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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몇 번의 동의를 구했나요?

1318 교양문고
오승현 지음
사계절

2023년 07월 06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6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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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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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 하루 몇 번이나 무심결에 타인의 경계선을 넘었을까? 혹은 반대로 타인을 존중하며 동의를 구했을까? 모든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고, 그 경계선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상대가 불쾌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사람은 자기 경계를 잘 지킬뿐더러 타인의 경계도 잘 지킨다. 이때 경계를 지킨다는 것은 차갑게 선을 긋고 무작정 다가오지 말라고 밀어내는 자세가 아니라, 현명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거리두기이자 매너이다.
이 책은 일상생활 속 관계별 사례를 비롯하여 풍부한 문학 작품과 영화, 애니메이션, 신문 기사, 관련 통계 자료와 논문 등을 제시하며 타인의 경계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와 동의를 구하고 잘 거절하는 법 및 그 실천법을 알려 준다. 나아가 성적 자기 결정권과 포괄적 성교육의 개념을 쉽게 정리하여 소개하며, 청소년 시기부터 이뤄지는 경계 존중 교육이 성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설명한다.
1장 경계 존중
사람들 사이에 선이 있다
보이는 선과 보이지 않는 선 | 너와 나의 거리 | 내 경계는 내가 정해
경계는 어디에나 있다
모든 관계에 경계가 있다 | 경계의 종류 | 관계에 따른 경계 | 경계를 존중하자
경계를 침범하면 폭력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 경계를 허무는 행동 | 고백도 폭력일 수 있다 | 악의 뿌리, 경계 침범
성폭력 생각해 보기 - 짓밟힌 성적 자기 결정권

2장 동의부터 먼저
경계를 넘을 땐 동의가 필수
선녀와 나무꾼 | 동의 구하기 | 왜 동의를 구해야 할까? | 나무꾼의 최후
모든 관계의 기초, 동의
강자의 동의 구하기 | 모든 관계의 필수 요소, 동의 | 동의 교육의 중요성 | 우리는 충분히 존중받고 있나?
어떻게 동의를 구할까?
키스해도 될까요? | 동의를 구하는 태도 | 참된 동의의 조건 | 상대 입장에서 동의 구하기
동의만 받으면 다 될까?
변학도의 잘못 | 권력의 차이가 범죄를 낳는다 | 권력형 성범죄, 위력 성폭력
성폭력 생각해 보기 - 의제 강간

3장 거절을 받아들이는 방법
무엇이 거절을 어렵게 하나?
예스 맨은 괴로워 | 심리적 이유 | 구조적 측면 | 과제 분리
어떻게 거절할까?
필경사 바틀비의 거절 | 거절할 권리 | 어떻게 거절하면 좋을까? | 강자의 거절
거절을 받아들이는 태도 - 일반적 거절
치유된 넓적다리뼈 | 거절은 나를 거절한 게 아니다 | 거절과 성장 | 거절이 자유케 하리라
‘No Means Yes’는 버려! - 성적 거절
이심전심 같은 건 없다 | 침묵의 의미 | No의 의미 | 동의가 주목받는 시대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동백꽃」과 김유정 |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 스토킹 | 강간 문화 | 사랑의 가면을 쓴 범죄, 데이트 폭력 | 안전 이별 | 연애 각본
성폭력 생각해 보기 - 데이트 강간과 부부 강간

4장 관계별 경계 존중과 동의 구하기
친구와 형제자매 사이
친구 사이 | 형제자매 사이 | 가까울수록 서로 존중
연인 사이
벽 키스가 로맨스? | 사랑한다면 제대로 물어보세요
부모와 자녀 사이
허락과 동의의 차이 | 예쁘면 만져도 될까요? | 거리와 독립
교사(학교)와 학생 사이
스쿨 미투 | 학생도 인권이 있을까? | 침묵을 강요하는 학교
친족과 이웃 사이
친척들의 오지랖 | 낯선 타인의 경계 침범 | 어린이에게도 동의를
성폭력 생각해 보기 - 친족 성폭력

주 | 참고 문헌

누구나 성관계·연애·결혼 등을 할지 말지, 한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타인이나 사회의 간섭과 강요 없이 당연히 자기 삶의 주체로서 말이에요. 이 부분만 따로 떼어서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고 해요. 헌법재판소도 “개인의 인격권·행복 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 운명 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 운명 결정권에는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 또한 포함”된다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어요. - 22-23쪽

