼돈에 빠트리는 이야기나 기계 필경사들이 만든 책을 가지러 독 안개로 가득한 하늘을 가르고 용이 날아드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아, 물론 책의 등장인물이 주어진 세계를 넘어서는 이야기도 있죠. 다들 좋아하잖아요. 저도 물론 좋아합니다.
인덱스 판타지는 2차 세계 판타지, 검과 마법, 어반 판타지, 신화, 동양풍, 이세계물, 회귀 빙의 환생, 로맨스 판타지, 기타 다른 장르와의 결합물 등등 판타지라고 인식할 수 있는 장르 묶음 전반을 다룹니다. 판타지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 뒤섞이고 확장하는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그러니 감히 말씀 드립니다. [인덱스 판타지: 책]에는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판타지가, 이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판타지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판타지 소설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함께 책을 만들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러니 믿어 보셔도 좋습니다. 저희는 판타지에 진심이거든요.

목차

아소 - 홀 앤 홀 레이스
빅토리아 - 단 하루만
마피아책방 - 북 페어는 민트초코 맛
조소린 - 기억의 도서관
김영빛 - 가지의 손톱
호노라 - 오로지 토끼만이

책 속으로

도로막은 남의 일에 끼어들길 좋아했다. 때문에 다리로는 이 부서 저 부서로 뛰어다니며 문서를 받고 머리로는 소문을 수집할 수 있는 전령 일이 적성에 아주 잘 맞았다.
도로막이 가장 많이 놀러 오는 사람은 누빔이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자주 도로막과 만났다. 그들은 친분이 쌓이자 사사로운 부탁도 걸어 왔는데 도로막의 직업이 원래 심부름꾼인지라 자연스럽게 약간의 뇌물을 얹곤 했다. 공무는 아니지만 심부름 좀 하지 않을래, 하고.
문제의 사건도 도로막이 받은 심부름에서 비롯되었다.
“황제 폐하의 도서관에서 책을 좀 빌려다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홀 앤 홀 레이스

“마법이 아니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마법으로 해결해선 안 돼. 그러다 라스무스가 끝나면 다시 가족들과 소원해질 텐데 그걸 견딜 수 있겠어?”
데비 게일은 에둘러서 말하는 법이 없었다. 엠마 카일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딱 하루만이라도 가족이랑 행복하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좀 많겠어? 하루 정도는 달콤한 설탕을 먹어도 되지 않아?”
“글쎄. 사람이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고, 그날 하루 좋았다가 그 다음 날 다시 인연을 끊네 마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 어쩌고저쩌고 하면 기분이 좋을까?”
“.......”
“저 마법은 다시 잘 생각해 봐. 마법의 허무함을 견디는 건 우리 같은 마법사들의 일이지 일반인들의 몫이 아니야.”
—단 하루만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하자면, 저와 케이는 도플갱어 작가들과 함께 같은 내용의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같은 날에 책이 나간다면 둘 중 하나는 표절 의혹에 시달릴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퇴고 중인 원고가 완성되기 전에 작가 한 명을 없애야 합니다. 하지만 작가 한 명을 없애는 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무사히 내는 것이 둘 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같은 사람과는 경쟁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원하는 것이 같다는 것은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북 페어는 민트초코 맛

나는 작게 한숨 쉬고는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커다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무미건조한 직육면체 건물이 아닌, 그리스 신전에 가까운 이미지의 건물이었다. 나는 살짝 숨을 들이마시고는 건물로 들어섰다.
건물 내부에 펼쳐진 것은 서가였다.
이곳은 도서관이다. 그것도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기억의 도서관

혁을 완벽하게 죽였다. 가지 요리는 깔끔하게 성공했다. 갑자기 나타난 요리책 하나가 인생을 구했다. 루는 어디서 뚝 떨어진 건지, 누가 몰래 가져다 둔 건지는 몰라도 자신에게 찾아온 요리책에게 감사한다.
—가지의 손톱

우편탑이 별처럼 밤하늘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탑과 탑 사이의 작은 불빛들이 흔들거리며 큰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우편사들이 꾸준히 하늘을 날았다. 나비초롱은 서국에서 가장 동쪽에 속하는 작은 섬 서가타의 어린 토끼였다. 멋진 갈색 얼룩으로 덮인 등짝과 하얀 발, 축 늘어진 한 쌍의 귀를 가진 토끼. 이 어리고 외로운 토끼는 하늘을 올려다보길 좋아했고 유유히 개암색 혹은 제비꽃색 하늘을 가로지르는 우편사를 향해 호기심을 품었다.
‘우편사가 되면 구름 위에 있다는 도서관에 갈 수 있겠지?’
나비초롱이 길쭉한 귀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오로지 토끼만이

출판사 서평

아소: 홀 앤 홀 레이스
#활극 #다종족_세계 #엉뚱함과_기발함
안온한 삶을 추구하는 공무원 누빔에게 사고뭉치 심부름꾼 도로막이 골치 아픈 문제를 가져온다. 황제에게 진상된 책의 글자가 모두 사라진 것. 누빔은 사건의 흔적을 쫓아 수로로 향한다.
아가미를 닫고 사는 해구인과 몸이 새인 배달꾼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도 서로를 끊임없이 타박하며 견제한다. 물과 하늘, 해구인과 조인. 구멍에서 또 다른 구멍으로, 소란스러운 레이스는 끊임없이 얽히고설킨다.

