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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이대한 지음
바다출판사

2023년 05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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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89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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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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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유전학은 과거에는 세포 이외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 바로 40억 년 동안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생명의 텍스트인 DNA를 해석하는 것이다. 이 텍스트에는 각양각색의 몸을 빚어내고 온갖 기관의 움직임과 화학 반응을 조절하며 행동을 일으키는 레시피가 담겨있다. 이 레시피 덕분에 인간은 인간으로서, 초파리는 초파리로서 운명을 실현한다. 오늘날, 레시피로 만들어진 인간은 유일하게 자신의 레시피를 들여다보며 생명의 운명을 실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생명의 진화는 어쩌다 생긴 우연인가 아니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인가. 혹은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조합인가. 이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발걸음이다. 바로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느냐는 생명의 의미에 대한 질문의 답을. 예쁜꼬마선충이라는 특별한 동물의 유전학 연구로 현대 진화론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진화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 분야의 차세대 저술가’로 평가받는 이대한 박사가 펼치는 경이로운 질문과 그 답을 듣는 현장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들어가는 말
나를 나답게 만든 생명의 레시피를 읽는 경이로운 시간 5

1 이 모든 장엄함과 경이의 재료 10
변이와 유전의 본성

2 생명의 레시피를 찾아라 34
유전학 혁신과 유전자 통제

3 생명의 레시피를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54
자연선택 대 중립진화 논쟁

4 질병과 지능을 빚는 유전자 78
인간 집단유전학과 유전자 교정

5 유전자에 본능이 쓰여있다는 불온 98
행동유전학의 빛과 어둠

6 본능은 진화한다 114
신경회로와 행동의 변화

7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134
발생의 유전학과 레시피 박스
8 세포의 족보, 영혼 발생의 열쇠 154
세포 프로파일링과 인공 뇌

9 시간을 돌리는 유전자 178
노화유전학의 진보와 역노화

10 무법자 세포의 진화 204
암의 유전학과 암과의 전쟁

11 성의 진화 그리고 우리 마음의 스펙트럼 222
성별 결정의 유전학과 젠더

12 진화의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기 244
진화를 실험하는 유전학

13 우연을 길들이는 필연 268
적응의 유전학

주 286
찾아보기 300

유전자의 세계를 발견한 유전학 덕분에 인간은 우주가 지구에서 지난 40억 년 동안 ‘진화’라는 오묘한 작법으로 써 내려간 압도적인 생명의 텍스트를 마주하게 되었다. 라면 하나 끓일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얼마든 미식을 즐길 수 있듯 대부분의 생물이 생명이 무엇인지,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인간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지난 세기 생명의 보편적 언어를 발견한 인간은 생명 진화의 ’독자‘가 되었고 이제는 직접 생명의 레시피를 편집까지 할 수 있는 작가이자 편집자로 거듭나고 있다.
/ 들어가는 말 6~7쪽

포스트 게놈 시대가 열리면서 진화유전학자들은 유전과 진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생명 프로그램이 생성되는 원리를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유전체(프로그램 코드)를 확보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개체, 서로 다른 종의 유전체(유전자형)와 표현형을 비교하고 분석함으로써 ‘어떤 유전변이가 어떻게 생성되는가?’ ‘진화는 생성된 유전변이들로부터 어떻게 크고 작은 표현형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유지시키는가?’와 같은 생성 원리를 깊고 넓게 탐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명체에서 저절로 변경되거나 생성되는 코드와 그 코드의 변이를 다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생성의 문법을 이해해낸다면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더 깊이 설명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1장 이 모든 장엄함과 경이의 재료 30쪽

집단유전학에 기반한 진화 이론의 토대가 마련되던 당시에 유전자는 물리적인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개념적인 대상이었다. 당시에 대립유전자는 서로 다른 ‘물질’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표현형을 지정하는 ‘정보’에 가까웠다. 표현형의 차이와 관련이 없는 대립유전자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초기 진화유전학자에게 진화란 생물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는 표현형의 진화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DNA에 새겨진 유전암호의 분자적 본성이 밝혀지면서 마침내 대립유전자의 실체가 드러난다. 대립유전자의 차이는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의 특정 부분에 존재하는 염기서열의 변이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념적인 설정에 가까웠던 유전자풀 또한 집단을 이루는 개체들이 지닌 DNA의 총체로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분자생물학 혁명은 ‘분자’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진화를 재정립하며 분자진화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 3장 생명의 레시피를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60쪽

