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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정수일 회고록
정수일 지음
아르테(arte)

2023년 03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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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67.43MB)
ISBN 978895092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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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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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로지 시대의 소명만을 따라 살아온
한 시대인일 뿐이다



◎ 도서 소개

세계사와 민족사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격랑을 헤가르며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며 살아온 시대인,
소설 같은 삶을 이어온 전설적 인물, 정수일의 회고록

“나는 오로지 시대의 소명만을 따라 살아온 한 시대인일 뿐이다.”
― 작가의 말에서

88년 일생 전반을 조국 통일의 소명을 품고 문명사 연구에 매진했던 ‘민족주의자’이자, 28년간 종횡 세계 일주를 수행한 ‘코즈모폴리턴’, 정수일의 회고록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저자의 인생에는 이상야릇한 흥밋거리와 격변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조영물이 수두룩이 널려 있어, 개인 일생의 기록을 넘어 한국사와 세계사가 조우하는 웅장하고 감동적인 장면들이 펼쳐진다.
세간의 풍문을 포함해 저자의 인생 처세에 관한 언설은 다채롭다. 중국의 첫 국비유학생(카이로대학), 유망한 외교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으나 후회 없이 단념한 사람, 가족을 뒤로하고 민족 통일의 광야에 나선 통일 역군, 당당한 민족주의자, 상반된 두 사회제도하에서 살아본 ‘이색인(異色人)’, 6개국 국적으로 세계를 누빈 다국적자, 음지와 양지를 넘나든 ‘이중인(二重人)’, 남북한에서 대학교수를 지낸 사람, 박사학위와 교수직 피탈자, 이산의 한 맺힌 실향민, 분단 시대의 ‘불우한 천재 학자’, 극형의 사지에서 구출된 행운아, 세계의 변혁을 꿈꿔온 변혁가, 가족 열두 명의 경조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한 불초불성자, 종횡 세계 일주를 수행한 세계주의자, 제3대 세계실크로드학회 회장을 지낸 실크로드학의 학문적 정립자, 다중어자(폴리글롯), 세계 4대 여행기 중 3대 여행기의 한글본 역주자(이븐 바투타, 혜초, 오도릭), 심지어 베이징대학 팀 축구선수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왔다.
저자는 미수를 맞은 이 시점에 인생을 돌아보며, 삶의 실타래를 한 오리로 엮어내는 ‘주제어’를 떠올렸다. 그 주제어는 바로 ‘시대의 소명에 따름’이라는 화두다. 저자는 20~21세기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한 ‘시대인’으로, 그저 소정된 시대의 피조물로 소명에 따라 뚜벅뚜벅 할 일을 좇아 걸어왔을 뿐이라고 회고한다.
“어떤 이는 나더러 ‘경계인’이니 ‘통일인’이라고 하는데, 두루뭉술한 ‘경계인’도 아니고 통일을 아직 이루지 못했는데 ‘통일인’이라 불리는 것은 가당치 않다”라고 역설하며, 일찍이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으로 겨레에 헌신한다’를 한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세계사와 민족사를 통틀어 보기 드문 난세와 격동으로 점철된 시대를 살아온 ‘시대인’임을 고백한다.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에는 무수한 시대의 질곡 속에서 각인각설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인생 역정이 담겨 있고, 그의 인생관, 세계관, 자연관, 학문관, 도덕관이 허심한 어조로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통일관’과 ‘민족관’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역작으로서, 한국 근현대사의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 정수일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찬사
“분단 시대 비운의 천재 학자” ―《뉴욕타임스》
“소설보다 더 멋진 인생을 살아온 전설적 인물” ―《바이두》
“세계의 석학! 문명교류학의 길을 연 위대한 사상가” ―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계간《창작과비평》편집인)
“그는 자유인, 세계인이다. 국경에 갇혀 있는 사람이 아니다” ― 김훈(소설가)
“그의 학문적 재능을 이데올로기의 희생물로 사장시켰다면, 이 같은 성과는 없었을 것” ― 이희수(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수)
“명철한 민족론, 가뭄 끝에 내린 단비” ― 김진환(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난 실사구시에 기초한 통일담론의 정초자” ― 정창현(평화경제연구소 소장)


◎ 목차

시작하며 분단의 아픈 시대를 살아온 한 시대인이 오롯이 남기는 글 4

서장 시대적 소명과 시대인 15
청년기, 민족 통일의 꿈을 품다 17
장・노년기, 겨레 헌신을 위해 학문의 뜻을 펼치다 28

1장 유랑 화전민의 아들로 나고 자라다 35
알아낸 뿌리, ‘본’ 37 | 천년 고토를 떠난 유민 44
우리 집 ‘가족사 사전’에 없는 표제어들 56 | 3업을 겸직했던 조강지처를 기리며 75
더부살이 티 없는 완벽한 조선인 유민 사회 82 | 모래판에서 ‘천자문’을 익히다 87
일제의 식민지 동화교육에 시달리다 94 | 동트기 전의 칠칠암야 107
천지개벽의 광복을 맞다 113 | 지능에서 일어난 ‘돌연변이’ 122