빅토리아: 단 하루만
#성축일 #마법사의_하루 #크리스마스_소설
여왕 아델레이데는 수석 마법사 메리 캘러핸에게 성스러운 축일에 쓸 오락거리를 만들라는 지엄한 명령을 내리고, 메리 캘러핸은 수제자 엠마 카일에게 이를 떠넘긴다. 이제 가엾은 엠마 카일은 성축일에 모두를 행복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데.
일 년에 딱 하루 있는 성축일이라면 모두가 조금쯤 더 행복해도 되지 않을까? 엠마 카일은 그 자신의 행복을 쫓아 두고 온 과거로 돌아가고, 행복이란 사람마다 다른 형태를 취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피아책방: 북 페어는 민트초코 맛
#편집자와_작가 #북페어 #강경_민초파
김앨리슨은 민트초코를 과도하게 좋아한다는 것만 빼면 좋은 작품을 쓰는 훌륭한 작가다. 그런데 북페어 현장에서 만난 김앨리슨이 수상하다. 이 작가, 한 명이 아니다?
민트초코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민트초코로 비유하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는 작가와 민트초코가 싫지만 작가와 이야기하기 위해 민트초코로 비유해야만 하는 편집자가 좌충우돌 함께 만들어 가는 원고는 아마도 민트초코맛.

조소린: 기억의 도서관
#청춘물 #라이트문예 #성장소설
기억을 형상화한 도서관을 가진 특이한 고등학생 한기로의 꿈은 같은 반 여자애에게 고백하는 것. 그런 한기로의 앞에 나타난 작가 지망생 류민희는 고백을 돕는 대신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며 계약을 강요하는데.
류민희는 어떻게 한기로의 도서관에 나타날 수 있었을까? 모태 솔로에 숙맥인 한기로의 연애는 류민희의 소설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서툴지만 감정을 전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그래서 이따금 엇나가는 쌉싸래한 연애 소설.

김영빛: 가지의 손톱
#마녀의_레시피 #관계_폭력 #심리_스릴러
루는 가지를 요리한다. 루에게 거주를 제공하는 자칭 헬퍼라는 혁을 위해. 오로지 가지만을 다룬 수상한 레시피 북을 따라. 가지가 그의 숨통을 끊고 튀어나오길 기대하며. 가지를 요리한다.
겉으로는 반딱거려도 속살은 무른 가지는 그렇기에 많은 것들을 품을 수 있다. 누군가를 향한 강한 원념도 아무 말 없이 받아 줄 테니, 가지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요리 재료일지도 모른다.

호노라: 오로지 토끼만이
#토끼 #기계장치 #하나의_도서관
밤이면 독 안개가 몰려드는 서가타의 섬에는 기계 필경사과 용이 날아드는 첨탑, 그리고 아주 용맹한 토끼 한 마리가 있었다. 토끼의 몸으로 서국의 영주와 녹색의 왕을 만나 백칠십 제타바이트의 데이터를 구한 그를 사람들은 나비초롱이라 불렀다.
기계장치로 된 필경사는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옮겨 적고, 거대한 용은 탑을 옮겨 다니며 책을 나른다. 모두가 경원시하는 그 서고탑에, 용감한 토끼가 자그마한 발자국을 남겼다. 데이터 스트림으로 전해질 나비초롱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아소

다독 다작의 꿈에 시달리는 사람. 아소 필명으로 로맨스 판타지 『가시관과 환상향』, 『나를 살해한 구혼자』를 완결 출간. 소견 필명으로 퓨전 판타지 『광대라면 99콤보까지』 출간, 『나는 스파이, 아이돌이다』를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 그 외 여러 단편집도 함께 참여했으며, 황금가지에서 나온 단편집 『곧 죽어도 등교』, 『단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두 번째 밤』은 공모전 당선으로 출간되었다.

저자(글) 빅토리아

브릿G에서 '빅토리아'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씽아카이브의 앤솔로지 『야간 자유 괴담』에 「새벽에 핀 자스민」이란 글을 실었다.

저자(글) 마피아책방

위험한 책을 소개하는 서평 인스타그램 ‘마피아책방(@mafiabookstore)’을 운영 중.
북 페어에서 진행 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북 페어의 매력을 알아 버렸다.

저자(글) 조소린

조소린입니다. 화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미씽아카이브에서 추리 장르, 괴담 장르에 이어서 이번엔 판타지에 도전합니다.

저자(글) 김영빛

믿음이 얕아 장르와 형식 사이를 방황 중입니다. 무지개와 달콤한 것들을 등불 삼아 꾸준히 쓰려고 합니다.

저자(글) 호노라

판타지, 소녀 취향, 풀, 입금, 산책을 좋아하는 취미 소설가. 전업 글 기술자.
목표는 뭐라도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