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다 (외전증보개정판)

요조 지음

오후 2022년 08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인생도 화투판처럼 ‘고’와 ‘스톱’ 할 때를 알았으면 좋겠다.”

인생 최고의 난제를 중얼거리며 손에 든 패를 빤히 쳐다봤다.

이 단순한 화투처럼 인생도 단순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뭐 모르고 직진하다 마음 다칠 일은 없을 텐데.

굳이 아픔에 단련되고 싶지 않다.
아프더라도, 하루 자고 나면 잊을 수 있을 만큼
따끔한 정도로만 아팠으면 좋겠다.

“왜 말이 없어요?”
“이 시간에 사장님하고 이렇게 있는 거, 좀 이상해요.”

난 지금 진통하고 있다.
매력이 차고 넘치는 고용주 차윤건 씨 때문에.

“설레요?”
“장난치지 마세요.”
“이강희 씨 귀 엄청 빨개, 금방 녹을 것처럼.”

누구라도 좋으니 알려 줘, 제발.
고 해야 할지 스톱 해야 할지, 난 정말 모르겠다고!

목차

Prologue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사는 삶보다 내 스스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이 더 멋지지 아니한가.
내 인연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른다. 방심하지 말고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봐야 한다.
하나, 둘, 셋……. 차근히 준비 운동을 끝내고, 그리고 운동화 끈 바짝 묶고.
씩씩해지기, 당당해지기, 쿨해지기……. 이강희다워지기.
반하다: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 같이 쏠리다.
그렇게…… 시작됐다.
정직한 고백, 비겁한 외면
내 사랑이, 내 인생이 잔잔하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나의, 나는 그대의 유추프라카치아
느낌표, 쉼표 그리고…….
Epilogue
어느 날 이야기

책 속으로

“나, 네 마누라 만났어.”
손바닥을 나에게 향한 채로 박동석이 그대로 얼음이 됐다. 나는 눈을 치켜올렸다. 핏발이 선 내 눈을 박동석이 슬금슬금 피했다.
‘비겁한 새끼!’
내가 이런 놈을 좋아했다는 게 쪽팔린다. 그 여자한테 맞은 것보다, 쓰레기라는 말로 모욕을 당한 것보다 이런 놈을 만나고 좋아했다는 게 더 수치스럽다.
딱!
정확히 박동석의 뺨을 향해 날아간 내 손이 그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빗나갔다. 커피라도 끼얹는 줄 알았는지 박동석이 움찔해서는 피한 덕분이다.
손바닥이 갈라질 것처럼 찌릿하게 아프다. 제기랄!
“저기…….”
돌아간 얼굴을 재빨리 원상복구 시킨 박동석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와중에도 누가 볼까 전전긍긍하는 놈이라니. 진짜 개새끼다.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
머리가 터지게 벼르고 벼르던 내가 한 말이 고작 이거다. ‘그따위로 살지 마.’라니. 어지간히도 못났다.
“…….”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내 앞에서 살살거리던 박동석이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맞은 머리를 어루만지고만 있다.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온다. 거짓말이라도 하면서 잘못을 빌면 발길질이라도 해 줄 텐데, 모든 걸 인정하듯 입을 다물고 있으니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재수 없는 새끼.”
그래,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설움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비웃음만 날려 주고 카페를 나왔다.
내 7개월간의 연애가 이걸로 허무하게 끝이 났다.
정말 엿 같다.

(중략)

“안녕하세요, 차윤건이라고 합니다.”
그가 싱긋 웃으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의 손을 잡았다. 손이 따뜻하다. 따스한 온기가 손끝에 남아 심장까지 퍼져 든다. 말랑말랑해진 심장이 화르르 얼굴을 붉히는 것 같다.
근사한 외모에 따뜻한 손을 가진 남자. 이런 남자가 한때 내 이상형이었다.
서울 남자들은 다 이렇게 멋있나 생각하는 순간, 내 손을 쥔 남자의 손이 악수하듯 움직였다. 정신을 차린 나는 그제야 내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강희라고 합니다.”
“강이?”
약간 놀라는 투로 남자가 ‘강희’를 ‘강이’라고 되물었다.
“아니, 강희요.”
나는 ‘강’과 ‘희’ 발음을 또박또박 일러줬다. 자신을 차윤건이라고 소개한 근사하게 생긴 남자가 아, 하면서 알았다는 듯 상큼하게 웃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저 옅은 미소를 지었을 뿐인데 빛이 나는 것처럼 반짝거린다. 남자의 머리 위로 까만 별들이 쏟아져 잘게 부서지는 것 같다. 유난히 까만 밤하늘 때문인지, 남자의 미소 때문인지 눈이 시큰거린다.
“네.”
빛이 나는 눈으로 남자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뭔지 모르게 아쉽다. 아쉬워하는 내 마음을 눈치챈 걸까, 남자가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니, 내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뭐지? 왜 남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지? 생긴 것만 말짱한 변태인가?
“저기…….”
남자의 눈빛이 짙어졌다고 느낀 건 순전히 내 착각인 걸까? 뭔가를 말하려는 남자를 나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주시했다.
“콘셉트예요?”
“……네?”
집게손가락을 힘껏 세운 남자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그시 내 가슴을 가리켰다.

작가정보

저자(글) 요조

요조(曜朝)혼자 하는 여행,혼자 즐기는 산책,혼자 보는 영화에 홀릭된외롭지 않은 아웃사이더.내일도, 모레도 늘 빛나는 아침이길 바라는행복한 글쟁이.[출간작]반하다퍼스트-First-라푼젤……ing그림자 아내낭만 연애놈바로, 낙원우아한 그들스페셜뻔뻔그녀, H