유전학 용어로 표현하자면 각 질병은 고유한 유전적 건축양식을 가진다. 각자의 DNA 속에는 인구 집단에서 쉽게 발견되는 흔한 변이도 있고 집단에서 매우 드물거나 오직 한 사람에게만 발견되는 드문 변이도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살아가는 데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어떤 변이들은 특정 조건에서 질병의 유병률이나 경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질병의 건축양식은 특정 질병에 관여하는 변이의 총체를 보여주는 집단유전적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변이가 질병의 유전적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그 변이들이 인구 집단 내에서 흔한지 드문지, 각 변이들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큰지 미미한지와 같은 요소들이 질병의 건축양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 4장 질병과 지능을 빚는 유전자 81쪽

유전과 환경은 행동을 설명하는 배타적인 요소가 아니다. 행동을 유전자나 환경 어느 한쪽이 결정한다는 이분법은 마치 음식을 레시피 혹은 요리사가 단독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음식(행동)은 레시피(유전체)가 요리사(환경)를 통해 실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 예컨대 ‘냄새’라는 환경 요인에 따라 먹이를 찾아가는 주화성 행동이 실행되려면 냄새라는 자극을 인지하고 개체의 움직임을 통제하여 냄새가 나는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신경회로가 유전자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고 작동해야 한다.
/ 6장 본능은 진화한다 123쪽

이처럼 호메오시스라는 기이한 현상을 먼 친척 종에서도 잘 보존되어 있는 혹스 유전자의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어떻게 생명 진화의 역사에서 다른 형태들이 진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유전학적 패러다임이 마련되게 된다. 마치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다양한 설계도가 있으면 3D 프린터로 수많은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형태의 다양성은 새로운 재료(유전자)의 출현 없이도 오래된 재료를 이용하는 새로운 설계도로부터 진화할 수 있다. 이때 새로운 설계도가 담은 창의성이란 결국 언제 어디서 오래된 재료(보존된 유전자)가 발현되는가 하는 유전자 발현의 시공간적 맥락의 혁신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혁신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각종 스위치의 변이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
/ 7장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153쪽

흥미롭게도 패러바이오시스와 혈액 노화인자에 대한 연구는 장수 유전자에 대한 연구와 비슷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혈액 속을 흘러 다니며 우리를 젊게 혹은 늙게 만드는 물질이 바로 우리 DNA로부터 만들어진 물질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회춘의 유전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불로장생의 길이 바다 건너 신선들이 사는 곳에서 자라는 전설의 불로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DNA 속에 이미 뻗어 있다는 것이 아닐까.
/ 9장 시간을 돌리는 유전자 199쪽

‘유전적 성별 결정genetic sex determination, GSD’은 자연의 유일한 성별 결정 방식이 아니다. 성별이 수정의 순간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배아가 놓인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환경에 의한 성별 결정environmental sex determination, ESD’은 자연계에서 매우 흔히 발견되는 또 다른 일반적인 성별 결정 기작이다. 일부 파충류는 온도에 의해 성별이 결정되고 해양 단각류 종은 낮의 길이에 따라 성별이 달라지기도 한다. 산호초에 사는 어류 중 많은 종은 사회적인 요인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기도 한다. 알 속에서 배아가 발생하는 동안 노출되는 온도에 따라 성별이 달라지는 파충류의 온도 의존적 성별 결정temperature-dependent sex determination, TSD은 ESD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례다. 예를 들어 높은 온도에 노출되는 경우 붉은귀거북은 암컷으로 발생하고 반대로 미국악어는 수컷으로 발생한다.
/ 11장 성의 진화 그리고 우리 마음의 스펙트럼 234쪽

특정한 효소가 특정한 화학 반응을 매개하듯 특정한 유전자의 변화가 특정한 적응을 매개한다는 관점은 진화에서의 필연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진화라는 현상을 매우 구체적이고 분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개념 틀을 제공한다. 렌스키의 LTEE를 통해 우리는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의 표적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얼마나 많은 유전자가 특정 적응 과정의 표적이 되는지를 검토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리플레이 실험이 그 한 가지 접근법이다. 시트르산 활용의 진화는 적응 과정에서 자연선택이 선호하는 특정한 유전자 ‘표적’(citT)이 존재한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 12장 진화의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기 262쪽