2장 개천에서 만리장천 비상하다 133
새벽길 열어준 정든 요람, 옌볜고급중학교 135
개화의 싹을 틔운 요람의 터전, 룽징 142 | ‘선구자’적 기상으로 영혼을 일깨우다 149
나를 돌아보게 한 빛바랜 학적부 160 | 분에 넘치는 시골내기의 베이징행 170
인생 도약의 뜀틀이 되어준 모교, 베이징대학 182
시대의 학문적 소명에 부응하다 191
지덕체를 겸비한 인간형 ‘삼호’ 200 | 스승 지셴린 선생을 기리며 211
조국 헌신은 지고의 위업 216

3장 문명의 요람에서 세태에 눈뜨다 225
유학, 두 수반이 공들인 합작품 227 | 나일강 문명에서 잉태된 모교, 카이로대학 237
나세르가 새롭게 모색한 ‘혁명철학’ 243 | 반가운 겨레붙이와의 뜻깊은 만남 246
아랍의 세계적 대여행가 이븐 바투타 250 | 모로코, 내 인생의 변곡점 264
개가 짖어대도 대상은 전진한다 267

4장 통일 성업의 광야에 서다 279
‘잔류’와 ‘환국’의 곡직 평가는 역사의 몫 281 | 교육 일선에서 청춘을 불태우다 286
통일 성업으로의 마음을 더욱 가다듬다 293
구절양장 10년을 에돌아 통일 광야에 서다 300
민족사의 복원, 충사민족 이휘기사 306 | 고전은 ‘앎의 샘’이고 ‘삶의 거울’ 320
맥 빠진 민족론의 재생적 담론 327 | 민족주의 역기능론과 폐기론 333
민족주의 정립 불가론의 허구성 342 | 민족주의는 통일담론의 철학적 기조 349
반통일적 ‘분족론’의 부당성 363 | 통일의 편익과 ‘진화통일론’ 372

5장 후반생을 설계한 영어의 5년 381
옥중 좌우명, 수류화개 383 | 감옥은 인성 도야의 도량 389
옥사는 격폐된 ‘학문의 산실’ 392 | 한고와 삼궤고 398

6장 옥중에서 구사한 학문 연구 총람 405
나의 학문관 409 | 문명교류의 통로, 실크로드 414
『실크로드 사전』, 미증유의 문명교류 사전 425
실크로드 현장을 사진으로 집대성한 3대 도록 433
문명의 교류, 이상사회로 가는 첩경 438 | 불화만을 부채질하는 ‘문명충돌론’ 448
이슬람의 바른 이해 457

7장 후반생의 문턱을 넘다 473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랴 475 | 지인들의 후의로 후반생의 문턱을 넘다 479
앎의 목마름을 풀어준 ‘거시기산악회’ 486 | 아내의 지성 어린 묵묵헌신 495

8장 종횡 세계 일주의 꿈을 이루다 501
종횡 세계 일주와 ‘세계일화’ 503 |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 510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과 그 문명 513
모자이크식 유럽 문명 519 | 아시아 문명의 관용적 공존 524

마치며 여명을 잉태한 낙조에 한생을 고이 묻고 훨훨 떠나련다 530
고마웠던 세월에 남긴 몇 가지 족적 531
고마움을 채 갚지 못한 아쉬움 549

색인 560
정수일 약력 569
정수일 저서 및 역주서 목록 570

◎ 본문에서

나는 일찍이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良識)으로 겨레에 헌신한다’를 한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천혜의 행운 속에 나름대로 떳떳한 시대인으로서 삶의 궤적을 개척하느라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와서 이러한 궤적과 행운으로 내 삶의 좌표를 두루 자리매김해 봤을 때, 과연 이 시대가 요청하는 시대인의 반열에 낄 수 있을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물음에 대한 답안은 바로 이 회고록의 전편을 갈무리하고 있는 화제의 총결산에서 얻을 수 있다.
내가 살아온 약 100년의 세월(1934~)은 수천 년 인류 문명사에 비하면 순간에 불과하지만, 세계사나 민족사를 통틀어 보기 드문 난세와 격동으로 점철된 시대다. 이러한 시대적 특징은 나를 포함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그만큼의 어렵고 복잡한 시대적 소명을 부과하고, 그 수행을 사명으로 기제하고 있다. 그러나 개개인이 처한 구체적 환경과 인성(人性)이 천차만별이라 부과된 시대적 소명을 받아들이는 입장과 태도, 실천하는 의지와 결과는 각인각색일 수밖에 없다.(18쪽)

일체성이 확보된 인류의 미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해답을 내놓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과된 막중한 시대적 소명이다. 나는 작금 새롭게 열린 문명담론의 장에서 그리고 그 담론의 당위성을 현장에서 검증하는 종횡 세계 일주의 과정을 통해 종래의 진부한 정치적·경제적 내지는 군사적 패러다임이나 방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이른바 ‘문명대안론(文明代案論)’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각각 상이한 문명권 사이에 활발한 문명교류를 통해 인류 모두에게 유용하고 수용되는 ‘보편 문명’을 창출함으로써 공생 공영의 미래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비전과 실현 방도도 밝혔다.(32쪽)

돌이켜 보면, 나는 세계사와 민족사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격랑을 헤가르며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는 한 시대인으로서 미미한 족적이라도 남기고 싶어 나름 미력하나마 기를 쓰며 살아왔다. 이제 내일의 여명을 점지(點指)하면서 저물어 가는 저 노을에 한생을 묻고 떠나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어언간 황혼기에 접어든 지도 한참이 되었으니. 못다 한 일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없다. 절명을 각오하면서까지 이루려 했던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채 그 짐을 후세에게 넘겨주는 것이 가장 아쉽고 통탄스럽다. 못다 한 일, 바라던 일은 쇠잔하는 인생과 더불어 지는 노을이 잉태하고 있는 여명이 트면 누군가에 의해 이어지고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33쪽)

