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뒤 맑음(하)
2021년 07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7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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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027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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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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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레이나와, “예스”보다 “노”가 더 많은 까다로운 사촌 언니 이츠카. 뉴욕에 거주하는 14살과 17살의 소녀 둘은 단둘이 미국을 ‘보는’ 여행길에 나선다. 부모들에게 편지 한 장만 남긴 채로.
「가출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여행이 끝나면 돌아올 거예요.」
두 아이의 여행에 레이나의 엄마인 리오나는 걱정에 잠기고, 아빠인 우루우는 자신의 ‘안정적’인 일상이 틀어졌음에 분노한다. 리오나는 남편 우루우의 태도에 거리감을 느끼며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아니라, 온전한 개인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편, 두 아이는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고, 히치하이크를 하고, 처음 보는 사람 집에서 도그 키퍼까지 하며 여행을 계속한다. 때로는 평온하게, 때로는 해프닝도 생기는 그들의 여행은 어린아이답게 무모하지만 용감하다. 길어지는 두 소녀의 여행이 걱정된 부모들은 그들이 쓰는 카드를 정지시키는데…….
“또 일기 쓰는 거야?”
옆에서 이츠카짱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써 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대답하자 이츠카짱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안 사라져. 사실은 사라지지 않아.”
라고 말한다.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레이나로서는 그 말이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사라지지 않는 게 맞다면, 그것들은 일기 말고 대체 어디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걸까. 하지만 그 감정을 말로 하기엔 너무 복잡했다. 그래서 레이나는,
“그래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라고만 말했다.
_본문 중에서
바깥은 살이 얼어붙을 것처럼 춥고, 내쉬는 입김이 하얗고,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을 만큼 수많은 별이 떠 있었다.
“예쁘다.”
레이나는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넓네, 하늘.”
그러자 갑자기 기쁨이 복받쳐 올랐다. 머나먼 장소에 있다는 것이, 불안함이 아니라 즐거움이 된다.
_본문 중에서
“지도를 봐, 그 애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엽서가 도착할 때마다 말야. 처음엔 아무튼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있지, 좀 더 멀리까지 가렴, 하는 마음이 들어 버려서,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어.”
_본문 중에서
이츠카에게 몸을 기대고 브이 사인을 하고 있는 레이나는 웃는 얼굴이지만, 이츠카는 눈이 부신지 미간을 찌푸린 채 곤혹스러운 듯 무뚝뚝한 얼굴로 그저 서 있다. 그, 몹시도 그 아이다운 표정과 모습에 신타로는 뜻하지 않게 애틋함 같은 것을 느꼈다. 시간을 멈출 수는 없고, 딸의 현재를 묶어 놓을 수도 없다.
“좋은 사진이네.”
초점도 안 맞고 구도도 엉망이지만, 기쁜 듯 아내는 말했다.
“냉장고에 붙여 둬야겠다.”
라며, 노래하듯이.
_본문 중에서
서둘러 그 거리를 떠나온 날이 무척 멀게 느껴졌다. 여행을 하노라면,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과거가 된다고 이츠카는 생각한다. 물론 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온갖 일들은 어차피 과거가 되는 것이니, 이상한 감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예를 들어 여기 이렇게 있는 건 현재인데 조금씩 파르께하게 밝아져 가는 겨울 공기도, 하얀 싸구려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도, 이미 반쯤 과거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츠카 자신이 이 풍경째 미래의 자신의 기억 속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_본문 중에서
작가정보
江國香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 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1992), 『나의 작은 새』로 로보노이시 문학상(1999),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2003), 『잡동사니』로 시마세 연애문학상(2007), 『한낮인데 어두운 방』으로 중앙공론문예상(2010)을 받았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불리는 그녀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도쿄 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좌안 1·2』, 『달콤한 작은 거짓말』, 『소란한 보통날』, 『부드러운 양상추』, 『수박 향기』, 『하느님의 보트』,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뒤의 기억』,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벌거숭이들』, 『저물 듯 저물지 않는』, 『개와 하모니카』, 『별사탕 내리는 밤』 등으로 한국의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번역 신유희
동덕여대를 졸업하고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 선인장』, 『도쿄 타워』, 『마미야 형제』,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벌거숭이들』, 『별사탕 내리는 밤』,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 노자와 히사시의 『연애시대 1ㆍ2』, 가쿠다 미쓰요의 『그녀의 메뉴첩』, 『가족 방랑기』, 오기와라 히로시의 『내일의 기억』, 『벽장 속의 치요』, 가와이 간지의 『단델라이언』 등이 있으며 그 외에 『112일간의 엄마』, 『밥 빵 면』, 『은하 식당의 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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