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할 거야
2022년 11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6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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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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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의 끝말잇기에 만날 지는 정이는 가족들과 함께 ‘이기고 지는 거 없는 말놀이’를 만든다. 첫사랑에 성공하기를 꿈꾸었는데, 일곱 살 때 헤어진 첫사랑이 자신을 몰라보는 충격적인 일도 겪는다. 재미있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속상해서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모든 일들을 마음속에 꼭 품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순한 아이, 예민한 아이, 착한 아이… 다른 사람의 잣대와 수식어에서 벗어나, 모든 어린이가 가장 ‘나’ 같은 아이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유은실 작가의 진심이 가득 담긴 ‘정이 이야기’ 시리즈.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다정한 시선, 그리고 놀라운 지혜가 가득한 이 작품은 유년동화가 갖추어야 할 미덕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줄거리
일고여덟 살 어린이의 마음을 잘 아는 유은실 작가의 유년동화 ‘정이 이야기’ 세 번째 책. 무엇이든 잘 먹고 잘 자라는 바람에, ‘나도 편식을 하는 예민한 어린이가 되겠다’고 엉뚱한 다짐을 했던 정이! 건강한 마음과 특유의 호기심은 그대로인데, 남들과 비슷해지고 싶은 마음보다 남다른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오빠와 말놀이를 하다가도, 등산길에 첫사랑을 우연히 마주친 순간에도 조금씩 자라나는 정이를 만나면, ‘나는 나여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첫사랑은 쓰디써
작가의 말
정이디정이, ‘많이 정이 같다’는 뜻이야
삼 학년인 오빠 혁이는 말놀이를 잘한다. 일 학년 정이의 눈에는 거의 ‘국어사전’ 급이다. 질 게 뻔한데도 정이는 오빠와 ‘끝말잇기’를 시작한다. 오늘따라 단어가 잘 떠올랐는데, 오빠가 제시한 ‘카드뮴’ 때문에 또 지고 만다. 국어사전 같은 오빠가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꺼낼 줄이야! 딱밤까지 맞고 정이는 마음이 상한다. 그때 엄마는 정이와 혁이에게 가운데에 ‘디’를 넣은 말을 잇는 ‘디 말놀이’를 제안한다. 사전에 없는 말이어도 되고, 이기고 지는 것도, 벌칙도 없는 말놀이에 가족들은 푹 빠진다. ‘다디단’은 아주 달다는 뜻이니까 ‘봄디봄’은 ‘많이 봄 같다’는 뜻이고, ‘몰래디몰래’는 ‘많이 몰래’라는 뜻이겠지? 디 말놀이를 통해 정이와 혁이는 말의 맛, 말놀이의 재미를 깨닫는다. 말의 의미를 스스로 확장시키기도 한다.
“오늘 만든 말 중에 뭐가 제일 맘에 드니?”
엄마가 물었다.
“음, 정이디정이.”
오빠가 말했다. ‘정이디정이’는 ‘많이 정이 같다’는 뜻이다.
‘나 같다는 건 뭐지?’
궁금했다. (26쪽)
정이는 나 자신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지 않는다. ‘많이 정이 같은 것’, ‘가장 정이다운 것’에는 아주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소해 보이는 장면이지만, 여기에는 정이의 놀라운 변화가 담겨 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무엇이든 잘 먹는 아이인 것을 조금은 부끄러워하고, 오빠처럼 ‘예민한 아이’가 되어 어른들의 관심을 받기를 바라던 정이는 이제 ‘나다운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아이가 되었다. 어른들이 쉽게 붙인 ‘순한 아이’라는 말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태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정이가 한 걸음 더 자랐다. 정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정이는 어떤 아이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진짜 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린이가 느끼는 달달하고도 씁쓸한 인생의 맛
오빠가 가르쳐 준 ‘첫사랑’의 의미를 곰곰 생각한 정이는 자신의 첫사랑이 누구인지를 기억해 낸다. 바로 같은 유치원에 다녔던 ‘장오하’! 정이는 오하가 ‘다른 친구들이랑 다르게’ 좋았지만, 아쉽게도 일곱 살 때 다른 유치원으로 옮겼다. 어떻게 해야 첫사랑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오하와 다시 만날 수 있을지를 꿈꾸며 정이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보고 싶다는 감정에 푹 빠진다. 그런데 우연히 등산길에서 만난 오하가 정이를 알아보지 못하면서, 정이의 첫사랑은 시작과 동시에 끝나고 만다. 처음으로 인생의 쓴맛을 알려 준 채.
‘마음이 복잡하다.’
『나는 기억할 거야』에서 정이는 자기 마음을 종종 이렇게 표현한다. 오빠와의 놀이가 속상한데 재미있는 것처럼, 첫사랑에 실패한 기억은 마음 아프지만 그렇다고 잊고 싶지는 않다. 좋아하는 동안은 행복했으니까.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그런데 그 사람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는 사실.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작은 시련’은 정이와 어린이 독자들에게 인생의 여러 가지 맛을 알려 준다. 앞으로 알게 될 인생의 맛들이 모두 달기만 하진 않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견딜 만하리라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의 여러 의미들을 어린이의 눈높이와 마음 높이에 꼭 맞게 전하는 유은실 작가의 내공은 작품 곳곳에서, 고르고 고른 언어와 재치 있는 문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더불어 어린이를 ‘어떤 아이’라고 쉽게 정의하는 어른들의 태도 밑바닥에 깔린 ‘어린이는 단순하다’는 생각을 부드럽고 단호하게 바로잡으며 어린이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태도와 시선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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