이렇게 나는 비록 낯선 이역이지만 전통적 민족 정서와 분위기가 그대로 짙고 훈훈하게 깔린 유민 사회 특유의 배경 속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다. 소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서당을 다닌 일은 지금껏 유년 시절을 기릴 만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부모님에게는 비록 무학이지만 자식들만은 꼭 공부시키고 출세하게 만들겠다는 남다른 소망과 교육열이 있었다. 더불어 사회봉사 정신으로 우리 집 윗방에 서당을 차려놓고 훈장님을 모셔다가 숙식을 함께하면서 동네 또래 아이 10여 명의 부모님들과 힘을 합쳐 서당을 꾸려나가기도 했다. 여러 사람의 열렬한 호응과 열성적인 참여 속에 서당은 2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훈장님은 유가(儒家)에 일가견이 있는 노선비로서 현거(懸車, 나이 칠십)를 넘겼지만, 매사에 엄격한 분이셨다. 두메산골 후진 농촌의 자그마한 사설 서당이지만, 훈장님의 가르침에는 한 치의 느슨함도 없었다. 도식대로 회초리를 옆에 두긴 했지만 한 번도 휘두르신 적은 없었다.(87-88쪽)

사실 나의 고급중학교 시절의 대부분은 두만강 너머 지척에서 일어난 민족상잔의 전쟁과 병행했다. 전쟁이 발발한 첫날부터 시종여일 내 머리를 휘감고 있던 것은 전쟁의 종언과 더불어 오게 될 통일의 그날, 어떻게 ‘겨레 헌신’이라는 초지를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걱정이었다. 나는 민족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이 전쟁이 불원간 민족의 재통일로 결말이 날 것이라는 예단(豫斷)을 내렸다. 뒷일이 보여주다시피 이 예단은 성급하고 미숙한 오판이었다.(166쪽)

이역 중국에서 살아가는 30년간 나는 한시도 내가 당당한 단군의 후예인 조선인(한국인)이라는 점을 잊어본 적이 없었으며, 종당에는 고국에 돌아가 헌신하고야 말겠다는 심지를 줄곧 굳혀왔다. 대학을 졸업한 후 여러 가지 특전을 누리면서 모두가 선호하던, 외교관이라는 전도양양한 직업도 보장받았다. 초대 한국 주재 중국 대표인 서(徐) 씨는 베이징대학 동방학부 아랍어과의 후배다. 당시 중국 외교부 내에서는 나만큼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는 외교관이 별로 없어서 한 몸에 촉망받던 때도 있었다. 지금쯤 카이로대학 유학 시절의 후배들은 모두가 중국 관부의 고위직에 있을 것이다. 외람되지만 자화자찬하는 듯한 넋두리를 염치없이 좀 늘어놓았다. 젊은 시절의 나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데 필요하지나 않을까 해서다.
오늘의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쥘 수 있는 탄탄 가도를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모든 것을 주저 없이, 후회 없이 단념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굳이 내가 그렇게 한 것은 지성인으로서 시대와 역사 앞에 지닌 민족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였다.(286쪽)

드디어 1963년 4월, 오매에도 그리던 조국의 품, 겨레의 품에 안겼다. 파릇파릇 봄기운이 감도는 조국의 산천은 나를 무척 반겨 맞아주었다. 북녘에 돌아와서도 애국 애족의 초지(初志)는 변함이 없었다. 아니,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현실이고 보면, 그러한 초지는 더더욱 절박하기만 했다. 천리마의 기세로 비상하던 1960년대 초의 북녘은 나의 지적 기여를 절실히 필요로 했다. 개인의 전도(前途) 같은 것은 아예 묵살하고 이역을 떠나 낙엽귀근(落葉歸根)의 모국의 품에 안긴 터라서 초지만 실천할 수 있는 일자리라면 가리지 않았다. 평양에 도착한 후 환국자들을 관리하는 ‘교포사업총국’에 제출한 나의 사업 지망란에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조국 통일 성업에 이바지하는 어떠한 일”이라고 하고픈 일을 오롯이 밝히면서 그 일을 실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것은 1000여 년 통일 민족사에 오점으로 남아 있는 이 국토 분단과 민족 분열의 비극을 우리 세대에 꼭 종언하고자 하는 일관된 의지와 신념에서였다.(287쪽)

우리는 왜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갈라진 민족을 다시 하나로 묶는 통일에 이르려고 하는가? 물론 더러는 지쳐서 통일을 포기하거나 통일에 회의적이기도 하지만, 통일이 대세임을 거역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웃 중국이나 일본과는 아닌, 남과 북으로 갈라진 동족이 다시 하나로 되자는 것이다. 요컨대, 통일의 근원적이며 일차적인 당위성은 그 어떤 다른 이슈가 아니라, 하나의 민족이라는 데 있다. 우리에 앞선 독일이나 베트남, 예멘의 민족 통일이 바로 이를 명증한다. 그런데 근간에 ‘타민족론’이나, ‘탈민족주의’ 같은 엉뚱한 분단론 망령이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주눅이 들어서 ‘민족’이나 ‘민족주의’를 아예 벙긋하지도 못하는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럴진대, 우리는 더 늦출 겨를 없이 공명정대한 민족론의 재생에 불을 댕겨야 할 것이다. 사그라드는 분단 극복의 원동력을 민족이나 민족주의 샘에서 새롭게 퍼 올려야 할 것이다.(329쪽)