스토킹은 상대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턱대고 쫓아다니거나 괴롭히는 행위예요. 성희롱은 성적인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불러일으키는 말과 행동이고요. 욕하기, 협박하기, 고함지르기 등의 폭력적인 말과 행동이나 성적인 농담하기, 타인의 외모와 감정 비하하기, 성 정체성 조롱하기 등의 무례한 말과 행동, 무작정 찾아가기, 만나 달라고 떼쓰기, 싫다는데 계속 따라다니기, 일방적·지속적으로 연락하기(전화, 문자, SNS, 이메일 등) 등의 강요하는 말과 행동이 모두 언어적·정서적 경계를 침범하는 행위예요. - 40-41쪽

2018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대한민국 정부에 형법 제297조를 개정하여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바꿀 것을 권고했어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일반 권고 제35호 「여성에 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대한 협약」을 보면 “부부·지인·데이트 강간을 포함하여 성범죄의 정의가 자유로운 동의의 부재에 기반을 둔 강압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장하라”라고 명시합니다. - 129-130쪽

데이트 폭력은 크게 성폭력, 신체적 폭력, 정서적 폭력, 행동 통제로 구분돼요. 원치 않는 신체 접촉(성추행), 성폭행 등은 성폭력에 속해요. 신체적 폭력은 벽에 밀치기, 팔목 낚아채기, 어깨 제압 등 가벼운 폭력부터 목 조르기, 뺨 때리기 등 심각한 폭행까지 다양해요. 정서적 폭력에는 감시뿐만 아니라 욕설이나 모욕, 위협적인 고함 등이 있어요. 행동 통제는 상대의 행동을 제한하는 걸 가리켜요. - 141쪽

성 역할 고정 관념은 성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남성은 잘못된 성 지식과 남성성에 대한 오해를 받아들여요. 남성은 여성을 욕구를 가진 동등한 파트너가 아니라 성관계를 위해 차지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법을 배워요. 많은 연구자가 데이트 폭력의 원인으로 맹목적인 남성성에 대한 추구, 남자다운 행동에 대한 성적 고정 관념, 미숙한 의사소통, 자신감 부족, 또래 집단의 영향과 압력 등을 지적하고 있어요. - 147쪽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공공장소는 사적 공간이 아니에요. 공간(지하철에서 두 자리를 차지하여 앉는 행위, 다리를 쫙 벌리고 앉는 자세), 신체(지나가는 아이를 쓰다듬는 행위, 걸어 다니면서 흡연하는 행위), 시선(타인을 빤히 쳐다보는 행위, 타인의 휴대폰을 훔쳐보는 행위), 소리(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하는 휴대폰 통화, 학교나 강의실 옆의 공사 소음), 소유물(타인의 반려동물 등을 함부로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행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 184쪽

“똑똑, 제가 이 선을 넘어도 될까요?”
나의 욕구와 감정에 귀 기울이며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
버스에서 마음대로 창문을 열어도 될까? 친구의 사진을 나의 SNS에 올려도 괜찮을까? 사귀는 사람이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 의심스러울 때 그의 휴대폰을 뒤져 보아도 될까? 같이 길을 걷다 상대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 손목을 잡아 내 쪽으로 이끈다면? 이러한 행동은 모두 타인의 경계를 침범한 행동이다. 주변 사람과 상대에게 그 행동에 동의하는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계는 크게 물리적 경계(신체, 공간, 소유)와 심리적 경계(언어적·정서적, 사생활)로 나뉜다. 신체적 경계는 모든 경계의 기초로, 몸을 둘러싼 경계이다. 타인의 몸 전체는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공간적 경계는 내 방, 내 책상 등 사적 공간을 둘러싼 경계이며, 소유의 경계는 손에 잡히는 물건과 더불어 저작권, 초상권 등을 포함한다. 언어적·정서적 경계는 불안이나 위협,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이며, 사생활의 경계는 학교 성적이라든가 연애하는 사람 유무 등 사생활을 캐묻고 간섭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계를 넘고자 할 때는 반드시 동의 구하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친밀도(낯선 사람, 가족, 연인, 친구)와 수평적(친구, 형제자매 사이)·수직적 관계(부모와 자녀, 회사 대표와 직원)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지켜야 하는 인간관계의 기초이다.
어디까지 선을 그을지, 누구에게 얼마만큼 허락할지 등 동의와 거절의 기준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 결정한다. 나의 욕구와 감정을 잘 이해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또한 거절당했을 때는 상대가 거절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제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왜곡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타인의 경계를 존중해야 한다.