‘우연’과 ‘필연’은 집단 수준의 적응을 만들어내는 씨실과 날실이다. 적응 형질을 가능케 하는 유전변이가 생성되는 과정은 ‘우연’이다. 수많은 유전변이 중 환경에 적합한 변이를 추려내고 조합하여 적응 패턴을 만들어내는 자연선택의 과정은 ‘필연’이다. 돌연변이라는 우연이 밀가루 반죽이라면 자연선택이라는 필연은 패턴을 빚어내는 쿠키 틀에 해당한다. 밀가루 반죽을 쿠키틀로 찍으면 틀 바깥의 반죽이 떨어져 나가면서 모양이 완성된다.
/ 13장 우연을 길들이는 필연 280쪽

나는 왜 나인가,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나를 나답게 만든 레시피, 그리고 진화의 우연과 필연
다윈은 집단을 위해 자신의 번식을 기꺼이 희생하는 일벌이 진화론을 위협하는 사례라고 두려워했다. 다윈 이후 유전자의 존재를 알아챈 유전학자들은 이보다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동일한 유전자에서 이토록 다양한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인간은 인간으로, 초파리는 초파리로 변하는 것일까? 진화는 어떻게 수많은 표현형을 만들어내는 걸까?
유전자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유전학자들은 그런 생성의 원리가 방대한 유전변이 덕분임을 깨달았다. 말하자면 재료는 같아도 재료를 요리하는 레시피가 달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화라는 생명 프로그래머는 이런 레시피를 하나하나 창조적으로 누적해왔다. 이때 바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인간은 인간답게, 초파리는 초파리답게 태어난 것은 이 우주에서 필연적인 과정이었는가, 아니면 우연한 신의 장난이었는가?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흥미로운 사고실험 하나를 남겼다. 만약 생명 진화의 유구한 역사가 비디오테이프 속에 담겨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테이프를 되감아 재생한다면 과연 똑같은 역사가 펼쳐질까? 우리 인간이 또 다시 출현할까? 굴드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모든 생물의 생존과 멸종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조건이 같더라도 진화는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 것이다.
정말로 진화는 반복 불가능한 것인가? 젊은 생물학자 리처드 렌스키는 실험을 통해 진화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실제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1988년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장기실험진화’가 그것이다. 진화를 실험한다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20년이 인간의 100만 년과 같은 대장균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렌스키는 대장균을 12개 부족으로 나눠 동일한 조건에서 진화시켰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특정 대장균 집단을 얼린 뒤 원하는 때에 다시 부활시키면 진화가 반복되는지 관찰했다.
대장균 12 지파는 진화의 우연과 필연에 대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스트르산 대사의 진화다. 대장균 부족 중 ‘Ara-3’이라는 부족에서 일반적으로 대장균에서 볼 수 없는, 유산소 조건에서 시트르산을 영양분으로 활용하는 혁신이 일어났다. 왜 이런 일이 유독 Ara-3 부족에서만 일어났을까? 운 좋은 돌연변이 덕분이라면 순전히 ‘우연’이다. 그런데 렌스키 연구팀이 얼려서 보관 중인 Ara-3 부족의 혁신 이전 세대 대장균을 녹여 진화시켰을 때 시트르산 혁신은 빈번히 일어난다. 마치 ‘필연’인 것처럼 말이다.
현대 유전학은 이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조합을 단일 유전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진화가 만들어놓은, 오직 세포만 읽을 수 있던 ‘생명의 레시피’을 레시피의 산물인 인간이 해석 가능하게 된 건 DNA 시퀀싱 기술의 발전 덕분이었다.
시트르산 활용의 혁신이 일어난 것은 바로 시트르산 운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citT 유전자 돌연변이의 자연선택 덕분이었다. Ara-3 부족에서는 돌연변이로 citT 유전자의 수가 늘어나 있었고 이 유전자를 발현하는 것과 관련된 조절 모듈의 선택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장균을 얼려 진화의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는 실험에서 시트르산 혁신이 반복해서 일어났을 때는 하나같이 citT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선택되는 ‘필연’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물론 우연도 있었다. citT 유전자를 발현하는 조절 모듈은 다른 방식의 혁신도 가능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적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이지만 citT 유전자 발현이라는 혁신은 필연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렇듯 진화가 만들어낸 생명의 레시피를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가 생명에 대해 가진 관념적인 이분법을 넘어서게 한다. 우리는, 그리고 이 모든 생명은 완전한 우연도, 그렇다고 신에 의해 창조된 필연적 피조물도 아니다.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배합을 통해 역동적으로 만들어진 합목적적인 존재다.
합목적적인 존재로서 생명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진화적, 유전적 조건은 삶의 목적에 대해 말해주는가? 왜 인간은 초파리가 될 수 없는가, 왜 생명의 운명은 이리도 다양한가, 이 운명의 차이가 지닌 의미는 무엇인가?
과학적 정보 전달을 넘어 인간 삶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젊은 과학자의 인문학적 사유가 담긴《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는 진화와 인간 본성이라는 주제에 한층 깊이를 더한다.