‘다민족’과 ‘다문화’는 각이한 민족들의 정체성이 존중될 때만이 비로소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이 민족을 혐오한다면,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가지고, 무엇에 의해 ‘작가다움’을 유지할 것인가. 작가든 학자든 자기 몸에 선천적으로 배어 있는, 그래서 가장 잘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는 민족어로 글을 쓰고 학문을 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작가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문학이나 학문의 보편 가치는 그 표현 수단의 일치성이나 공유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가치의 공통성에 있다. 한국에서의 노벨문학상은 인류의 보편적 정신 가치가 관류된, 한글로 쓰인(물론 외국어로 역출된) 작품에 주어질 수밖에 없다.(340쪽)

서구적 개념을 좇아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를 대치시키면서 민족주의는 ‘보수’로, 국제주의는 ‘진보’로 흑백논리화하는데, 이 역시 시정해야 할 착각이다. 나의 체험으로서도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는 결코 서로 어긋나지 않고 조화를 이룸으로써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진정한 국제주의자이고, 참된 국제주의자는 참된 민족주의자라는 사실이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이라는 것’은 역사적 경험이 응축된 동서고금의 대명제다.(346쪽)

진보를 표방하는 어느 한 정당의 정책연구소가 펴낸 홍보책에는 남북한이 ‘1민족 2국가’라는 특수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형제이자 주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극단 상황을 극복하는 데는 남북 관계를 특별한 ‘친구 관계로 전환’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형제이자 주적’이라는 동서고금에 유례없는 반인륜적 관계를 ‘친구’라는 미명으로 포장하려는 얄팍한 꼼수다. 형제면 영원히 형제여야 하지 어떻게 좀 귀찮다고 해서 형제가 ‘친구’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가. 따지고 보면, ‘친구론’은 ‘분족론’의 아류에 불과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남북한은 하나의 민족으로, ‘친구’ 아닌 형제로, 피를 나눈 혈육으로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세세연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러한 신념이 없이 민족의 다시 하나 됨을 외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며, 이러한 신념을 굳건히 간직할 때 ‘분족론’은 퇴치될 것이다.(370쪽)

세상이 비바람으로 인해 난세가 되더라도, 인적이 없는 한적한 곳에 격폐되어 있어도 인생은 흐르는 물처럼 맑고 깨끗하며, 피는 꽃처럼 낙천적이고 종당에는 결실한다는 멋진 인생철학과 슬기가 담겨 있다고 나는 풀이한다. 그래서 나는 ‘빈 산에 사람 하나 없어 공산무인’의 신세일망정 ‘수류화개’를 감히 내 좌우명으로 삼은 것이다. 물은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썩어서 변질하고 악취가 나며, 꽃은 피지 않으면 꽃이라 할 수 없고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평범 속에 비범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시 속의 철학이고, 철학 속의 시’이다. 그래서 철학 없는 시는 시가 아니고, 시 없는 철학은 철학이 아니라고들 한다. 인생에서는 늘 그 무엇인가가 살아서 숨 쉬고 움직이며, 커져서 조금이라도 보태지는 새것이 생겨날 때만이 하루하루의 삶이 지겹지 않고 무료하지 않은 법이다. 또한 토실토실한 꽃망울에서 꽃잎이 터져 나와 향기를 뿜다가 튼실한 열매나 씨앗을 남겨놓듯이, 인생에서도 간단없는 노력으로 무언가 하나씩 이루어진다면, 비록 고난의 시련 속에 있다 하더라도 어느 때인가 삶에서 보람과 의욕이 생기고 내일의 희망이 다가오게 마련이다.(386-387쪽)

돌이켜 보면, 나는 일찍부터 내 삶의 좌우명을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으로 겨레에 헌신하다’로 잡고 그 실천을 위해 나름대로 사심(私心)을 버리고 우여곡절과 간난신고를 마다하지 않은 채 자진해 가시밭길을 뚜벅뚜벅 걸어왔으며, 이 한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했다. 그러나 ‘유종의 미’다운 ‘미’를 거둔 것은 별로 없는 성싶다. 다만 이 나이까지 살아서 한생을 돌아보게 된 것만도 축복받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531쪽)

◎ 출판사 서평

민족 통일의 광야에 선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
분단의 아픈 시대를 살아온 한 시대인이 오롯이 남기는 글