동의 구하기 다섯 가지 원칙, 확·깨·자·매·번!
‘No Means No’를 넘어 ‘Yes Means Yes’로 나아가야 할 때
저자는 동의 구하기의 다섯 가지 원칙을 확·깨·자·매·번이라고 정리한다. 확실하고 분명한 동의, 깨어 있는 상태, 자유로운 상태, 매번 동의 구하기, 번복할 권리의 보장이 그것이다. 어제 키스했다고 오늘도 하고 싶지는 않을 수 있으며, 침대에 함께 누웠다고 성관계까지 하겠다고 동의한 것은 아니다. 협박당하거나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한 동의는 진짜 동의가 아니며, 머뭇거림 역시 명백한 동의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경계를 지키고 존중하는 법을 익히면 하고 싶지 않은 상대방의 요구를 잘 거절할 수 있고 나아가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누군가 내 몸과 관련된 직간접적 행위를 할 때 늘 상대로부터 동의를 요청받아 온 사람이라면 평소와 다른 이상한 상황에 놓였을 때 위험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는 성교육에서 경계 존중과 동의 교육을 강화하여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익히도록 의무화했다. 유네스코는 이를 일컬어 ‘포괄적 성교육’이라 부른다.

영국은 2020년 9월부터 성교육을 바꿨어요. 기존 성교육에 ‘관계 맺기’ 교육을 강화해 가르치고 있어요. 이를 ‘관계와 성교육(RSE, Relationships and Sex Education)’이라고 부른답니다. 초등학생은 열한 살까지 ‘관계 맺기’ 수업에서 가정, 학교, 놀이터 등 생활 공간에서 자기 경계를 지키고 타인의 경계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요. 중등학생은 열여섯 살까지 성적 동의를 배워요. 성적 관계에서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익히죠.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경계 존중 교육(Respectful Relationships Education)과 동의 교육을 의무화했어요. 유네스코는 이런 성교육을 ‘포괄적 성교육’이라고 부르며, 「국제 성교육 가이드」를 발간하여 많은 나라에 이런 교육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어요. - 66-67쪽

동의하는지 물었을 때 만약 침묵이나 무반응,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럴 때 저자는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거절’로 이해하라고 말한다. 일부 유럽 국가는 강간죄 처벌에서 ‘No Means No(아니오라고 하면 아니오)’ 룰을 도입했다. 상대가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 모든 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 성교육은 ‘Yes Means Yes(예라고 말해야 예)’를 강조한다. 명확하고 적극적인 동의만을 진짜 동의로 보고, 침묵이나 머뭇거림 등은 거절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의 여부를 성폭력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 되었다. 저자는 특히 연인 간 스킨십에 있어 매번 동의를 구하는 일은 결코 ‘지질한’ 태도가 아니며, 도리어 상대를 섬세하게 헤아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스토킹, 데이트 폭력은 모두 경계 침범 행위다
좀 더 빨리 알수록 좋은 청소년 시민의 기초 교양
경계 존중과 동의 구하기 과정은 왜 이토록 중요할까? 일상에서 경계를 침범하지 않으려 노력할수록 스토킹, 성추행, 성희롱, 데이트 폭력 등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생각해 보기」라는 별면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과 성폭력을 한층 더 깊이 다루는 이 책은 학교 현장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었던, 그러나 꼭 알아 두면 좋은 방향의 성교육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과 타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동등하게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설파하며, 청소년이 건강한 성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에 대한 주체적 태도를 갖고 책임감 있는 성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분별력을 지닌 시민으로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신중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청소년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르치면 이른 나이에 성행위를 하게 된다고 오해하는 어른들이 있는데, 저자는 권리를 아는 것과 행사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밝힌다.

성적 자기 결정권은 두 축으로 구성돼요. 첫째로,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분명하게 거부하고 저항할 수 있는 소극적 자유가 있어요. 여기에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성적 모욕감이나 불쾌감을 느낀 경우 이에 대해 확실히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포함돼요. 둘째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자유롭게 실현하는 적극적 자유가 있어요. 소극적 자유를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행위를 당당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하고, 적극적 자유를 위해서는 나의 욕망을 알고 이를 떳떳이 밝힐 수 있어야 해요. 스킨십에 대해 상대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의사를 존중해야 해요. - 23쪽

대화하는 상대가 지나치게 옆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 혹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미묘하게 불편함을 느꼈지만, ‘내가 너무 예민한가’ 하고 그 이유를 뾰족하게 이야기할 수 없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 원인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의와 거절, 경계 존중, 성 역할 고정 관념, 성인지 감수성 등에 관하여 종합적으로 사고하고자 하는 청소년,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오승현

서강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인간과 세상과 우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문학을 넘어 인문 사회 과학 분야의 공부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논술과 글쓰기를 가르쳤으며, 『초등 독서평설』과 『고등 독서평설』의 집필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시민으로서 알아 두어야 할 지식 교양을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는 책을 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춘기를 위한 어휘력 수업』 『나는 괜찮은 AI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묻는 십대에게』 『부동산 쫌 아는 10대』 『인공지능 쫌 아는 10대』 『왜요, 제 권리인데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 『학교 안의 인문학 1, 2』 『생각의 주인은 나』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생각의 주인은 나』의 일부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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