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비아타

파울 요한 루트비히 폰 하이제 지음 | 박효정 옮김

왓북 2023년 03월 1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증오가 사랑으로 바뀌는 마법 같은 순간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소렌토와 나폴리를 오가는 뱃사공 안토니오는 순수한 열정을 지닌 청년이다. 어느 날 평소 흠모하던 라우렐라와 단둘이 배에 올라 두 사람만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부친의 폭력으로 인해 몹쓸 병까지 얻은 어머니의 삶을 보았기에 라우렐라의 마음은 남자에 대해 불신으로 가득하고, 그런 그녀를 열렬히 사모하는 안토니오는 자신에게 냉담한 그녀가 야속하기만 하다. 애써 마음을 달래보지만, 손바닥으로 따가운 지중해의 햇빛을 가릴 수 없듯이, 라우렐라를 향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는 그는 폭풍 같은 고백을 쏟아낸다. 그러나 고집쟁이 아가씨 라우렐라가 보인 당찬 반응에 안토니오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에메랄드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아름다운 바다 한가운데서 증오심이 돌연 사랑으로 바뀌는 감정 변화의 묘사가 압권이다. 파울 폰 하이제는 연구보조금을 받아 1년간 이탈리아 여행을 했는데, 그 당시 경험을 토대로 이탈리아의 문화와 미적 세계를 배경으로 한 단편을 다수 집필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카프리 섬의 결혼식〉 역시 이탈리아 카프리 섬이 배경이다. 1855년에 출판된 이 작품은 파울 폰 하이제 최초의 단편소설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책 속으로

라우렐라가 그를 모른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배는 어느덧 두 사람을 망망대해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았다. 떠나온 섬은 저만치 멀어졌고 한참 더 가야할 섬은 후텁지근한 물안개를 뒤집어쓴 채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돛 하나 보이지 않았고 갈매기조차 침묵을 깨트릴세라 소리 없이 날았다.

“내가 그 쪽한테 서약이라도 했나요? 그렇게 분통을 터뜨려봤자 그건 그쪽 사정이죠. 듣자 하니 마치 나에 대해 무슨 권리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요.”

“우리가 갈 곳은 저 깊은 바다야. 나도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어. 라우렐라.” 넋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웅얼거리는 안토니오의 모습은 애처롭게 보일 지경이었다.

“라우렐라가 옳았어. 나는....짐승만도 못한 놈이다.

“그럼 바다에 던져버려.”
“선물로 주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당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보상하겠다는 거예요.”
“보상이라니. 당치도 않아.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 다음에 우연히 마주치면 그냥 날 못 본 척해줘. 내가 너한테 저지른 부끄러운 짓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피차 거북해질 테니까. 그보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지. 우리가 서로 마주하는 것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하자.”

라우렐라는 말없이 보자기와 은 십자가를 바구니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안토니오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굵은 눈물이 그녀의 두 뺨을 하염없이 적시고 있었던 것이다.

귀를 기울여봐. 내 심장이 가슴을 뚫고 너에게로 달려갈 듯 뛰고 있는데 모르겠어?

출판사 서평

독일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파울 폰 하이제의 대표 단편작

작가정보

저자(글) 파울 요한 루트비히 폰 하이제

Paul Johann Ludwig von Heyse
독일 태생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1830-1914)
베를린, 뮌헨, 본 대학에서 그리스어, 로마어, 로망스어를 연구했고 스물두 살 때 학위를 받은 후, 문학 애호가 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안 2세의 부름을 받고 뮌헨에 머물며 창작 활동에 몰두했다. 연구보조금으로 1년간 이탈리아를 여행한 경험 덕분에 이탈리아의 문화와 미의 세계를 담아낸 작품을 다수 집필하였다. 1855년에 발표한 〈라라비아타 L'arrabiata〉는 그의 첫 단편 소설이자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단편 소설 120여 편을 포함해 〈안드레아 델핀 Andrea Delfin〉(1859), 〈세계의 아이들 Kinder der Welt〉(1873), 〈낙원에서 Im Paradiese〉(1876) 등 다수의 장편을 남겼다. 1910년 80세 고령에 독일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역대 다섯 번째로 나이 많은 수상자가 되었다. 그해 독일정부는 그의 수상을 기리는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번역 박효정

발레리나를 꿈꾸는 번역가
오랫동안 입시영어 선생님으로서 수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발레를 (짝)사랑하지만, 하고 싶은 일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바른번역 아카데미에서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