“나는 내 운명을 ‘비운’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저 분단 시대의 소명에 부응하는 사명인(使命人)으로만 살고 싶었다.”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는 저자가 구십 평생 겪은 복잡다기한 인생의 여정과 시대적 배경, 인생관의 총체가 9장 61절로 엮여 있다. 저자의 전반부 인생 60년(1934~1995)은 족보로부터 가족사, 식민 사회 망국의 화전민으로서 보낸 유년기의 삶, 괄목할 만한 청소년기의 학업성취, 외교 일선에서의 활동, 남북한 대학교수 생활 등이 포함돼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고, 옥살이의 과도생(1996~2000)을 거쳐 후반생(2001~현재)에 이르는 30여 년은 여러 가지 제약 속에 오로지 학문 연구에 삶의 초점을 맞추어, 평생을 천착한 ‘민족론’의 당위성과 인류의 숙명적 생존 전략인 ‘문명교류학’을 확신하게 된 학자로서의 삶이 서술되어 있다.
이 책은 또한 저자의 ‘세계일체(世界一體)’ ‘사해일가(四海一家)’ 철학관을 실재로서 증명하는 탐험사를 처처에 담았다. 동서남북을 가로세로로 누빈 28년간의 종횡 세계 일주의 일화를 포함해, 앞표지를 넘겨 면지를 펼치면 저자가 지나온 실로 방대한 〈세계 일주 노정도〉가 그려져 있다. 제1기-이집트 유학 생활 3년(1955.12.~1958.8.), 제2기-모로코 주재 중국 대사관 근무 및 알제리전쟁 간여 4년(1959.1.~1963.3.), 제3기-북한에서의 통일 광야로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남한 진출 준비 9년(1974.3.~1983.3.), 제4기-남한에서의 실크로드 집중 탐사 12년(2006.7.~2018.7.), 이렇게 총 28년이 소요된 노정은 저자의 시야의 지평을 무한대로 넓힌 기제인 한편, 저자의 확고해진 세계관을 증명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여정을 ‘문명교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는 방향타로 삼고, ‘시대의 학문적 소명’에 따른 목마름을 해소했다.
저자의 인생에서는 두 번의 결정적 변곡점이 있었다. 그 동인은 모두 ‘통일 역군’을 자처하며 한생을 불사르려는 신념과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첫 번째 변곡점은 중국 외교관으로 있다가 양양한 전도를 뒤로하고 민족 통일 성업에 헌신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워 정정당당하게 ‘북한으로 환국’한 것이며, 두 번째 변곡점도 역시 통일 성업의 광야에 솔선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진출’한 것이다.
이렇듯 저자의 전반생은 민족 통일을 위해 헌신할 구상을 무르익히고 두 번의 변곡점이 증명하는 ‘실천의 삶’이었고, 후반생은 겨레 헌신을 위해 학문의 뜻을 펼치며 민족 공동체, 통일 문제에 관한 집요하고도 엄밀한 분석과 동시에 문명교류사 연구를 필생의 과녁으로 삼으며, ‘학문적 천착’에 잠심몰두한 삶이었음을 회고한다.

망국의 유랑민 후예, 카이로대학 유학, 중국 외교부 활동, 알제리 해방전쟁의 체험…
압제당하는 민족들의 비운을 함께한 ‘시대인’의 길

정수일은 1934년 옌볜의 명천촌에서 출생해, 망국의 유랑민 후예로 이역인 중국에서 일제가 강요한 식민지 노예교육을 받던 유년기를 지냈다(1934~1944). 낯설기만 한 일본어로 마지못해 공부를 하다 보니 성적은 내내 중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맞은 광복이라는 엄청난 시대적 변혁은 저자에게도 터닝포인트가 된다. 저자는 광복 후 2년간의 공부는 광복 전 5년간의 공부를 상쇄할 만큼, 그 자신도 의아할 정도로 학업성취가 판이해졌다고 기록한다.

“광복이란 실로 엄청난 시대적 변혁으로서 부지불식간에 일상을 360도로 바꿔놓았다. 일제강점기에 작고 허름한 소학교밖에 없던 백두산 자락의 심산유곡에도 학교가 생겼다. 지역 유지들이 중의를 모아 조선족 자치 초급중학교인 광동중학교(光東中學校)를 세워 고작 소학교밖에 못 나왔던 시골내기들에게 중등 공부를 이어갈 수 있게 한 것이다. 광복과 더불어 어디서 퍼올린 열정인지는 딱히 알 수 없으나 공부가 마냥 즐겁고 흥겨웠다.”

1947년 수석으로 광동중학교에 입학해 3년간 선두 자리를 늘 지켰으며, 옌볜의 유일한 고등중학교인 옌볜고급중학교에 입학했다. ‘시대상’과 더불어 ‘세계상’에 관해서도 눈뜨기 시작했다. 세계는 서로 어울리고 소통하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세계일체’라는 대동의식이 광복을 분수령으로 해서 소년기, 12세부터 싹텄다(1945~1949). 이는 대학 시절 문명교류, 역사, 민족이라는 인문학 탐구에 경도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비록 이역 옌볜이 유랑하다 정착한 고향이지만 조선족으로서 저자는 한민족의 당당한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음을 술회한다.

“시대적 소명관 측면에서 보면, 이 과정에서 중국의 소수민족 일원으로서 사회주의적 중국이 내게 부과한 시대적 소명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은 훗날 외국 유학과 외교부에서의 봉직, 알제리 전장에서의 체험 그리고 사상 초유의 세계적 진영 논리의 탐구 등 다원적인 현장 활동과 실천 및 경험을 통해 20세기의 격동하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 사명인, 시대인으로서의 보다 확장된 시대적 소명관을 갖게 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옌볜고급중학교 졸업 후(1950~1952), 신중국 건립 후 첫 국가적 통일 시험에 합격해 베이징대학 동방학부에 진학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에 몰두하는 청년기를 보냈다. 대학 입학 때부터 미래의 외교관 양성 대상으로 지목되어 외교부에 소환될 때까지 줄곧 당국의 자질 검증을 받았고(1953~1955), 대학 4년째 중국 국비유학생 제1호로 선발되어 카이로대학 인문학부에 3년간 유학했으며(1956~1958), 이어 외교부 서아시아-아프리카사 연구관으로의 업무 수행 및 알제리전쟁터에 파견되어 모로코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독립투쟁 나라들과 연대했다(1959~1963).