생명의 레시피를 편집하다
생명의 기원과 운명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향하여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눈부신 표현형의 세계는 말하자면 음식의 세계다. 유전학은 이 다채로운 음식이 단지 A, G, C, T라는 네 가지 기호로 작성된, 유전형이라는 레시피로 만들어졌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은 생명이 무엇인지, 생명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러나 이제 우리 인간은 생명의 보편적 언어를 발견해 생명 진화의 독자가 되었고, 이제는 직접 생명의 레시피를 편집까지 할 수 있는 작가이자 편집자로 거듭났다.
유전학자들은 직접 유전자를 통제해 발생을 조절하여 어떻게 배아가 인간으로, 초파리로, 예쁜꼬마선충으로, 수많은 다세포 생물로 발생할 수 있는지 알아냈다. ‘같은 DNA, 다른 표현형’이라는 발생의 패러독스를 레시피의 차이로 규명해낸 것이다.
유전학자들은 초파리에 더듬이에서 다리가 자라고, 날개가 두 쌍이 생기는 초파리 돌연변이를 유도하면서 각 기관이 발생할 때 발생을 조절하는 스위치 유전자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것이 바로 모든 척추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신체 구획을 만들어내는 혹스 유전자의 발견이었다. “혹스 유전자의 발견은 발생유전학자들에게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건이었다. (중략) 어떻게 생명 진화의 역사에 다른 형태들이 진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유전학적 패러다임이 마련되게 된다. 마치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다양한 설계도가 있으면 3D 프린터로 수많은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형태의 다양성은 새로운 재료(유전자)의 출현 없이도 오래된 재료를 이용하는 새로운 설계도로부터 진화할 수 있다.”(153쪽)
오늘날은 유전학 르네상스 시대다. DNA를 분석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부터 크리스퍼 유전체 편집 기술까지 유전자를 편집하는 혁신적인 수단을 갖추어 같은 재료에서 어떻게 수많은 다른 운명이 탄생할 수 있는지 그 심오하고도 경이로운 과제를 풀고 있다. 이는 “우주탐사선이 포착한 창백한 푸른 점으로서의 지구가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주었듯 유전학 르네상스는 우리에게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DNA 속에 무엇이 들어있으며, 그것이 우리 자신을 어떻게 빚어내는지)를 가져다줄 것이다.”(53쪽)