“(외교부 연구관으로 임명되어) 유익한 시간을 보낸 지 1년 반이 되던 어느 날, 예단했던 대로 외교 일선에 소환되었다. ‘예단했던 대로’라기보다 ‘소원했던 대로’가 더 적절한 표현 같다. 왜냐하면, 병역 경력이 전무한 서생으로서 나는 언젠가는 포화 속을 누비면서 자신을 전사의 기질로 담금질하고 싶었으며, 또한 그러한 현장에서 압제당하는 민족들의 비운을 함께 체험하면서,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참된 세계인이라는 신념을 세워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수일은 알제리 전선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대사관을 거점으로 아프리카 나라들, 특히 독립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나라들과의 광범위한 연대 활동을 통해 20세기를 살아가는 한 시대인으로서 갖춰야 할 국제주의적 면모를 체질화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회고한다.

북한으로의 환국, 남한으로의 진출, 정치범으로의 낙인…
시대의 비장한 격동 속 파란의 삶
한국 근현대사, 북간도 유민사, 중국사, 이슬람사, 실크로드사, 문명교류사에 길이 남을 인물

알제리 해방전쟁의 정화는 저자의 시대적 소명 의식에 전환을 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민족사적 소명’의 절박성에 대한 확신으로, 저자가 삶에서 ‘담대한 변곡점’이라 일컫는 환국에 영향을 미친다. 총리 저우언라이, 외교부장 천이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던 그의 환국 문제는 설전과 논쟁으로까지 이어졌고, 결국 저자의 집요한 설득 끝에 최후 결재를 얻어 혈혈단신 북한으로 귀환하게 된다(1963). 그때 그의 나이 29세였다.

“오로지 민족적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성업을 이루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것이 변곡점의 확고한 변이었다. 그렇지만 나와 중국 측은 이 변의 이념적 바탕에 관해 진정한 민족주의인가 아니면 협애한 민족주의인가를 놓고 맞장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니 승산 없는 짓을 아예 그만두라고 선의의 권유를 했다.
그렇지만 나는 일찍부터 민족문제에 관심을 갖고 동서고금의 방대한 민족문제 관련 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섭렵한 데다가, 외교 일선에서 진정한 민족주의의 정체를 터득했기 때문에 당당히 맞장을 떴으며, ‘계란’이 아니라 굳을 대로 굳은 돌덩이로 ‘바위’와 부딪혔다.”

오매불망 그리던 조국의 품에 안겼지만 그 조국은 반으로 갈라져 등지고 살아가는 치욕의 분단국이었다. 많은 할 일 가운데 주저 없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통일 성업에 헌신하는 것’을 천명으로 택하고, 통일이야말로 온 겨레의 가장 긴박한 시대적 소명임을 확고한 신념으로 간직했다.
북한에서는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의 교수로 대학의 교육 전선에서 대외 인재 양성 사업의 사명을 띠고 12년을 보냈으며(1963~1974), 요동치는 남북 정세에 따라 숙원이던 통일 성업에 뛰어들 호기를 잡고 준비를 하며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까지 아우르는 민족 공동체에 관한 지식을 온 힘으로 쌓아나갔다(1975~1979). 튀니지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1980~1981), 말레이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1982~1983)를 지내고, 1984년 남한 땅을 밟게 되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헤어진 할머니와 부모님, 형제들, 조강지처, 세 딸들을 그리며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평양에서 만나자’는 약속은 이 불효자에 의해 허공으로 증발하고야 말았다. 그때로부터 10여 년이 흘러 몇 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아버지(63세)와 어머니(76세)는 세상을 떠나셨다. 이러한 비보는 두 분이 고인이 되신 지 30~40년 후인 2011년 옌볜의 옛집을 찾아갔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장남으로 임종조차 지켜드리지 못한 불초, 늦어도 너무나 늦게 두 분이 고이 잠드신 묘단에 참회의 짙은 피눈물이 섞인 술잔을 올리며 용서를 빌었다. 생전에 어머니를 모셨던 형제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어머니는 만년에 무슨 환각에서인지 늘 사진틀에서 내 사진만을 골라서 몸에 간직하고서는 앞이 탁 트인 뒷더거지(뒷동산)에 올라 내가 금방 올 것이라고 길만 내려다보며 하염없이 기다리셨다고 한다.
(……) 처의 사망 비보에 관해서는 내가 2016년 옌볜에 사는 큰누이를 찾아뵈었을 때 누이에게서 듣게 되었는데, 기일을 비롯해 확실한 사망 경위에 관해서는 더 이상 들은 바가 없다. 한평생 고생만 한 조강지처, 현모양처인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다니……. 일편단심 통일의 광장에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기다리겠다던 당신,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기일이 언제인지도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모르는 이 부족하고 매정한 남편을 저 황천에서라도 한번 맘 놓고 크게 질타해 주오!
(……) 나는 지난해(2021) 대한적십자사가 주관하는 이산가족 상봉 준비 조처의 일환으로, 세 딸의 상봉에, 애타는 염원을 담아 혈액 채취와 ‘영상 편지 보내기’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회고록을 쓰고 있는 이 시각까지도 그 결과가 오리무중이지만, 그 어느 때인가 상봉의 순간이 오고야 말리라는 간절한 기대만은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민족 분단의 비운을 하루속히 가셔야 한다는 절박한 소명에 따라 가족을 뒤로하고 민족 통일의 광야에 나섰으나, 한 인간으로서는 이산의 한 맺힌 실향민이 되어야 했다. 남한으로의 진출을 위해 부득이 위장 신분인 무함마드 깐수(아랍인)로 활동하던 저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선고까지 받게 된다(1996). 정수일은 6개국 국적자, 12개국어 능통자라는 다양한 정체성으로, 음지와 양지를 넘나드는 이중인으로 살아왔다. 그의 역사는 단지 개인의 회고록이 아닌, 대한민국의 민족사, 북간도 유민사, 중국사, 이슬람사, 실크로드사, 문명교류사, 세계사의 한 증거로 길이 남을 것이다.

옥중 학문의 실천일로, 아위중·술이작·천일정
“비바람에 세상이 난세가 되어도……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

예순이 넘어 ‘시대적 소명에 따르는 사명’의 소행이 일순 범행으로 단죄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수인 생활을 시작했을 때, ‘민족에 대한 학문적 천착’에 전력투구하여 결실을 이뤄냈다. ‘민족론’과 ‘통일 담론’의 상보적 개념인 ‘문명교류학’의 기초학문인 실크로드의 학문적 정립을 굳건히 세운 것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후반생을 설계한 영어의 5년”이었다고 회고하며, 〈옥중에서 구사한 학문 연구 총람도〉를 표로 붙여 술회한다.(406-407쪽)
최종 목표는 ‘문명교류학의 학문적 정립’으로 옥중에서 그 얼개를 구사하고, 출옥 후 보완한 표로서 2020년까지의 수행 상황을 회고록에 담았다. 기수 23건(‘문명담론과 문명교류’ 포함), 수행 중 1건(‘중세문명교류사’), 미수 5건(‘근·현대문명교류사’ 포함) 등 총 연구 29건을 망라했다.
저자의 학문관은 아위중(我爲重, 우리의 것이 중요하다), 술이작(述而作, 선인의 것을 서술할 뿐만 아니라, 새것을 창작하다), 천일정(穿一井, 한 우물을 깊이 파다)의 세 기둥이었다. 이는 일찍이 대학 시절부터 싹을 틔워온 것으로 이순을 넘겨 세상과 격폐되는 수인의 신세가 되면서, “해볼 만한 일은 오직 ‘학문으로의 귀환’ 하나뿐”이었음을 고백하며, 그 실천에 매진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감옥이라는 낯설고 탐탁잖은 환경을 타개할 정신적 지주와 행동의 나침반을 궁리한 끝에 ‘수류화개(水流花開)’를 옥중 좌우명으로 삼았다. 세상이 비바람으로 인해 난세가 되더라도, 인적이 없는 한적한 곳에 격폐되어도 인생은 흐르는 물처럼 맑고 깨끗하며, 피는 꽃처럼 낙천적이고 종당에는 결실한다는 철학이 담긴 언구다. 저자는 앎의 심조를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경주했던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회고한다.

“이제 학문으로 이 나라, 이 겨레를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사명감, 비록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학문의 총림에서 결코 무위의 낙과(落果)가 될 수 없다는 분발심, 뒤처진 우리의 학문을 추켜세워야 한다는 사명감과 오기에서 감옥이라는 처절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문 연구에 문자 그대로 잠심몰두했다. 정말 나에게는 ‘할 일에 날짜가 부족(惟日不足也)’했다.”

옥살이라는 극한의 인고 속에서 옥사는 격폐된 ‘학문의 산실’, ‘인성 도야의 도량’이라는 신념으로, 문명교류학의 이론적 토대인 실크로드학의 정립을 위해 『실크로드학』『실크로드 사전』『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비롯해 약 2만 5000매에 달하는 관련 서적을 저술함으로써 실크로드학의 토대를 구축했다.
출옥 후 『실크로드 사전』과 『해상 실크로드 사전』, 『실크로드 도록』(3대 간선, 한·영 총 6권), ‘4대륙 여행기’ 저술 7권을 거쳐 2020년 『우리 안의 실크로드』를 펴내는 등 ‘실크로드학’의 체계적인 학문적 정립에 매진했다.

세계 평화를 꿈꾼, 민족주의자로서 세계주의자
사진 67장에 담은 인생 역정과 화두, 온 세상이 한 송이 꽃
“내일의 여명을 잉태한 낙조에 고이 묻고 미련 없이 훨훨 떠나련다”