생명의 레시피를 읽는 것은 결국 인간 삶의 진보다
더 행복하고 정의로운 삶을 위한 유전학
생명의 레시피를 해독하고 운명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결국, 이 지구에서 유일하게 우주와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이자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가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왜 병들고 노화하는가? 왜 사람마다 체격, 외모, 성격, 건강, 지능이 그토록 다른가?, 우리의 복잡한 뇌와 마음이라는 신비로운 현상은 어떻게 생겼는가, 왜 인간의 젠더는 그토록 다양한가. 현대 유전학은 이런 질문에 대해 집단적 규모의 유전적 분석을 통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더 올바르게 바꾸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통찰을 제시한다.
유전학자들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을 정복하고자 무한히 애쓰고 있다. 노화와 질병 역시 레시피의 세계에 해당하는 유전자들의 변이에 일정 부분 달려있다. 노화유전학은 ‘늙지 않는 벌레’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통해 유전자 하나가 수명을 두 배로 늘리고 노화 지연이라는 ‘항노화’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인간 역시 예쁜꼬마선충과 재료는 같고 레시피만 다르기 때문에 예쁜꼬마선충에서 노화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인간의 인슐린 호르몬 체계와 관련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수명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이 우리 DNA 속에 이미 들어있다는 사실을 아울러 깨닫게 됐다. 노화유전학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젊은 생쥐와 늙은 생쥐의 피를 교환하는 ‘패러바이오시스’ 시술에 성공해 노화를 거꾸로 돌리는 ‘역노화’까지 발견했다. 현재 노화유전학은 더 많은 연구가 진행해 세포를 젊게 만드는 신호, 늙게 만드는 신호를 찾아 개별 세포를 넘어 몸 전체의 시스템 차원에서 노화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것이 모두 우리 DNA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한편 유전학은 각 개인의 지능과 젠더 스펙트럼처럼 인간의 개별적인 차이를 속속 규명하고 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유전학은 이런 차이를 발견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차이가 일어나는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여 차별을 제한하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능에 대한 유전학은 지능이 ‘어느 정도’ 유전된다는 불편한 사실을 드러냈다. 그러나 더 정확히는 지능에 연관된 변이가 매우 많으며 각각의 효과는 아주 작다는 사실 역시 밝혀냈다. 물려받으면 무조건 지능이 높아지는 ‘천재 유전변이’는 없다. 지능의 유전율 또한 100퍼센트는 아니다. 지능의 발달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큰 역할을 했다. 따라서 우리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유전자와 교육 환경의 상호작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유전적으로 정의로운 교육 시스템을 찾는 일이다.
통념과 달리 생명의 성별 결정도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으며, 암과 수라는 단 두 갈래의 운명을 정하는 데도 관여하는 유전자 스위치가 매우 다양하고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는 붉은귀거북처럼 높은 온도이면 암컷이 되고 낮은 온도이면 수컷이 되는 특이한 사례도 있을 정도다. 성은 수정되자마자 결정되지 않는다. 많은 종에서 성별은 유전적 차이와 환경적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스템의 산물이다. 그럴진대 마음의 성별 역시 단순하게 결정되는 체계가 아님은 당연하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성별 결정의 생물학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결론이 있다면 아마도 자연과 생명 그리고 진화는 생명을 한 가지 방식으로 규정하는 대신 끊임없이 유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며 유성생식의 산물, 즉 ‘생명 다양성의 증가를 누려왔다는 사실이 아닐까.”(243쪽)

작가정보

저자(글) 이대한

예쁜꼬마선충, 초파리와 같은 작은 동물들과 함께 진화를 연구하는 유전학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야생 예쁜꼬마선충에서 나타나는 행동 차이에 대한 유전적 기반을 밝힌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 후 연구원으로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체 진화와 페로몬 의사소통의 진화를, 스위스 로잔대학교에서 초파리 신경계의 진화를 연구했으며, 연구 결과를 《네이처 생태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등 저명 진화 학술지에 발표했다.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며 다양한 생물이 어떻게 발생하고 행동하는지를 진화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이보믹스Evomics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유전학, 진화생물학, 발생학, 신경생물학, 생태학을 융합하는 학문적 여정을 걸어왔다. 인간 마음의 물적 기반을 이루는 뇌와 신경계는 발생을 통해 수정란으로부터 저절로 만들어진다. 그런 어마어마한 일이 저절로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수정란 속에 진화가 수십억 년에 걸쳐 쓰고 다듬어온 생명의 레시피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레시피 덕분에 인간은 인간답게, 초파리는 초파리답게 살아갈 수 있다.
40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 오직 세포만이 DNA에 새겨진 레시피를 읽을 수 있었다. 유전학을 통해 인간은 그 레시피를 읽을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됐다. 진화유전학은 레시피로 만들어진 인간이 자신을 비롯한 모든 생물을 만들어낸 레시피들을 들여다보며 그 기원에 물음을 던지는 일이다.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연과 필연이 함께 빚어내는 진화의 신비로운 여정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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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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