저자는 실크로드학이란 새로운 인문학의 개척을 위해 ‘천일정’의 자세로 20여 년간 한 우물을 깊이 팠더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문명교류학’으로의 진화를 설계하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출옥 후 학문 연구를 위해 국적 취득 신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했고, 3년이 지나 2003년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문명교류학’의 물적 토대 구축을 위한 저술 및 역주 활동을 병행했다. 세계 4대 여행기 중 3대 여행기인 『이븐 바투타 여행기』에 이어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오도릭의 동방기행』을 차례로 역주했으며, 『고대문명교류사』 『문명교류사 연구』 『이슬람문명』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한국 속의 세계』(상·하) 『문명담론과 문명교류』 『민족론과 통일담론』 등 이 책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를 포함해 29종 36권, 역주서 4종 5권을 포함하면 총 33종 41권을 집필하며, 문명교류학 연구에 전념했다.
수상 이력 또한 독보적이다. 제42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출판상 번역 부문(『이븐 바투타 여행기』),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부문(『실크로드 사전』), 제1회 문무대왕 해양대상 해양문화 부문 대상, 제5회 국제실크로드 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실크로드와 경주」)을 수상했다.
이렇듯 방대한 분량의 학문적 결실을 맺었지만, 저자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한 토막의 문자화도 하지 못한 ‘북간도 유민사’를 제대로 엮어보자던 욕망은 영영 꿈으로 남을 아쉬움이라 평한다. 그에게 옌볜 명천촌은 “새벽길을 열어둔 정든 요람”인 제2의 고향이자 “더부살이 티 없는 완벽한 조선인 유민 사회”로, 민족의식의 싹을 틔운 잊지 못할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는 저자가 지나온 인생 여정을 엿볼 수 있는 사진 67장을 실었다. 옌볜 명천촌 생가, 할머니와 함께한 가족사진, 북에서 이별한 조강지처와 세 딸, 저자의 소년기, 카이로대학 유학 시절, 모로코 주재 중국 대사관 근무 시절, 종횡 세계 일주의 기록 등이 컬러로 현장의 생동감을 살려 담겨 있다.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한 주제는 ‘세계일화(世界一花)’다. 저자가 각지를 다니며 촬영한 세계 9개 지역의 야생화가 한국 백두산의 고상한 흰 꽃을 필두로 시계 방향의 원을 그리며 장식되어 있다(동아시아-북유럽-남아메리카-동아프리카-남아시아-중앙아메리카-동유럽-남아메리카-동아프리카 순). 문명교류학의 학문적 천착에 일로매진한 저자가 “인류가 공생 공영하는 이상사회로 가는 첩경은, ‘온 세상이 한 송이 꽃(세계의 일체성)’이라는 화두에 담겨 있다”라는 철학을 역설하는 장이다. 저자가 28년간 세계를 종횡무진 이동하면서 개척한 길의 최종적 깨달음이자, 세계의 변혁을 꿈꿔온 변혁가로의 낭만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이기도 하다.
책을 덮을 즈음에는 정수일이라는 뛰어난 사상가, 전무후무한 전설적 인물의 한생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기쁨과 동시에, 소수민족 유민으로서 겪은 고초와 이산의 한의 정서, 수인의 신세로 세상과 격폐되나 고집스럽게 희망을 찾아내는 낙관을 절절히 간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새 나라 건설 초기의 중국의 시대상, 아랍-이슬람 세계의 문화, 실크로드의 새로운 개념(구대륙 밖의 문명교류), 문명교류학, 창의적인 민족론과 통일담론(진화통일론) 등 다종다양한 역사적, 문명사적 지식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한 지성으로 기복무상한 여정을 이 회고록을 통해 결산하고, 절명을 각오하면서까지 이루려 했던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채 후세에 짐을 넘기는 것을 아쉬워하며,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나는 늘 ‘불급함’ 속에서 초조히 살아왔다. 불급함은 내 인생의 연속이었다. 오, 불급함이여, 더는 나를 괴롭히지 마소서! 이제 나는 그 불급함을 내일의 여명을 잉태한 낙조에 고이 묻고 미련 없이 훨훨 떠나련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수일

약력: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

중국 옌볜에서 태어나 옌볜고급중학교와 베이징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카이로대학 인문학부를 중국의 국비유학생으로 수학했고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를 지내고, 튀니지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및 말레이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동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2000년 출소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로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신라·서역교류사』『세계 속의 동과 서』『기초 아랍어』『실크로드학』『고대문명교류사』『문명의 루트 실크로드』『문명교류사 연구』『이슬람문명』『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한국 속의 세계』(상·하)『실크로드 문명기행: 오아시스로 편』『문명담론과 문명교류』『실크로드 사전』(한글·영어)『실크로드 도록』(육로·해로·초원로편)『민족론과 통일담론』『우리 안의 실크로드』 등 이 책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정수일 회고록』을 포함해 29종 36권, 역주서는 『이븐 바투타 여행기』(전 2권)『중국으로 가는 길』『혜초의 왕오천축국전』『오도릭의 동방기행』등 4종 5권으로 총 33종 41권의 저서 및 역주서가 있다.

정수일 어록

? ‘다민족’과 ‘다문화’는 각이한 민족들의 정체성이 존중될 때만이 비로소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
? ‘세계사적 시대’ ‘민족사적 시대’는 층위적 개념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한 상호 보완적이며 평행적인 개념이다.
? ‘일체성’이야말로 미래의 인류를 다 같이 공생 공영할 수 있게 하는 역사의 원초적 뿌리이며 밑거름이다.
? 나는 나의 학문관을 아위중, 술이작, 천일정의 세 기둥으로 받쳐 세우고 그 실천에 일로매진했다.
? 아위중(我爲重): 우리의 것이 중요하다
? 술이작(述而作): 선인의 것을 서술할 뿐만 아니라, 새것을 창작하다
? 천일정(穿一井): 한 우물을 깊이 파다
? 인류가 염원하는 ‘보편 문명’은 결코 어떤 특정 집단에 의해서만 성취되지 않으며, 그 누구의 전유물로 전락될 수도 없다.
? ‘보편 문명’은 오로지 서로의 부정이 아닌 긍정, 상극이 아닌 상생 속에서 문명 간의 부단한 상부상조적 교류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
? ‘문명의 교류’는 인류가 공생 공영하는 이상사회로 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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